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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갤러리 관장이 헤아린 파리올림픽 개막식(7)

- 비제의 카르멘에서 프랑스 국립도서관까지 -

이일영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4/08/11 [19:24]

▲ 파리국립도서관 오벌 룸(Oval Room) 전경 출처: 파리국립도서관 홈페이지  © 이일영 칼럼니스트

 

파리올림픽 개막식에서 평등(Equality)이라는 주제 속에 역사적인 시테섬 궁전 시계탑을 향하여 흐르는 배 위에서 프랑스 메조소프라노 마리나 비오티가 등장하였다. 그녀는 프랑스 음악가 조르주 비제(1838~1875)의 작품인 군인 돈 호세와 담배공장 집시 카르멘 그리고 투우사 에스카밀로의 삼각관계가 낳은 비극을 그린 오페라 카르멘의 노래 하바네라의 첫 가사 ‘사랑은 길들여지지 않은 새’를 불렀다.

 

인간다운 삶의 세계와 누구나 평등한 세상을 소망한 보통사람들의 체취가 흥건한 작품 카르멘은 1875년 오페라 코미크에서 초연되었을 때 이를 접한 유한 계층의 깊은 반감과 소외의 그림자가 길었다. 초연 3개월 후 37세의 짧은 삶을 마감한 비제는 이탈리아의 베르디와 독일의 바그너와 같은 당대의 바람 속에서도 자신의 음악을 추구한 천재였다.

 

비제의 대표작 카르멘의 음악적 특성은 파격적인 구성 인물의 변화하는 감정을 빛깔의 차이처럼 섬세하게 그려낸 점이다. 극의 대사와 음악을 매만진 절묘한 균형과 특히 각 악기의 개성을 복합적으로 헤아린 기량은 뛰어난 극적 표현의 바탕이었다. 

 

시대를 앞서간 천재 조르주 비제를 품지 못한 시대의 어둠을 일깨우듯 파리올림픽 개막식에서 그의 음악은 오래도록 센강을 흐르고 있었다. 

 

등장한 무대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이었다. 드넓은 국립도서관 공간 중 2016년 보수에 들어가 2022년 새롭게 개관한 장엄한 타원형 공간 오벌 룸(Oval Room)이었다. 이는 미국 대통령 관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의 계란형에서 유래된 명칭의 공간에 젊은 남녀 3명이 등장하였다.

 

그들은 이탈리아 태생으로 프랑스에서 공부 후 활동하는 여배우 리아 뤼스 뷔사토(Léa Luce Busato)와 프랑스 SF 드라마 오스모시스에 출연한 프랑스 청년 배우 유밍 헤이(Yuming Hey, 1993~) 그리고 인도양 프랑스 자치주 코모로 제도 태생의 청년 배우 엘란 벤 알리(Elan Ben Ali, 1993~)였다. 

 

도서관에서 백인 아가씨(리아 뤼스 뷔사토)와 흑인 청년(엘란 벤 알리)이 사랑스러운 감정의 시선을 교환하며 꺼내든 책들이 있었다. 나아가 이들을 지켜보며 여러 권의 책을 펴는 또 다른 청년(유밍 헤이)은 퀴어(성 소수자)의 연출로 이들의 감각적인 시선이 엮인 삼각관계와 이후 펼쳐진 관능적인 영상은 아파트의 문을 닫으며 은밀한 이야기를 감추었다. 이는 보편적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사랑과 사랑받는 방식에 대한 시대적 접근으로 비제의 대표작 카르멘의 연장을 통한 시대적 변화를 의미한다. 

 

▲ 2024년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오페라 가수 Marina Viotti 출처: AFP   © 이일영 칼럼니스트

 

펴든 책들을 통하여 시대의 감성과 예술로 승화된 이야기를 펼쳐냈다. 이를 정리하면 프랑스 상징파 시인 폴 베를렌(1844~1896)이 1974년에 발표한 시집 “말 없는 연가”는 감각적인 감성을 음악으로 건져 올린 섬세한 언어의 승화된 울림이다. 이는 가브리엘 포레의 연가곡 다섯 개의 베네치아 뱃노래 그리고 ‘다정한 노래’로 이어진 많은 가곡을 탄생시킨 바탕이었다. 

 

또한, 선구적인 인상주의 음악을 세운 클로드 드뷔시(1862~1918)의 1886년에 발표한 ‘잊혀진 노래’에 이어 1891년의 ‘우아한 축제 I’과 1904년의 ‘우아한 축제 II’를 탄생시킨 근원이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인상파 화가와 상징주의 시인의 승화된 결합이 이루어졌으며 프랑스 국민 음악인 샹송의 현대적 예술성을 담아낸 세르주 갱스부르의 천재성도 바로 폴 베를렌의 영향이었던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낸 것이다.

 

흑인 청년이 읽고 있던 책은 프랑스 낭만파 시인이며 극작가인 알프레드 드 뮈세(1810~1857)의 장편 산문극으로 작가 사후인 1861년 초연한 희곡집 ‘사랑은 장난으로 하지 마오’였다. 서로 사랑하는 두 남녀와 그들의 이기적인 사랑에 희생자가 된 한 여성의 이야기다. 작품은 사랑은 단순하게 개인적 감정이 아닌 이와 연결된 다양한 상황을 포함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낭만주의적 사랑과 염세주의적 현실이 교차한 시대의 감성을 관통한 작품이었다.

 

연이어 등장한 책은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며 생존 작가로는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에 작품을 올린 프랑스 여류작가 아니 에르노(1940~)의 1991년 발표 작품 “단순한 열정”이 등장하였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이 없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50세 작가와 연하인 38세 외국인 유부남의 사랑 이야기다. 자전적이지만, 개인의 열정이 아닌 이별과 외로움의 통증을 겪은 세상 사람들의 감성을 헤아렸다.  

 

이와 함께 2016년 콩쿠르상 수상 작가이며 2024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에 오른 모로코 태생의 프랑스 여류작가 레일라 슬리마니의 “섹스와 거짓말”이 등장하였다. 1991년 발표 작품으로 작가의 고향인 모로코 여인들의 금기 속에 욕망이 갇힌 내밀한 증언을 바탕으로 쓰인 작품이다.

 

영상에서 백인 청년(유밍 헤이)이 흑인 청년(엘란 벤 알리)에게 읽기를 권하는 듯 놓은 책이 있었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소설가 기드 모파상(1850~1893)이 1885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벨 아미”였다. 위선적인 권위에 쓰러진 소년의 비극을 통하여 시대의 그릇된 제도와 교육을 비판한 작품이다.

 

또한, 천재적인 감성을 스물셋 나이의 요절로 태워버린 프랑스 소설가 레몽 라디게(1903~1923)가 1923년에 발표한 제1차 세계대전의 격동 속에 조숙한 15살 소년과 전장에 남편을 보낸 젊은 여인의 사랑 이야기로 시대의 충격을 빚었던 “육체의 악마”가 소개되었다. 

 

나아가 프랑스 군인 작가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1741~1803)가 1782년에 발표한 프랑스대혁명 이전 문란한 귀족사회의 풍속을 서간체로 묘사한 심리소설 “위험한 관계”가 등장하였다. 이는 영상 속 3명의 젊은 남녀가 펼쳐가는 분방한 상황을 의미한 것이다.  

 

이와 함께 프랑스의 영광을 추구한 루이 14세의 열정적인 후원을 받았던 몰리에르(1622~1673)의 1670년에 발표된 희극 발레 ‘아름다운 연인들’이 소개되었다. 음악과 대사와 무용이 긴밀하게 녹아든 희극 발레의 창시자인 몰리에르의 선구적인 역사를 중시한 대목이다. 

 

▲ 2024년 파리 올림픽 개막식 파리국립도서관 오벌 룸 영상 책들 출처: KBS & Olympic presse  © 이일영 칼럼니스트

 

3명의 젊은이가 만나 의미심장한 미소를 남기고 도서관을 떠나간 자리에 덩그러니 놓인 책이 있었다. 프랑스 근대 소설의 선구자인 피에르 드 마리보(1688~1763)가 1732년에 발표한 산문 희극 ‘사랑의 승리’였다.

 

작품은 어느 젊은 청년에게 반한 공주가 그 청년이 왕권을 찬탈당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 권리를 찾아 주기 위한 사랑의 마음으로 남장 차림으로 주변에 잠입하여 벌어진 이야기다.    

 

덧붙이면 영상에 등장한 책들은 영상이 추구하는 주제와 맞닿은 내용의 책으로 프랑스 문학사와는 다른 주제이다.

 

이러한 맥락은 3명의 젊은이가 착용한 의상으로 확대되어 많은 의미를 품고 있다. 이들은 여러 원색의 화려한 천을 좌우 대칭의 마름모 모양으로 맞춘 옷을 착용하고 있다. 이는 피카소의 ‘아를캥과 그 가족’이라는 작품에서 등장하는 이탈리아 희극이 원조인 울긋불긋한 옷을 입은 익살꾼이거나 광대와 같은 캐릭터가 입는 아를캥 의상에 바탕을 둔 것으로 공연 영상이 전하는 메시지는 많은 의미를 품고 있다. artwww@naver.com

 

필자: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관장. 칼럼니스트. 시인.

 

*아래는 위 기사를 '구글 번역'으로 번역한 영문 기사의 [전문]입니다. '구글번역'은 이해도 높이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문 번역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The following is [the full text] of the English article translated by 'Google Translate'. 'Google Translate' is working hard to improve understanding. It is assumed that there may be errors in the English translation.>

 

『In-depth Analysis』 Gallery Director's Thoughts on the Paris Olympics Opening Ceremony (7)

 

- Lee Il-young Columnist

 

At the Paris Olympics Opening Ceremony, French mezzo-soprano Marina Viotti appeared on a boat flowing toward the clock tower of the historic Ile de la Cité Palace under the theme of equality. She sang the first lyric of the song Habanera from the opera Carmen, a work by French musician Georges Bizet (1838-1875) that depicts the tragedy of a love triangle between the soldier Don Jose, the gypsy Carmen from the tobacco factory, and the bullfighter Escamillo, ‘Love is an untamed bird.’

 

Carmen, a work that excites the scent of ordinary people who wished for a world of human life and equality for all, was premiered at the Opéra Comique in 1875, and was met with deep resentment and alienation from the wealthy class who encountered it. Bizet, who died at the age of 37 three months after the premiere, was a genius who pursued his own music even in the midst of contemporary trends such as Verdi in Italy and Wagner in Germany.

 

The musical characteristics of Bizet's masterpiece Carmen are that it delicately portrays the changing emotions of the characters in an unconventional composition like differences in color. The exquisite balance that touched the dialogue and music of the play and the skill that especially considered the individuality of each instrument were the basis of outstanding dramatic expression.

 

As if to awaken the darkness of an era that could not embrace the genius Georges Bizet who was ahead of his time, his music flowed along the Seine River for a long time at the opening ceremony of the Paris Olympics.

 

The stage that appeared was the National Library of France. Among the vast spaces of the National Library, it was the Oval Room, a magnificent oval space that underwent renovation in 2016 and newly opened in 2022. This space, named after the egg-shaped Oval Office of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was where three young men and women appeared.

 

They were Italian-born actress Léa Luce Busato, who studied and worked in France, French young actor Yuming Hey (1993~), who appeared in the French SF drama Osmosis, and young actor Elan Ben Ali (1993~), who was born in the Comoros Islands, a French autonomous region in the Indian Ocean.

 

In the library, there were books that a white girl (Léa Luce Busato) and a black young man (Elan Ben Ali) took out while exchanging loving emotional glances. Furthermore, another young man (Yuming Hey) who watched them and opened several books was a queer (sexual minority) director, and the love triangle that entangled their sensual gazes and the sensual images that unfolded afterwards hid the secret story by closing the apartment door. This signifies the change of the times through an extension of Bizet's masterpiece Carmen, a contemporary approach to the love and being loved of people who are generally invisible.

 

▲ Opera singer Marina Viotti at the opening ceremony of the 2024 Paris Olympics Source: AFP © Columnist Lee Il-young

 

Through the books I have read, I have unfolded stories that have been sublimated into the emotions and art of the times. To summarize, the poetry collection “Sayings of Silence” published in 1974 by French symbolist poet Paul Verlaine (1844-1896) is a sublimated sound of delicate language that has brought sensual emotions to music. It was the basis for the birth of many songs, including Gabriel Fauré’s five Venetian boat songs and “Tender Songs.”

 

It was also the origin of Claude Debussy (1862-1918), who established pioneering impressionist music, who followed “L’Elegant Fiesta I” in 1891 and “L’Elegant Fiesta II” in 1904, following “L’Elegant Songs” published in 1886. Against this backdrop, the sublimated combination of impressionist painters and symbolist poets took place, and the genius of Serge Gainsbourg, who captured the modern artistry of the French national music, the chanson, was also influenced by Paul Verlaine. This is a book that captures the history.

 

The book the black youth was reading was a long prose play by the French romantic poet and playwright Alfred de Musset (1810-1857), a collection of plays titled “Love is Not a Joke,” which premiered in 1861 after the author’s death. It is the story of two men and women who love each other and a woman who becomes a victim of their selfish love. The work contains the message that love is not simply a personal emotion, but includes various situations connected to it. It was a work that penetrated the emotions of the era when romantic love and cynical reality intersected.

 

The book that appeared next was “Simple Passion” by French female writer Annie Ernaux (1940~), who won the 2022 Nobel Prize in Literature and was the first living writer to have her work included in the Gallimard series. It is an autobiographical novel by a writer who has never written fiction that she has not personally experienced, and is a love story between a 50-year-old writer and a 38-year-old married foreign man. Although it is autobiographical, it takes into account the emotions of people in the world who have experienced the pain of separation and loneliness, not personal passion.

 

In addition, “Sex and Lies” by Leila Slimani, a Moroccan-born French female writer who won the 2016 Goncourt Prize and is a strong candidate for the 2024 Nobel Prize in Literature, appeared. It is a work published in 1991 and is based on the intimate testimonies of women in Morocco, the author’s hometown, whose desires are trapped in taboos.

 

In the video, there was a book that the white youth (Yu Ming Hei) seemed to recommend to the black youth (Elan Ben Ali) to read. It was “Bel Ami,” a full-length novel published in 1885 by the late 19th-century French novelist Guy de Maupassant (1850-1893). It is a work that criticizes the era’s flawed system and education through the tragedy of a boy who falls to hypocritical authority.

 

In addition, “Devil in the Flesh,” a love story between a precocious 15-year-old boy and a young woman who sends her husband to the battlefield, published in 1923 by the French novelist Raymond Radiguet (1903-1923), who lost his genius sensibility to the young age of 23, was introduced, which shocked the era with its love story during the turbulent times of World War I.

 

In addition, the psychological novel “Dangerous Liaisons” by French soldier and writer Pierre Choderlos de Laclo (1741-1803) published in 1782, which described the morals of the corrupt aristocratic society before the French Revolution in the form of letters, appeared. This refers to the wild situations unfolding between the three young men and women in the video.

 

In addition, the comic ballet “The Lovers” by Molière (1622-1673), published in 1670 and enthusiastically supported by Louis XIV, who pursued the glory of France, was introduced. This section emphasizes the pioneering history of Molière, the founder of comic ballet, in which music, dialogue, and dance are closely integrated.

 

▲ Books from the Oval Room of the National Library of Paris at the 2024 Paris Olympics Opening Ceremony Source: KBS & Olympic presse © Lee Il-young, columnist

 

There was a book lying around where the three young people met, smiled meaningfully, and left the library. It was a prose comedy, “The Triumph of Love,” published in 1732 by Pierre de Marivaux (1688-1763), a pioneer of modern French novels.

 

The story is about a princess who falls in love with a young man and, upon learning that the young man has usurped his throne, disguises herself as a man and sneaks into the surroundings to regain his rights.

 

In addition, the books featured in the video are books that are related to the theme pursued by the video, and are different from the history of French literature.

 

This context is expanded into the costumes worn by the three young men, which contain a lot of meaning. They are wearing clothes made of colorful, symmetrical diamond shapes made of colorful fabrics. This is based on the colorful costumes worn by clowns or jokesters in the Italian comedy, “Arlequin and His Family,” by Picasso, and the message conveyed by the performance video contains a lot of meaning. artwww@naver.com

 

Author: Lee Il-young

 

Director of the Korean Art Center. Columnist. Po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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