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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허울뿐인 문화재 지정

관리 소홀에 일반 공개도 되지 않는 ‘부안군이석수묘역’

이동한 기자 | 기사입력 2020/02/05 [10:14]

철조망에 갇혀있는 문화재

 

시도지정 및 문화재자료는 각 지자체에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재보가 있었다. 서울시 문화재자료 제29호 부안군 이석수 묘역(이하 부안군 묘역)도 그렇게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산속에 방치돼 있었다.

 

▲ 부안군이석수묘역 (C)경기브레이크뉴스

 

국립 서울 현충원 내부 숲속에 위치한 부안군 묘역은 현충원 제일 안쪽에 위치해 있다. 내부 이정표도 없으며, 심지어는 해당 묘역이 팬스로 막혀 있고, 더구나 유일한 출입구 역시 자물쇠로 굳건히 잠겨 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우선 이곳에 문화재자료가 있다는 안내판도 세워야 하건만 표지판도 없고, 묘역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출입이 금지돼 있다고 생각되기 쉽다. 물론 출입 허가를 받는다면 입장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팬스에 적힌 문구만 봐도 이곳의 출입을 원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기 쉽다. ‘업무상·공무상 출입’만을 허가한다는 문장은 그렇게 오해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 출입 제한 팬스 (C)경기브레이크뉴스

 

▲ 잠겨 있는 출입문 (C)경기브레이크뉴스

 

부안군 묘역의 관리 주체는 서울시 관할 구청인 동작구청이며, 해당 묘역의 토지는 국방부 소유로 돼있다.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충원에 미리 연락한 후 경비상황실을 방문해서 출입구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열쇠를 받아야 한다. 토지 소유권자가 국방부기 때문이다. 일단 이 모든 사실을 알기가 쉽지 않지만, 이 사실을 알고 입장을 하더라도 문제는 계속된다.

 

▲ 출입 제한 문구 (C)경기브레이크뉴스

 

본지에서는 지난 1월 말 취재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이미 기술했던 방법을 이용해 열쇠로 출입구를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야산의 오솔길보다도 못한 수준의 진입로였다. 매년 해당 문중에서 시제(時祭)를 지내기 위해 나이 든 어르신들이 찾는다고 하는데, 그 어르신들이 이 길을 따라 어떻게 오르내리실 수 있는지가 의문이 들 정도로 진입로는 가파르고, 위험해 보였다. 실제로 젊은이들도 내려올 때는 미끄러지기 쉬운 상태였다.

 

▲ 묘역 진입로 (C)경기브레이크뉴스

 

▲ 묘역 진입로 (C)경기브레이크뉴스

 

뿐 만 아니다. 이렇게 올라 마주한 묘역은 초라하고 볼품없기 그지없었다. 이 묘역에는 문화재자료 표지와 함께 부안군 이석수의 묘와 그 배위 현부인 평강채씨의 묘, 그리고 그 손자인 순안군 이선룡과 그 배위 현부인 남원윤씨의 묘 등 총 4기의 분묘와 석물 6기가 있다. 부안군과 평강채씨의 묘는 순안군과 남원윤씨의 묘 아래쪽으로 단차를 두고 위치하고 있으며, 문인석이 좌우 모두 금관 조복을 착용 하고 손에는 홀을 든 모습으로 있다.

 

▲ 부안군 묘역 (C)경기브레이크뉴스

 

▲ 부안군 묘표 (C)경기브레이크뉴스

 

▲ 문인석 (C)경기브레이크뉴스

 

문제는 순안군과 남원윤씨, 여흥민씨 묘의 경우 봉분이 많이 허물어져 있었고, 잔디 작업 역시 전혀 돼 있지 않고 방치된 모습이었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관리부실로 인해 버려진 묘지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문화재자료 표지가 아니었다면, 이곳이 서울시 지정문화재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뿐 아니라, 단순히 버려진 묘지라고 생각하기 쉬웠다.

 

▲ 봉분의 훼손 상태 (C)경기브레이크뉴스

 

이 묘역은 문화재자료로 지정됐을 만큼 사료의 가치가 있는 곳이다. 묘역의 주인인 부안군 이석수(1524~1598)는 조선 9대왕인 성종의 손자로서 임진왜란 때 선조를 호종한 공로로 선무종훈됐다. 그리고 이러한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아 이 묘역은 2005년 9월 15일 묘역의 분묘 2기와 석물 6기가 서울특별시문화재자료 제29호로 지정되었다.

 

▲ 알림문 (C)경기브레이크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으며, 관리조차 허술한 이유는 무엇일까? 본지는 동작구청에 문의를 하였다. 동작구 문화시설팀 이시연 팀장은 “동작구 문화재 지킴이 자원봉사자 7분이 관할 지역 문화재들을 수시로 돌아보고 문제점을 지자체에 보고하고 있다”며 “보고 받은 후 해당 문화재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몇 차례에 걸쳐 찾아봤다”고 답변하였다. 동작구는 해당 문화재를 실사(實査)한 뒤 실제로 부안군 묘역 내 봉분이 훼손돼 있음을 파악하고 지난 2019년 서울시에 예산 신청을 하였다고 한다. 이 팀장은 “지난 가을 서울시에서 현장 심사를 나왔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지만, 최종적으로 예산 신청에 대한 집행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서울시 예산문제로 최종 선정에서 탈락한 듯 보인다”라고 답변했다. 동작구는 올 6월 다시 서울시에 해당 묘역에 관한 예산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해당 문화재의 일반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 이 팀장은 “국방부에 문의했을 때, 해당 지역은 국방부 소유 지역으로, 국방부는 묘역의 위치가 산이라서 화재의 위험성 때문에 제한적으로만 공개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진입로의 안전성을 위한 계단 설치 부분 역시 “해당 토지가 국방부 소유기 때문에 동작구에서 강제할 수가 없다”며, “국방부는 비용 문제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지정문화재의 경우 소유자와 관리자가 분리돼 있는 경우가 다수이기에, 이렇게 분리돼 있을 때 관리의 어려움이 나타난다. 소유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관리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현재 부안군 묘역의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가 국방부며, 관리주체는 서울시다. 묘역의 훼손부분에 대해서는 관리 위임을 받은 동작구가 계속 서울시에 예산 신청을 하겠지만, 진입로 설치의 경우 국방부의 강한 의지 없이는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12월 ‘비전 2015, 문화도시 서울’을 발표하고, “서울 곳곳의 역사유적을 찾아내어 복원하고, 전통을 간직한 무형문화재를 잘 전승하면 서울은 공간과 인간이 편하게 대화하는 도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은 삶의 터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실제 2016년 4월 서울시는 유형문화재, 기념물, 민속문화재, 문화재자료 등 지정 문화재에 대한 정기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같은 해 12월까지 진행했다. 이 조사는 시 지정문화재에 대한 자체 정기조사로는 처음 이뤄지는 것이었다. 당시 25개 자치구 소재 유형문화재 97건, 기념물 38건, 민속문화재 28건, 문화재자료 19건 등 182건의 부동산문화재가 조사 대상이 됐다. 서울시는 이 조사로 문화재구역의 보존관리현황 및 변화, 환경보전상황과 구조안정성, 노후도, 훼손도, 방재설비 등 관리실태 전반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그 조사결과를 문화재 보호관리 방안 수립과 보수정비 우선순위 결정 등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드러난 사실로 보자면, 서울시의 문화유산 행정이 그리 공평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수익성이 있는 문화재 보수·관리에만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단순히 부안군 묘역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개인이 문화재를 보존·관리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지자체가 문화재 지정을 하고 관리 주체가 되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듯 문화재 지정만 해놓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그 지정에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국방부 역시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되는 공무 조직인 만큼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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