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동해표기 Task Force를 발동하라
동해를 빼앗기면 독도마저 위태롭게 된다

이승훈 | 기사입력 2002/11/23 [17:45]
우리 정부가 동해표기문제에 관해서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국제수로기구회의(iho)의 수정안 철회 사태 이후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는 일을 살펴보면 한심한 수준이다.

지난 주,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회의에서 동해/일본해 병기방침이 철회되었다고 한다. 현재 칠레의 산티아고에서는 제12차 cites 회의가 열리고 있는데 회의 중 일본이 발의한 제안에서 ‘일본해’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을 발견하여 우리 대표부가 ‘동해’와 병기를 해야 한다는 항의를 했다고 한다. cites에서 우리의 항의를 받아들여 병기방침을 정했지만, 그러나 일본의 막강한 로비에 의해 며칠만에 곧바로 철회되어 다시 일본해 단독 표기가 인정된 것이다.  일본의 로비에 뒷통수를 그토록 얻어맞고도 모자라서 지금도 계속 얻어맞고 있는 중이다.

동해가 한국해임을 표기하고 있는 브리태니커 사전 초간본
위 사진은 김영진 독자(브리태니커 한국회사)께서 제공해주셨습니다


현재 조선일보가 동해연구회등 동해표기문제를 연구해온 이들과 함께 동해전시회를 열고 있는데 필자는 이 조선일보의 동해전시회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조선일보의 동해전시회는 주된 목적이 우리 국민들에게 한반도 동부해역이 국제적으로 일본해로 공인되다시피한 현실을 알리는 것이다. 물론 동해전시회를 하는 것이 안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현재 동해표기문제와 관해서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수로회원국들에 대한 전방위외교와 저명한 지도제작사에 대한 항의와 로비인데 이 것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왜 이리 동해표기 문제에 대해서 미온적이고 아무런 대책이 없을까를 생각한 결과 필자는 우리 정부가 동해표기문제의 실익과 현 상태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렸다. 동해표기 문제의 실익을 생각하면 정부가 이렇게 뒷짐지고 앉아있을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필자가 동해 관련 기사를 연이어 쓰고 있는 중 어느 한 독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이 독자의 생각이 어쩌면 우리 정부의 생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독자가 필자에게 질문한 글의 일부를 발췌하면...

"동해표기가 되면 좋기는 하겠는데 바보같은 질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본해든 , 동해든, 그 바다 자체도 아니고 바다명칭에 대해 왜 이렇게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동해표기'라는 수확을 얻어내더라도 그것이 우리나라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지, 앞으로 어떤 이득이 있기에 그러는 것인지.

사실 '일본해'보다야 '동해' 여러모로 낫겠지요. 외부의 인식이랄지, 국민의 의식변화랄지. 그러나 그런것은 너무 추상적이지 않아요? 실질적으로 이득이 없는 일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일단 들고.... "


사실 필자도 동해 관련 기사를 써오면서 이 문제에 관해서는 그다지 논하지 않았고, 또한 다른 오프라인 매체에서 이에 관해서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동해표기의 당위성과 실익은 명백하다.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관행이 되다시피한 현실에 대해서 가장 관심을 가져야할 나라는 바로 남북한인데 그동안 남북한은 이에 대해서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국의 지도에서도 으레 동해로 표기되어있으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지내오던 중 1990년대 이후에 겨우 한 두명의 학자들이 거의 대부분의 외국의 지도에서 동해가 없고 일본해로만 표기 된 것을 알고서부터 이들에 의한 동해표기 문제에 대한 개인적인 연구가 있었을 뿐이다.

우리가 동해문제를 이렇게 방치해오는 동안 오히려 직접적인 당사자도 아닌 중국이 동해표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일본에게 항의도 많이 했다. 중국은 1940년대 이래로 학계에서 동해표기문제에 관한 많은 연구가 있었다.

중국이 일본에게 항의를 하는 첫째 이유는 한반도 동부해역을 일본해로 표기하면 일본의 주권의 영향력이 미치는 일본의 내해(內海)로 오인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동부해역은 고래로 수천년간 중국의 한, 여진, 청(淸) 등 몇몇 왕조와 고구려 발해 고려 조선 등의 우리 조상의 주권의 영향아래에 놓인 곳이며 이에 따라 동해명칭이 사용되어왔다. 그런데 이 명칭을 없애고 일본해로 부른다는 것은 역사에 대한 기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과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억울하게 뺏기는 것이다

해상상법(商法)의 권위자인 동경제국대학 교수 松波仁一郞는 일본의 내해를 부르짖으면서 일본해표기를 전파하려고 했으며, 이러한 의도는 러일전쟁 이후 더욱 노골화되었다. 물론 일본으로서는 은밀하게 진행시켰다.

이렇게 해서 일본해로 정착된 과정이 바로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사의 연장이라고 중국의 학자들이 보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그 제국주의일본에 의해 많은 피해를 입은 나라로서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사에 대한 정확한 반성과 사죄를 촉구하는 의미에서 일본해명칭을 줄곧 반대해왔다.

이상은 중국과 한국에 공통된 이해관계이지만 우리 나라로서는 우리에게 특유한 이해관계가 좀 더 있다.

동해지역의 물동량이 세계적으로 손꼽히게 많다고 하는데 이 지역이 지도상에서 일본해로 국제적으로 인정된다는 것은 마치 일본의 해상무역을 위한 광고선전탑을 지도상에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가져다 준다.  우리로서는 우리 나라의 광고선전탑을 세울 수 있는 권리를 일본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image2_right}또한 일본해라는 명칭이 한반도 동부해역이 일본의 내해로 오인될 우려가 있다는 점과 관해서 독도문제와 이해관계가 연결된다. 아직도 독도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의 분쟁이 해소되지 않아서 일본은 독도를 계속 자기의 주권이 미치는 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바다 한 가운데 섬 하나가 있는데 그 섬을 한국이 독도라고 부르고 일본이 다케시마라고 부름으로 인해 한일간에 다툼이 있다고 할 때, 그 섬을 둘러 싼 바다가 국제적으로 일본해라고 통용된다면 독도문제가 국제적으로 어떻게 인식될 것인가?  

현재, 동해표기문제의 심각성은 이번 수로회의에서 동해/일본해표기 병기안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국제적으로 동해라는 명칭은 사실상 영원히 사라진다는 데에 있다.

최근 100년 가까이 국제적으로 일본해 단독표기가 이루어진 사실은 매우 강력한 규범력을 발휘하고 있어서 고래로 수천년간 동해로 불려왔다는 사실의 규범력과 맞먹는 힘을 갖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 나라가 식민통치 등으로 인해 한반도 동부해역의 일본해 표기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절차상 하자에 대한 항변과  국제적으로 동해표기가 쓰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인식을 못했었다는, 부끄럽지만, 항변을 가지고 최근 100여년간의 일본해표기 사실의 규범력의 하자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최초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현재의 동해표기문제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번 수로회의에서 결정되는 안은 관례로 볼 때 향후 약 20여년 간 국제지도 제작의 표준이 될 전망인데 최근 100년간이라는 사실의 규범력에 더하여  이 사실의 규범력의 하자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 뒤에 또 다시 앞으로의 20여년간 일본해로 불리워질 때의 사실의 규범력에 대해서는 아무리 지난 수천년간 한반도 동부해역을 한 중 일등 관련 당사국들이 동해라고 불러왔다고 해도 우리 나라로서는 대항할 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모든 지도에서 사실상 영구적으로 일본해로 표기될 수 밖에 없게된다.  우리 네티즌들의 노력으로 세계 유수의 지도제작사들이 일본해단독표기를 동해일본해 병기로 바꾼 것도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이다. 일본은 이점을 알고 동해/일본해 표기 문제에 대해서 전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회의의 국제적 관행에 어긋나는 국제수로기구의 수정안 철회 사태나 엊그제 cites회의에서 벌어진 일등을 생각해볼 때 일본은 거의 전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서 로비를 하고 있음은 명백하다. 그런데 이러한 일본의 로비에 대응한 우리의 로비는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런 대책도 없는 것 같고 아무런 노력도 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당장  최소한 외교부와 해양수산부,  국정홍보처 장차관이 포함된  "동해표기를 위한 task force" 를 발동시켜야한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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