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도쿄올림픽 '국민 스타' 압도적 1위... '여자배구 신드롬' 이유

[심층분석] 국민 여론조사, 배구·양궁 1~2위... '올림픽 패러다임' 변화

김영국 기자 | 기사입력 2021/08/16 [16:30]

▲ 김연경 선수, 2020 도쿄 올림픽 경기 (2021.8.2)     ©국제배구연맹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는 국민들이 이번 도쿄 올림픽을 어떻게 바라봤는 지가 잘 드러났다. 국민들은 도쿄 올림픽 최고 스타로 '배구 여제' 김연경 선수와 여자배구 대표팀를 꼽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2021년 도쿄 올림픽 폐막일(8월 8일) 직후인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상대로 국민 인식을 조사한 결과다. 

 

국민들은 '도쿄 올림픽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종목'을 묻는 질문에 압도적으로 '배구'를 꼽았다. 2개 종목까지 자유응답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배구라고 응답한 국민이 무려 68%에 달했다. 

 

이는 2016년 리우 올림픽 직후 같은 질문에 배구 종목이 받은 응답률 20%의 3배가 넘는 수치다. 관심도 증가 폭이 전 종목 중 단연 1위였다.

 

2위는 양궁(44%), 3위 펜싱(9%), 4위 야구(8%), 5위는 축구와 높이뛰기(이상 7%)가 차지했다. 이어 수영(6%), 체조(5%), 탁구, 근대5종, 육상(이상 3%), 클라이밍(2%) 순으로 나타났다.

 

도쿄 올림픽 개회 직전의 조사에서는 관심 종목 상위 10위가 축구(40%), 야구(20%), 양궁(16%), 배구(7%), 육상, 수영, 태권도(이상 4%), 사격(3%), 펜싱, 유도(이상 2%) 순이었다.

 

여자배구는 이번 도쿄 올림픽 TV 시청률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지난 6일 열린 여자배구 준결승 한국-브라질 경기는 지상파 3사 합계 시청률이 38.1%에 달했다. 이는 도쿄 올림픽 한국 대표팀 전체 경기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2위는 7월 25일 펼쳐진 축구 한국-온두라스 경기로 지상파 3사 합계 시청률 33%를 기록했다.

 

도쿄 올림픽 전과 후 '대격변'... 신흥 '국민 스타' 탄생

 

▲ 한국갤럽, 2020 도쿄 올림픽 국민 인식 여론조사 결과 (2021.8.13)     ©한국갤럽

 

 

또한, 이번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한국 대표팀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한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인 김연경(33세) 선수를 압도적 1위로 응답했다. 

 

김연경이라고 응답한 국민이 무려 63%에 달했다. 특히 20대 여성층에서 75%, 30대 여성층에서 82%라는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 남성층에서도 전 연령에 걸쳐 60%가 넘는 지지를 받았다.

 

2위는 안산(20세) 선수가 35%의 지지를 얻었다. 안산도 빼놓을 수 없는 도쿄 올림픽의 최고 스타다. 그는 '한국 선수 중 하계 올림픽 사상 최초 3관왕'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안산을 필두로 한 여자 양궁은 단체전에서 올림픽 9연패라는 대기록까지 달성했다.

 

3위는 김제덕(양궁 2관왕) 13%, 4위 우상혁(높이뛰기 4위) 11%, 5위 황선우(수영 결승 진출) 7%로 나타났다. 이어 6위 여서정(여자 도마 동메달) 6%, 7위는 전웅태(근대5종 한국 첫 동메달)와 신유빈(탁구 신동)이 똑같이 3%의 지지를 얻었다. 

 

9위는 신재환(남자 도마 금메달) 2%, 10위는 우하람(다이빙 4위)과 서채현(스포츠클라이밍 결선 진출)이 나란히 1.2%로 뒤를 이었다. 오상욱·구본길·김정환·김준호로 구성된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도 단체전 금메달을 따내며,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현재 '펜싱 F4'로 불리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김연경 인기 '국민 영웅'급... 세계 최고 실력-리더십 '열광'

 

올림픽 전에도 슈퍼 스타였던 김연경은 도쿄 올림픽 이후 최고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인기도 '국민 영웅'급으로 폭등했다. 그는 '역대 최약체 대표팀'이라는 평가를 받은 여자배구 대표팀을 이끌고,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4강 신화'를 달성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특히 대표팀 캡틴(주장)으로서 보여준 탁월한 리더십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 재벌그룹 회장, 톱스타 연예인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찬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연경은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배구 전체 선수 중에서 득점 부문 2위, 공격종합 부문 2위를 기록했다. 수비 부문에서도 디그 2위, 리시브 9위를 달성했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총 출동한 올림픽에서 공격과 수비 모든 면에서 이런 대기록을 작성한 선수는 김연경이 유일하다. 또한 김연경은 올림픽 배구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에서 4번이나 한 경기 30득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로 등극했다.

 

김연경은 현재 한국 나이로 34살이다. 나이로만 따지면, 지금 은퇴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여전히 '세계 최고 완성형 공격수'라는 사실만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배구계 일각에선 '김연경이 전성기에서 내려왔다'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이는 결국 '편협한 착각'에 불과했다. 전 세계 레프트 선수 누구도 현재 김연경의 완성형 기량과 기록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뿐이 아니다. 매 순간 동료 선수들의 사기와 경기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리더십,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책임감과 투혼 또한 세계 최고였다. 

 

김연경은 마치 영웅 신화를 현실에서 구현한 '만화 같은 캐릭터'로 전 세계에 큰 감동을 안겨 주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대한민국배구협회에 "김연경 선수의 유니폼(10번)을 스위스 로잔에 있는 올림픽 박물관에 전시하겠다"고 요청하고, 우리 국민들이 '김연경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로 열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김연경은 현재 방송가와 CF 광고계에서 섭외 0순위가 됐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16일 발표한 국내 스타들의 8월 '브랜드 평판 지수' 순위에서도 김연경은 방탄소년단(BTS)에 이어 2위로 급부상했다. 3위는 임영웅, 4위는 블랙핑크, 5위는 손흥민이었다. 

 

도쿄 올림픽 맹활약으로 팬들이 우려했던 김연경의 무릎과 몸 상태는 최근 정밀진단 결과 다행히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화보다 더 영화' 여자배구... 투혼·원팀·리더십 '시대 아이콘' 

 

▲ 여자배구 대표팀, 2020 도쿄 올림픽 터키 꺾고 '4강 진출' 쾌거 (2021.8.4)     ©국제배구연맹

 

이번 도쿄 올림픽의 가장 큰 특징은 여자배구, 양궁, 펜싱이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인 야구와 국가대표팀 최고 인기 종목인 축구를 제치고 '국민적 관심도'에서 1~3위를 휩쓸었다는 점이다. 또한 평소 관심을 받기 어려웠던 종목의 선수들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신흥 스포츠 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국민적 흥미와 관심도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여자배구 대표팀은 어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감동 드라마'를 썼다. 

 

사실 여자배구는 도쿄 올림픽 개막 직전까지만 해도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와 함께 8강 진출도 어렵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기존 맴버 구성에서 뜻하지 않은 문제들이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핵심 멤버 7명 중 주전 레프트 공격수와 세터를 맡았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는 학폭 사태로 재발탁 자체가 불가능했다. 주전 리베로였던 김해란도 출산 문제 등으로 제외됐다. 김연경, 김희진, 김수지, 염혜선 등 다른 주전 멤버들도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있어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그 여파로 도쿄 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두고 지난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2021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 대회에서 한국 여자배구는 16개 참가국 중 15위(3승 12패)를 기록했다. 올림픽 준비 격인 국제대회에서 최하위권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이번 도쿄 올림픽 본선에서 맞붙은 도미니카, 일본에게는 세트 스코어 0-3, 터키에게는 1-3으로 완패를 당했다. 

 

올림픽 개막 전까지 세계랭킹 순위도 터키 4위, 일본 5위, 도미니카 7위로 14위인 한국보다 월등히 높았다. 모든 객관적인 조건에서 한국은 A조 예선에서 케냐 1개국을 빼고, 나머지 팀들에게는 전패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더 많았다. 때문에 배구계에서는 올림픽 이후 국민적 실망감으로 여자배구의 인기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여자배구 대표팀은 리더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원팀'의 투혼을 발휘했다. 그리고 세계적인 강호 3팀을 모두 5세트까지 몰고가서 기어코 승리를 따내는 기적을 일으켰다. 결국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이어 9년 만에 또다시 '올림픽 4강 신화'를 만들어냈다. 

 

이번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12개 출전국 중 아시아 팀은 중국, 일본, 한국이었다. 그러나 중국(세계랭킹 3위)과 일본은 8강 진출도 못하고 예선 리그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반면,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8강과 4강까지 진출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이 또한 올림픽 참가국이 12개 팀으로 늘어난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최초 기록이다.

 

국민들은 4강 진출 자체도 놀랍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의 투혼에 뜨거운 감동과 박수를 보냈다. 아울러 '배구계 히딩크'가 돼버린 세계적 명장 라바리니(42세) 감독을 비롯한 외국인 코칭스태프의 탁월한 전략과 선수 육성 능력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배구 역사상 최초로 대표팀 주요 코칭스태프 전원을 외국인으로 꾸린 대한민국배구협회의 용단이 빛을 발한 순간이기도 했다.

 

한편, 이번 도쿄 올림픽을 통해 한국 스포츠의 관전 문화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점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국민들은 과거와 달리 금메달 획득 또는 축구·야구 등 기존 인기 종목의 성적에만 집착하지 않았다. 메달 획득과 상관없이 불꽃 투혼으로 최선을 다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과정, 그 자체에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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