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김연경 은퇴' 여자배구 대표팀, 첫 상대가 '일본'.. 걱정과 기대 사이

김연경·양효진·김수지 은퇴 이후 '첫 국제대회-첫 경기' 한일전.. 관전 포인트는?

김영국 기자 | 기사입력 2022/06/01 [16:41]

▲ 한국-일본 여자배구 대표팀의 새 주장... 박정아(한국·왼쪽)-코가(일본)  © 배구협회·FIVB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역사적 대결'을 앞두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2일 오전 10시(아래 한국시간) 미국 슈리브포트-보셔 시티에서 일본과 '2022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 대회 첫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가 특히 주목되는 이유가 있다. 한국 여자배구의 절대적 기둥이었던 '배구 황제' 김연경(34·192cm)이 대표팀에서 은퇴한 이후 첫 국제대회이자 첫 경기이기 때문이다. 

 

김연경뿐만이 아니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3회 연속 올림픽 진출과 2번의 올림픽 4강 신화를 일궈낸 황금 세대의 핵심 선수인 양효진(33·192cm)과 김수지(35·188cm)까지 대표팀에서 동반 은퇴했다.

 

현재도 세계 최고 완성형 공격수인 김연경이 빠진 것만으로도 엄청난 손실인데, 대표팀 주전 센터인 양효진과 김수지까지 없기 때문에 전력 공백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안되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VNL 1주차 대회에는 지난해 8월 도쿄 올림픽 4강 신화를 달성한 대표팀 멤버 12명 중 무려 9명이 빠졌다.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3명 외에도 6명의 선수가 부상과 재활 등의 이유로 제외됐기 때문이다. 도쿄 올림픽 멤버 중 이번 VNL에 출전하는 선수는 현재로선 박정아, 김희진, 염혜선 3명뿐이다. 

 

그렇다고 은퇴 선언한 선수들을 다시 불러올 수도 없다. 그들은 그동안 대표팀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줬다. 본인의 결단이라면 모를까, 외부에서 더 이상의 헌신을 요구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

 

결국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2024년 파리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목표로 차근차근 탑을 쌓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강제적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셈이다. 

 

도쿄 올림픽 멤버 12명 중 3명만 VNL 합류... '강제 광폭' 세대교체

 

실제로 세자르(45·스페인)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은 이번 VNL 대회에 젊고 장신이면서 가능성이 있는 유망주들을 대거 발탁했다. 차세대 대표팀 주전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을 테스트해 보겠다는 뜻이다.

 

이는 한국 대표팀뿐만이 아니다. 이번 VNL에 출전하는 16개 팀 중 상당수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핵심 선수들에게는 휴식을 주고, 새로운 유망주들을 발탁해 가능성을 테스트하려는 사례가 많다. 또한 2024년 파리 올림픽을 겨냥해 아예 큰 폭의 세대교체를 단행한 팀도 적지 않다. 

 

다만 한국 대표팀의 세대교체 폭과 비중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워낙 크기 때문에 배구계와 팬들은 이번 VNL 대회 성적에 걱정이 앞선다. 과연 1승이라도 거둘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하필 첫 대결 상대가 일본이기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이번 VNL 대회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 16명을 포지션별로 살펴보면, 완전히 새로운 대표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장은 박정아가 수행한다.

 

레프트는 박정아(29·187cm), 강소휘(25·180cm), 황민경(32·174cm), 고예림(28·177cm), 이선우(20·184cm), 박혜민(22·181cm), 이한비(26·177cm)로 구성됐다. 라이트는 김희진(31세·185cm)이다.

 

센터는 정호영(21·190cm), 이다현(21·185cm), 이주아(22·185cm), 최정민(20·179cm)이 발탁됐다. 세터는 염혜선(31·177cm), 박혜진(20·177cm), 리베로는 노란(28·167cm), 한다혜(27·164cm)가 맡는다.

 

라이트 포지션은 김희진 혼자 VNL 대회 전체를 감당하게 할 수는 없다. 또한 한국 대표팀의 숙제인 라이트 공격수 육성 차원에서도 이선우, 최정민 등을 라이트로 투입해 시험해볼 가능성이 있다. 센터 포지션은 그야말로 신인급 유망주로 채웠다. 이들의 성장 여부도 대표팀 경쟁력 상승에 중요한 축이 될 전망이다.

 

한국, 황금세대 핵심 선수 동반 은퇴.. 일본보다 전력 공백 훨씬 커

 

▲ 일본 대표팀 새 세터진, 세키(왼쪽)-마쓰이... 2019년 서울 잠실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대회 당시 모습  © 박진철 기자

 


일본 여자배구 대표팀도 이번 VNL 대회를 앞두고 코칭스태프와 선수가 대폭 교체됐다. 특히 지난해 자국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충격적인 '8강 진출 실패' 이후 후폭풍이 컸다.

 

우선 도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었던 나카다 쿠미(57) 감독이 퇴진했다. 후임으로 지난해 10월 마나베(59) 감독이 선임됐다. 마나베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일본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바 있다. 

 

대표팀 선수들도 대거 교체됐다. 도쿄 올림픽 멤버 12명 중 7명이 이번 VNL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코가, 이시카와, 시마무라 등 도쿄 올림픽 핵심 선수들은 이번 VNL 대표팀에 포함됐다. 코가는 일본 대표팀의 새로운 주장이 됐다. 그리고 과거 대표팀에서 좋은 인상을 남긴 선수와 올 시즌 일본 리그에서 맹활약한 선수들을 새로 발탁했다. 때문에 일본의 전력 손실은 거의 없는 편이다. 

 

VNL 1주차 대회에 출전하는 일본 대표팀 엔트리 14명을 포지션별로 살펴보면, 일본 배구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다. 공격력과 수비력을 갖춘 레프트 선수를 7명이나 발탁한 반면, 라이트 전문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라이트도 레프트 선수 중에서 한 명을 투입한다. 철저하게 수비 조직력과 스피드를 중시하는 전략이다.

 

레프트는 코가(26·180cm), 이시카와(22·173cm), 하야시(23·173cm), 우치세토(31·170cm), 이노우에(27·180cm), 오쿠무 오바(24·177cm), 사토(20·182cm)가 포진했다. 라이트 전문 선수는 발탁하지 않았다.

 

센터는 시마무라(30·182cm), 야마다(22·184cm), 오가와(24·178cm)가 맡는다. 세터는 세키(23·171cm), 마쓰이(24·170cm), 리베로는 야마기시(31·165cm), 코지마(28·158cm)가 이끈다.

 

이번 대표팀에 새로 발탁된 이노우에는 올 시즌 일본 리그 우승 팀인 히사미츠의 주 공격수다. 아울러 올 시즌 일본 리그 MVP를 수상했다. 오쿠무 오바는 케냐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앞으로가 주목되는 선수다. 센터 오가와도 일본 리그 정규리그 공격성공률 부문 3위를 기록했다.

 

세터인 세키, 마쓰이는 국내 배구팬에게도 낯익은 선수다. 두 선수 모두 2019년 서울 잠실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일본을 우승으로 이끈 주전 세터였다. 당시 일본의 주 공격수로 맹활약한 이시카와와 함께 세키, 마쓰이 세터도 뛰어난 경기운영 능력을 선보여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들이 3년 뒤인 이번 VNL 대회에서 일본 대표팀의 주전 세터로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당장의 승패보다 '세대교체 성공 가능성-선진 배구 구축' 주목

 

이번 VNL은 한국 여자배구 황금 세대의 핵심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은퇴한 이후 첫 국제대회란 점에서 V리그를 주관하는 한국배구연맹(KOVO)과 배구계는 물론, 일반 대중들도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첫 경기인 한일전부터 객관적 전력상 일본에게 열세인 건 분명하다. 다만, 한일전은 경기 당일 선수들 컨디션과 기운 등 전력 이외의 변수가 예상 밖의 결과를 만들어낸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현재 한국 대표팀은 당장의 승패보다 세대교체의 성공 가능성이 더 중요한 상황이다. 부담감을 내려 놓고, 각자의 역할과 팀 플레이에 충실한다면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세계 최강 팀 바크프방크(터키)에서 올 시즌 '5개 대회 싹쓸이 우승'이라는 역사적 대기록을 달성한 세자르호의 외국인 코칭스태프들도 관전 포인트다. 이들이 한층 젊어진 한국 대표팀 선수들을 선진 배구 시스템을 통해 세계 배구 흐름에 맞는 기량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관련 기사 : 여자배구 세자르 감독 소속팀, 결국 '5개 대회 싹쓸이 우승' 달성).

 

한편, 한국-일본의 2022 VNL 첫 맞대결은 2일 오전 10시 지상파인 KBS 2TV에서 생중계한다. 다른 경기들은 스포츠 전문 채널인 KBSN SPORTS에서 생중계한다.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