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제멋대로 의정, 부끄럽지도 않은가?

경북 포항시의회가 후반기에 들어서자마자 원(院)구성으로 몸살을 앓아

손경찬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0/09/16 [16:05]

지역의 지방의회가 후반기 의장단과 위원장을 새로이 선출하고 후반기 의정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말들이 많았다. 경북 포항시의회가 후반기에 들어서자마자 원(院)구성으로 몸살을 앓았고, 최근 상주시의회에서는 의장불신임 의결이 기화가 돼서 법정 문제로 까지 번지는 사단이 발생하기도 했다. 

 

주민에게 보기 부끄러운 이러한 일들은 정당에 소속된 의원들의 직위 등과 관련된 내용인바,  쉽게 이야기하자면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 밥그릇싸움이라 할 수 있다. 포항시의회는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또 상주시는 의장 자리를 놓고 국민의힘 대 민주당, 또 같은당 내부문제로 분쟁과 갈등을 일으켰으니 지역주민을 보기에도 민망한 지방의회가 아닐 수 없다. 

 

▲포항시의회 본회의장 모습.     ©브레이크뉴스

 

경북도 내에서 시세와 규모가 가장 큰 포항시 의회의 의원수는 모두 32명이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이 19명, 더불어민주당이 10명, 무소속의원이 3명이다. 굳이 세(勢)로 따지자면 국민의힘과 민주당․무소속이 6 데 4이다. 그래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에서 40% 정도는 민주당․무소속에게 배분돼야한다며 강하게 밀어부쳤던 것이니 속셈은 딴 데 있다.  

 

국민의힘이 수적 우세를 내세워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가져가자, 민주당에서는 느닷없이 지방자치법 제55조 제1항에 명시된 의장불신임안을 제출했다. 의장 불신임 발의사유는 시의원들의 상임위 배정과정에서 의장이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한 의장의 직무를 제대로 행하지 않았다는 것사유다.

 

설령 민주당 소속 지방의원들의 발의해 절차에 따라 본회의에 상정된다고 하더라도 수적 열세로 의장 불신임안이 통과되지 않는 것을 뻔히 아는 지라 제출된 의안을 철회했고, 그 대신 실리전략을 택했다. 그것을 빌미로 포항시의회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자리 3개를 차지했으니 의장불신임을 공격 무기로 사용해 민주당이 선방했다는 말이 시민들 사이에서 나돌기도 했다.  

 

이와 같이 지방의회 의정처리 과정에서 정당간 갈등이 증폭되거나 같은당 내에서도 의원간 각기 입장에 따라 ‘의장불신임 건’이 전국 지방의회에서 곧잘 등장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대구동구의회에서 의장불신임이 의결되자 해임당한 의장이 소송을 걸어 그 직을 되찾은 사례가 있고, 경남도에서도 의장불신임 건으로 인해 도정과 의정이 함께 뒤숭숭한 상태다.   

 

지방자치법 제55조 제1항을 보면 ‘지방의회의 의장이나 부의장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하면 지방의회는 불신임을 의결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지방의회의 의장이 법적으로 잘못하면 그에 맞게 제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근거법을 기화로 법에 맞지도 않는 내용으로 의장불신임을 내는 등으로 폐해가 따른다는데 있다.    

 

최근 상주시의회에서 의장불신임이 가결돼 의장이 해임됐다. 그런데 불신임사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어서 군의원과 도의원을 경험한 필자는 관심을 갖고 자초지종을 살펴보았다. 네 가지 불신임 발의사유 가운데 첫째가 ‘의장이 바르지 못한 행동으로 의회의 위상과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것이며, 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두루뭉술하게 헐뜯기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와 세번째 발의 사유는 지방자치법상의 불신임사유에 전혀 맞지 않는 내용인즉, 전반기 의장 선거와 후반기 의장선거에서 당론을 무시하고 정당내 의장 내정자가 있었음에도 따로 나가서 당선됐다는 게 사유였다. 기가 찰 노릇이다. 설령 정당내에서 그렇게 정했더라도 그것이 지방자치법상에서 의장을 불신임할 수 있는 사유는 되지 않음이 분명함에도 상주시의회에서는 거리낌 없이 이를 강행한 것이다.

 

그러면서 의안처리과정에서 표결하기 전에 당사자에게 소명기회를 줘야함에도 불신임 대상자가 신상발언을 신청한 상태지만 끝내 주지도 않았다. 또한 상주시의회 회의규칙상 질의와 토론을 거쳐야 함에도 그 절차마저 생략하고 표결에 붙여 불신임안 가결로 의장을 해임시켰던 것이다. 그 내용들이 그날 의회 회의록에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명백했다. 

 

 

▲ 상주시의회의 의장불신임건의 위법성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하는 정재현 의원.     ©브레이크뉴스

 

발의 내용이 법령에 맞지 않고 처리절차과정에서 질의토론을 생략하여 절차적 위법성이 있으니 불신임 의결로 그 직에서 해임된 전 의장이 상주시의회의 위법 행위에 대해 가만히 두고 보고만 있을 것인가. 상주시의회의 절차적 위법과 실체적 위법성에 대하여 설명서를 발표하고 그 위법성을 내세워 대구지방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은 당연지사로 보인다.

 

지방자치가 중앙정치를 닮아 정쟁일쑤고, 숫자를 앞세워 적당한 구실을 붙여 마치 인민재판식으로 몰아붙여 의장의 자리를 박탈하는 것은 반(反)의회적이다. 상주시의회에서 발생된 의장불신임 건은 주민편의와 지역발전에 힘써야할 기초의원들이 지방자치법에 반하면서 중앙정치의 폐습을 풀뿌리민주주의 현장에 옮기려는 처사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의회는 헌법기관이다. 그래서 위로는 헌법과 법률, 아래로는 자체적인 의회의 의사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의회를 운영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위법하면 안될 일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당간에 또는 의원간 문제를 의장 불신임안으로 끌고 가서 의정을 마비시키기도 하고 주민에게 혼란을 주는 것은 지방의회의 입장에서는 영낙없이 ‘누워서 침뱉기’ 하는 꼴이요, 지방의원 스스로가 능력이 없음을 자인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지방자치법 제55조제1항에서 정하는 바대로 의장과 부의장이 법령을 위반하고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면 제재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렇지만 해당되지도 않는 불신임 사유를 갖다 붙여 발의하고서는 의원의 표결권, 의회의 자율권을 앞세워 마치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두르는 것은 있어서는 안된다. 

 

▲ 손경찬     ©브레이크뉴스

그 과정에서 정당의 논리가 우선되고 지역구 국회의원의 입김이 들어가서는 지방자치가 온전히 될리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 현장인 지방자치에서 왜 정당이 깊숙이 간여하려고 하는가.

 

그러다보니 기초의회 무용론이 나오고,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배제하자는 국민여론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것이다. 

 

포항시의회에서 의장불신임을 흥정거리로 삼고 또 지난 8일 발생한 상주시의회의 의장불신임 과정에서 보인 기본적 절차마저 무시한 제멋대로 위법 의정은 기초의원과 도의원을 지낸 필자가 보기에도 분명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정말 시민들에게도 부끄러운 일이다. yejuson@hanmail.net  

 

*필자/손경찬

(사)한국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감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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