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전두환-이순자, 왜 백담사에 769일간 유배됐나?

전두환-이순자 부부의 백담사 유배•••경호 인력들 개고생

문일석 발행인 | 기사입력 2020/03/31 [15:41]

거대 권력을 가진 자에게 권력 누수는 무서운 것이다.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가 승리했다. 알다시피 그는 장군출신으로 1979년 전두환 장군과 함께 12-12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던 주역이다. 두 장군은 친구사이였다.

 

전두환-노태우 권력은 엄연하게 다른 권력이다. 전두환은 간접선거, 즉 체육관에서 뽑힌 대통령이다. 그는 7년 집권했다. 그러나 노태우는 전 국민이 투표하는 직접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노태우는 5년 집권했다. 그러나 장군 출신이 대통령이 된 것은 군사 쿠데타가 그 뿌리이므로, 두 정권은 그런 면에서 동근(同根)권력이랄 수 있다. 

 

노태우가 집권한 이후, 권력분점 현상이 생겼다. 전두환 세력들이 상왕(上王)세력 행세를 하고 있었다. 최고 권력자에 권력의 누수는 곧 죽음이다. 전두환 정권 속에는 군인 출신 정치인들이 많았다. 노태우라는 새로운 후임 대통령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전두환 세력들은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노태우를 가리켜 '물 대통령'이라면서 호가호위 했다. 

 

백담사 골방의 전두환.  ©브레이크뉴스

백담사 골방의 전두환-이순자 부부.     ©브레이크뉴스

 

권력의 속성상, 국가의 최고 권력은 나눠서 가질 수 있는 성질이 절대로 아니다. 1988년 2월에 취임한 노태우는 초기에 이를 눈뜨고 지켜만 봤다. 초기권력, 그렇게 9개월이 흘렀다. 분통터질 일이었다. 자신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 무언가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만 했다. 그러던 중, 보좌진에서 전임 정권의 최고 실세였던 전두환-이순자 부부의 백담사 유배라는 현대판 귀양살이 아이디어를 내놨을 것이다. 백담사 유배는 구속이 아닌, 공기  좋고 한가한 절에서 놀아라는 우대(?)조치의 일종인 셈이었다. 

 

노태우는 전두환 세력들에 의한 '상왕정치'의 청산, 즉 절대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전두환-이순자 부부를 강원도 백담사로 유배시킨 것이다. 이 때문에 전두환-이순자 부부는 1988년 11월23일부터 1990년 12월29일까지 769일간 백담사에 머물러야 했다.

 

당시, 기자(토요신문)였던 필자는 1990년 12월, 백담사 잠입취재에 나섰다. 불교 신도들 틈에 끼어 백담사 잠입에 성공했다. 취재 방향은 국가가 지원하는 경호 인력의 수효와 그들에게 주는 월급-유지비를 따지는 것이었다. 백담사의 겨울은 산 속이라 몹씨 추웠다. 그들, 경호 인력들은 개고생을 하고 있었다. 살을 애이는 혹한에 떨면서 전-이 부부의 철통경호를 해야만 했다.

 

필자는 취재를 다녀와서 전두환 부부의 귀가론을 펴는 기사를 날렸다. 그 내용은 전두환-이순자 부부를 경호하는 경찰병력의 유지에 드는 세금이 너무 많다는 것을 낱낱이 지적했다. 또한 경호에 동원된 경호 인력들의 개고생, 고통스런 경호 현장의 실상도 자세하게 전했다. 그 기사의 보도 반응은 컸다. 이후, 전두환-이순자 부부는 서울 연희동 자택으로 귀가했다. 그때, 잘한 일이었는지? 잘못한 일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후임 대통령이었던 김영삼은 역사바로세우기 정책을 펴면서 전두한-노태우를 감방에 가뒀다. 극약처방을 쓴 것이다. 전-이 부부의 백담사 유배가 주는 정치적인 교훈은 권력자에게는 권력누수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를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제 임기 말로 들어 서 있는 입장이다, 그런데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의 대통령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50% 대가 넘은 높은 지지율을 보여 이변(異變)이다. 그러나 그 어떤 지도자에게도 있는, 당연한 법칙인 '임기 말 현상'이라는 레임덕 현상은 오게 돼 있다. 임기 말 현상은 무섭다. 민심이 떠나고 나면, 쓸쓸한 지도자로 외면당한다. 인기가 후임 지도자에게로 옮아간다. 막강한 권좌에 있을 때 잘해야 한다. moonilsuk@naver.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