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키 플레이어 등장 '인도의 속내'

인도 저항으로 RCEP 연내타결 무산, 인도 끝내 이탈하면 RCEP 표류의 리스크 도사려

이규석 국제문제 전문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9/11/08 [13:51]

▲ 이규석 정치학 박사.   ©브레이크뉴스

세계인구의 약 반의 35억명을 차지하고 있고 세계 GDP의 약 30%인 25조 달러를 포괄하고 있는 거대 자유무역권인 동아시아지역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11월 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3차 RCEP 정상회담(3rd RCEP Summit)에서 20개 챕터의 협정문을 채택, 타결되었다.

 

한중일의 RCEP 참가 경쟁도 치열


그러나 이 협정문 채택은 참가국 정상들이 앞으로 RCEP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나가자는 선언적 의미의 타결이다. 앞으로도 참가국들 간의 상품⋅서비스에 대한 시장개방 협상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즉 각국 간에 산업별로 또 구체적 안건별로 관세적용률 협상(관세적용 타임스케줄 협상) 등 시간이 걸리는 여러 협상이 남아 있다.   


RCEP는 아세안(ASEAN) 10개 국가와 한⋅중⋅일, 인도, 호주, 뉴질랜드의 16국이 참여하는 거대 FTA로 참여국들 간의 관세율을 낮추거나 무관세를 실현하는 것이 골자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인도가 이번 타결 선언에서 빠져버려 아쉬움을 남겼다. 무역적자의 확대를 우려하는 인도는 관세철폐 등에 거부감을 갖고 신중한 자세를 굽히지 않았다. 인도측은 회담 후에도 “RCEP에는 앞으로도 참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각국에 전달했다”고 하면서 RCEP로부터의 이탈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인도가 이탈하면 RCEP의 큰 틀 자체가 흔들리고 표류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요컨대 인도가 이탈하면 RCEP는 붕괴하고야 말 것이라고 걱정하는 소리가 들려오고도 있는 것이다.     

  
RCEP는 2013년부터 한⋅중⋅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인도 등이 교섭을 진행해 왔다. 합의만 할 수 있다면 세계인구의 약 반, 세계무역액의 약 3할을 차지하는 거대한 자유무역권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를 부풀려 왔다. 


한편 RCEP는 중국이 주도하며 창설 준비작업을 해 온 것은 사실이나, 언제부터인지 그 주역이 ASEAN으로 바뀌고 있었다. 끝까지 중국이 RCEP를 주도하려 했다면, 중국과 경쟁하는 일본이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고, 중국과 무역마찰을 빚고 있는 인도도 참가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며, 인도-태평양 경제권 구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호주와 뉴질랜드도 참가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RCEP에 참가할지 망설이고 고민하고 있었던 인도가 결국 최종국면에서 빠져버리면서, RCEP 정상회담(11월 4일)에서 교섭참가국이 성사시키려 했던 16개국 전체에 의한 타결을 무산시켰다. 2017년과 2018년에 이어서 2019년에도 연내타결을 시도했으나 불발로 끝난 것이다. 


결국 이번 RCEP 정상회담에서는, 16개 국가에 의한 2020년의 서명을 목표로 하여 서로 협의를 계속할 것을 선언한 것에 그치고 만 것이다.


단 인도 외무부의 비제이 싱 국장은 정상회담 후의 기자회견에서 “인도에 있어 해결되고 있지 않은 중요한 걱정거리가 있다”고 하면서, 앞으로 RCEP에서의 합의를 위한 협의에 적극적으로는 참가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러나 RCEP 타결을 위해 인도와의 조정역을 담당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정부관계자는 인도의 RCEP 이탈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하지만 인도와 역내 국가들과의 RCEP를 둘러싼 분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흥의 경제대국으로서 대두하고 있는 인도가 교섭의 최종국면에서 무역자유화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은 이유는 크게는 3가지이다.   

         
첫째, 발밑까지 닥쳐있는 경제성장의 둔화이다. 인도는 2019년 4~6월기의 실질성장률이  5%로 하락하고, 실업률도 과거 최악의 수준이 되었다. 2014년에 취임한 모디 수상은 7~8%의 고성장을 유지해 왔지만, 정권 들어 처음으로 맞이하는 경기감속국면을 맞이하면서 “RCEP 합의로 자유무역이 확대되면 농업 등 자국 산업이 더 큰 타격을 입을지도 모른다”고 경계심을 품어왔다. 현재 인도는 수입품에 대해 30~6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나 RCEP 가입으로 관세율을 낮추게 되면 제조업, 농업, 낙농업 등 경쟁력이 없는 자국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은 뻔한 이야기다.      


둘째, 시장개방에 대한 국내의 반발로 모디 수상의 정치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모디 수상의 여당은 올 5월의 총선거에서는 승리하여 모디 정권 2기의 토대를 굳건히 한 것으로 보였지만, 경기감속에 의해 10월말의 주(州)의회선거에서는 크게 의석을 잃었다. ‘메이크 인 인디아’로 대변되는 인도의 간판정책으로서의 국내제조업 진흥책도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현재 인도의 섬유업계에는 약 4,500만명이 종사하고 있지만 RCEP가 타결되면 자국의 섬유공장은 문을 닫고 종업원들도 실직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만큼 인도의 제조업에 있어 경쟁력은 아주 취약한 편이다. 모디 정권은 지금도 돌출하고 있는 고용문제와 빈곤문제의 대응에 쫓기고 있다.    


일본 등 RCEP의 교섭국들은, 모디 정권이 5월의 총선거를 승리한 후 RCEP의 조기타결에 전향적인 자세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기대는 현시점에서는 보기 좋게 빗나간 꼴이 되고 말았다.  


셋째, 무역적자가 확대하는 것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인도는 약 13억 인의 인구대국이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0 달러 정도에 불과, RCEP 역내 16개국 중에서 14위에 머물러 있다. 산업경쟁력도 약하다. 

   
2017년의 인도의 무역총액은 7,494억 달러에 달했으나, 이 중 RCEP 역내 국가와의 무역액이 3할을 차지했다. 그러나 인도는 전체 무역적자의 65%를 RCEP 역내국가에게 점유당하고 있고, 특히 중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하는 적자는 인도의 전체 무역적자의 4할(2018년에는 약 3할)을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역내국가와의 교섭결과에 따라서는 중국의 전기제품과 스마트폰, 호주의 농산물이 더 한층 인도로 유입해 들어올 수 있어, 인도의 적자는 더욱더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스마트폰은 2018년 연간 1억 4천만대 이상이 인도 시장에서 판매되었다.)      


모디 수상은 RCEP 정상회담을 앞두고, 11월 2일에는 “인도의 이익과 우려사항이 RCEP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싶다”고 말하며 자국에의 영향을 엄중하게 주시할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3일에는 인도네시아의 조코 대통령, 4일에는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수상이 각기 까다롭게 나오는 모디 수상과 회담하며 모디 수상을 설득하는 장면도 있었다.      


그러나 인도는 결국 최종적으로는 RCEP에 들어올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는 인도에 RCEP가 그다지 메리트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글로벌경제 시대에 인도도 국내의 모든 산업을 전부 확립⋅활성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인도로서는 자국 내에서 강점과 경쟁력이 있는 산업을 키우고, 그렇지 않은 것은 해외에서 조달하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즉 인도로서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펴는 일이 나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분명 단기적으로 볼 때 산업형성기에 있는 인도로서는 자유무역은 피해가 심각할지도 모른다. 그 여파로 모디 정권에 있어서도 정치적 타격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있는 산업을 확장하고 경쟁력 없는 산업을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도가 RCEP에서 이탈하면 결국 장기적으로는 인도에게 큰 손해가 돌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측도 인도의 RCEP 참여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RCEP 내에서 인도와 중국이라는 덩치 큰 두 나라가 경쟁해야 중국의 영향력을 떨어뜨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의 인도에 대한 측면지원도 인도의 RCEP 가입의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일본이 RCEP 참가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무조건 RCEP에 참가해야지 다른 선택지는 없다. 일본이 역내 국가들에 무관세로 수출하는데 한국은 정식 관세를 내고 수출한다면 한국이 (가격)경쟁에서 밀리면서 동아시아 시장을 일본에 빼앗기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RCEP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된다.     

       
중국과 한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한일간 관계와 비슷하다. 중국이 RCEP에서 주도적 역할을 꾀하려고 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RCEP에 가입을 안 하면 관세와 가격경쟁력에서 한국제품이 중국제품에 불리해지기 때문에, 동아시아 역내에서의 중국과의 경쟁에 밀리게 된다. 이런 면에서 한중일은 공동운명이다. 한중일 어느 나라도 RCEP에서 빠지면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성장속도가 빨라질 남아시아의 대국 인도를 포함하여 한중일이 참가하는 거대 경제공동체 RCEP가 실현된다면 무역자유화와 다국간주의의 새로운 견인역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크다. 


RCEP의 교섭상대국들의 사이에서는, 아직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지 않은 인도를 제외해 버리는 합의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소리도 들려오고 있지만, 일본은 인도를 제외하는 일에 명확히 반대하고 있다. 인도가 빠지게 되면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는 우려와 경계심 때문이다. 인도를 둘러싼 교섭국들의 분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2020년의 RCEP 완전타결을 향한 일본의 교섭력도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아베 수상은 이번 RCEP 정상회담에서 “2020년의 의장국 베트남과 협력하여 16개국 전국가가 서명하도록 주도적 역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nagano91@naver.com


*필자/이규석. 성균관대 정치학 박사. 국제문제 전문 칼럼니스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를 후원하고 싶습니다.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후원금은 인터넷 신문사 '브레이크뉴스' 발전에 쓰여집니다.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