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성패(成敗)는 검찰개혁에 달렸다!

"그 어떤 권력이든 스스로 개혁하지 않는다"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 기사입력 2019/09/10 [10:54]

▲ 조국 신임 법무부장관이 지난 9월9일 과천시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장관 임명과 조 장관의 취임식이 이뤄짐으로써 한달여 간 계속된 '조국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제 여권은 검찰개혁의 길을, 야권은 조국 퇴진의 길을, 검찰은 조국 가족 수사의 길을 각각 걸어갈 것이다.

 

일개 장관의 임명을 둘러싸고 이렇게 나라가 시끄러웠던 적은 없었다. 이는 조국이 갖고 있는 정치적 상징성과 현실적인 권력투쟁이 뒤얽힌 구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조국은 촛불의 상징이자 문재인 정권의 정치적 아이콘으로 여겨짐으로써 스스로 태풍의 눈이 되었다. 그는 또 검찰개혁의 이슈를 선도함으로써 권력투쟁의 중심에 섰다. 조선 중종 시절 훈구파를 겨냥해 위훈삭제의 칼을 든 조광조를 연상케 한다.

 

조국 장관 임명 과정에서 여권은 청년층과 중도층의 이반이라는 정치적 손실을 입었지만 검찰개혁의 이슈를 만들어내는 성과도 거두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했던 사람들은 검찰에 대해 일종의 '집단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10년전 그날 우리는 야수로 돌변한 검찰권력의 민낯을 보았다. 노무현 대통령과 가족들을 둘러싼 검찰의 초법적인 수사는 결국 노 대통령을 자살의 길로 내몰았다. 검찰은 수사 대신 정치를 선택했고, 수사 상황은 왜곡돼 국민들에게 생중계됐다. 무죄추정의 원칙도 피의자의 인권도 안중에 없었다. 오로지 '노무현 죽이기'만 있었다. 법률가인 노무현은 절망했고, 사법개혁을 이루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생을 마감했다.

 

미완의 개혁 지도자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남은 사람들은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과 부채의식을 떠안고 살아야 했다.

 

노무현과 함께 했던 사람들은 정치공작 처럼 진행된 '논두렁 시계' 사건을 통해 정치검찰의 추악한 실체를 알게 됐다. 그리고 분노했다.

 

이제 그들이 청와대와 여당을 이끄는 지도부가 되었다. 그러나 조국 장관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는 10년전 노무현 수사와 놀랍도록 닮은꼴을 하고 있다. 검찰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지금 국민은 혼란스럽다. 청와대와 여당이 검찰을 공격하고, 검찰이 반격하는 초유의 사태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여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윤석열 검찰이 그럴줄 몰랐다'는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10년전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을 겪고도 여전히 순진하게 검찰을 믿다가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윤석열 총장은 이미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권은 이를 개혁하겠다는 말로 받아들여 그를 검찰의 수장으로 만들었으나, 이제는 그 말을 검찰조직을 위해 검찰권을 사수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윤석열을 지지했던 여권은 이제 윤석열을 물러나라고 하고 있고, 윤석열을 반대했던 야권은 그를 응원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한국 정치의 저급한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모습이다.

 

독재정권 시절 검찰은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민주정부가 들어선 지금의 검찰은 스스로 권력이 되려하고 있다. 검찰권을 약화시키는 개혁에 조직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그래서 조국 장관 임명과정에서 비상식적인 과잉수사를 벌인 것이다.

 

▲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브레이크뉴스

최초의 개혁민주정부인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군과 국정원, 경찰 등 많은 권력기관의 개혁이 이뤄졌으나, 오로지 검찰과 국회만 '개혁 무풍지대'로 남아 개혁을 거부한 채 기득권 사수에 올인하고 있다.

 

검찰은 스스로 개혁하지 않는다. 이미 권력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군사독재가 그랬던 것 처럼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개혁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촛불은 검찰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검찰 개혁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이 '노무현의 한'을 풀고 촛불정신을 온전히 구현해낼 수 있을 지 촛불시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16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 비서실 부실장을 지냈다. 정치권을 떠난 뒤 한양대와 일본 시즈오카현립대, 중국 칭화대 교수를 지내며 동북아 국제관계를 연구하고 강의했다. 인간개발연구원장과 영남매일신문 회장, 2018 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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