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왜 박지원을 국정원장에 임명했을까?

남북관계를 움직여 나갈 소명…민족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해 봉사하는 국정원

문일석 발행인 | 기사입력 2020/08/03 [11:22]

박지원 현직 국정원장. 야당 대변인, 청와대 공보수석, 청와대 비서실장, 문체부 장관, 국회의원, 야당 대표, 방송 평론가 등등의 어마어마한 직함(?)이 이름 뒤에 따라 다닌다. 지난 729일부터는 국가 최고 비밀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원장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후반부의 국정원장이 됐다.

 

국가정보원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왜 그를 국정원장으로 중용(重用)했을까?

 

청와대의 복심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본다. 청와대의 첫 인사발표에 무게가 실려 있다. 지난 73, 청와대는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내정에 대해 "4선 국회의원 경력의 정치인으로 메시지가 간결하면서 명쾌하고, 정보력과 상황 판단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제18, 19, 20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활동하여 국가정보원 업무에 정통하다. 박지원 후보자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하였으며 현 정부에서도 남북문제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는 등 북한에 대한 전문성이 높다는 평가이다. 박지원 후보자는 오랜 의정활동에서 축적된 다양한 경험과 뛰어난 정치력, 소통력을 바탕으로 국가정보원이 국가안전보장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토록 하는 한편, 국가정보원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보기관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개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29일 청와대 본관에서 박지원 신임 국가정보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7.29.     ©뉴시스

▲ 박지원 국정원장 딸-외손주와 대화하는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청와대

 

이날 박 내정자는 페이스 북에 올린 글에서 국정원장 후보자로 내정되었다는 통보를 청와대로부터 받았다. 만약 소정의 절차를 거쳐 공식 임명 받으면 각오를 밝히겠지만 먼저 제가 느낀 최초의 소회를 밝힌다고 전제하고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님을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충성을 다 하겠다고 피력했다. 이어 앞으로 제 입에서는 정치라는 정()자도 올리지도 않고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국정원 개혁에 매진하겠다. SNS 활동과 전화 소통도 중단한다면서 후보자로 임명해 주신 문재인 대통령님께 감사드리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님과 이희호 여사님이 하염없이 떠오른다"고 밝혔었다.

 

지난 73일 박지원 전 의원-전 장관을 국정원장 후보자로 내정했다는 인사 발표가 있었다. 파격적인 발표였다. 그의 국정원장 내정 후 미래통합당이나 일부 반대자들의 극렬한 비난이 뒤따랐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박지원=적과 내통한 사람이라는 날선 발언이 인구에 회자됐었다. 그는 지난 719일 이승만 전 대통령 55주기 추모식 이후의 발언에서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가 통일부 장관이라면 달리 볼 수 있지만, 국정원은 대한민국을 최전선에서 지키는 정보기관인데, 적과 내통하는 사람을 임명한 것은 그 개념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어떤 생각으로 박지원 전 의원을 국정원장으로 임명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비난한 바 있다. 국회청문회 때도 야당의 여러 가지 비난이 봇물이었다.

 

이런 발언을 접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 발언에 대한 반론으로 즉각 옹호사격(?)을 가했다. 지난 720,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 '적과 내통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아무리 야당이라도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냐고 했다고 덧붙였다. 아마 야당이 당시 그런 주장을 한 것은 지난 20006.15 김대중-김정일 첫 남북정상회담 성사와 관련된 사안 때문인 듯하다. 당시 박지원은 특사로 비밀리 북한을 방문했었다. 남북은 적대적 관계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통치권 차원의 결단이 없으면, 남북접촉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박지원 국정원장 내정자의 국회 청문회는 지난 727일 진행됐다. 큰 오점이 없었다. 그리고 문 대통령 복안대로 박지원에 대해 국정원장 임명장이 전달됐다.

 

"남북관계를 움직여 나갈 소명"

 

지난 729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인영 통일부장관과 박지원 국정원장에게 임명장을 주었다.

 

이 자리에서의 문 대통령 발언을 보면, 박 국정원장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가늠할 수가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움직여 나갈 소명이 두 분에게 있다. 추진력이 있고, 오랜 경험과 풍부한 경륜을 갖췄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남북관계는 어느 한 부처만 잘해서 풀 수 없다면서 국정원,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와 청와대 안보실이 원팀으로 지혜를 모아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을 분석하면, 국가기관의 수뇌급들이 힘을 합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합당한 남북정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라는 주문이 담겨 있다고 정의할 수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박지원은 지난 2000년 김대중(대한민국 대통령)-김정일(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 남북정상의 6·15 ·북 공동 선언의 배후 주역이었다그는 김대중 대통령의 명에 따라 밀사로 북한에 잠행, 남북최초 정상 간 회담을 이끌어 냈다.

 

남북정상 간 6.15선언은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경제 협력을 통하여 민족 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 · 문화 · 체육 · 보건 · 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하였다5개항을 합의한 역사적 선언이었다정상 합의에선 남북 화해 및 평화 통일을 앞당기는 데 큰 의의를 갖는다고 했다.

 

이 합의에 따라 금강산 관광이 시작됐고, 개성공단이 가동됐다. 그러나 한반도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변환되지는 못했다. 남북 평화노선은 김대중의 유훈(遺訓)일 수 있다. 박지원은 당시 첫 남북정상회담을 만들어낸 배후실세 였다. 김대중-문재인 정부는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치자는 노선을 공유하고 있다. 진보정권의 맥이 이어지고 있는 것.

 

문 대통령이 박지원 국정원장에게 공개적으로 주문한 내용을 보면, 김대중 정권의 남북평화 노선과 일치를 보이고 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연령적으로 80세 가까이 됐다. 과대한 욕망을 자제할 만한 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선진국을 향하는 한국을 위하여 즐거이 비밀업무를 수행하는 국가 최고 스파이 기관의 책임자이기를 기대한다. 한때 김대중에게 덧 씌워진 '빨갱이'란 인식은 이제 거의 지워졌다. 국정원은 한때 비열한 죽임의 수단이었던 '색깔-좌우의 논란'을 지우고, 실용(實用)이 안착되는, 번영의 한반도로 가는 핵심리더 국가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박지원 국정원장, 몇 가지 인간적인 면모

 

필자는 이 글의 말미에 박지원 신임 국정원장의 몇 가지 인간적인 면모를 덧붙이려 한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젊은 시절, 미국 뉴욕 맨해튼의 상인출신이다. 그는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서 성공한 상인이었다. 그 후 우리나라 정계의 기린아, 국정원장까지 승승장구한 것은 모든 것에 열정을 다하는 그가 지닌 인간성의 승리라 말할 수 있다. 상인은 이윤을 목적으로 일한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민족이익이 무언지의 방향으로 무한추구, 남한의 선진국 진입, 이어 남북협력의 길을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하터널 공사를 하려면, 터널을 뚫는 기계가 필요하다. 터널보링머신(TBM)이란 초대형 기계가 있다. 박지원 국정원장, 그 만이 소유한 '특유의 열정'으로 막혀있는 남북관계를 뚫어내는, 민족의 TBM(터널보링머신) 역할을 해내길 기대한다. 민족사의 일대 쾌거라할 역사적인 큰일(남북 자유왕래)을 해낼 수 있기를, 국정원의 신임 리더이기를 기대한다.

 

필자는 1980년대 후반 뉴욕 맨해튼에서 기자로 일했다. 이때 현재의 박 국정원장을 만났다. 그 이후, 그와 가까이했던 분들인 김대중 이기택 등등 정치인들에게서 직접 들은 바 "언제든 최선을 다하는 그의 열정에 감복했다",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의원 시절, 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보여준 다양하고 깊은 정치정보력에 각 방송사는 그를 모시려 경쟁이었다. 문체부 장관시절, 당시 한 관리는 기장 힘 있는 실세장관이었다고 회고했다.

 

박지원 국정원장(왼쪽)과 필자(오른쪽). 이 사진은 2019년에 찍은 것이다.  ©브레이크뉴스

필자만이 가지고 있는 에피소드 한 토막. 김대중 전 대통령 재세 시 였다. 어느 날 김 전 대의 사저가 있는 동교동을 가게 됐다. 연세대에 기증된 김대중 도서관을 올라가게 됐다. 마침 박지원 의원(당시)이 동행했다. 김대중 도서관에는 김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5년간 사용했던 책상이 그대로 옮겨져 있었다. 책상 배후엔 두 마리 봉황문양이 새겨져 있다. 박지원 의원은 나더러 그 책상에 앉아보라고 권유 했다. 그래서 무심코 앉았다. 이때 박지원 의원이 문일석 대통령님, 분부할 일이 있으면 명 하십시오라며 고개를 숙였다. 아주 정중한 자세였다. 나는 깜짝 놀랐다. 순간의 위트, 그 유머 섞인 행동을 보며 숨이 막히는 줄 알았다. 연배이기도 했지만, 엄청난 위트가 함께하는 행동 탓이었다. 감복했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둘이는 하하하하고 웃었다. '웃음탄성'이 쏟아졌다. 서로는 계산 없이 웃었다. 그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왜 나는 그 반대로 못했을까? 스스로 자책했다. 이 처럼, 그에겐 남을 편안하게 해주는 인간적인 마력(魔力)이 늘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민족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해 봉사하는 국가최고의 비밀 정보기관

 

국정원은 국가 최고의 비밀 정보기관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스파이 기관인 것. 국정원 청사 내에는 정보 업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이들을 기념하는 비가 세워져 있다. 국가를 위해 사망한 '정보영웅'들을 추모하는 비()들이다. 박지원 신임 국정원장, 그들이 원하는 나라가 무엇이었는지를 묵상하길 바란다.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이나 시민들의 사생활-비리나 캐고 기업을 괴롭히는 일들은 멀리하고, 아예 차단하고, 국정원이 민족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해 봉사하는 국가최고의 비밀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기를 바란다. moonilsuk@naver.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 “비록 중앙정보부(3)”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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