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권영분 시인의 '끈'

강민숙 작가 | 기사입력 2021/03/27 [02:52]

어릴 적

우리 집에는 우물이 있었습니다

그 우물물을 길어 올리는

두레박에는 끈이 길게 매달려 있었습니다

결혼을 하고보니

남편이 든든한 끈이 되었고

아이들을 낳고 키우다보니

아이들이 또 끈이 되어 주었습니다

물을 길어 올리는 두레박처럼

우리 부부는

자식들의 끈으로 단단히 묶여서

퍼내고 퍼내어도

샘솟는 우물 같은사랑이 되었습니다

두레박에게는 끈이 필요 하고

끈도 두레박이 있어야

하나가 되 듯

우리 모두는

서로가 서로의 두레박이 되고

끈이 되어

사랑의 물을 퍼 올립니다.

 

<해설>

 

인생길을 가다보면 그 길이, 그 길 같아도 다 다릅니다. 가파른 오르막이 있는가하면 내리막이 있습니다. 누구나 지금 가고 있는 길이 힘겹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고, 또 누군가와 고통을 나누고 싶어 합니다.

 

이 시를 읽다보니 처음부터 와 닿는 것이 우물물을 길어 올리는/두레박 끈이군요. 그리고 이 끈은 관계를 형성하는 인연의 끈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이 인연의 끈은 편안해 보입니다. “결혼을 하고보니/남편이 든든한 끈이 되었고/아이들을 낳고 키우다보니/아이들이 또 끈이 되어 주었다고 하니까요.

 

한발 더 나아가 물을 길어 올리는 두레박처럼/우리 부부는/자식들의 끈으로 단단히 묶여서/퍼내고 퍼내어도/샘솟는 우물 같은 사랑이 되었습니다라고 하여 남편과 자식에 대한 인연이 마르지 않는 우물물 같은 사랑이라고 합니다.

 

혼자보다는 둘이 좋아서 결혼을 했고, 행복해지고 싶어서 자녀를 낳고, 그렇게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어깨를 내어주면서 먼 인생길을 걸어갑니다. 끈이 맺어준 인연으로 두레박에 사랑과 물을 담아 길어 올리면서요. 우리는 지금 서로가 서로에게 끈이 되었기 때문에 인생의 자갈길도, 언덕길도, 꽃길처럼 생각하면서 함께 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문득, 가까이 있는 가족이 가장 소중한 끈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리고 사랑의 우물을 퍼 올리는 것도 힘을 합칠 때 한결 쉽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 시는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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