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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덜 능력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금민 한국사회당 대표 "노무현 실정 심판했지만 정권 교체는 아니다"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8/01/03 [14:33]
2008년 한국 경제를 말한다① - 금민 한국사회당 대표(上)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은 2008년 새해를 맞아 올해 경제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각계의 전망을 들어보는 릴레이인터뷰를 시작했다.

첫 번째 순서는 금민 한국사회당 대표로, 금민 대표는 금융시장자본주의 시대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기 위해서는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를 통한 제3의 공공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론을 펼쳐왔으며, 지난 대선에도 후보로 출마했지만 군소정당 소속 군소후보의 한계 때문에 유의미한 득표를 얻는데는 실패했다.

지난 12월27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국사회당 중앙당사에서 만난 금민 대표는 "이명박의 경제공약은 한마디로 노무현식 개혁을 더욱 철저히 하고 대신에 운하만 좀 파겠다는 것"이라며, "제발 운하만 안팠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노선은 노무현 정책을 계승하는 대신 대운하만 좀 파겠다는 것… 대운하 같이 쓸데없는 짓은 좀 하지 말았으면 한다"

다음은 금민 대표와의 일문일답
 
- 최근 경제학계나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747 경제성장' 등 이명박 당선자의 '경제공약을 사실상 전부 백지화해야한다는 수준의 의견을 제출하고 있다.

▲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국민이 이명박 경제프로그램을 뽑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국민이 선택한 것은 이 후보의 추진력, 경험, 능력 등으로, 그 능력이 대통령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국민은 그 능력을 샀다고 보는 것이 옳다. 국민의 뜻을 이해한다고 하면 지금의 경제 현황에 맞지 않은 계획 같은 것은 백지화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운하 계획 백지화하겠다고 해서 반대하는 국민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

▲한국사회당 금민 대표     ©브레이크뉴스
- 경제학계 일각에서 말하는 것들을 보면 자유화나 규제철폐 같은 것은 약속했던 대로하되 일부 포퓰리즘 공약들만 빼라는 식으로 말하는 목소리도 있다.

▲ 자유화는 하지 않겠나.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경제의 문제점이 산업 양극화이고, 그 중 하나는 수출과 내수 기업의 양극화이다. 내수에 생산성 저하가 있다는 것이다.

내수시장이 양질의 고용, 제대로 된 급료, 제대로 된 소비 이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내수시장 자체가 볼륨은 크지만 노동 자체도 고도화되어있지 않고, 소득 수준 문제나 임금 문제도 있고, 양질의 일자리도 없다.

내수 확대 방식은 보수대안이냐 진보대안이냐에 따라 다른데, 진보대안이라면 당연히 복지를 통한 성장에서 찾을 것이다. 특히 성장동력도 문제가 되니까 학습복지를 강조할 것이다.

이것은 저희 당뿐만 아니라 사실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고, 지난 2006년부터 2007년 사이에 소위 진보적 경제학자들이 '한국 경제 이렇게 가야한다'고 내놓은 사회경제대안 7개가 다 비슷하다.

그런데 우파가 이것을 따를 이유는 없다. 우파의 내수 확대론은 간단하다. '건설경기'라는 전통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파트를 지어봐야 팔리지도 않고 미분양 매물만 쌓여있다.
 
버블세븐 지역에 지으면 팔리겠지만 강남에 아파트를 지어서 일으키는 버블경제가 국민경제 전체에 있어 체감경기를 좋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지 않나. 제주도 관광사업이 안되는 이유가 사람들이 그 돈이면 해외여행을 가기 때문인 것처럼 내수시장 자체가 글로벌 시장이다.
 
반면에 운하는 아니다.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대운하 사업을 통해 '내수확대론'을 돌파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 매우 단기적인 대안이다. 건설경기를 확대하고 질 낮은 일자리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내수 문제를 바라본다면 단기적으로는 어떻게 굴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퇴임할 무렵에는 정말 경제를 파탄 낸 사람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규제를 풀겠다는 것인데, 저는 현재의 규제방식이 80년대 식이고 자본주의의 성격이 바뀐 현재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에 효과적인 통제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보지만, 이명박 후보는 그것마저도 없애겠다는 것이다.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것은 수단인 것이고 그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이명박 당선자도 그동안 강조해왔듯이 그 목표는 일자리여야 한다. 그렇다면 규제를 철폐해서 설비투자가 증가할 수 있는지를 봐야하는데, 한국은행을 비롯해 모든 관변 연구소들이 소폭 감소를 예측하고 있다. 규제를 없애도 설비투자가 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도대체 뭐 때문에 이 규제를 없애겠다는 것인가?

- 불확정성이 커지면 '대박'을 낼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나?

▲ 다른데서 대박을 내겠지. 설비투자 안 하고 사람들이 금융시장자본주의 자체의 유동성을 증대시킬 것이다.

- 근로소득과는 무관해도 중산층이 돈을 벌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 아닌가.

▲ 그게 금융적 기법 아닌가. 제조업의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자유화조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럴 경우에 일자리 공약은 어떻게 되는가. 그가 매일 한 말이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다"라는 것이었다. 이는 어찌보면 '노동능력 없는 사람은 죽어라'는 이야기지만 일단 그런 식의 비판은 접어두고,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는 말을 인정한다고 치자.

일자리가 어떻게 나오느냐, 그리고 그 일자리가 '복지=일자리'라고 말했으면 양질의 일자리여야 하는 것 아닌가? 질 낮은 일자리는 복지가 아니라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고 몸소 체험하고 있는 정설이다. 온 국민이 다 안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는 말은 '최고의 복지는 양질의 일자리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규제를 철폐하는 방식으로 어떻게 창출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 이명박 당선자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약속을 했었나? 주어를 포함해서? 모 대학교 강연에서는 취직 문제를 고민하는 질문자에게 "눈높이를 낮춰라"고 말한 적도 있는데.

▲ 대기업 들어가지 말라는 이야기죠.(웃음)

저는 이명박 당선자가 덜 능력 있고 덜 추진력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쓸데없는 짓을 좀 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규제 철폐로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근거 없다
'최선의 복지=일자리' 인정해도 일자리의 '질'이 문제


- 서울시장이나 현대건설 사장으로 재임하면서 쌓아온 실적을 보면 '말아먹는'쪽으로는 능력이 상당한 것 같다.

▲한국사회당 금민 대표     ©브레이크뉴스
▲ 다들 걱정하는 부분이다. 97년 이전과 이후에 한국의 자본주의가 다르다. 97년 이전에는 금속·제조업 같은 전형적인 포디즘(대량생산·대량소비)방식이었다. 97년 이전에 노동운동이 크게 대두되었다면 유럽식 사민주의로 갈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제는 가능성이 없어졌다.

유럽의 경우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 사이에 사민주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패러다임이 된다. 왜냐하면 그 방식의 기초였던 포디즘적 복지국가가 무너져버렸다. 세계화 등으로 인해 금융시장자본주의로 급격히 이양한 것이다.

그 금융시장자본주의 안에서 나온 대안이 제3의 길이다. 유럽식 대안. 일종의 변형 사민주의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97년 이전에 이해당사자 자본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노사 타협적인 모델도 없었다.

imf 체제와 함께 한국 경제가 금융시장자본주의로 이양된 97년 이후에는 현대 유럽식 사민주의가 불가능해졌다. 그럼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합의모델이 나와야 하지만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합의 모델이 뭔가에 대한 논의가 안됐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추진하기는 했다. 일종의 제3의 길인데,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고 한쪽에서 '유연 안정성'이라는 말로 최소안정성을 공급한 것이다. 예를 들어 김대중 정부는 기초생활보장법을 만들었고 노무현 정부는 철저히 시장화된 형태지만 사회서비스를 공급했다. 다 민영화했지만 보육문제를 중심으로 복지정책을 했다.

이는 80년대 사민주의 방식이 아니라 노무현 스스로 '신자유주의 좌파'라고 이야기했듯이 변형된 영국식 제3의 길을 모델로 10년이 지나왔다.

그럼 원형인 영국과 비교하면 어떨까. 저는 절대 아니라고 보는데, 단적인 예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취업교육을 시켜주고 그런 것인데 엉터리였다. 말만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하고 학습복지를 강화하고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비전2030에 쓰여져 있다. 말로만.

현실은 전혀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사회투자 국가론은 영국모델인데, 노무현 정부가 평생교육체계를 수립했나? 한국 대학의 질을 올렸나? 아니면 한국 직업교육의 질을 올렸나? 말만 그렇게 했지 하나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냥 시늉을 냈다.

김대중 노무현 둘 다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영국식으로 하려고 시늉을 냈지만 말만 영국식이지 실제 된 것은 하나도 없이 거의 미국 보수주의 방식의 최소안정성이었다.

이번 대선 결과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97년 체제가 국민의 공분 속에 기각 당한 것이고, 사회경제 프로그램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하는 논쟁이었지만 좌파대안은 국민들에게 전혀 제시되지조차 못했다. 한쪽에서는 민주개혁 타령만 해대고 한쪽에서는 통일타령만 해대니….

- 이번 선거에는 그나마도 없었던 것 아닌가? 처음부터 끝까지 bbk 밖에 없었지.

▲ 사실 그렇다. bbk 밖에 없었다. 민주개혁 담론과 통일담론이 bbk를 뒤집어엎을 힘이 없다는 것은 너무 뻔하지 않나. 국민 앞에 틀기는 했지만 전혀 공명이 없었다.

일찌감치 이명박이 등장했을 때 맞짱 대결을 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97년 체제 이후의 체제가 문제인데, 저는 기회가 사라졌다고 본다. 금융시장자본주의 여건 안에서 과거의 사민주의가 아닌 새로운 어떤 진보적 프레임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러지 못했다.

금융시장자본주의 안에서 중요한 문제는 통제이다.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통제를 통해 국민경제 전반에 최소한의 확실성을 보장받고,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통제가 있을 경우에만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이 가능하다. 이 통제가 과거의 사민주의, 80년대 유럽모델에서는 국가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것이 케인즈 주의인데 지금 세계 시장에서 국민국가의 기능이 얼마나 취약한가. 새로운 통제방식이 필요한 것이고, 저는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를 통한 국민적으로 통제된 자본주의가 답이라고 생각했다. 국가가 아닌 또 다른 제3의 공공성을 통해서 통제하는 방식 말이다.

이번 대선은 그 제3의 공공성을 수립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그 기회는 정치가들의 아둔함 때문에 날아가 버렸다. 논의 자체가 되지 않았다. 2006-2007년에 학자들이 대여섯 권의 책을 펴낸 것 밖에 없다.

현재 이명박 당선자에게는 퇴행이냐 노무현정부 계승이냐 하는 두 가지 길 밖에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박정희 체제로의 퇴행 아니면 노무현식 신자유주의 좌파, 즉 영국과 미국 사이 대서양 한 가운데쯤에 앉아있는 모델 유지 두 가지 밖에 없다고 본다.

둘 다 하는 경우가 가장 악랄한 것이다. 예를 들어 노무현식 개혁으로 출총제와 금산분리 철폐를 통해 금융공공성을 완전 도외시한 금융자유화를 완성하고 설비투자는 안되니까 운하를 판다. 박정희식으로. 그게 짬뽕이 되면 최악의 변종이 나오는 건데, 그렇게 될 공산은 높지 않을 것이다.

- 운하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70만개라는데, 이 당선자가 약속했던 전체 300만개의 일자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운하를 포기할지는 의문이다.

▲ 1년에 한국 경제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30만개가 안 된다. 경제성장을 해봐야 20만개 정도가 만들어지면 많은 것이다.

일자리 문제는 다른 각도에서 봐야하는데, 금융시장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인적자본인데, 사실 한국의 인적자본은 금융시장자본주의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고도화되어있지 않다. 자본이 인적자원 개발에 투자하지 않았는데, 노무현 정부가 그걸 처음 한 것이다.

미미한 형태로, 도대체 어떻게 투자해야하는 지를 모르고, 사실은 재활사업 중심으로 실업자들에게 질 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으로만 소극적으로 이해했다.

북구형 모델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은 항상 구조조정 위험 속에 있기 때문에 산업계획 전체에 맞춰서 끊임없이 노동자들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회사 다니면서 절반 정도는 새로운 업종으로 전환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고 보면 된다. 업종전환을 할 때 일거에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가르쳐 천천히 업종전환을 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 노무현 정부가 해온 것은 그런 북구형이 아니고 사실상 초보적인 취업능력을 폴리텍대학에 몰아넣어서 가르치는 정도였다. 이명박 정부 아래서는 이 정도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더 많은 70만개 일자리를 운하로 만들겠다는 것은 사실상 별로 학습복지가 필요 없는 삽질하는 일자리일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는 경우에 내수경제는 결코 국민 모두를 위한 순환이 아니다.

그럼 내수경제는 어떻게 돌아가는가? 떡고물 경제 방식이다. 건설업자가 일단 배가 부르고, 이 건설업자들이 버블을 일으키고 그 버블이 중간층까지 떡고물식으로 내려오는 방식일 것이다. 그리고 제일 밑에 취약계층들은 최소한 이명박 만세를 부를 것이다.
 
두 번째 새마을 운동 아닌가. 집에서 아무 일도 못해서 있는 것보다 삽 한자루씩 배달되면 즐거워할 것이다.

▷ 다음에서 계속

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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