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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최고의 이데올로기는 사랑밖에 없다"

[창사 6주년 기획] 릴레이인터뷰(3) 소설가 이외수 '오해와 진실'

정연우 기자 | 기사입력 2009/03/12 [17:54]
▲ 11일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 자택에서 만난 소설가 이외수가 기자의 질문에 환하게 웃고 있다.     ©김상문 기자
이 시대 대한민국 남성들의 정신적 멘토이자 소설가인 이외수. 아직도 일각에서 이외수에 대해 '기인'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이제 그런 표현은 한물 간 표현이 됐다. 최근 텍스트를 넘어 방송, 드라마, 영화 심지어는 광고를 통해 '꽃노털옵하'로 우리 곁에 돌아왔기 때문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와 호흡을 시도하며 때론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이외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지 모른다. 사실 우리는 이외수라는 존재에 대해 너무나 잘 알지만, 때로는 너무나 모르는 면이 많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글을 이외수가 첨삭을 했다는 내용이 사진캡처가 돼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언론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7년 6월 6일 후보시절 국립 현충원 방명록에 '당신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읍니다. 번영된 조국, 평화통일을 이루는데 모든 것을 받치겠읍니다'라고 적었던 내용을 이외수가 잘못된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을 직접 교정해 그 사진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외수는 기자와의 인터뷰 첫머리에서 “내가 이명박 대통령의 글을 첨삭하지 않았다”며 “네티즌이 만든 이미지를 내 홈페이지에 퍼 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그는 인터뷰 초반에 춘천에서 화천으로 오게 된 연유에 대해 “당시 건설공사 때문에 분진과 소음으로 도저히 집필을 할 수 없었던 차에 화천군수와의 인연으로 이곳에 왔다”며 “그런데 그동안 많은 책을 써왔던 옛 작업실이 보존되지 않았던 것은 참 아쉽게 느껴진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강원도 화천군의 감성마을 촌장으로 살아가고 있는 소설가 이외수를 지난 3월 11일 찾았다. 2시간에 걸쳐 그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그리고 우리사회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외수는  담배에 대해 "글을 쓰면서 끊기가 제일 힘들었다. 제일 힘들었던 때가 숭례문 탈 때였다"며 "그때는 정말 담배라도 한대 피었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상문 기자
이외수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는 희망을 가지고 살 것을, imf를 경험한 중장년층에게는 경험을 가지고 이 난세를 극복하길 권했다.

-감성마을에 처음 왔는데 공기랑 물이 너무 좋은 것 같다.
 
최고다. 내가 쉽게 담배를 끊을 수 있는 것도… 공기 탁한 곳은 담배 끊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도시의 경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뉴스를 보면 더 담배 끊기 힘들고. 어쨌든 열 받거나 스트레스 쌓이면 오히려 더 끊기 힘들다. 그런데 시골에서는 오히려 스트레스 받은 것이 드무니깐 내가 용케 담배를 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 1년 3개월 됐다.
 
-금주를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술은 어느 날 출판사 사장이 ‘글쓰기의 공중부양’  책을 가져 왔는데 우리끼리라도 자축파티를 하자라고 해서 둘이서 마시게 됐다. 근데 그 사람이 소주 1병반을 먹고 떨어져 나가버렸다. 그래서 혼자서 쉬엄쉬엄 마셨는데 아침에 세어보니깐 나 혼자 마신 것만 7병반이었다. 그런데 멀쩡했다. 물이랑 공기가 좋아서 안취하는구나... 이 상태서 계속 마시면 내가 죽지 살겠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7병반을 먹어도 멀쩡했다.
 
술은 잔뜩 남았는데 다가 술이 술을 부르지 않느냐, 그래서 7병 반 먹고 질려서 거기서 중단했다. 이 상태로 계속 먹으면 반드시 술로 죽을 것이다. 글 못쓴다. 나는 글 쓰는데 방해되는 것은 절대 안한다. 글에 절대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글에 방해가 되면 안한다. 심지어는 엎드려서 글쓰기 때문에 허리가 고장이 나서 의사가 앉아서 쓰는 버릇을 가지라고 해서 컴퓨터를 사서 익힌 것이다. 춘천에서 여기 온 것도 거기서 글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예전 하루 주량이 어떻게 됐나.
 
나는 병술로 계산 안한다. 잠 안자고 며칠을 마시냐가 문제다.
 
-담배를 끊기는 전에는 7갑에서 8갑을 폈다고 들었다.
 
8갑이다.
 
-술과 담배를 끊는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떤 때는 담배를 물고도(웃음)... 글 쓸 때는 물고 있는 줄 모르고 다시 담배를 집어 들어 불까지 부치고 두개를 동시에 필 때가 있다. 그 당시에 사진들을 보면 인터뷰 중에도 담배가 안들고 있거나 안물고 있는 경우가 없었다. 심지어는 인간극장 tv에서도 계속 들고 있거나 물고 있었다.
 
-최근에 출간한 ‘하악하악’을 보면 담배를 줄이면서 끊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글을 쓰면서 끊기가 제일 힘들었다. 제일 힘들었던 때가 숭례문 탈 때였다. 그때는 정말 담배라도 한대 피었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견디기 힘들었다.
 
-나도 최근에 금연을 결심한 적이 있다. 결국 실패했다.
 
처음에는 보건소에서 니코스탑 같은 부치는 것을 달라고 해서 금연보조제와 병행해야 한다. 니코틴을 공급해주면서 서서히 끊어야 한다. 나는 패치를 한 달간 부치고 있다가 과감하게 끊었다. 같이 사용하는 게 좋다.
 
-예술가들이 방송에 출연하거나 사회활동을 하면서 광고를 나가는 것에 대해 일부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특히 행위예술가 낸시 랭도 이 부분에 있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나는 한번 물어보고 싶다. 직장인은 직장에서 사느냐? 직장을 떠나지 말아야 하나? 농사꾼은 논밭을 떠나야 하지 말아야 하는가? 알피니스트는 산에만 있어야 하는가? 만약에 알피니스트의 경우에 지붕이 새면 히말라야 타는 사람이 지붕 꼭대기에 올라가면 수치냐 , 아니면  타락이냐? 농사꾼이 또 강에 나가서 낚시질을 못하느냐? 그래서 이제는 편협한 사고를 깰 때가 됐다. 너무나 다양한 매체가 있는데 그것이 꼭 전문가용이 아니지 않느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고 그것이 운영되고 있다.
 
방송인이 아니더라도 방송에 출연하거나 즐길 수 있다. 방송출연이 꼭 그곳에 종사하는 전유물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예술도 예술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어떤 분야건 최고의 경지에 들어가면 예술이 포함된다. 편협된 사고를 버릴 필요가 있다. 이젠 편견을 버려야 될 때가 온 것이다.
 
이외수 때문에 생긴 용어까지 있다고 한다.  ‘라이터테이너’ 같은 새로운 용어까지 만들어질 정도인데 능력 있으면 다하는 거지 뭐라 하는 사람이 능력 없는 사람이다. 수고한 만큼 응당 보수가 따르는 것이고 때때로 무료로 해 주는 경우도 많다.
 
-기억하기로는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에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했고, 그 전에는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에서도 카메오로 출연하셨다. 연기활동이 재미있는가?
 
새로운 것은 항상 재미있다. 남을 해롭게 안하는 것은 도전해 볼만 하지 않느냐?
 
-온라인 상에서 이명박 정권 전후로 mb에 대해 비판적인 지적을 많이 했다. 특히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도 매섭게 정부를 비판했다. 정치나 현실의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내가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 새삼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제는 예전 내 홈페이지를 들쳐봐도 알 것이고 옛날에 썼던 작품을 봐도 알겠지만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첫 창작집이 ‘꿈꾸는 식물’인데 그때도 사회비판, 정치비판, 문명비판을 했다. 그것이 소설 전체 소재가 아닐 뿐이고 부분 부분적으로  짚고 넘어간  것일 뿐이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것을 소재로 삼아서 소설을 쓰거나 책을 낸 적은 없다.
 
그러나 부분적으로는 항상 현실에 대해 비판하고 정치에 대해 비판하고 문명에 대해 비판해 온 것은 늘 있어왔던 것이다. 단지 오늘날은 기자 분들이 그것을 퍼 날라서 기사화시켜 주고 그만큼 주목받는 존재가 됐다는 얘기다. 예전에도 늘 한 일인데 관심을 안 기울였을 뿐이다. 내 골수 독자들과 마니아들만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사실은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그 당시 책을 안 읽어 본 사람이다.

-최근에 논란이 됐던 게 미네르바 문제다. 결국 표현의 자유문제다. 선생님도 여기에 대해 비판했는데.
 
법의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느냐? 그렇게 과중하게 그리고 시급하게 구속을 할 사안인가?

-그렇기 때문에 일부에서 선생님을 순수 작가들과 비교해서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어째든 작가가 자기방식으로 정치비판을 하거나 현실비판을 하는 것은 작가적 특성으로 봐야 한다. 모든 작가가 한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일이다. 다른 작가와 내가 목소리가 다른 것은 예술가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또 사회에 늘 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작가가 깨어있다는 말과 같다. 항상 나 같은 경우는 뉴스를 필수적으로 본다. 특히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드나드는 사이트는 항상 내가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 이외수는 언론이 최근 겪고 있는 미디어법 개정논란에 대해 "언론이라고 하는 것은 사주나 기자에 의해서 성격이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주나 기자의 것이 아닌 시민의 것, 국민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상문 기자

-부채질닷컴을 말하는 건가?
 
그럼. 부채질닷컴, 개소문닷컴, 도깨비뉴스 뭐 내가 다 드나드는 사이트다. 뉴스사이트 특히 현실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이트들은 자주 다니는 쪽이다. 게시물을 게시하지 않고 꼭 그럴 필요가 있으면 내 이름이 딱 내걸린 곳에 게시하는 이유는 내 글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부정적 시각으로 보고 정당한 논리나 또는 사실적 근거 없이 거의 인신공격을 하거나 모함을 하거나 특히 외모를 가지고  얘기하는 것도 천박한 문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최근에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경우 내가 생각할 때 기독교 정신과 본질이 사랑의 실천에 있다. 물론 사랑을 가르치고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나 종교지도자들이 그것을 실천해보이면서 그것을 알고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면 김수환 추기경의 경우 평생을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던 분이다. 그 분 자체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가령 인권운동이라던가, 그 당시 독재정부에 대한 항거는 즉 천주교 정신, 종교의 본질에 입각한 행동이지 그것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사고가 아니라고 본다. 내가 진행하는 라디오에서도 2번 특집으로 다뤘다. 20분짜리인데 칼럼, 인물평전, 고민상담 3가지 꼭지로 구성돼 있다. 나는 그분의 행적 자체에 대해 훌륭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요즘 언론매체들이 미디어법 개정 문제를 두고 많은 풍파를 겪고 있다.
 
언론이라고 하는 것은 사주나 기자에 의해서 성격이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주나 기자의 것이 아닌 시민의 것, 국민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은 쉽게 말해서 국민의 이목구비에 해당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이다. 숨을 쉬게 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국민을 대신해서 입으로 말을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러나 코로 숨을 쉬어주게 한다는 것이다. 
 
보통 말해서 요즘 언론악법이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전 세계 어디를 봐도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에서는 절대로 언론에 통제나 압박을 가하지 않는다. 그것이 민주주의 가장 특색이고 정신이다. 국민의 눈, 코, 입, 귀를 대신하는 것이 언론이라고 하는 것을 모든 정치가가 인정하고 초등학생도 다 알고 있다. 한때 국회 입법처장과 모월당에서 회담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몇 군데 기사로 나왔다. 그런데 그때 입법문제에 대해 할 얘기가 있으면 하라고 해서  허심탄회하게 만약에 언론 통제를 노골적으로 시행할 의사가 있다면... 대한민국 헌법 1조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거짓말이 된다고 한 적이 있다. 분명히 헌법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고 했고 21조에는 대한민국에는 언론출판 및 집회결사의 자유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을 전적으로 부정해버리고 묵살해버리는 처사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앞서 타 매체의 인터뷰 살펴보면 뉴라이트와 같은 보수계층에서 선생님을 소위 '좌익', '좌빨'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진보도 아니고 좌익도 아니다. 그냥 개성있는 작가 이외수지. 사상처럼 구역질나는 것은 없다. 단 한번이라도 이데올로기가 인류를 구원한 적이 있는가? 나는 그것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멸살한 적은 있어도 구원한 적은 없다고 본다. 속임수다. 이데올로기라는 것은 속임수라고 본다. 인간 최고의 이데올로기는 사랑밖에 없다. 그거 이외에는 다 사기다. 정치적인 것의 도구일 뿐이지 실천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다 변질되고 고통과 압박을 주는 것인데 그것을 왜 표방하고 추종해야 하는가? 그것을 표방하고 추종하지 않는다고 죄가 된다는 것도 잘못이다. 실제로 나는 공산주의도 탐탐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무조건 좌빨로 모는 놈들은 공산주의보다 더 나쁜 놈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은 정치인들에게 대해 얘기를 참 많이 했다. 정치인들은 공약을 내세우되 그것을 100% 실천한 사람은 없었다고. 선생님이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어떠한 덕목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라즈니쉬가 얘기했다. 내가 머리도 나쁘고 인간성도 더럽고 양심도 없고 그리고 재주도 없다. 그래도 근심할 것은 없다. 정치가 너를 기다리고 있다고. 사실 이것은 라즈니쉬가 정치를 인간이 마지막에나 해야 것이라고 할 정도로 정치가 타락한 모습을 보여줬다.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라즈니쉬는 인도에서 태어나서 말년에 미국에서 죽은 사상가인데. 그런 사람들이 볼 때 우리나라가 아니라도 정치가들은 그런 보편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바뀌길 바라서는 안 된다. 딱 한 가지만 회복하면 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그것보다는 돈이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 점은 나와 상반되는 견해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짚고 넘어간 것이다. 내가 가장 아름답게 생각한 게 양심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정선 아라리의 문구가 ‘진흙 속에 핀 저 연꽃은 곱기도 하지. 세상이 흐려도 제 살 탓이네’다.  이거와는 전혀 반대다. ‘세상이 다 흐려도 돈 많으면 그만이네’ 이런 식으로 살아가면 안 된다.
 
-국회에서 폭력이 난무하면서 국민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으레 대형사고 불감증에다가 책임감 실종에 국민들이 아주 익숙해 있다. ‘서민만의 죄인이다’라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당연시 되고 있다. 절대 당연시 되서는 안 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으니 작가가 그 점을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 종교인들도 거기에 가담하면 안 된다. 사랑이 제일이지 돈이 제일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데 종교마저 정치와 결탁하고 사리사욕 또는 집단의 영리를 위해 과감히 도덕성을 팽개쳐 버린다. 아무 생각 없이 암매장해버린 것이다.
 
▲ 이외수는 기자가  인터넷 용어들에 대해 잘 안다고 질문에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동방예의지국이라는 것이 완전히 말살되지는  않았다"며 "젊은이들이 기본적인 예의정도는 안 지키더라도 알고는 있다"고 답했다.    ©김상문 기자

-인터넷 용어를 30대 초반인 기자보다 더 많이 아는 것 같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동방예의지국이라는 것이 완전히 말살되지는  않았다. 젊은이들이 기본적인 예의정도는 안 지키더라도 알고는 있다. 제가 생각할 때 컴퓨터의 출현으로 인해 옛날에 정보가 하향식이라면 지금은 상향식이 됐다. 나이어린 사람들이 정보를 더 많이 알게 됐다. 이러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나이여하를 불문하고 소통하려면 어쨌든 닫혀있으면 안 된다.  언제든지 열려있어야 소통이 가능하고 소통이라는 말 자체가 가고 오는 의미를 갖고 있고 일반통행은 소통이 아니다.
 
그래서 오늘날 정치가 보여주고 있는 소통은 거의 일방통행이다. 지도층이라는 존재는 거의 아랫사람의 의견이나 생각을 수렴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위에서 아래로 전달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니깐 아직은 소통의 완성은 아니라고 본다. 소통하려는 시도라도 보여줬으면 한다. 시도를 보여주려면 언로를 틔워줘야 하는데 오히려 그것을 막으려고 애쓰면서 소통을 하고자 한다면 누가 그것을 믿으려고 하겠는가?
 
-선생님의 소통방식을 살펴보면  집필 시간 이외에 직접 대면해서 소통하는 방식과 인터넷을 통한 소통방식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선생님에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 같다. 그래서 소통이 한쪽에서 너무 넘치는 게 아닌지.
 
내가 신도 아닌데 다를 수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인간을 중심으로 할 때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이기성이다. 그쪽 상대방이 소통을 빙자해서 자기 생각만을 하고 요구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다. 이기성은 곧 범죄성이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그것은 전 세계 범죄자들이 공통점이다. 그러니깐 그것을 가지고 있으면 싫어한다. 어쨌든 저는 휴머니스트로 남고 싶다. 내 모든 소설의 주제가 바로 휴머니즘이다. 인간의 대한 사랑, 만물에 대한 사랑이 내 소설의 핵심어가 되어 있기 때문에 내 소설과 상반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인터뷰라고 해서 선생님의 젊은 시절을 되새기는 것보다 최근 글에서 말하는 사랑에 대해 묻고 싶다. 기자인 저 또한 사랑이 필요하고 선생님도 항상 외로움을 얘기한다. 사랑과 외로움을 느끼나.
 
이성 중심보다는 감성중심의 글을 늘 써왔고 ‘하악하악’에서도 강조했듯이 알려고 애를 쓰기보다 느끼는 것이 낫고 느끼려고 애를 쓰는 것보다는 깨닫는 게 낫다고 얘기했다. 결국 외로움도 사랑도 느끼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것은 둘이 아니다. 외로움이라는 요소와 사랑에 대한 갈구는 사실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 것들은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고 그 가치나 중요성은 결국 깨달아야만 한다. 외로움이 '곧 너를 성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외로우려면 제대로 외로워져야지만이 세상만물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번외의 질문인데 여자 친구를 만나고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이다. 그런데 이 친구가 화장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남자처럼 행동을 하는데 그 친구 일하는 모습이 진실되고 아름답게 보였다. 물론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가 좋지만.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아름답지 않을 것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예술이 그래서 높은 가치를 가지는 이유도 예술은 미를 추구하는 것이고 그 말은 사랑을 추구하는 것과 같다. 인류에게 사랑이 없다는 것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여자가 열심히 치장하는 것도 사랑에 대한 오해, 치장하면 아름다워 보일 것이라는 오해 때문인데 치장을 하려면 외면보다는 내면을 치장하는 게 좋고. 일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건강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도 내 아내 집에 갔을 때 팔 걷어 부치고 소죽 끓이고 먹이는 모습에 반해서 장가를 가도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오늘날 여성들은 점점 그 모습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만들어진 아름다움, 가식적인 아름다움, 인공적 아름다움에 스스로 의존하게 되는데 어쨌든 익숙해진 아름다움이 아니고 삶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것이 감화를 주는 아름다움이니깐 책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에서 얘기했지만 된장녀, 된장남도 단지 사랑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고 남자들이 여자의 변덕이라든가 안 풀리는 의혹에 대해선 사랑받고 싶다는 말로 다 대변된다. 그래서 정말로 여자가 남자에게 여러 가지 조건을 건다. 이런 것들은 안정된 상황 속에서 사랑받고 싶다는 것이다. 사랑의 영속성을 위해서이니깐 그것에 대한 믿음만 심어주면 된다. 굉장히 복잡한데 결국은 한 코드다. 그것만 딱 믿게 해주면 부족한 현실조건이라도 가능성 때문에 일관된 태도로 결정을 보여주게 된다.
 
▲ 이외수는 결혼생활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살아봐야 아는 것"이라며 웃으며 답했다.     ©김상문 기자

-결혼이 사랑을 이루기 위한 결정체인가?
 
그것은 살아봐야 아는 것이다(웃음) 가끔 주례를 서는데 러시아 속담에 전쟁에 나갈 때는 한번 기도해라, 바다에 나갈 때 두 번 기도해라. 여기까지가 러시아 속담이다. 여기에 이외수가 한마디 더 첨삭하면 결혼할 때 세 번 기도해라라고 말하고 싶다. 실제로 결혼을 하면 더 험난하고 심한 운명의 장난을 겪게 된다.
 
-선생님이 여기 오신지 어느 정도 됐고 향후 ‘하악하악’ 이후에 일정이 궁금하다
 
소설가이니깐 뭘 하던지 소설은 대기상태다. 늘 의식의 첫 머리에는 소설이 자리 잡고 있다고 봐야 하고 자료에 대한 준비, 소화가 항상 필요하다. 앞으로 쓸 소설은 행복이 과연 어떤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소설 주인공이 불행했다. 읽으면 행복해지는 소설을 쓰고 싶고 그러려면 어떤 것이 행복인지 보여줘야 하니깐.
 
행복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하고 거기에 관계된 자료를 열심히 수집해두고 또 의욕과 자신감을 있어야 한다. 실제로 하도 역으로 뒤집기를 많이 당해가지고 섣불리 붙으면 항상 참패였다.
 
-그럼 언제쯤이면 독자들이 만날 수 있나
 
소설이 결정하는 거고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웃음)
 
-최근에 목저체를 만들고 있다고 들었다.
 
나무젓가락으로 쓴 체다. 6월쯤에 출시될 예정이다. 직지는 우리나라 최초로 폰트를 만든 제작사다. 신명조체. sm체 등을 만든 회사다. 지금 거의 완성단계에 들어갔다. 어제 흘림체 하나를 개발하고 원문 다 넘겨줬다. 2350자를 일일이 다 써야 한다. 조립식이 아니라 글자본을 일일이 한자한자 다 써야 한다. 어쨌든 나 같은 경우는 삶의 주관이 감자농사 잘 지으면 돈은 저절로 따라 오는 거지 돈 벌기 위해 감자 농사지으면 돈도 안 벌리고 감자농사도 안 된다. 모든 일을 그런 식으로 한다. 문하생들이 놀라는 것은 뭔가를 딱 붙잡았을 때는 옆에 폭탄이 떨어져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로 집중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혼신을 힘을 기울려 전력투구한다. 그리고 이번에 폰트도 다 써놓고도 다시 처음부터 다시 썼다. 마음에 안 들어서.
 
-그렇게 한번 하면 진이 안 빠지나?
 
진이야 빠지지. 그런데 한계를 뛰어넘는 성취감도 있다.
 
-올해 64세라고 들었다. 그 정도 나이면 삶을 돌아보고 평가할 수 있는 나이다.
 
43살까지 식구들 굶겼으니깐 인생의 반은 굶고 살았다고 봐야 하고 나머지 반은 적어도 가족들은 안 굶기고 살아 된다는 생각이다.   
 
▲ 이외수는 문화보다는 경제라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 "지금 온 국민이 어려울 때일수록 위기극복의 힘이 뛰어난 민족이기 때문에 더 긍정적 사고, 낙관적 의식을 가지고 이 위기를 지혜롭게 대처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상문 기자
 
-지금 나라가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살림살이가 어렵다 보니 사람들도 문화보다는 경제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돈도 자존심 강한 놈이라서 지 좋다고 쫓아다니는 놈한테는 안 와. 돈은 일에 열심히 몰두하고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에게 간다.  우리나라에 가난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돈을 욕한다는 것이다. 이 개 같은 놈의 돈이라고 욕한다. 욕하면 안 온다. 세상만물이 자기를 욕하는 사람에게는 가까이 안 가려고 한다. 가급적이면 만물에게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사는 것, 돈 같은 경우도 잘 보면 굉장히 아름답게 디자인됐다. 몽매하게 돈의 힘 때문에 좋아하지 말고 그것 자체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 그러니깐 돈도 사실은 인간의 편리를 위해서 생겨난 것이지 인간이 만들어놓고 욕하면 안 된다.
 
돈도 좀 이해해 주면서 돈이 가지고 있는 미적요소부터 생각하고 지금 현재 나한테 없다고 하더라도 희망이 그것을 불러들인다고 생각해야 한다. 지금 나라 전체가 우울증에 빠져 있다시피 한다. 무릎팍에서도 얘기했다. 이 나라에 대해서 희망이 없는 나라라고 얘기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비하하지 말아달라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문화적으로 우수한 나라고 잠재력이 막강하다. 아직도 세계 1위를 고수하는 것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리고 국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다. 희망을 가져야 하는 게 마땅하다. 그렇게 절망적인 나라가 아니다.
 
정치문제도 그렇게 생각한다. 정치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나라 망하길 바라겠느냐. 누구든지 잘되길 바라는 게 사실이다. 때때로 실패가능성이 많다던가, 모험에 가깝다던가, 또는 부도덕 한다든가 이런 양상을 보이기는 하지만 내가 64년을 살아오는 동안에 한국이 비록 발걸음은 느리지만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것을 봐왔고.   지금 온 국민이 어려울 때일수록 위기극복의 힘이 뛰어난 민족이기 때문에 더 긍정적 사고, 낙관적 의식을 가지고 이 위기를 지혜롭게 대처해 나갔으면 한다.
 
 
동영상/ 정연우 기자, 편집/ 조신영 기자

-마지막으로 <브레이크뉴스>가 창간 6주년을 맞아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 우리 매체에 바라는 것이나 앞으로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듣고 싶다. 또 우리 독자들에게도 한마디 부탁한다.
 
브레이크뉴스 창간 6주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보수, 진보 다 함께 지켜보면서 중도를 지키고 국민의 이목구비가 되어주는 것 박수 드린다. 늘 번창하시고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기를 바란다. 특히 언론을 늘 지켜보고 수호하고 응원하는 것은 사실은 국가의 건강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국가의 건강은 개인의 건강이다. 가정의 건강이다. 그래서 건강한 언론이 건강한 국가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많은 독자들이 브레이크뉴스 지켜봐주길 바란다. 600년 장수하고 6천년까지 박수 받는 언론이 되어주길 바란다.       

취재/ 정연우 기자 adsjyw@naver.com
사진/ 김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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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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