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과 정치철학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신재중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9/08/16 [11:39]

 

▲ 김대중 전 대통령.    ©브레이크뉴스

언제부터인가 정치권에서는 서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과 정치철학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는 정당이라며 앞 다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떤 때는 더불어민주당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고, 어떤 때는 민주평화당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곤 한다. 거기에 바른미래당 일부 역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과 정치철학을 앞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 메아리로만 들리고 있으니 누구의 목소리가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것. 이유는 호남을 의식한 선거철이나 정치적으로 필요할 때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과 정치철학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당연히 지키고 간직하고 있어야 할 주체가 없다는 뜻이다.

 

저마다 서로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과 정치철학의 뿌리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여기에 대해 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과 정치철학을 받들어야 하고, 그 속에서 삶의 방향을 잡아가고 있기에, 필자만이 느끼고 있는 바를 간단히 정리해 본다.

 

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과 정치철학이 지금의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대통령을 만들어준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하여 열린우리당을 만들어 나가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뿌리를 부정한 친노가 주류가 되었다.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치적 목소리를 함께 하는 새천년민주당의 일부세력이 합세해 만들어진 노무현식 새로운 당의 원조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되기까지는 새천년민주당의 대통령후보였고, 대통령에 당선된 후부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새로운 뿌리인 열린우리당의 대통령이 된 것.

 

정치는 생각과 이념이 같아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감투를 주더라도 정치철학의 다르면 같이 할 수가 없다. 국가를 단위로 하는 지구상의 그 어떤 나라의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다른 예를 찾아본다면 김영삼 전 대통령이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는 유명한 말과 함께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과 3당 통합을 한 경우가 있다.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오로지 대통령이 되기 위한 목적만을 이루기 위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적 산물이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정신과 정치철학을 같이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본인만의 정치를 하고 싶은 생각으로 호랑이 굴에 들어와 호랑이를 잡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간 것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대중대통령의 정치철학과 노무현,문재인대통령의 정치철학이 같을 수가 없고, 또한 함께 하고 있지도 않는 것이다. 본래 김대중대통령과 노무현대통령은 정치의 시작과 끝이 다르고, 내용과 깊이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살아있는 정신은 국민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을 근본으로 용서와 화해를 통해서 사회 대통합을 이루고자 했다.정치를 하고자 했던 정치철학은 큰 틀의 인권과 평화에 목적이 있었다.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인권을 중시하고 작게는 가정의 평화와 나라의 평화, 나아가 세계평화와 전 인류의 평화에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 목적을 이루시기 위하여 행동하는 양심으로 고난과 고통,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한 평생을 국민과 함께 했다. 아직까지도 국민들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있는 정신이고 정치철학이다. 그렇다고 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정신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이 먼저라는 정신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과 정치철학과는 그 뿌리가 달리 한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향한 민주화 투쟁의 중심이 되었던 평화민주당,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새정치국민회의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정권연장을 가능케 했던 새천년민주당의 실질적인 창당의 주역으로 20025월에 대통령으로서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어 탈당하시기 전 까지 당적을 보유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당인으로서의 마지막을 새천년민주당과 함께 한 것.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인 열린우리당과는 아무 상관도 관계도 없다. 따라서 친 노무현 세력을 중심으로 열린우리당을 새롭게 만들면서 정치적 노선을 달리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시선에는 크게 몇 갈래의 애증의 시선이 있을 수밖에 없다.

 

1987년 대선 때 양김 단일화 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으며, 앞장서서 김대중 총재를 비판하게 되었을 때의 미안함의 시선, 1997년 대선 때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하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도움이 되었을 때의 고마움의 시선,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후 새천년민주당을 떠나 열린우리당을 창당했을 때의 안타까움의 시선,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평생의 한이 되어버린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을 수용했을 때의 서운함과 배신감의 시선 등 정치적으로 여러 이유가 있었을 것. 정치적인 이유로 서로 여러 가지 다름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아마도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서는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을 받아들인 것을 가장 서운하고 가슴 아프게 생각했을 것이다. 정치적으로도 서로 철학이 다르다는걸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단언한다. 이유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의 큰 축인 평화를 위해 30년 넘게 준비해 온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열망으로, 군사.독재정권으로 부터 빨갱이 소리를 들어가며 정치적으로 탄압을 받으면서도, 3단계통일방안을 구상하시며 햇볕정책을 꾸준히 추진했던, 남북통일에 대한 모든 정치적 활동을 부정해버렸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북송금에 대해서는, 남북한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이해해주길 바라는 메시지를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분명히 보냈는데도, 매몰차게 거절을 한 서운함은 정치를 떠나 인간적으로도 배신감을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대북송금 특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첫 번째의 가장 큰 정치적 결단이었다.당시 문재인민정수석의 형사처벌을 염두에 둔, 김대중 전 대통령도 필요하다면 검찰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정치적 해석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정치철학이 확연히 다르다는 걸, 전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공표를 한 것.

 

 

▲ 신재중 칼럼니스트.     ©브레이크뉴스

최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광주 MBC방송에서의 인터뷰 내용 중 대북송금 특검을 수용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노대통령은 고분고분한 후계자가 아니었다. DJ를 따라다니며 상속받아 대통령이 되신 분이 아니고 때로는 DJ에게 각을 세웠던 분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서 생각이 다른 정책과 정치적 사안은 함께 하지 않았고,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대북송금 특검 수용은 대북정책에 대한 방법론에서 서로 각을 이루었다는 뜻이다. 정치철학의 다름이다.

 

너무 솔직하고 선천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숨길 수 없었던 속마음을 비추게 되는 발언 중에, 호남의 유권자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선택했던 이유를 노무현 전 대통령 자신이 좋아서 투표를 한 게 아니라, 이회장 후보가 싫어서 자신에게 투표를 했다는 생각 속에, 호남출신의 대통령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갚아야 할 빚이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천명을 한 것. 다시 말해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부채의식이 없으니,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어떠한 문제가 있더라도, 정치적인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으로, 법적인 문제는 법으로써 처리를 하겠다는 선전포고였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후보의 당선은 정권연장이라 생각을 하며, 대북송금에 대한 정치적 판단을 집권여당의 대북정책의 한 방법으로 간주해 주리라 기대를 했을 것. 그 기대는 냉정하게 거부 당하게 되고, 아예 딴 살림을 차려서 떠남으로써 두 대통령의 생각과 정치철학이 다르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 주게 된 것이다.

 

정치는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대리인을 내세워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활동이다. 그래서 정치인은 자신의 철학을 국민에게 확실하게 보여 주여야 한다. 그리고 정치의 장에서 서로 다른 철학의 정치인들과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 잡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역할을 하는 것. 따라서 철학의 다름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철학이 다름을 자신 있게 인정하고, 자신만의 철학으로 국민들을 위해 더욱 열심히 정치를 하는 것이다.

 

아직은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는 사회 대통합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남북통일을 위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숨 쉬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과 정치철학의 뿌리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뿌리에 속히 영양분을 공급하여 가지가 돋고, 잎이 나고, 꽃이 피어,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아마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과 정치철학의 뿌리는 정권을 잡기 위해 권력싸움을 하고 있는 정치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애타는 마음으로 아직은 숨죽이고 있는 국민들의 가슴속에서만 힘겹게 버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살아 숨 쉬고 있는 정신과 정치철학을 앞장서서 더욱 크게 발전, 계승시킬 수 있는 주인공이 하루속히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신재중. 김대중 전 대통령 수행비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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