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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자 시인의 『땅 한 평 없어도 나는 농부다』

강민숙 작가 | 기사입력 2021/03/31 [22:03]

류자 시인에게 붙는 수식은 시인 말고 수필가, 도시농부, 도시양봉가, 영어학원 원장, 기자 등 다양하다. 이런 독특한 이력으로 한국문학예술 수필 신인상을 수상했고, 지필문학 시 신인상, J's English 영어학원 원장 등을 지냈다.

 

류자의 시 땅 한 평 없어도 나는 농부다는 시집의 제목이자 시의 소재이며 주제다. 이 시집에서 도시인들에게 도시에서도 농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개간되지 않은 땅 옆으로 졸졸 실개천이 흐른다. 낯 선 땅에서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을 맞닥뜨린 머리 희끗희끗한 할머니는 "미나리가 잘 자라겠다."라며 그곳에 미나리 뿌리를 심는다. 요즘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 "미나리"의 한 장면에 상상이 덧입혀지며 그려지는 모습이다. 그래서 류자 시인의 시집 땅 한 평 없어도 나는 농부다에서는 그런 미나리의 향이 물씬 풍긴다. 농부가 되고 싶었으나, 농부가 되지 못한 도시 아낙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시집이 되었다.

 

세상에, 땅 한 평도 없이 어찌 농사를 지을 수 있겠는가! 시인은 남의 땅을 빌려 작은 텃밭을 일구기도 하고, 이마저 여의치 않을 땐 아파트 10층 베란다에 플라스틱 상자를 들여놓고 채소들을 가꾼다. 이름 하여 도시 농부다.

 

제법 붉은빛이 감도는 딸기, 흙 속을 파고들던 감자, 푸르게 자라던 시금치, 짬짬이 식탁을 채워주던 상추. 광합성이 부족해도 힘껏 자라주던 푸성귀들을 보면서 행복했던 순간, 순간들을 시어로 포착해 내고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 손을 잡고 가던 시골 외갓집, 꼬불꼬불 차도 다닐 수 없는 논과 밭둑을 지나고 냇물을 건너가면 반겨주시던 할머니. 할머니와 농사, 시골이란 단어는 마치 동의어처럼 향수를 자아낸다. 이뿐인가? 주렁주렁 꼬투리 익어가는 콩이 만들어내던 울타리, 우물에 걸린 이 빠진 나무 두레박, 작가의 말을 통해 시인은 유년의 기억을 더듬어 농사랄 것도 없는 농사를 지으며 농부라는 이름으로 마음의 위로와 위안을 삼으며 그때의 외할머니보다 더 나이가 들어가는 노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사노라면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는 그리움 하나 있게 마련이고, 그것이 혹 류자 시인처럼 땅 한 평 없어도 농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준다.

 

류자(시인, 수필가, 도시농부, 도시양봉가) : ) J's English 영어학원 원장, ) 인터넷 '강서뉴스' 총무기자 / ) 구정신문 '강서까치뉴스' 명예기자. 한국문학예술 수필 신인상, 지필문학 시 신인상, 강서문학 본상, 시와 수필집 치매도 시가 되는 여자, 동인문집 꽃들의 붉은 말, 공저 7인 엄마의 병영 일기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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