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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엄경철 보도국장 ‘출입처 제도혁파 선언’을 지지한다!

“출입처가 생산해서 정리해준 보도 자료나 베끼는 게 기자가 아니다”

문일석 발행인 | 기사입력 2019/11/06 [14:54]

▲ KBS 한국방송  ©KBS홈페이지

최근 KBS의 엄경철 보도국장이 작성한 ‘보도국 운영계획(출입처 제도 없애고, 차별화된 뉴스 제작 공약)’이 외부로 흘러나왔다.

 

이 문건에 따르면, 엄 보도국장은 출입처 제도 혁파를 선언했다. 그는 “반드시 필요한 영역과 역할을 제외하고, 출입처 제도를 폐지하겠다. 통합뉴스룸 기자들 모두 알고 계시겠지만, 굳이 말씀드린다. 출입처 제도는 필요한 공적 정보의 획득과 전달, 안정적 기사 생산이라는 기능을 하고 있지만 모든 언론사를 균질화 시킨다”고 전제하고 “패거리 저널리즘이라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왔고, 이 과정에서 과당 경쟁이 발생하면서 언론 신뢰 하락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출입처 중심의 취재와 기사생산은 불가피하게 시민의 관점과 요구, 필요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게된다. 부서별 특성을 감안하고 점검해, 출입처 제도를 혁파 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언론사 출입처 제도 혁파 선언은 한국 언론계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출입처 제도는 일제 식민지 제도의 잔재일 수 있다. 언론사의 출입처 제도란, 기자실을 별도로 만들어 기자를 관리할 수 있는 제도이다. 출입기자 제도란 좋은 점도 있겠지만, 패거리 저널리즘 제도라는 점에서 부작용이 많았다. 박정희-전두환, 두 군사정권 시절에 언론통제의 한 수단이 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대, 이 제도의 개혁을 시도했으나 언론사들의 반발로 개혁의 뜻을 이뤄내진 못했다.

 

그러나 이번 KBS가 먼저 출입처 제도의 혁파를 선언하고 나온 것은 의미심장하다. 왜냐? 언론사 스스로가 이 제도의 결함이 무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중파 방송, 종이 일간신문, 인터넷 매체 등, 그 어느 매체이든지 생존위협에 빠져 있다. 스마트폰 시대와 더불어 언론위기 시대가 닥쳐왔다. KBS만해도 시청률 저하와 수입저하에 직면, 생존 위기로 내몰렸다. 그 미래가 깜깜하다. 이대로의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매체가 없을 정도가 됐다. KBS도 하루 하루 생존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것. "신이 경영한다 해도 매체를 살릴 수 있을까?" 이런 회의가 든다는 지적도 있었다. 맞는 말이다. KBS는 생존의 한 수단으로 출입처 혁파를 들고 나왔다.

 

엄 보도국장은 “모든 부서에 '주제·이슈' 중심의 취재시스템을 구축하겠다. 출입처 제도를 폐지하고 시민의 삶 속으로, 시민사회 속으로 카메라 앵글이 향하기 위해 모든 부서에 '주제·이슈' 중심의 취재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별로 구체적 주제와 이슈를 선택, 취재를 집중해서 우리만의 차별화된 뉴스를 생산해야 한다”면서 “궁극적 목적은 통합뉴스룸 취재기능의 50% 이상을 탐사, 기획 취재 중심의 구조로 바꿔 차별화된 뉴스를 지향하겠다. 여기에 필요한 교육과 보완 시스템도 갖추도록 하겠다”고, 그 의지를 표명했다.

 

이 선언은 출입처가 생산해서 정리해준 보도 자료나 베끼는 게 기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환기시켜 주고 있다.

 

정부기관이나 기업들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KBS의 출입처 제도혁파는 차별화된 뉴스의 생산에 방점을 찍는 다. 그동안 출입처의 기자란, 아침 출근 시간에 출입처에 나갔다가 퇴근 시간에 퇴근 하는 게 기자였다. 대다수의 출입처 기자들은 출입처가 생산한 자료나 정리해서 보도하는 게 일상의 일이었을 것. 그러므로 차별화된 뉴스가 나오기 쉽지 않았다.

 

KBS의 출입처 제도 혁파 이후, 정부나 기관들도 발 빠르게 따라서 변해야만 한다. 오픈 취재지원 방식으로 돌아서야 한다. 청와대도 정부 부처도 확 변해야 한다. 끼리끼리를 없애야 한다.  대기업 취재관행도 변해야 한다. 군(軍)도 기자에게 오픈 취재토록 허용해야 한다.


필자는 KBS 엄경철 보도국의 출입처 혁파선언을 지지 한다. 그의 선언은 향후 대한민국 언론지형을 바꿀 것이다. 근 1세기에 걸친 나쁜 관행이 없어지는 시작이 될 것이다. 모든 매체가 함께 죽어가는 공동의 죽음, 그런 언론의 살려내는 힘이 거기서 나올 수도 있음을 지적한다. moonilsuk@naver.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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