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익태 개인전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네이처 포엠 빌딩 Gallery WHO에서 8월 25일부터 9월 7일까지 개최된다. 아이쿠 세 번째 시리즈 전시인 Brush Dance는 한지를 이용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익태란 이름에는 전방위 예술가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독립영화 ‘아침과 저녁 사이’를 만든 영화감독이며 70년대 초 기발한 도전을 감행했던 전위해프닝 그룹 ‘제4집단’의 멤버이기도 했다.
1977년 도미한 그는 마음의 본향으로 여기고 있던 그림 작업에 본격적으로 전념하기 시작하여 뉴욕주 클라리마이너 화랑 국제전에 1등으로 입상한 것을 위시하여 수차례 국제전에 입상했다.
작가는 그림만 그리는 것에 머물지 않고 퍼포먼스 그룹(Theater1981)을 창단하여 소리와 비주얼에 역점을 둔 연극과 실험적 퍼포먼스를 펼쳤다. 광주의 비극을 주제로 한 ‘곡1(哭1983.LA)’, ‘곡3 (물의 죽음, LA, 1985)’ 와 ‘곡4(땅의 죽음 LA,1988)’, Walking into a blue space LA, 1990)’ 는 미술전문지 High Performance. Art Week. LA Times 등 메이저 지면에 비중 있게 다뤄졌다. 특히 KAL기 격추 사건으로 사망한 혼령을 추모하는 퍼포먼스 ‘sprit 265' 는 ABC 등 메이저 언론에서 톱뉴스로 다루기도 했다. LA 흑인폭동 1주기를 맞아 폭동현장에서 벌였던 대규모 설치미술과 퍼포먼스인 ‘볼케이노 아일랜드’ (Volcano Island)는 LA시 문화국으로부터 그랜트를 받아 올린 대규모 공연으로 NBC TV,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 후에도 ‘Hugging Angels’와 ‘The day of collage' 로 LA시 문화국으로부터 연속 그랜트를 수상했고, 캘리포니아의 대표적 표현주의 아티스트인 GRONK 와 설치, 퍼포먼스, 전시라는 새로운 형식의 이벤트를 갖기도 했다. 이익태의 퍼포먼스는 귀국 후에도 남북분단을 주제로 펼쳐졌다. 통일대교와 서강대교에서 거대한 얼음덩어리들을 쌓아놓고 한 ‘빙벽’ 시리즈 ‘아이스 월1(Ice wall 1)’과 ‘아이스 월2(Ice wall2)’ 등이 그것이다.
귀국 후 무주에 머물고 있는 작가는 먹그림을 통한 서체 개발과 한국적 하이쿠 작업을 그림과 병행하고 있다. 최근 서울로 이주한 작가는 시골 생활을 통해 만난 빛과 물을 작품 속에 녹여내는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그림을 그려 물로 씻어내고 햇빛에 말린 후 그 위에 다시 그림을 그리고 다시 씻어내고 구기는 작업을 반복하는 행위는 작품 속에서 빛과 물을 만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변화를 거듭하는 그의 최근 작품들은 언어를 통한 자연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퍼포먼스적인 작업 방식의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나는 오랜 동안 의미와 상징, 메시지라는 무거운 짐을 표현하려고 오랜 동안 낑낑 거렸다. 내 옆에 필름이 있으면 영화를 찍었고, 무대가 있을 땐 공연을 했고, 물감이 있을 땐 그림을 그렸고, 풀과 나무, 허공과 함께 있을 땐 짧은 시를 지었다”면서 “한국으로 돌아와 시골에 정착해 자연 속에 스며들면서 자연이나 사물의 형태를 묘사하는 일이 마음에서 멀어져 갔다. 형태나 의미, 상징을 포기하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캔버스의 벽과 같은 딱딱함과도 멀어졌다. 물을 자연스레 흡수하는 한지가 자연의 물성 그대로 나를 품었다. 실내 작업이 답답할 땐 마당에 한지를 펴놓고 물감을 뿌리고, 물로 씻고, 발로 밟고, 구기고, 편다. 빛과 색채, 물이 어우러져 춤춘다. 바람에 노란 은행잎과 솔잎이 한지 위로 흩어지고, 그 위로 벌과 나비 심지어 잠자리까지 날아든다. 바람과 물과 공기, 벌레와 나뭇잎이 벌이는 한바탕 잔치로 작업은 완성 된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는 동안 나는 없다. 한줄기 바람, 한 방울의 물, 한줄기 햇빛 속으로 사라진다. 그림을 그린다는 강박증에서 홀가분하게 벗어난다. 그리는 그림에서 스스로 그려지는 그림으로 나의 작업은 흘러가고 있다. 붓이 스스로 춤추는 모습은 자연 그대로다. 적적할 때면 주변의 자연을 소재로 먹그림을 그리거나 짧은 시(아이쿠)를 지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서문에서 “<빛 가루> 그림들은 이런 <그리기> 방식을 벗어나 아크릴 물감을 <뿌리고> <물을 흘려 섞는> 방식에서 탄생했다. 붓으로 그리는 대신 물감을 뿌리는 방식이라고 하면, 현대미술을 아는 이들은 누구나 잭슨 폴록이나 이브 클랭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익태의 그림은 세 가지 점에서 이들의 작업과 다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