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 전 갖추어야 할 세 가지 보물

김덕권 시인 | 기사입력 2019/08/22 [11:53]

▲ 김덕권 시인     ©브레이크뉴스

우리가 잘 죽는 것도 실력일 것입니다. 얼마 전 오랜 동안 수행을 함께한 도반(道伴) 한분이 열반(涅槃)에 들었습니다. 그분을 보면 정말 죽는 것도 실력인 것 같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함께 법회(法會)를 보던 동지가 갑자기 텃밭인 고추밭에서 김을 매다가 그냥 앉아서 열반에 들었다는 것입니다.

 

놀라기도 했지만 순간 저는 그분의 열반이 몹시도 부러웠습니다. 그분의 죽음이 얼마나 큰 삼대력(三大力)을 갖추었으면 한 순간에 영(靈)을 날릴 수가 있었을까 하는 부러움이었지요. 저 역시 점점 건강이 신통치 못합니다. 그래서인지 영혼의 불꽃을 졸여가면서 있는 힘을 다하여 이 <덕화만발>을 쓰고 있습니다.

 

세상을 하직하는 그 순간까지 이 <덕화만발>을 쓰고 갈 수 있다면 제 생애(生涯)에 장엄한 막을 내릴 수 있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지요. 요즘 들어 친구들이 꽤 많이 유명(幽明)을 달리 했습니다. 벌써 320여명의 동창생들 중 거의 3분지 1이 넘게 떠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많은 죽음들이 모두 철저한 준비를 하고 떠났을까요? 아마 충분한 수행을 한 사람이 아니면 미리미리 죽음의 준비도 못했을 것이고, 배우자와 자식들에 대한 처분도 제대로 못하고 떠났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열반 전 갖추어야 할 세 가지 보물’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대개 갑자기 닥친 죽음 앞에서 창황경조(愴荒驚譟)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남은 배우자와 자식들을 위해 재산은 다 정리해 두었는지, 그리고 갑자기 병원에 실려 갔을 때, ‘연명치료 거부의정서’는 작성은 해 두었는지, 또 유언과 인연정리는 확실히 했는지, 장례의식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을 확실히 처결해두지 않으면 부득불 황망한 가운데 영(靈)이 훨 훨 떠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는 주로 뭔가를 시작할 때, 준비라는 단어를 붙입니다. 그러나 마무리에는 준비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은퇴 준비도 허술하고, 임종(臨終) 준비라는 단어는 금기시 돼 버린 지 이미 오래입니다. 눈 깜짝할 새 거짓말처럼 노후(老朽)는 눈앞에 다가옵니다. 그 때부터라도 정말 우리는 ‘잘 죽을 준비’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잘 죽어야 다시 잘 태어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최후의 일념이 내생 최초의 일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지요. 바로 이것이 한 사람의 인생을 잘 마무리 하는 진짜 실력입니다. 원불교를 창교(創敎)하신 소태산(少太山) 부처님은 가르침을 펴신지 28년이 되는 1943년 6월 1일, 53세를 일기로 거연(遽然)히 열반에 드셨습니다.

 

<유(有)는 무(無)로 무는 유로 돌고 돌아 지극(至極)하면, 유와 무가 구공(俱空)이나 구공역시 구족(具足)이라.>는 게송(偈頌)을 남기셨지요. 어떻습니까? 역시 부처님의 열반상은 장엄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듣기로는 부처님도 아프시면 고통을 호소하십니다. 다만 마지막을 차질 없이 처리하고 의연히 가시는 것이 우리네 범부와 다를 것입니다.

 

우리도 후회와 원망 대신 아름다운 추억과 더불어 부처다운 의연한 모습을 남기고 삶을 마무리할 실력을 갖추어야 최후가 아름답고 자식들에게도 존경과 추모(追慕)의 념(念)을 남겨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우리가 끝까지 존엄(尊嚴)하게 살다 가려면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요?

 

몇 년 전 폐가 굳어지는 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한 도반(道伴)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갑자기 닥친 죽음 앞에서 당황할 법도 하지만 그분은 차분히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했습니다. 혼자 살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 재산을 정리해 나눠주었습니다.

 

그리고 하는 말이 “8천만 원만 들이면 폐를 바꿔 달 수 있다고 해요. 그러나 저는 하지 않으렵니다. 그냥 마지막까지 잘 아프다가 잘 죽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분은 스스로 의사에게 심정지가 오면 연명치료를 하지 말라는 약속을 받고 문서에 사인까지 직접 하고 운명을 하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아파야 하는지, 죽는 모습이 어때야 하는지, 존엄성을 지키면서 인생을 마무리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몸소 보여주고 가야하지 않을까요? 정말 ‘잘 죽는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나 세인들에게 후회와 원망 대신 아름다운 추억과 스승다운 모습을 남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말이 쉽지 어디 보통 실력인가요? 나이가 들수록 부지런히 수행을 하지 않으면 그런 내공은 갑자기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자등 명 법등 명(自燈明 法燈明)!’ 스스로 공부하고 깨달아 삼대력의 위대한 힘을 기르지 않으면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잘 죽는 것이야말로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진짜 실력일 것입니다. 생사거래(生死去來)에 갖추어야 할 세 가지 근기(根機)가 있습니다.

 

첫째, 애착 탐착 끌려서 거래하는 근기입니다.

가고 오는 길에 정견(正見)을 하지 못하고 항상 전도(顚倒)가 되어 닥치는 대로 몸을 받아 취생몽사(醉生夢死)하며 또는 원한이나 증오에 끌려서 악도(惡道)에 타락하는 근기입니다.

 

둘째, 굳은 원력(願力)을 세우고 거래하는 근기입니다.

정법회상(正法會上)에 철저한 신념과 발원(發願)을 가지고 평소에 수행을 하며, 최후의 일념을 청정(淸淨)히 하면 오나가나 부처님 회상에 찾아드는 것이 마치 자석에 쇠가 따르는 것 같이 되는 근기입니다.

 

셋째, 마음의 능력으로 생사를 자유로 하는 근기입니다.

이는 철저한 수행의 결과 삼대력을 원만히 얻은 불보살 성현들이 육도(六道 : 天道 ⦁人道⦁修羅 · 畜生 · 餓鬼 · 地獄) 거래를 임의로 하는 근기입니다.

 

무상(無常)이 신속합니다. 잘 죽는 것도 실력입니다. 열반을 앞두고 갖추어야 할 보물이 있습니다. 하나는 공덕(功德)이요, 둘은 상생의 선연(善緣)이며, 셋은 청정일념입니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의 원리를 철저히 깨달아 최후일념을 청정히 하는 것이 열반 전 갖추어야 할 세 가지 보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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