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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정인봉의 안타까운 죽음

"전북 군산이 고향인 그는 어릴 때부터 영화에 빠졌다고 한다"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 기사입력 2020/07/14 [10:21]

▲ 영화 ‘순애’·‘길’ 정인봉 감독 사망 <사진출처=영화 ‘길’ 포스터>     ©브레이크뉴스

최근 우리 사회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가치를 상징하는 두 죽음이 있었다. 좌우 진영은 대립과 갈등을 보였고, 우리 사회의 아픈 상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백선엽 장군의 죽음에 묻힌 또다른 죽음이 우리에게 전해졌다. 영화감독 정인봉의 안타까운 죽음이다.

 

그는 지난 12일 오전  지인들과 청계산에서 산행을 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헬기로 이송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전 함께 식사까지 했던 터라 그의 비보를 듣고 현실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황망한 마음으로 그의 빈소가 차려진 경찰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영정사진 속의 그는 빙그레 웃고 있었다.

 

그는 얼마전 만남에서 새로운 작품 이야기를 하며 들떠 있었다. 그는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 '수선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위안부를 소재로 했지만 '샤우팅'이 아닌 휴머니즘의 시각으로 접근한 영화라고 했다. 주요 배역에 대한 캐스팅도 끝났고, 수선화가 피는 가을에 촬영을 시작한다고 했다.

 

그는 또 내게 한중 영화교류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했다. 수천년에 걸친 한중 교류사가 영화의 훌륭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며 '수선화' 이후 한중 합작영화를 만들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전북 군산이 고향인 그는 어릴 때부터 영화에 빠졌다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를 빼먹고 영화를 보러다녔다고 했다. 타고난 영화인인 셈이다.

 

그는 다작의 감독이 아니었다. 대신 한 작품 한 작품에 혼신의 열정을 쏟는 감독이었다. 그는 '질투의 역사' '길' '순애' 등을 연출했다. 그는 지난 2015년 'UHD 4K 영상 스토리텔링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브레이크뉴스

그의 영화는 늘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인간관계의 본질을 천착했다. 영화 '길'은 노인의 외로움과 사랑 등을 담았다. 이 작품은 제 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연출력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극중 인물에 돌아가신 부모님의 이름을 넣어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는 인간의 문제, 휴머니즘을 다룬 영화에 집착할 정도로 타고난 '휴머니스트'였다. 다른 사람의 얘기에 공감하고 울고 웃던 인간적인 면모가 남다른 감독이었다. 아직은 더 인간을 탐구하고 연출해야 할 그가 우리 곁을 떠났다.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 사랑, 자존심, 고결'이다. 그에게 참 어울리는 말이다. 그의 유작이 될 '수선화'가 한국 영화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되기를, 그래서 하늘에서 정인봉 감독이 수선화 꽃무리 속에서 환하게 웃기를 기대한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한겨레신문 기자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와 일본 시즈오카현립대, 중국 칭화대에서 동북아시아 국제관계를 연구하고 강의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LBN방송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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