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역만리 외로운 노 시인

고 이상묵 시인의 시 세계... “알고 보니 훌륭한 시인이었다”

오태규 소설가 | 기사입력 2021/02/23 [11:03]

▲ 오태규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멀쩡했던 사람들이 덜컥덜컥 죽어갔다. 가히 죽음의 계절이다. 간밤에 나 역시 우연히 한 시인의 죽음을 알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페북을 통해서 이역만리 토론토에서 살고 있는 외로운 노시인이란 것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훌륭한 시인이었다내가 더욱 애통해하는 이유였다.

 

 

내가 포스팅할 때마다 그는 빠짐없이 댓글을 달았다. 번번이 극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럴 때 나의 반응은 오히려 덤덤했다. 때론 나 말고는 그의 글을 읽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그게 나에게 외로운 노시인으로 기억된 것 같았다. 일신상의 사정으로 내가 한 일 년 반쯤 쉬었다가 돌아오니 그가 나타나지 않았다.

 

 

나도 그를 깜빡 잊고 지냈다. 어제 아내가 올린 동료시인의 부고를 보았을 때 망각의 바다에서 갑자기 그가 떠올랐다. 어떻게 그토록 쉬 잊어버릴 수가 있단 말인가. “나의 글을 그리 열심히 읽어주었는데, 왜 나는 한 번도 그의 시를 읽어보지 않았을까. 아아, 그의 삶과 문학을 한번쯤은 탐색해 봤어야 했는데나는 잠시 깊은 회한에 빠졌다.

 

 

나는 즉시 친구검색을 했다.

 

“Sang Mook Lee, 19401020일 생. 목포출신. 서울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공대 졸업. 토론토 거주. 1988문학과 비평에 시인으로 데뷔. 최근 2016년에 시 전집 링컨 생가와 백두산 들쭉 밭을 출간했음.”

 

 

한 친구가 20191020일 타임라인에 올린 게시물이 눈을 찔렀다.

 

Yearn ChoiSang Mook Lee에게

 

명복을 비네.”

 

순간 나는 깊은 충격에 빠졌다. 나는 이렇게 그의 죽음을 알았다.

 

 

그제야 나는 페이스북에 실린 기껏 여남은 편의 그의 시를 읽기 시작했다. 풍부한 감성과 이미지, 지성의 혜안(慧眼)과 분석, 통렬한 비판정신 등을 금세 느낄 수 있었다. 놀라웠다. 당장 그의 시 전집 링컨의 생가와 백두산 들쭉 밭을 구해서 읽지 못한 것이 한없이 아쉬웠다.

 

 

나는 시종 눈물을 글썽이면서 그의 시를 읽었다. 그랬다. 나는 참회하는 심정으로 그의 시를 소개하고 싶었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났고 한국전쟁, 4.19, 5.16을 겪으면서 가장 가난하고 힘든 세월을 보낸 후 다시 맨손으로 외국생활을 시작한 이민1세대 시인이면서도 고달프고 어려웠던 이민생활의 경험을 이야기할 때 그는 일체의 감상을 걷어내고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상황을 묘사했다. 초기 시 절구를 생각하며에서 그런 시작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절구를 생각하며

 

들어갈 수 없을까/그 절구 속으로/나는 다시 결코 들어갈 수 없을까

절구에 가득 보리를 넣고/어머니는 공이를 내리치면서/날보고 보리를 저으라고 하셨다

빨라지는 공이질/넘쳐나는 소용돌이/자꾸만 보리알들 흩어지면서

나는 끝내 밖으로 새고 말았다/, 그게 몇 십 년 전 일이던가

어머니가 노기 띠며 나무라시던 것이/낯선 땅에 떨어진 지 벌써 까마득

보리톨 하나가 그리도 아까웠었는데/그러나 이제야 알겠어요

어머니/공이에 얻어맞아 알갱이 되고/보리끼리 부대끼며 껍질 벗는다는 것을

그리고 또/잔돌과 섞였으니/나는 이제/돌아갈 수 없다는 것도

 

시인은 고향을 떠나 이국땅에서 외국문명의 잔돌과 섞이며잘 섞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공이에 맞아 밖으로 튀어나가는 보리알로 비유하고 그 공이질로부터 문득 인간은 고난을 겪으며 서로 부딪칠 때 더욱 성장하고 성숙한 관계를 이뤄 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공이에 얻어맞아 알갱이 되고/ 보리끼리 부대끼며 껍질을 벗는다고 노래하고 있다.

 

함박눈

 

이제는 녹슨 그네

더 높이, 할아버지, 더 높이

손자의 웃음소리가 저 높은 하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북이 내려오고 있네.“

 

빈 둥지

 

딱 한 번 정분을 나눈 어미새는

나뭇가지에 두른 언약의 반지 속에

알을 낳고 비가 오면 날개로 새끼들을 덮었다

어느 하늘로 날아갔는지 알 수 없는 새들

낮엔 해가 밤엔 달이 반지를 손가락에 끼워본다.“

 

풍부한 이미지, 절제된 담백한 언어, 빼어난 상상력이 잔잔한 감동으로 밀려왔다.

 

스와니 강

 

스와니 강에/스와니 강은 없다

이름 하나/구름 속에 떠도는 강

생각나는 사람이/하늘 저 멀리 보이면/말없이 태어나는 강

 

조약돌 하나/물 위로 날아가지만

머나먼 강/스와니/해 지는 언덕/저 편에서 흘러가는.“

 

나목(裸木)

 

발꿈치에/금잔화를 가득 심어 줬을 때/꽃신을 신은 것 같았다

잎들을 물들여/색종이로 내려놓았을 때/사람들이 다가왔다

이제/다 벗고 춤을 춰도 텅 빈 공원

살아온 날들과/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며/하늘을 향해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때/흰 눈의 도화지 한 장 내려 와/나는 그림이 되었다.“

 

시는 우선 인간의 감성에 호소한다는 시인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아무런 지적 판단이나 논리적 예단 없이 삶과 죽음, 인간의 운명, 자연의 이법, 영고성쇠를 자신이 끼어들지 않고 바라보는 입장에서 느끼는 대로 무심히 노래하고 있다. 삶에 대한 깊은 관조의 미학을 엿볼 수 있었다.

 

알고 보니 훌륭한 시인이었다.” 혹시 그래서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을 아닐까. 나를 가장 괴롭혔던 대목이었다. 아니다. 그를 알게 된 순간부터 나는 40여 년의 詩作생활을 멀고먼 이역에서 꽃피우고 있는 그의 삶을 사랑했다. 잠시 격조하고 소홀히 했던 것을 눈물로써 참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야 엎드려 명복을 빕니다. 생전에 시에 쏟은 열정과 빛나는 시적 성취에 경의를 표하고 늦게나마 시전집 링컨 생가와 백두산 들쭉 밭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시 전집을 모두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선생님을 기리는 글을 쓰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아래는 위 기사를 구글 번역기로 번역한 영문 기사의 [전문]이다. [Below is the [full text] of an English article translated from the above article with Google Translate.]

 

Lonely Old Poet

Poetry world of late poet Lee Sang-mook... "I knew it was a great poet"

-Oh Tae-gyu novelist

 

People who were fine died rattledly. It is the season of death. Last night, I too couldn't sleep because of the accidental death of a poet. Through Facebook, I only knew that I was a lonely old poet living in Toronto, but it was the reason I mourned even more.

 

Every time I posted, he commented on everything. He also praised him every time. At that time, my reaction was rather embarrassing. Sometimes, few people except me read his writings, which seemed to me remembered as a "lone old poet." Due to personal circumstances, I took a year and a half off, and when I returned, he did not appear.

 

I forgot him too. When I saw the obituary of a fellow poet posted by my wife yesterday, he suddenly emerged from the sea of ​​oblivion. How can I forget so much? “You read my writing so hard, why didn't I ever read his poems? Oh, I should have explored his life and literature at least once.” I fell into deep regret for a moment.

 

I immediately searched for friends.

 

“Sang Mook Lee, born October 20, 1940. Born in Mokpo. Graduated from Seoul High School,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Engineering. Lives in Toronto. He debuted as a poet in'Literature and Criticism' in 1988. Recently, in 2016, he published his complete collection of poems, “The Birthplace of Lincoln and the Blueberry Field of Mt. Paekdu.”

 

A post posted by a friend on the timeline on October 20, 2019 caught my eye.

Yearn Choi to Sang Mook Lee

“I wish you peace.”

 

At the moment, I fell in deep shock. This is how I knew his death.

 

Only then I started to read his poems on Facebook, where the boys and girls at most were. I could quickly feel the rich sensibility and image, the insight and analysis of intelligence, and the intense criticism. It was amazing. It was endlessly regrettable that I couldn't read the complete book of his poems, “Lincoln's Birthplace and the Blueberry Field of Mt.

 

I read his poems with tears. I did. I wanted to introduce his poem with repentance.

 

He was born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rule and was a first-generation immigrant poet who began living abroad with his bare hands after passing through the poorest and most difficult years during the Korean War, April 19 and May 16, but he took away all his feelings when he talked about the difficult and difficult immigration experience. He described the situation objectively and calmly. In the early poem, “Thinking about the mortar,” such an attitude was confirmed.

 

Thinking of mortar

 

“Can't I go in/into that mortar/I will never go back in

Put a full of barley in a mortar/Mother struck the ball/and asked me to stir the barley

Ball dysfunction / overflowing vortex / barley grains keep scattering

I ended up leaking out/oh, that was a few decades ago

It's already been a long time since my mother was angry and blamed

One of the boritol was a waste/but now I know

That the mother/ball is beaten and granulated/barley peeled

And also/because it was mixed with small stones/I can't go back anymore"

 

The poet compares himself living in a foreign land that is'mixed with the small stones' of foreign civilizations and is not well mixed with barley eggs that bounce out of the ball, and from the mischief, humans suddenly suffer and bump into each other. I realized that I was growing and having a mature relationship. Thus, he sings, ‘It is beaten by a ball and becomes grains/ Barley hugs and peels.’

 

Toothy eyes

 

“Now the rusty swing

Higher, grandpa, higher

The sound of grandson's laughter is high in the sky

The sub-buks are coming down from an invisible place.”

 

Empty nest

 

“The mother bird who divided the relationship once

In the covenant ring wrapped around a tree branch

When it rained after laying eggs, they covered their young with wings.

Birds who don't know which sky they flew

During the day the sun and the moon at night put the ring on the finger.”

Rich images, restrained plain language, and outstanding imagination came with a calm impression.

 

Swani river

 

“On the River Suwani/There is no River Suwanee

One name/River floating in the clouds

A person who thinks of / sees far away from the sky / a river that is born silently

One pebble/fly over the water

Distant river/Swanee/Sunset hill/flowing from the other side.”

 

Namok (裸木)

 

“When I planted a lot of marigolds on my heel/I felt like I was wearing flower shoes

When the leaves are dyed/put down with confetti/people approached

Now / even if you take off everything and dance, an empty park

Thinking about the days I have lived and the days I will live, I raised my hands towards the sky

Then/a piece of white-eyed drawing paper came down/I became a picture.”

 

First of all, the poet's idea of ​​“appealing to human sensibility” is well expressed. Without any intellectual judgment or logical prediction, he sings as he feels from the standpoint of looking at life and death, human destiny, nature's laws, and dynamism without intervening. I was able to glimpse the aesthetics of deep contemplation on life.

 

“It turned out that he was a great poet.” Maybe that's why I am writing this article. It was the thing that bothered me the most. no. From the moment I got to know him, I loved his life of 40 years of writing in a distant and distant role. He is repenting with tears that he had neglected for a while.

 

“Now I wish you blessedness on your face. We pay homage to the passion and poetic achievements you put into poetry during your lifetime, and congratulate you on the publication of the poem book, Lincoln's Birthplace and the Paekdu Mountain Wilderness Field, even if it was late. After reading all the poems, I will once again write an article in honor of the teacher. Take a 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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