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르포]피로 얼룩진 유린의 역사 문명충돌의 땅 '조지아'

예술인들의 예술혼을 일깨운 영감의 젖줄, 카즈벡 산맥

김충열 정치전문기자 | 기사입력 2019/08/17 [07:33]

세계 최초 교회, 지진에 의해 파괴된 교회를 뒤로하고 아르메니아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아르메니아는 해발 고도가 높고 강수량이 적어서 온통 산들이 나무가 없고 메말라보였다.

 

그러나 산과 산을 잇는 터널을 지나면 전혀 딴판의 세상이 펼쳐진다. 온통 숲이다. 아르메니아에서 조지아 국경을 넘는 고갯길은 우리네 대관령 코스를 연상케 했다. 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아르메니아보다는 조지아에서 아르메니아로 넘어 오는 대형 화물차들이 비좁은 도로를 교차했다. 신기한 것은 차도를 가득 메운 양떼들과 소떼들은 너무도 천연덕스럽게 아무런 제약 없이 평화롭게 도로를 따라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신기하고 귀엽기까지 했다.  

 

산 므츠헤타 정상에 세워진 즈바리(포도나무)수도원은 조지아인들에게는 가장 성스러운 곳이다. 4세기 초 포도나무 가지로 만든 십자가를 성녀 니노가 기도를 드린 후 십자가를 세웠고 그 자리에 즈바리(십자가)수도원이 세워졌다고 한다. 3,000년의 역사를 지닌 고도 므츠헤타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에 등재된 유서 깊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 김충열 정치전문기자

 

우리는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거치지만 대륙으로 이어지는 아르메니아, 조지아 국경에서는 출국수속과 입국수속을 동시에 밟았다. 우리는 언제까지 하늘 길만으로 세계와 소통하고 대륙으로의 진출이 차단된 채 섬나라로 남아야만 하는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의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언제쯤 대한민국1번국도의 시발점인 목포와 부산에서 KTX를 타고 서울, 평양을 거쳐 블라디보스톡 그리고 모스크바를 경유하여 유럽으로 수학여행을 다니며 세계와 소통할 수 있을까 그런 희망을 가져보았다.

 

관광의 욕심과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역사의 흔적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주체할 수 없는 우리 일행은 조지아 국경을 넘어 입경하기 까지 세시간이나 밤 늦게 도착하여 조지아 통역 가이드와 식당 모두가 힘든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아르메니아 버스기사의 친절함과 가이드를 한 수잔(22)은 피곤한 기색없이 우리 일행을 위해 ‘서울의 달’, 백만 송이장미, 패티김 노래 등을 한국 사람보다도 더 열창을 했다. 수잔이 한국에 유학와 전국노래자랑에 나오면 인기상은 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인류역사는 신을 향한 역사인지도 모른다. 아르메니아, 조지아를 여행하면서 느낀 소감은 교회(성당)와 수도원의 순례길이다. 교회는 생활공동체의 보금자리이며 성채역할을 했다. 이 교도들이 처들어 오면 교회 안에 숨어 기도를 하며 자신들의 삶과 신앙을 지켜냈다. 한마디로 교회는 운명공동체이며 삶의 터전이고 정신적 고향이기도 했다.

 

조지아는 코카서스의 스위스라고 불리며 면적은 한반도의 3분의 2정도이다. 인구는 380만명으로 비옥한 땅과 풍부한 수자원을 가지고 있다. 코카서스의 아름다운 땅 조지아는 역사적으로 험난했고 외세 침탈, 종교적, 인종적 다양성속에서도 러시아로부터 1991년 독립하여 그루지아라는 러시아식 표기를 버리고 지금은 영어식 표기인 조지아를 채택했다.      © 김충열 정치전문기자

 

조지아는 코카서스의 스위스라고 불리며 면적은 한반도의 3분의 2정도이다. 인구는 380만명으로 비옥한 땅과 풍부한 수자원을 가지고 있다. 코카서스의 아름다운 땅 조지아는 역사적으로 험난했고 외세 침탈, 종교적, 인종적 다양성속에서도 러시아로부터 1991년 독립하여 그루지아라는 러시아식 표기를 버리고 지금은 영어식 표기인 조지아를 채택했다.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위치한 조지아는 서구문명과 이슬람 문명이 교차하는 통로였다. 로마와 페르시아제국, 몽골과 티무르, 오스만 투르크제국 등이 조지아를 침략했고 18세기 후반부터는 러시아 지배를 받았다.

 

조지아의 슬픈 역사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비잔티움의 침략, 7세기 아랍인들이 300년 동안 지배, 몽골의 침략, 페르시아(이란), 오스만투르크(터키), 19세기 러시아제국, 20세기 소련연방, 200년동안 러시아 지배를 받은 슬픈 민족이다. 조지아인들은 40여회의 침략 속에서도 살아남아 있는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가이드를 하고 있는 리이까(22)는 “역사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더 잘 안다”고 촌철살인의 안내를 할 때는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전 세계 문화 예술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카즈벡은 한 마디로 웅장하고 장엄하다. 카즈벡 산맥을 바라보노라면 탄성이 절로 난다. 어쩌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고 꼭 한번 오고 싶었던 곳으로 서울에서부터 나를 유혹한 매력적인 나라이기도 했다.
 
푸시킨, 톨스토이, 막심 고리키 등 러시아의 대문호들이 매혹되어 사랑하고 문학예술의 혼을 키웠던 역사적 현장인 조지아. 그들에게 무한한 예술적 영감의  세계로 안내한 영혼의 젖줄인 조지아이기도 하다. 톨스토이는 코카서스 군인으로 자원하여 4년간 복무하면서 푸시킨의 시와 똑같은 ‘코카서스의 죄수, 자전적 소설 ’코사코‘를 썼다. 막심 고리키는 ’페인트 공 생활을 하면서 코카서스 산맥의 장엄함과 낭만적 기질을 지닌 매력에 빠져 방황에서 벗어나 작가가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조지아의 옛 수도는 기원전 4세기에서 5세기 까지 므츠헤타(Mtsketa)였으나 5세기말 지금의 트빌리시로 수도를 옮겼다. 트빌리시는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로 그 중심을 므츠바리 강가 쿠라 강이 도시를 관통하여 흐르고 있다.

 

므츠헤타 중심에는 ‘생명을 주는 기둥’이라는 조지아 정교회 총본산이자 예수가 예루살렘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됐을 때 입고 있던 옷이 보관되어있다는 스베티츠호벨리 성당이 있다. 조지아는 326년부터 기독교를 국교로 채택했으며 예수의 제자 12사도 중 5명의 사도가 조지아에서 포교활동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런 측면에서 조지아는 종교적으로 축복받은 땅이다.     © 김충열 정치전문기자

 

므츠헤타 중심에는 ‘생명을 주는 기둥’이라는 조지아 정교회 총본산이자 예수가 예루살렘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됐을 때 입고 있던 옷이 보관되어있다는 스베티츠호벨리 성당이 있다. 조지아는 326년부터 기독교를 국교로 채택했으며 예수의 제자 12사도 중 5명의 사도가 조지아에서 포교활동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런 측면에서 조지아는 종교적으로 축복받은 땅이다. 

 

산 므츠헤타 정상에 세워진 즈바리(포도나무)수도원은 조지아인들에게는 가장 성스러운 곳이다. 4세기 초 포도나무 가지로 만든 십자가를 성녀 니노가 기도를 드린 후 십자가를 세웠고 그 자리에 즈바리(십자가)수도원이 세워졌다고 한다. 3,000년의 역사를 지닌 고도 므츠헤타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에 등재된 유서 깊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게르게티(Gergeti Trinity Church)성 삼위일체 성당

14세기에 세워진 복음 성지 삼위일체 게르게티츠민다 사메바 교회는 해발 2170m 산 중턱에 세워져 있는 카즈벡의 정수이다. 그 비경은 경이로움과 감탄의 연속이다.     © 김충열 정치전문기자

 

조지아의 카즈베기산은 스위스 융푸라우를 연상케 한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 전설이 깃든 곳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 몰래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죄로 바위에 묶여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당하며 살아야 했다는 곳이다. 헤라클레스가 독수리를 없애고 그를 구해줄 때까지 3,000년을 고통 속에서 지내야 했다는 유서 깊은 곳이다. 카즈베기는 5천미터가 넘는 코카서스 지붕으로 만년설의 웅장함과 장엄함이 우리를 압도하여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한다. 코카서스 영산들은 조지아 역사문명의 요람이고 정신적 고향이다. 웅장한 대자연의 비경 속에 조지아는 종교와 신화가 공존하고 있는 나라이다. 

 

14세기에 세워진 복음 성지 삼위일체 게르게티츠민다 사메바 교회는 해발 2170m 산 중턱에 세워져 있는 카즈벡의 정수이다. 그 비경은 경이로움과 감탄의 연속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 정상을 정복해야 직성이 푸리는 민족인 반면에 이곳 조지아는 정복하지 않고 눈으로만 보는 산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계단을 만들어 수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하겠지만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산이다. 

 

조지아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스위스 같은 아름다운 자연, 이태리처럼 맛있는 음식, 스페인처럼 정열의 춤과 음악이 있고 프랑스처럼 와인의 나라로 유명하다. 조지아의 와인 역사는 조지아 정교보다 오래됐다. 조지아인들은 조지아가 와인의 발원지라고 말하고 아르메니아는 노아가 심은 포도나무에서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서로가 최고라고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조지아인들은 창세기 9장20-21절에 “노아가 포도나무를 심고 포도주를 마셨다”는 구절의 현장이 조지아라고 주장한다. 조지아는 세계적인 장수국가인데 그 비결은 우리가 식후에 숭늉을 마시듯 와인을 생활화하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와인의 나라 조지아는 와인은 조지아의 자존심이다. 조지아에서는 8,000년 전에 포도를 숙성시킨 흔적과 포도씨가 있는 항아리가 발굴됐다. 전통적으로 기쁜 날은 26잔, 슬픈 날은 18잔을 마신다. 세워둘 수 없는 뿔잔에 마시기 때문에 뿔잔을 받으면 원샷을 해야 한다.

 

18-19세기에 세워진 시그나기(피난처)는 ‘사랑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소련 시절 알라 푸가초바가 불러 대중에 널리 알려진 곡 '백만송이 장미'의 가사는 안드레이 보즈네센스키가 작사한 것으로, 조지아의 시그나기 출신의 화가 니코 피로스마니가 프랑스 출신 여배우에 사랑에 빠졌던 일화를 바탕으로 쓴 것이다.     © 김충열 정치전문기자

 

18-19세기에 세워진 시그나기(피난처)는 ‘사랑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소련 시절 알라 푸가초바가 불러 대중에 널리 알려진 곡 '백만송이 장미'의 가사는 안드레이 보즈네센스키가 작사한 것으로, 조지아의 시그나기 출신의 화가 니코 피로스마니가 프랑스 출신 여배우에 사랑에 빠졌던 일화를 바탕으로 쓴 것이다.

 

역사적으로는 레닌에 이어 제2대 공산당 서기장에 올라 30년간 소련을 철권 통치했던 스탈린이 조지아 출신이다. 그는 ‘조지아 인간 백정’으로 불리며 철권통치를 휘둘렀다. 혁명의 주역이었던 트로츠키를 멕시코까지 자객을 보내 암살하기도 한 장본인이다. 또한 우리 고려인에게도 치명적인 디아스포라를 안겨주었다. 스탈린은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 우슈토베까지 6,500km를 고려인들을 강제 이주시킨 우리 민족에게 뼈아픈 상처를 준 인물이기도 하다.

 

정치적으로는 미국이 터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조지아를 나토진영으로 편입하여 러시아 남하정책을 차단하려고 하고 있다. 또한 아제르바인젠에서 출발하는 원유 파이프라인의 안전 확보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가 코카서스의 주도권 경쟁으로 나타나 문명 충돌적 신냉전 시대로의 진입이 이곳 코카서스에서 일어나고 있다.

 

국제코리아 재단 이창주 상임의장은 “대립의 시대, 교류의 시대, 공존의 시대에 살고 있는 조지아는 특히 여성의 미모가 세계최고를 자랑한다.”며, “코카서스는 미인들이 많아 오스만 제국시절 파디샤(황제의 호칭)의 하렘(술탄의 여인들의 방)에 최대 공급처였다. 페르시아 옛 속담에 ‘왕이 미치면 코카서스로 전쟁하러 간다’는 말이 있다”고 소개할 때는 폭소를 자아내게 했다.

 

끝으로 하레바 와이너리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조지아에서 가장 큰 와이너리를 자랑하고 있는 하레바 와이너리는 1959년부터 시작해서 1965년 완공했다. 1500헥타르(약 450만 평)규모의 포도밭에서 조지아 토착품종과 카베르네와 메를로 등 유럽품종을 직접 재배하며 유럽방식과 조지아 전통 양조법인 크베브리 방식으로 와인을 생산한다. 코카서스 산맥을 뚫어 15개 터널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총 연장거리는 8Km, 동굴의 온도는 평균 12-14도를 유지하고 있다. 연 생산량은 2만6,000병이며, 600만 리터를 보관하고 있으며 전 세계 25개국으로 와인을 수출하고 있다. 방문객들에게 레드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무료로 시음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명소중의 명소이다. 인근에 있는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Akhasheni와인 리조트는 서울의 5성급 호텔이 부럽지 않은 명소로 라이브 음악까지 연주되는 곳이다.

 

19세기말 러시아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코카서스의 죄수’를 포함한 여러 편의 시를 썼다. 그의 대표작 ‘그루지아(조지아)언덕에서’


"그루지아 언덕에 밤안개 걸려있고
발아래 아라브가 강 굽이쳐 흐르네.
내 마음 쓸쓸하고 텅 비어 있어
내 슬픔은 당신으로 가득차 있네.
너 너만이라도....내 참담한 가슴이여
이제 그 무엇도 고통스럽고 심란케 하지 않으니
내 심장 또 다시 불타고 벅차오르네.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흔히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은 알프스의 몽블랑(4,807m)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 최고봉은 조지아에 있는 엘브루스 산5,642m, 카스백산 5,037m등으로 몽블랑 보다 훨씬 높다. 과거 소련연방의 땅이었기에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해발 2,276m에 있는 구다우리는 천혜의 자연 풍광을 자랑하고 있어 여름에는 패러그라이딩 메니아들이 모여들고 겨울에는 스키 메니아들이 모여드는 환상적인 곳으로 포도주와 함께 사랑과 낭만이 흘러넘치는 음식의 나라, 와인의 나라, 예술혼을 일깨우는 나라이다. hpf21@naver.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를 후원하고 싶습니다.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후원금은 인터넷 신문사 '브레이크뉴스' 발전에 쓰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