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귀국, 박근혜와 한판 크게 붙는다?

[정가이슈] 박근혜 생일합창 그후…친이·친박 갈등격화 내막

정수영 기자 | 기사입력 2009/02/09 [10:51]
 

한나라당에 대대적 권력지형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박희태 대표 등 당내 핵심 인사들의 4월 재보궐 선거 출마가 기정 사실화 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조기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인 2010년 지방선거에 앞서, 당이 대대적으로 세력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친박근혜계 인사들의 조직적 움직임은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그동안 박근혜 전 대표만이 간간이 친이계와 전면 배치되는 발언을 내놓으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그의 측근들까지 세 규합을 운운하며 친이계와 전면전을 벌일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 친이계 또한 친박계의 당내 당 행보에 더 이상 좌시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밀린다면 당은 완전히 친박계가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세력 갈등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청와대 생일상 받은 박 전 대표…이 대통령 면전에 대고 쓴소리
쟁점법안 강행처리 소신 반대…회동 후 친이·친박 갈등설 솔솔~
친박 좌장 김무성 의원 ““이재오 복귀는 친박계에 대한 전쟁선포”


 
▲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당 최고위원 및 중진위원 초청오찬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브레이크뉴스

2월2일, 박근혜 전 대표는 30년 만에 청와대에서 생일을 보내는 남다른 의미의 하루를 보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을 통해서다.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옛 기억에 감회가 새로울 수도 있는 시간이었던 것.

이를 염두에 둔 이명박 대통령 또한 박 전 대표를 각별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함께 참석한 당 지도부들과 함께 ‘사랑하는 박근혜의 생일을 축하합니다’라며 박근혜 전 대표 생일축하 노래까지 부르기도 했다.
 
朴, 뜻 깊은 날 소신 발언

또,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전 대표 생일 케이크에 초를 2개 꽂으며 “20살처럼 젊게 사시라는 취지”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고, 이에 박 전 대표는 “200살이라는 뜻이죠?”라며 농담을 건네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도 여기서 빠지지 않고 “아니, 200살까지 살라는 이야기”라며 농담을 주고 받았다. 회동 초반 분위기는 그야말로 화기애애했다. 당·청 소통과 당내 화합을 주문하기 위한 이 대통령의 나름대로 노력이었던 것. 

곧바로, 오찬을 시작한 이 대통령은 줄곧 당내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우리 당이 숫자가 많고 화합은 잘 안 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모두가 화합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중진의원들이 중심이 돼 금년 1년 힘을 잘 모아주면 정부가 열심히 해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의 적극적 도움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적극적 도움 요청에 박희태 대표는 다난흥방(多難興邦)이라는 사자성어를 소개하면서 “대통령은 당의 정강과 정책을 국정에 반영하고, 당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적극 뒷받침한다는 당헌대로만 하면 다난흥방을 이룰 수 있다”고 당·청 소통의 원칙을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대표가 이처럼 소통과 화합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나눴지만,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앞서 생일축하 파티 때와는 달리, 냉정하고 차분하게 정부여당의 일방적 법안 강행처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

박 전 대표는 2월 임시국회에서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예상되고 있는 여야 2라운드 전쟁과 관련해 크게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박 전 대표는 “국민 공감대 형성이 먼저”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쟁점 법안에 대해 정부가 보는 관점과 국민들이 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다”고 이 대통령의 ‘속도전’에 정면 반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그런 문제에 대해 시간을 갖고 어떤 것이 옳고 그른가를 충분히 논의하고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쟁점법안 강행처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것도 적진 중에서도 적진인 청와대에서 당당하게 말했다.

이날 국회에 돌아와 기자들과 만난 박 전 대표는 “속도전을 주장하는 정부여당과 생각이 다른 것 같다”는 질문에 “그렇다. 국민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잘 토론도 하고 검토도 하고 해서 국민 공감대 위에서 추진이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는 사회통합도 극복해 나가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조윤선 대변인은 “너무 밀어붙이지 말라는 식의 뉘앙스는 느껴지지 않았고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말씀으로 들렸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친이·친박 갈등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모든 언론이 박 전 대표 발언에 주목하며 친이·친박 정면충돌로 상황을 해석하고 있으며, 이를 방증하듯 친박계의 움직임 또한 부산해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어색한 만남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온 한나라당 지도부들과 함께 ‘사랑하는 박근혜~ 생일 축하합니다~’라며 박근혜 전 대표의 생일 축하 노래까지 불렀다. 하지만 친이·친박 앙금은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친박 계파, 김무성 오버인가?

이날 청와대 오찬회동 이후, 친박계는 물밑에서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총선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후 복당한 친박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여의포럼’이 오는 10일 공식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이들은 친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이 주도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현역 의원만 무려 22명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는 친박계에 대한 전쟁선포다” 등 강성 발언을 쏟아냈던 바 있는 김무성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도 “2월 국회가 끝나면 건전한 비주류로서 역할을 할 생각”이라며 “협조할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잘못된 일이 있으면 건전한 비판을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사실상 친이계에 선전포고를 했던 바 있다.

그는 이후, 한 언론과 통화에서도 “그동안 친박이라는 말만 있어왔지, 실제 모임은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이제는 괜히 조심스러울 필요 없이 우리도 모이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고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아직 구체화된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도 “다만 그동안 당내에 있는 친박들이 전체적으로 보는 일이 없었으니 이제는 모이자는 정도고 앞으로 자연스럽게 구체화되지 않겠느냐”며 거듭 계파 추진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여의포럼’이 김 의원이 밝힌 모임의 틀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분분한 상황이다.  

‘넘버2’ 이재오 귀국은 당내 불화의 씨앗…한나라당 안팎에선 우려 제기
“국가원수도 아니고 대통령과 단독회동은 무슨…” 공성진 박근혜 폄훼


그러나 여의포럼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한 언론과 통화에서 “10일 모임은 재개발·재건축과 한국정치라는 두 가지 주제에 관해 전문가 의견을 듣고 토론하는 자리”라며 “기존 아카데미 성격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계파모임 형태로 변질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확대해석을 경계한 것이다.

친박계의 이 같은 움직임에 그동안 관망해 오던 친이계도 적극 견제에 나서기 시작했다. 김무성 의원 등의 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에 본격적으로 대결구도를 만든 것. 친이재오계로 분류되는 공성진 최고위원은 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간의 단독회동 필요성과 관련해 “박 전 대표가 무슨 국가원수도 아니고 단독회동이라는 말이 되느냐”고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박 전 대표의 위상을 폄훼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공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를 ‘동지’로 부르기까지 했다. 그는 “박근혜 동지가 이 정권의 수반인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물심양면, 직·간접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당연히 국민적 기대이며 한나라당 당원이 기대하는 바”라며 “그것을 무슨 여·야 간의 회동도 아닌데 단독회동이다,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조금 이상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관계에 대해 “직·간접 대화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무수석도 있고 전화로도 하고, 아니면 청와대 대통령을 보필하는 보좌진들이 많이 있지 않은가. 박 전 대표와 이야기가 된 것이고 다 할 것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김무성 의원이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서는 “지난 연말 중요한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친박계의 당내 당 행보에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넘버2'가 오고 있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이 초재기에 들어갔다. 당내 불화의 씨앗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한나라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그의 귀국은 이미 수순 단계에 접어든 모습이다.     ©브레이크뉴스
그러면서 “이명박 정권의 성공만이 박근혜 전 대표의 장래도 담보할 수 있다”며 “이 정권이 실패하면 보수진영의 실패다. 그러면 보수정권의 앞날은 매우 어렵고 대통령도 이 정권은 다음 정권을 위한 교량 역할,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고 박근혜 전 대표의 협조를 강하게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친이재오계 인사인 공 최고위원은 이 전 의원의 귀국과 관련해 “이 전 의원이 당장 귀국해도 정치적인 역할이 주어질 수 없다”며 “일단 원내 국회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그런 위상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이 전 의원 귀국으로 당내 계파 갈등이 촉발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일축시켰다.

상황이 이처럼 친이·친박 전면전 양상으로 흘러가자,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진화 작업에 나섰다. 박 전 대표는 김무성 의원이 ‘계파 모임을 만들겠다’고 밝힌 데 대해 “당의 중진으로서 개인 의견을 말한 것뿐”이라며 박근혜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날 본회의장에서도 시종일관 박 전 대표는 굳은 표정이었다. 김 의원 발언에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던 것. 

친박 측 한 인사는 “김무성 의원이 상황을 크게 잘못 읽었다”면서 “지금 나라 경제가 누란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계파모임을 만들겠다고 하면 국민들이 박 전 대표를 어떻게 보겠느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의 용병술은 기본적으로 계파모임 등을 통해 조직을 관리하지 않는 무관리의 관리”라며 “지금이 경선이나 대선 때도 아닌데 조직을 만들겠다고 한 김 의원이 박 전 대표의 기본 원칙을 침해한 모양새”라고 박 전 대표의 심중을 읽지 못하는 김 의원의 한계를 신랄하게 비난하기까지 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사실관계 부인 이후, 정치권에서는 계파모임을 만들려 했던 친박계의 움직임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친박계로서는 당내 완전한 승기를 잡아가고 있던 판국에 김 의원이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이재오와 전면전 벌어질까?

이 같은 상황에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도 초재기에 들어갔다. 당내 불화의 씨앗이 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의 귀국은 이미 수순 단계에 접어든 모습이다. 또, 공성진 최고위원 등 그의 측근들을 중심으로 ‘이 전 의원이 지금 귀국해 봐야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며 힘없는 이재오의 모습을 부각시킴으로써, 그의 귀국을 종용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 전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64번째 생일을 맞아 팬클럽인 ‘재오사랑’ 회원들과 가진 화상채팅을 통해 “지금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으니 일을 마치는 데로 곧 국내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화상채팅에서 이 전 의원은 “목적을 갖고 미국에 갔고, 이제 그 목적을 달성했다”며 이 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클럽 관계자는 이와 관련, “그동안 팬클럽과의 만남에서 이재오 전 의원이 이명박 정부 들어 앞으로 나아가도 부족할 상황인데 우리가 그런 모습을 보여줘서 되겠는가, 팬클럽도 나의 정확한 의중을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간혹 해왔다”고 덧붙여 밝히기도 했다.

또, ‘재오사랑’ 황현대 대표도 같은 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난번에도 이 전 의원이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하는데 자꾸 갈등을 비추는 모습은 어떤 형태로든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을 했다”며 “자신의 귀국 후 갈등은 생기지 않을 것이고, 그런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고 덧붙여 말하기도 했다. 

파죽지세로 당 장악력을 높여가던 친박계가 김무성 의원의 발언 이후 잠시 주춤하게 됐고, 그 사이 이재오 전 의원이 귀국하는 모양새를 띄게 될 전망이다. 여권의 권력 지형이 어떤 형태로 변화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취재 / 정수영 기자
 
박희태 재보선 출마 시사 속내

“수도권에 부평을 비어 있고…2월 지나 입장 밝힐 것”
 
▲4월 재보궐 선거 출마 결심을 굳힌 알려진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 브레이크뉴스
4월 재보궐 선거 출마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온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결국 마음을 굳힌 모습이다. 2월5일, 박희태 대표는 b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재보궐 선거 출마 가능성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박희태 대표는 그동안 한나라당 텃밭인 경남 양산과 이번 재보궐 선거의 최대 전략지역인 인천 부평(을) 지역을 놓고 지역구 고민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 스스로는 안정적 당선을 위해 양산 출마를 희망했지만, 당에서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부평(을) 출마를 권유해 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와 관련, 박 대표는 “시기가 되면 제가 분명히 입장을 밝히겠다. 적어도 2월은 지나야 안 되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실상 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대로 출마 입장을 공식화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출마 지역과 관련해서는 “출마 지역과 관련, “수도권에는 인천 부평을이 하나 비어 있으니까. 이미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이니까”라면서 “그런 것으로 얘기하는 것은 제가 어떻게 얘기할 수 없으나 모든 가능성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평을 출마 가능성을 강력 시사한 것이다. 

한편, 박 대표는 최근 당내 친이·친박 계파 갈등과 관련해 “우리 당에는 계파는 없고 친소관계에 따라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며 “갈등이 증폭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당 지도부의 임무”라고 밝혔다.

또,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거취와 관련해서도 “우리 당의 기본 입장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같다”며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 소재를 가리자는 것이며 우리는 이를 앞으로도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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