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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존영(尊影)과 조지 오웰의 더 평등한 동물들?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그러나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정인봉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6/03/30 [09:23]
▲ 정인봉     ©브레이크뉴스

요즈음 새누리당이 하는 일들을 보면 정말이지 세계기록을 향하여 줄달음치는 집단이 아닌가 하고 생각될 정도이다. 신기록을 창조하는 창조경제에 앞서는 것 같기도 하다.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공천결정을 후보 등록 전날까지 하지 못해서 23시 경에 탈당하도록 하더니 억울하게 공천에서 탈락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한 사람의 사무실에 있는 대통령의 존영을 반환하라고 요구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그저 지나치는 말로 그랬던 것이 아니라 공문으로 발송하였다는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새누리당의 대구시당은 지난 28일 류성걸(동구갑), 유승민(동구을), 권은희(북구갑), 주호영(수성을) 의원 등의 선거사무소에 '2013년 6월 새누리당에서 당 소속 국회의원 사무실에 배부해 드린 대통령 존영을 29일까지 반납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사례는 세계의 정당 사상 처음 있는 사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선 대통령의 사진을 사무실에 걸고 안 걸고는 관공서를 빼 놓고는 각자의 자유에 속하는 영역이다. 그걸 가지고 사진을 떼어라 마라 하고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일인 것이다. 대통령의 사진이 무슨 절대자의 사진이 아닌 이상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를 위해서 일하겠다는 사람이 사무실에 사진을 걸어 놓는 것을 뭐라고 할 사람은 없는 것이다.

 

아마도 새누리당의 대구시당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충성을 바치다 보면 이번 선거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을 좋아하는 대구 사람들의 지지를 모을 수 있다고 계산한 것이 아닐까?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묘수를 내었다고 생각하고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은 묘수가 아니라 꼼수 내지 개떡수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혼자서만 총선거에도 도움이 되고 대통령에 대한 불같은 충성을 보일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게 과연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 그게 과연 새누리당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 몇일 전까지 선배님, 선배님 하면서 따르고 같이 박근혜를 외치고 같이 대통령 선거운동을 하던 사람이 몇 일 사이에 표변해서 “당신은 탈당했으면서 왜 대통령의 사진(그 사진을 높여서 부르면 존영이라는 말이 되는 모양이다.)을 사무실에 붙여 놓고 있느냐면서 따지고 있으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어떤 이는 짐승들도 이렇지는 않다고 한탄한다.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서 허덕이고 있는데, 청년들은 실업문제로 늪에 빠져 있고 백성들은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데  너희들 탈당한 얼라들이 감히 우리의 대통령 사진을 걸어 놓다니.... 절대로 걸어서는 안된다 식으로 몰아세우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개판이라고 할 수밖에는 없다. 개가 웃을지도 모르는 판이다. 아마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주호영, 류성걸, 권은희 의원이 만만치 않은 힘을 보여주고 있어서 당황한 끝에 대구시당의 진박들이 모여서 궁리하여 내 놓은 결론인 것 같기는 하다. 그러니 대구시당의 공문으로 대통령의 존영을 반환하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던 것 같다.

 

국민들이 생각할 때, 대구나 대한민국에 산처럼 쌓인 문제를 놓아 두고 대통령의 사진을 돌려 달라고 공문을 발송한 새누리당의 대구시 지부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럽지 않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저렇게 박근혜 대통령을 욕보이는 자들이 박 대통령을 에워싸고 있으니 뭐 일이 제대로 되겠느냐면서 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이다. 어떤 이는 대놓고 “왜 유승민이라면 잡아먹지 못해서 난리를 치냐?”고 하면서 “새누리당이라면 진저리가 난다, 경상도 말로는 몸서리가 쳐진다” 라고 한탄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여론이 나빠지자, 새누리당의 중앙 지도부가 나서기는 하였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김무성 대표는 첫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국민을 실망시키고 계파 갈등으로 비칠 수 있는 언행이 없도록 각별하게 주의해 달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특히 권성동 본부장은 "개인적으로 존경해 사진을 붙여놓은 것을 떼라 붙여라 하는 건 잘못된 것 아니냐"고 말했으며 이는 사실상 박 대통령 존영 반납 요구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진박이라는 조원진(재선‧대구 달서병) 의원은 한 나절도 지나지 않아 대구 동을의 진박(眞朴‧진실한 친박) 후보를 사실상 낙천시킨 김 대표의 ‘무(無)공천’ 결정을 비판했다.  조 의원은 같은 날 오후 1시에 열린 대구 선대위 발대식에서 “이번 공천에서 대구의 자존심을 밟아버린 사람이 있다”며 김 대표에게까지 매섭게 날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심지어 조원진 의원은 “우리 당의 높은 사람이라서 이야기는 안 하겠다”며 사실상 김 대표를 겨냥했고, “저는 이재만 후보를 새누리당 후보로 인정한다”고도 하였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최고위의 결정도 TK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재만 후보의 공천을 무공천으로  되돌린 주역이 김 대표이기 때문에 김무성 대표를 정면으로 치받는 것과 같다. 방자하기 짝이 없는 태도이다.

 

코메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구시당은 박 대통령 사진이 담긴 액자가 당비로 구입한 물건이라며 “개인이 소유할 수 없다”고 대구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였는데 대구시의 선관위는 어이없는 이같은 이의에 대해서 “정당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선관위가 다룰 내용이 아니다”라고 판단하면서 이를 기각했다. 대구시의 선관위 관계자는 “액자 미(未)반납이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것인지 검토해봤으나 적용할 규정이 없다”며 “액자 소유권 등은 다른 법률로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건 새누리당의 대구시 지부의 문제가 아니다. 새누리당의 정신상태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그저 박근혜 대통령의 치맛자락만 붙들고 늘어지면 당선이 틀림없다는 생각, 그런 생각을 가진 후보자를 눈 딱 감고 의원으로 뽑아준 TK(대구 경북) 주민 모두의 치욕이다.

 

요즈음 읽고 있는 책 가운데 조지 오웰 (GEORGE ORWELL) 이 지은 “동물농장”에 이런 문구가 있다. 새누리당의 대구시 지부에 들려주고 싶은 구절이다.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ALL ANIMALS ARE EQUAL. BUT SOME ANIMALS ARE MORE EQUAL THAN OTHERS.)"
inbong1953@hanmail.net


*필자/정인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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