물보다 진한 피...피보다 진한 경영권?!

오양수산, 대림, 동아제약 등 대기업 친족 분쟁 총정리

이강혁 기자 | 기사입력 2006/08/07 [10:16]
국내 굴지 기업들이 '친족간 경영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두산의 경우 '형제의 난'으로 형제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사태를 겪은 가운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앙금을 남기고 있고, 현대그룹 '시동생의 난'은 적통 논란으로 이어지며 일촉즉발의 상황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몇몇 주요 기업들의 친족간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어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친족간 경영권 분쟁이 악화되고 있는 수많은 기업들 중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심각한 기업들을 모아봤다.

오양수산 일가 경영권 놓고 법정비화
대림, 동아제약도 혈육간 분쟁 '눈살'

 
최근 수산업계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오양수산 대주주 일가가 법적 분쟁까지 벌이며 심각한 내홍에 휩싸였다.
 
오양수산 창업주인 김성수 회장과 그의 가족들이, 김 회장의 장남인 김명환 부회장과 경영권을 둘러싸고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분쟁의 핵심이다.
 
외부에 이 같은 사실이 공개적으로 알려진 배경은 김명환 부회장이 지난 7월 31일 모친인 최 아무개 여사를 상대로 산업금융채권 56장(총 39억4천8백만원)을 돌려달라며 채권반환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내면서부터다.
 
김명환 부회장은 소장에서 "지난 2001년 최 여사에게 증서를 건넸지만 돌려달라는 간청에도 불구하고, 응하지 않고 있다"며 "장기간 화해와 협의를 시도했지만 해결되지 않아 부득이 소송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채권은 저축 등으로 마련한 돈으로 2000년부터 2001년 사이 매입한 것이며, 부친인 김성수 회장이 자식들의 낭비를 막기 위해 서 아무개 오양수산 감사에게 맡겨 관리했다"고 김명환 부회장은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김 부회장의 모친 상대 소송은 오양수산의 대표이사 자리를 놓고 불거진 가족간 갈등에서 시작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 5월 김 회장 지분 35.19%(오양수산 최대주주) 중 30%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에 신탁된 것을 계기로 불신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
 
이는 2000년부터 뇌졸중으로 투병중인 김성수 회장이 지난 2003년 정기주주총회에서 대리인을 시켜 김명환 부회장의 이사 재선임을 저지하려 했던 사건의 연장선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당시 김 회장의 대리인은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에 실패했고, 김 회장은 회사를 상대로 주총결의 무효소송을 제기, 아직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김 회장의 가족 등은 김명환 부회장이 김 회장 투병기간을 틈타 경영권을 거머쥐려 한다며 대립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김명환 부회장과 오양수산 임직원들은 '가족들이 지난 5월 김성수 회장의 보유 지분을 금융권에 신탁하는 등 경영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금융권에 신탁된 김성수 회장 보유 지분 30%로 인해 지난 1986년 미국에 합작투자 방식으로 설립한 자회사 '아스틱스톰'의 조업권이 상실될 위기에 몰려있다는 것.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의 가족 등이 경영권을 흔들어 회사를 매각하려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대주주 일가의 분쟁으로 오양수산의 경영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고, 그만큼 주주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오양수산은 지난해 1백14억원 적자에 허덕였고, 최근 주가는 지난 5월 1만1천원대를 간신히 유지하다 8월 4일 현재, 1만2백원까지 떨어졌다.
 
대림·동아제약 지분 다툼 심화
 
재계 순위 20위권의 대림그룹도 '숙질'간 지분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대림그룹 관계사인 대림통상 경영권을 둘러싼 삼촌과 조카간의 갈등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것. 고 이재준 대림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이재우 대림통상 회장과 차남인 이부용 전 대림산업 부회장이 지분 다툼의 장본인이다.
 
지난 1999년 외부세력의 적대적 m&a 위기에서 삼촌을 돕겠다는 명분으로 지분 매입을 결정했던 조카가 돌연 경영권 참여를 선언하면서 대립은 시작됐다.
 
당시 외부세력에 의한 m&a 위협에 이부용 전 부회장은 대림통상의 '백기사'를 자처하면서 장내에서 25%의 대림통상 지분을 취득했다. 하지만 이후 이부용 전 부회장은 계속 지분 매입을 시도하며 경영권 참여를 선언했다.
 
이재우 회장 역시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지분을 꾸준히 늘렸다. 급기야 올해 초 주주총회 행사장에서 난투극까지 벌어지는 등 극단적인 충돌이 빚어졌고, 지분 다툼은 법정 공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재계 대표 강신호 전경련 회장을 배출한 동아제약 역시 부자간 지분 경쟁이 계속되면서 경영권 승계구도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강신호 회장과 지난 2004년 한차례 지분 경쟁을 벌인 바 있는 차남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가 최근 또다시 동아제약 지분을 늘리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강문석 대표(3.73%)는 수석무역(1.67%) 보유지분을 합해 이미 동아제약 최대주주인 강신호 회장의 지분율(5.2%)을 넘어섰다. 이에 동아제약도 자사주 20만주 매입을 추진하면서 지분 늘리기에 나선 상황이다.
 
강신호 회장 부자 모두 지분 경쟁이 부자간 갈등이나 경영권 승계와 연관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해명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이미 지난 2004년 동아제약 부회장으로 근무하던 강문석 대표가 돌연 유학길에 오른 일을 두고, 현재 동아제약 전무인 4남 강정석과의 주도권 싸움에 밀렸다는 얘기부터, 강 대표가 경영권을 넘보다 아버지의 노여움을 사 쫓겨났다는 얘기까지 무수한 뒷말을 낳고 있다.
 
업계에선 이에 따라 최근 진행되고 있는 강신호 회장 부부의 '황혼 이혼' 소송을 정점으로 동아제약 경영권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강신호 회장의 부인인 박 아무개 여사가 위자료 명목으로 청구한 재산분할에 따른 지분을 자신의 친자인 강문석 대표에게 넘겨줄 경우, 강신호 회장의 입지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부터 이어져온 경영권 분쟁사
 
한편, '친족간 경영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는 것은 국내 굴지 그룹사들도 마찬가지다.
 
기사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두산그룹은 최근 1백년 전통의 '가족경영'이 일순간 무너져 내리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박용성-박용만 회장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그룹 전반은 물론 오너일가의 도덕성 마저 치명타를 입은 까닭이다. '경영 일선 동반 퇴진'이라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여전히 이들의 앙금은 가시지 않고 있다.
 
현대그룹 역시 지난 2000년 '왕자의 난' 이후 '시숙의 난'을 거쳐 최근 고 정몽헌 회장의 바통을 이어 받은 현정은 회장과 정몽준 회장의 이른바 '시동생의 난'까지 친족간 경영권 분쟁은 끝을 알 수 없게 흐르고 있다.
 
더구나 이번 시동생의 난은 범 현대가의 적통 논란을 가열시키면서 장기화될 전망이어서 재계 호사가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두 거대그룹의 친족간 경영권 분쟁이 재계 전반에 핫이슈로 부상했지만, 사실 이 같은 친족간 경영권 분쟁은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재계순위 1위인 삼성그룹도 한때 창업주 이병철 회장에서 3남인 이건희 회장으로 경영승계가 이루어지면서 장자인 이맹희 회장과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바 있다. 이맹희 회장은 자서전까지 펴내면서 삼성의 치부를 낱낱이 세상에 공개해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기도 했다.
 
또 롯데그룹 역시 신격호 회장과 동생인 신준호 회장 간 분쟁의 회오리를 몰고 오기도 했다. 서울 양평동 소재 롯데제과 부지 37만평의 소유권을 놓고서다. 형제간 갈등은 외형적 손실 이외에도 서로에게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남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화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창업주인 김종휘 회장이 타계하면서 김승연 회장과 동생인 김호연 빙그레 회장 간 재산권 분할 소송이 제기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 같은 친족간 경영권 분쟁은 때때로 '혈육'을 '남남'으로 돌려놓기도 하고, 분쟁의 소용돌이에서 기업 전반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증권가 관계자는 "대주주 일가가 경영권을 놓고 집안싸움을 벌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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