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이 실종된 아베의 일본 '극우정치'

무엇이 집단으로서의 일본인을 비이성적으로 만드는 것인가?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 기사입력 2020/03/17 [15:51]

▲ 아베     ©브레이크뉴스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9분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지역에 진도 7.9의 초강력 대지진이 일어났다. 마침 점심시간 때여서 거의 대부분의 가정에서 밥을 짓느라 불을 때고 있었기 때문에 대화재로 이어져 도쿄와 요코하마 등 관동지역 일대가 궤멸적 피해를 입었다.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14만여명에 이르고 이재민도 340만여명에 달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이상한 소문이 나돌았다. '조선인이 불을 질렀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 '조선인이 부녀자를 능욕했다' 등등 조선인을 겨냥한 유언비어였다. 이같은 헛소문을 근거로 대대적인 조선인 학살이 자행돼 3000~6000명의 조선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발음이 어눌한 지방 출신 일본인들이 조선인으로 오인돼 죽임을 당한 경우도 많았다.

 

일본 사이타마시는 지난 9일부터 코로나19 예방용 마스크를 시내 각급 학교에 배포하면서 조선학교를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내외에서 인종 차별이라는 비난이 거세지자 시미즈 하야토 사이타마 시장은 지난 13일 조선학교에도 마스크를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로부터 100여년의 시간이 흘렀는 데도 조선인에 대한 일본의 차별과 혐오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재난이 발생하면 이같은 인종 차별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 재난 시기에 조선인에 대한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이를 근거로 가학적 행위를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일본 국민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 보다 특별히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시민들은 온순하고 친절하다. 그러면 무엇이 집단으로서의 일본인을 비이성적으로 만드는 것인가? 왜 그들은 천황의 한 마디에 목숨을 걸고, 근거없는 유언비어에 속아 잔인하고 반인륜적인 모습을 보이는가?

 

어느 한 측면에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겠으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취약한 시민사회와 집단지성의 문제가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듯 하다.

 

한국은 산업화이후 시민사회가 형성돼 민주화와 개혁을 이끌었으나, 일본은 시민사회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해 정치인과 관료에 의해 사회적 의제가 결정되는 특이한 구조를 하고 있다. 게다가 사회적 감시기능을 해야 할 언론도 정치인과 관료의 영향권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국 같으면 특검을 해야 할 정도의 권력형 스캔들도 여론화되지 못하고 묻히기 일쑤다.

 

▲ 권기식     ©브레이크뉴스

일제 군국주의 시대는 물론 전후에도 극우 정권이 들어서면 사회적 소수파인 조선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강도가 더욱 심해졌다. 경제가 어렵거나 재난을 당해도 희생양은 조선인들이 돼야만 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이 벌어진 것은 결코 특정 지방정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전쟁하는 보통 국가'를 만들려는 아베식 극우 정치가 폭주하는 동안 일본의 집단지성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사회적 약자인 재일 한국인들이 입고 있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와 일본 시즈오카현립대, 중국 칭화대에서 동북아시아 국제관계를 연구하고 강의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LBN 불교방송 회장, 대구경제신문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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