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자, 3대(三代)를 넘지 못한다?

이법철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0/03/29 [13:50]

한국 속담에 전해오는 말에는 “부자는 삼대(三代)를 넘지 못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한국사회에 오랜 세월에 걸쳐 전해오는 통계학적인 말이기도 하다. 또 속담에 돈을 악착같이 피땀 흘려 벌어 모우는 자가 있고, 발어 모운 돈을 짧은 시간에 망치는 자는 따로 존재한다고 전해온다.

 

내가 j군(郡)에 소재한 사찰의 주지를 할 때이다. 읍내 가까운 농촌에 사는 불교신도 가운데 여성 신도인 50대 중반의 K여사가 나에게 독대를 요청하여 응하니 집안 사정의 하소연이었다.

 

K여사의 하소연을 종합해보면, 남편이 조상 3대가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해서 모운 돈으로 산 전답(田畓) 300여 마지기를 야금야금 팔아서 도박으로 날리고 있으며, 남편은 집에도 들어오지 않고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집에 돌아오지 않고 시골 도박판에만 붙어 산다는 주장을 하였다. 남편이 도박으로 집안이 거의 망하고 있으니 스님이 남편을 만나 대오각성하게 하여 집안을 더 이상 망치지 않게 해달라는 눈물어린 간청이었다.

 

K여인의 회고에 의하면, 시어머니는 중년 초에 병으로 죽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 시아버지도 50대 중반에 병으로 죽게 되었다. 어느 날, 병석에 누운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남편 모르게 조용히 불러 유언처럼 이렇게 말하며 신신당부했다.

▲ 이법철 칼럼니스트.  ©브레이크뉴스

“내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 웃대 할아버지는 집안이 너무도 가난하여 부잣집에 3대 머슴살이를 해서 돈을 모았다. 윗대 어른들은 머슴살이로 번 돈을 모두 전답(田畓)을 조금씩 사들였다. 3백마지기가 넘게 되었지. 그런데 나한테는 독자(獨子)인 아들이 한 명 뿐이었는데, 그동안 나는 아들에게 할아버지들의 3대 머슴살이를 해서 재산을 모운 것을 잘 간수하고 지켜야 한다고 충고를 해도 귀담아 듣지를 않는다.”

 

“또, 학교는 죽어도 안가겠다고 하여 간신히 국민학교만 졸업했단다. 그런데 허구헌 날 몹쓸 친구들과 어울려 주색을 즐기고, 도박을 하고 다니는 데, 내가 아무리 도박을 해서는 안 된다며 책망과 회초리를 들어도 듣지 않고 오히려 집을 뛰쳐나가 돌아오지를 않는구나. 이제 나는 병으로 죽음이 닥쳐서 어찌할 수가 없고, 이제 며느리인 너에게 3대 할아버지들이 머슴살이를 해서 모운 재산을 지켜주고, 집안을 발전시켜주고 해마다 봉제(奉祭祀)를 해주기를 부탁하는 것이다…. ” 시아버지는 몇 번이고 간곡히 부탁을 하면서 죽고 말았다.

 

집밖에 나가 무서운 아버지의 근황을 살피던 아들은 아버지가 죽은 것은 천재일우(千載一遇)의 호기(好機)기 도래했다고 생각하는 지, 아들은 몹쓸 친구들과 무슨 의리를 지킨다고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재산을 빼돌려 도박판과 술집으로 달려갔다.

 

집안에 도둑처럼 밤에 숨어들어 부인 몰래 외양간에 소들과 염소 등을 끌어다 팔아 도박을 하고, 몹쓸 친구들에게 달려갔다. 또, 농협, 축협 은행에는 전답문서를 저당 잡히고 돈을 융자받아 몹쓸 친구들에게 달려가 소식을 끊었다. 이 모든 음모는 멍청한 남편에게 무슨 “의리를 지키라며 강요하고, 주색잡기로 돈을 빼앗아 먹는 몹쓸 친구들 탓”이었다.

 

K여사는 나에게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

“밤에 제가 잠든 사이에 제 손가락의 황금 결혼반지를 미끄러운 비누물을 묻혀 빼내어 도박을 했어요. ”

 

“저는 시아버님에게 간절히 부탁을 받았지만, 남편의 완력 때문에 재산을 못 지켰었어요. 남편은 전답 3백여 마지기를 거의 다 도박판과 술집에 날리고, 이제 남은 전답은 5∼6마지기 뿐 입니다. 저는 남의 농사일을 해서 간신히 입에 풀칠을 한답니다. 그런데 저에게 남편은 본전(本錢)은 건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남은 전답과 집까지 팔아 도박을 하겠다고 내 머리채를 잡고 따귀를 치고 주먹질을 해댑니다... 스님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요?”

나는 화가 나서 이렇게 말했다.

 

“집을 떠나지 그랬어요? 정신 못 차리는 자와 어떻게 살았지요?”

 

그녀는 돌연 부끄러운 얼굴이 되어 이렇게 내게 말했다.

“오랜만에 돈 떨어져 도박판에서 돌아오는 남편은 “나를 달래듯, 속죄하듯” 밤새워 성관계를 하곤 해서 그만 아이가 셋이나 생겨서 아이 때문에 떠날 수가 없었어요.“ 나는 내심 놀랐다. 집안 망치는 도박꾼과 술꾼이 마누라를 꼼짝 못하게 하는 기술인 방중술(房中術)에 전문가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그녀의 간청대로 남편을 만나 입을 떼려하자 그는 대뜸 손바닥으로 하지 말라는 듯 하고는 성난 얼굴로 내게 이렇게 말했다.

“스님은 부처가 되는 것이 목적이고, 나는 내 마음대로 살아가는 자유인으로 인생을 사는 것이 목적이오. 남의 자유를 속박하는 교훈 같은 얘기는 하지 마슈. 나는 부처도 싫고, 예수도 싫어요. 모두 위선자들이라고 나는 생각해요.”

그는 천불(千佛)이 출세하여 제도를 하려해도 제도가 어려운 자라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2년 후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날, K여사의 남편은 수중에 돈이 없어 주점은 가지 못하고, 읍내 양조장집에서 마음껏 소금에다 막걸리를 마시고서는 비틀비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논구덩이에 빠져 얼어 죽었다는 후일담(後日譚)을 들었다. 그의 주장대로 자유롭게 죽은 것인가? K여사의 이야기처럼 재산은 사라지고, 아이 셋을 기르고 시집 장가보내는 그녀의 불행한 인생사는 한국 농촌에는 너무 흔한 이야기가 아닐까.

 

끝으로, 나는 거듭 주장하건대, 부자의 재산이 3대(三代)가 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첫째, 스스로 물려받은 가산을 도박과 주색에 망치는 자도 부지기수이지만, 둘째, 정치권력이 이념이 바뀌면 부자는 끝장나는 것이다. 만약 자유 민주 한국에 남의 재산을 강탈하여 평등한 세상인 지상낙원을 만든다는 공산당이 한국정치를 장악할 때는 조상이 피땀흘려 물려준 부자의 재산은 모두 강탈당하고 만다는 것을 시전에 예지해야 한다. 부자가 망하는 전조(前兆)는 부자의 후예들이 스스로 재산을 강탈당하는 좌익을 지원하거나, 제정신이 아닌 망조(亡兆)의 짓을 보여준다. 예컨대 한국 최고의 부자의 반열에 오른 삼성의 삼성 3대째의 아들과 큰 딸이 마약을 즐긴 혐의가 언론에 보도되어 인구에 통탄을 토하게 한지 오래이다. 거대한 삼성은 공산당이 오기 전에 한국에서 망조에 들 것인가? 나 개인은, 부디, 심성만은 3대(三代)가 아니라 10대(代)를 넘어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해주었으면 바란다. 

 

*필자/이법철. 스님. 시인. 이법철의 논단 대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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