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느 늦은 저녁 나는
-한강 시인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한강의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중에서-”
2024년 10월 10일 저녁 8시, 스웨덴 한림원 노벨위원회는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한국 한강 작가입니다.”라고 발표했다.
수상자 본인도 예상치 못한 일이였으니 모든 국민이 곱절로 놀라고 감격했다. 한강이 노벨상을 수상해서 대한민국은 오늘이 기쁜 날 좋은 날이 되었다. 드디어 한강이 해냈다. 우리가 해냈다. 일제 35년, 제주 4·3사건, 6·25전쟁,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거치면서 우리가 끝내 해냈다. 우리가 마침내 여기까지 왔다.
노벨위원회는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다루고, 강렬한 서정적이고 시적인 문체로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인간 내면을 탐구한 시적 산문이다. 그의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를 발표했다.
한강은 한 손에 시 또 한 손에 소설이란 양검을 쥐고 혜성처럼 나타나 세계 3대문학상 중의 하나인 맨부커상, 메디치상 등을 거머쥐고 마침내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하여 천하를 제패한 세계문단의 여제(女帝)가 되었다.
한림원이 발표한 수상작품은 그의 작품 전체가 대상이다. 특별히 언급한 그의 7작품은 『채식주의자』((2007), 『소년이 온다』(2014), 『작별하지 않는다』(2021), 『그대의 차가운 손』(2002), 『흰』(2016), 『회복하는 인간』(2013), 『희랍어 시간』(2011)이다.
기존의 소설이 이념 문제를 다루면서 억울함과 분노, 원망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리얼하게 표현하여 독자로 하여금 통쾌감을 주는 것이 대세였다. 그러나 한강의 소설은 인간의 내면의 성찰을 통하여 운동권적인 사고를 탈피하여 서정적이고 시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고통을 순화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문체이다. 소설을 서정적이고 섬세한 시의 형식으로 구사한 것이다. 이 점을 세계문학사의 ‘산문의 혁신’이라고 평가하였다.
한강은 1993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외 4편의 시를 발표하여 시단에 나왔다. 이듬해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었다.
본 글에서는 한강이 문단의 첫출발이 시에서 출발한 점과 그의 수상 이유가 ‘시적으로 쓰는 소설 문체’인 점을 들어서 그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의 첫 번째에 나온 「어느 늦은 저녁 나는」의 시를 살펴보겠다. 많은 시 가운데서 시집에 첫 머리를 장식하는 시이니 그의 대표시로 보아도 무리가 아니겠다.
이 시는 저녁 식사를 하는 장면을 묘사하면서 시작한다.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알았다” 시인은 밥에서 김이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무언가를 깨달았다. 보고 알았다. 선가(禪家)에서 ‘색성오도(色聲悟道)’란 말이 있다. 구도자가 감각기관인 눈으로 사물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듣고 어느 순간에 문득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이다. 영운(靈雲) 선사가 복숭아꽃을 보고 깨달음을 얻은 견도오도(見桃悟道)의 일화가 있다.
시인이 보고 안 것은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한 것이다. 밥에서 피어오르는 김처럼 우리의 삶의 모든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져 버린다는 무상(無常)에 대한 깨달음이다. 국가 원수도 채벌 총수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은 죽는다. 인생은 이렇게 덧없고 허망한 것이다.
『반야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다. 모든 사물과 현상은 인연 따라 잠시 모습을 이루었다가 인연이 다하고 소멸하고 마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여기에서 끝나면 인생은 염세적이고 허망하게 된다. 이것을 돌파하고 깨달음의 지혜로 사는 것이 참다운 삶이다. 시인은 이것을 두 줄로 결구하였다.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밥을 먹어야 기운을 얻고 살 수가 있다. 숟가락을 놓는 순간 인간은 생존할 수가 없다. 죽는다. 그래서 시인은 살기 위해서 “나는 밥을 먹었다” 너무나 평범한 진리를 실행하였다. 알고도 실천하지 않으면 황금보다 귀한 성인의 말씀도 화석처럼 관념화되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인생은 어떤 경우에도 견디며 살아남아야 삶이다. 생명체는 생존이 목적이다. 인간이 의미가 큰 가치가 있는 그 무엇을 위하여 존재한다고 하는 목적론적 인생관도 먼저 생명이 붙어서 살아 있어야 가능한 주장이다.
시인은 「어느 늦은 저녁 나는」의 시에서 저녁밥을 먹어야 내일 또 사랑하는 아들과 밥을 먹을 수 있음을 담백하게 밝히고 있다. 밥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이 시에서 밥은 진리(깨달음)를 상징하는 언어로서 담백한 맛과 일상성(日常性)을 나타내고 있다. 이 시는 종결구를 정태(定態)적인 명사보다는 “보고 있었다”, “알았다”, “먹었다” 등의 동사로 사용하여, 시인의 모습과 성품처럼 고요하고 잔잔한 시의 분위기에 역동적인 메시지를 뿜어내고 있다.
맹자는 “진리는 가까운 곳이 있다.”고 하였다. 한강의 시에서 특징은 시의 소재나 주제가 일상의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삶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나라 운문 선사는 부처나 조사를 능가하는 법문을 묻는 제자의 질문에 “호떡(胡餠)”이다고 대답했다. 배가 고픈 민초의 화두는 빵이다. ‘밥(호떡)’을 입에다 물려줘야 천하가 태평해진다. 하나님도 부처님도 일상생활인 먹고사는 ‘밥’을 떠나서는 존립할 수 없다. 마조대사는 “평상심이 도이다(平常心是道)”라고 설법했다. 인생은 지금 여기서 생각하고 말하는 것 외에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삶의 일상과 현장을 멀리 떠나서 진리를 찾는 것은 허공에다 황금궁전을 짓는 일이고, 개의 머리에서 뿔을 구하는 일이다. 시를 짓는 일도 그렇고, 종교의 구도 행위도 그렇다. 그래서 조사스님은 평상심과 일상사가 진리라고 설하였다.
한강 작가는 ‘아기 부처’(1999년 한국소설문학상 수상작품)이다. 5살에 어두운 방에서 홀로 명상하기를 즐겼다. 한승원 소설가가 아버지이다. “소설을 쓰는 일도 수도행위와 같다.”고 가르치는 방거사(740~808, 재가거사가 생불 조사의 반열에 오름)의 가정환경에서 단련된 솜씨이다. 필자는 한승원의 「하얀 연꽃」을 신문에 평론한 적이 있다. 두 부녀는 소설가이면서 시집을 낸 시인이다. ‘소설을 시처럼 쓰는 한강 소설의 문체’는 여기서 비롯되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기쁜 마음으로 「한강이 왔다」 시를 써 보았다.
[시] 「한강이 왔다」
-김형중 문학평론가
“소년이 죽었다
1980년 8월 18일 광주 충장로 아스팔트 위에서 공수부대 진압군의 곤봉에 맞아 머리통이 깨져 죽었다
오뉴월 개구리가 네 발을 쭉 뻗고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며 죽어갈 때 그 위에 붉은 꽃잎이 떨어졌다
어머니는 소년의 시신을 보듬고 미친 여자가 되어 울부짖었다
“오, 하늘이여 어찌 대명천지 백주대낮에 그것도 부처님 오신 날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아니다 거짓이다 꿈이다 용서하지 마라 용서하지 마라”
어머니는 아들을 차마 보내지 못하고 날마다 장례식을 치루다 끝내 아들을 따라 갔다
소년이 온다 한강이 왔다
2024년 10월 10일 저녁 8시 스웨덴 한림원 노벨위원회는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한국 한강 작가이다”라고 발표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꿈이 아니다 하늘이 우리 대한민국을 보우하심이다
소년과 어머니는 마침내 환생하여 우리 곁에 왔다
한강이 노오란 국화 향기를 품으며 50대 성숙한 여인이 되어 왔다
새로운 시대를 열 초인(超人)이 백마를 타고 왔다.” ililsihoil1026@hanmail.net
-*필자/김형중 문학평론가.
*아래는 위 기사를 '구글 번역'으로 번역한 영문 기사의 [전문]입니다. '구글번역'은 이해도 높이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문 번역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The following is [the full text] of the English article translated by 'Google Translate'. 'Google Translate' is working hard to improve understanding. It is assumed that there may be errors in the English translation.>
Nobel Prize in Literature-Poet Han Kang's 'Song of Enlightenment Gained from Everyday Life'
-Literary Critic Kim Hyung-joong
“[Poem] One late evening I
-Poet Han Kang
One late evening I
was watching the steam rising from the rice in the white air
I knew then
Something had passed forever
It is still
passing forever
I have to eat rice
I ate rice
From Han Kang's 'I Put Dinner in a Drawer'-”
On October 10, 2024, at 8:00 PM, the Nobel Committee of the Swedish Academy announced, "The 2024 Nobel Prize in Literature winner is Korean author Han Kang."
Since it was something the winner himself had not expected, all the people were doubly surprised and moved. Today is a happy day for the Republic of Korea because Han Kang won the Nobel Prize. Han Kang finally did it. We did it. After 35 years of Japanese colonial rule, the Jeju April 3 Incident, the Korean War, and the Gwangju May 18 Democratization Movement, we finally did it. We finally got here.
The Nobel Committee announced the reason for selecting the Nobel Prize in Literature, saying, “Han Kang’s works are poetic prose that deals with historical trauma and explores the human mind, revealing the fragility of human life with a strong lyrical and poetic style. With his poetic and experimental style, he became an innovator of modern prose.”
Han Kang appeared like a comet, holding a double sword of poetry in one hand and novels in the other, and won the Man Booker Prize, one of the world’s three major literary awards, and the Medici Prize, and finally the Nobel Prize in Literature, becoming the empress of the world’s literary world who conquered the world.
The award-winning works announced by the Academy of Korean Studies are all of her works. His seven works that are specifically mentioned are 『The Vegetarian』(2007), 『The Boy Comes』(2014), 『Not Farewell』(2021), 『Your Cold Hands』(2002), 『White』(2016), 『The Recovering Human』(2013), and 『Greek Time』(2011).
The trend in existing novels was to deal with ideological issues and directly and realistically express feelings of injustice, anger, and resentment, giving readers a sense of pleasure. However, Han Kang's novels are a new style of writing that purifies pain by expressing it lyrically and poetically, breaking away from activist thinking through introspection of the human mind. It uses novels in the form of lyrical and delicate poetry. This point was evaluated as an 'innovation in prose' in the history of world literature.
Han Kang debuted in the poetry world in 1993 by publishing four poems including "Winter of Seoul" in the winter issue of 『Literature and Society』. The following year, in the Seoul Shinmun The short story “Red Anchor” was selected for the New Year’s Literary Contest. In this article, I will examine the poem “One Late Evening I” from the first part of his poetry collection “I Put Dinner in a Drawer”, considering that Han Kang’s first step in the literary world was poetry and that the reason for his award was his “poetic novel writing style.” It is not an exaggeration to say that this poem, which is the first poem in the collection among many poems, is his representative poem. This poem begins by describing a scene of having dinner. “I was watching the steam rising from the rice in the white air.” And “I knew then.” The poet realized something when he saw the steam rising from the rice. I saw and knew. In Zen Buddhism, there is a saying called “color, sound, and enlightenment.” It means that a seeker sees things with his sense organs, the eyes, and hears sounds with his ears, and at some point, he suddenly attains enlightenment. This is what happened when Seon Master Yeong-un (靈雲) attained enlightenment after seeing peach blossoms. There is an anecdote about seeing the peach and awakening to the Way.
What the poet saw and realized was, “Something has passed away forever, and it is still passing away forever.” It is an awakening to the impermanence of everything in our lives, like the steam rising from rice. Both the head of state and the chief of the military aggregation cannot overcome the passage of time and eventually die. Life is so fleeting and vain.
It is “色卽是空 (色卽是空) 空卽是色 (色卽是色)” from the Heart Sutra. All things and phenomena take shape for a moment according to causes and conditions, and then disappear when causes and conditions run out. This is the law of nature.
If it ends here, life becomes cynical and vain. Breaking through this and living with the wisdom of enlightenment is the true life. The poet summarized this in two lines.
“I have to eat rice.
I ate rice.”
You have to eat rice to gain energy and live. The moment you put down your spoon, a human being cannot survive. He dies. So the poet practiced the very ordinary truth of “I ate rice” in order to live. If you know it but do not practice it, even the words of a saint, more precious than gold, become fossilized and useless.
Life is something you must endure and survive in any case. The purpose of living things is survival. The teleological view of life that humans exist for something of great value is also a claim that life must first be attached and alive.
In the poem “One Late Evening I,” the poet plainly reveals that he must eat dinner to be able to eat with his beloved son again tomorrow. Rice is a prerequisite for survival. In this poem, rice symbolizes truth (enlightenment) and shows plain taste and everyday life. This poem uses verbs such as “I saw,” “I knew,” and “I ate” rather than static nouns, and it exudes a dynamic message in the calm and gentle atmosphere of the poem, just like the poet’s appearance and personality.
Mencius said, “The truth is close by.” A characteristic of Han Kang’s poetry is that the subject matter and theme of the poems are about human life that occurs in everyday life.
When asked by a disciple who asked if there was a dharma that surpassed Buddha or the patriarchs, the Tang Dynasty’s Yunmun Zen Master answered, “Hotteok (胡餠).” The topic of conversation for hungry commoners is bread. The world will be peaceful only when ‘rice (Hotteok)’ is put in their mouths. Neither God nor Buddha can exist without ‘rice’, which is the daily life of eating and living. Master Majo preached, “The ordinary mind is the way (平常心是道).” Life is nothing special except what you think and say here and now. Seeking the truth by leaving the daily routine and the scene of life is like building a golden palace in the air, or like finding horns on a dog’s head. The same goes for writing poetry and religious pursuits. That’s why Monk Josa said that the ordinary mind and everyday life are the truth. Author Han Kang is “The Young Buddha” (1999 Korean Novel Literature Award winner). At the age of five, he enjoyed meditating alone in a dark room. His father is novelist Han Seung-won. His skills were honed in the family environment of Master Bang Geosa (740-808, a lay Buddhist monk who rose to the rank of a living Buddha monk), who taught that “writing novels is also like practicing asceticism.” I once reviewed Han Seung-won’s “White Lotus” in a newspaper. The two daughters are novelists and poets who have published poetry collections. “Han Kang’s novel writing style of writing novels like poetry” originated from here. To congratulate author Han Kang on winning the Nobel Prize in Literature, I wrote the poem “Han Kang Has Come” with a joyful heart. [Poem] "The Han River Has Come" - Literary critic Kim Hyung-joong
"The boy has died.
On August 18, 1980, on the asphalt of Chungjang-ro, Gwangju, he was hit by the baton of the airborne troops and died with his head broken.
When the frog in May and June stretched out its four legs and died shouting "Long Live the Republic of Korea," red flower petals fell on it.
The mother held the boy's body and cried like a mad woman.
"Oh, heavens, how could something like this happen in broad daylight on the day of Buddha's birth? This is not true. It is a lie. It is a dream. Do not forgive me. Do not forgive me."
The mother could not bear to send her son away, so she held a funeral every day and eventually followed him.
The boy has come. The Han River has come.
On October 10, 2024, at 8 p.m., the Nobel Committee of the Swedish Academy announced, "The winner of the 2024 Nobel Prize in Literature is Korean author Han Kang."
A miracle has happened. This is not a dream. The heavens have come to our Republic of Korea. It is a bow
The boy and his mother were finally reincarnated and came to us
Han River came as a mature woman in her 50s, carrying the scent of yellow chrysanthemums
A superman who opened a new era came riding a white horse.”
-*Author/Kim Hyung-joong, literary critic.
-Han River’s father, novelist Han Seung-won (left) and author (right. Kim Hyung-joong, literary crit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