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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여의도쿠스’로 전락한 한국정치의 폐해와 개혁

어제의 민주화 혁명으로부터 오늘과 내일의 민주주의 혁명으로 나가야 할 한국의 정치혁명

장성민 전 국회의원 | 기사입력 2019/06/18 [17:07]

▲ 장성민 전 국회의원.     ©브레이크뉴스

대한민국 국회가 위치한 여의도를 흔히 ‘한국 정치의 총본산’ 또는 ‘정치 일번지’라고 부른다. 자유민주주의의의 핵심인 ‘대의민주주의(representative democracy)’가 작동하는 생생한 현장인 여의도는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표자들이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고 집약해서 국가가 나아갈 방향과 틀을 규정하는 입법이 이루어지는 ‘한국 정치의 헤드쿼터(headquarter)’인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여의도가 시대에 뒤떨어지고, 국민의 삶과는 동떨어진 ‘갈등과 불신과 탐욕의 도가니’로 변해버렸다. 이런 점에서 여의도는 고립의 섬 또는 '갈라파고스의 거북이'로 명명되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는 4차산업혁명이 일어나는 첨단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데 우리의 정치는 아직도 해묵은 정쟁(政爭)과 패거리 정치의 늪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허우적거리고 있다. 주권자인 국민의 삶과 이익은 온데간데없고 특권과 권력욕으로 무장한 정치 탐욕꾼들의 사리사욕(私利私慾)과 정상배들의 정략만이 난무한 볼썽사나운 이전투구(泥田鬪狗)만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후진적 정치 행태가 고착되어서 구조화되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는 한 언론 기사를 통해 새로운 인간형까지 만들어지기에 이르렀다. 바로 ‘호모 여의도쿠스’다.

 

한국 정치에만 존재하는 이 기이한 괴짜 인간형의 가장 큰 특징은 누구든지 일단 여의도에 들어가면 그가 과거에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사람이었는지 상관없이, 모두가 여의도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똑같은 인간형으로 변해버린다는 것이다. 과거에 그가 바둑계의 황제로 군림한 최고의 승부사였던, 20여 년간 서민 금융에 잔뼈가 굵은 ‘서민 금융 전문가’였던, 아니면 한국 정치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 천착해 온 학자였던 전혀 상관없다. 사회 각 분야에서 주목할 성과를 이룬 전문가들이 일단 여의도 정치권에만 들어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꿀먹은 벙어리’에 ‘손만 드는 거수기(擧手機)’이자 ‘줄 서는 눈치꾼’으로 변신할 수밖에 없는 '호모 여의도쿠스'가 되버리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한국 정치만의 수치스런 전매특허인 ‘호모 여의도쿠스’를 만들어내는가?

 

첫째,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롯해서 소수의 우두머리가 권력을 독점하고 이를 영속화시키는 소위 ‘우두머리 과두제’가 고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삼권분립의 견제와 균형은 송두리째 내팽개치고 대통령의 의중이 일방적으로 집권 여당에 지시로 전달되고 실행되는 심각한 민주주의 파괴가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 과거 독재정권에서 입법부를 장악하기 위해 만들어진 청와대 정무수석이 아직까지도 이런 반민주적 권력집중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대통령은 정무수석을 통해 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모든 주요 당직 인선에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국회의장도 다수당인 경우에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사람이 낙점을 받는다. 이러니 실질적으로 정당이 독립된 기관으로서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없고 청와대를 향해 말 한 마디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집권 여당이 대통령만 쳐다보고 하명만 기다리는 해바라기인 ‘청바라기’로 전락해 버린다. 그리고 이와 같은 소수에 의한 권력독점은 정당 내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당의 사무총장이 당의 실질적인 돈과 조직을 모두 장악하고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모든 당무를 이끌어 나가는 '제왕적 사무총장'의 지위를 갖는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민주주의’란 허울만 좋은 미사여구에 불과할 뿐이다.

 

둘째, 국회의원들이 각자의 소신과 전문성을 갖고 활동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공천제도와 당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능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전문가들이 여의도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부딪치는 벽은 ‘계파 줄 세우기’와 ‘비민주적인 공천제도’이다. 당의 권력이 대통령을 위시해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 사무총장 등 중앙당의 일부 소수에 의해서 독점되다보니까 의원들의 활동에 대한 평가도 국민의 눈높이와 여론에 의해서 이루어지 않는다. 오로지 이들 소수 권력자들의 의중과 이들이 이끌고 있는 계파의 이익에 부합하느냐가 유일한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번 선거에서의 공천을 위해서는 국민의 이익이 아닌, 소수 권력자와 그 계파에 줄을 서서 그들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은 소신이 다르더라도 당론과 다른 발언을 할 수가 없고, 눈치 빠르게 유력 계파에 줄을 서서 그들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손만 드는 ‘거수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된다. 대한민국 '영재와 인재들의 멍텅구리화'의 핵심장소가 여의도 정당판이다.

 

셋째,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 정치적 이익과 권력욕을 위해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일단 당선이 된 이후에는 국회의원들을 견제하고 그들의 활동을 평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전무(全無)하기 때문에 임기가 보장된 4년 동안 국민들을 돌보지 않아도 전혀 상관이 없게 된다. 그러니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삶과 이익을 대변하는 데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고 다음 번 공천을 위해 소수 권력자와 패거리에게 잘 보이려는 데만 혈안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선거 때가 되면 국민들에게 굽신거리면서 실현 불가능한 공약(空約)들만 쏟아내고 또 다시 당의 이름으로 당선되어 ‘민의(民意)’가 아니라 정쟁(政爭)과 정략(政略)에만 골몰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넷째, 갈등과 분열의 정치만 조장하면서 극단적 대결의 정치만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언제나 자신들만이 옳고 항상 자신들이 이겨야 한다는 '승리 이데올로기'에 빠져있기 때문에 국민들은 갈기갈기 찢기고, 국익은 행방불명이 된다. 상대방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치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파트너가 아니라, 영원히 일어설 수 없도록 철저하게 궤멸시켜야할 타도의 대상이자 적으로 인식된다. 오죽하면 주적(主適)과 손을 잡고 정적을 짓밟는 데 골몰하고 있겠는가.

 

그렇다면 어떤 대안들을 통해 오늘의 타락한 ‘호모 여의도쿠스’를 어떻게 타파하고 한국 정치의 새로운 개혁과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첫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법치주의 확립과 삼권분립의 작동을 정상화하는 제도 개혁을 이룩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의 임기는 4년 중임제로 하는 것이 이상적이나 5년 단임제를 유지할 경우 중간평가를 통해 대통령직의 유지 가능성을 국민에게 직접 묻도록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우두머리 과두제 정당 구조를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당을 폐지하고 당 대표도 없애야 한다. 또한 중앙당의 돈줄과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당 사무총장직을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아울러 중앙당의 기능은 미국처럼 전국위원회 정도로 대체하고, 모든 당의 운영은 원내대표에게 일임해야 한다. 당사(黨舍)도 국회 원내대표실로 대체하면 된다. 그래서 지금의 중앙당과 사무총장 중심의 정당운영을 과감히 탈피하여 원내대표와 의회중심의 정당운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고비용 저비용 정당운영 방식을 고효율 저비용 정당 운영 시스템으로 파격적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 한국 정치는 창조적 파괴를 통한 창조족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셋째, 현행 중앙당에 집중된 상의하달식 공천제도는 전면 폐지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과 당 사무총장은 어떤 경우에도 당 공천 작업에 간여할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금지시켜야 한다. 모든 정당의 공천은 지역위원회에서 선출하여 지역의 당원과 대의원들이 결정해서 올리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중앙당은 특별한 하자(瑕疵) 유무만을 선별적으로 식별해내는 역할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공천권에 줄세우는 3류 정치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넷째, 당론을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전쟁과 국가적 재난 상황과 같은 위기 상황이 아니면 당론이라는 이름하에 국회의원들의 소신과 자율적 사고에 기초한 사상적 자유를 구속시키는 당론은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당의 노예가 아니다.

 

다섯째,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에 관한한 지역 주민들의 3분의 1의 요구에 따라 이들을 소환할 수 있는 주민소환권을 부여하고, 투표자 3분의 2의 찬성으로 탄핵할 수 있는 주민탄핵권을 과감히 신설해야 한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국민과 주민들을 무시의 대상이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이 되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민생을 돌보는 데 전력하지 않고 자기 배만 채우고 정략적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위법하거나 부당한 행위를 하는 국회의원의 임기를 국민의 청원에 의해 종료시켜야 한다. 그리고 타락한 정치인은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 또한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성 강화를 위해서 4년 내 입법발의 최소건수를 채우지 못한 국회의원의 명단을 2년마다 공개해서 차기 선거에 영향을 받도록 해야 한다.

 

여섯째, 현재 국회의원이 누리고 있는 특권조항들을 모두 폐지하고, 국회의원 급여에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적용해서 일한만큼만 급여를 지급하게 하며,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 차량유지 지원을 폐지한다. 단 면책특권의 경우 적을 두고 있는 분단체제의 현실을 감안해서 국가 안보에 관한 사안으로 그 적용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 또한 급여체계를 비롯해서 국회의원 보좌진의 구성과 운영 등 국회의원 자신들에 관한 제도는 별도의 독립적인 기구를 구성해서 심의, 결정한다. 그리고 국민의 혈세가 눈먼 돈으로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정당의 국고보조금에 대한 철저한 회계감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일곱째, 1년에 한 번 열게 되어 있는 정기국회를 매달 개최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국회 의사일정 합의 때문에 국회가 공전(空轉)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또한 현행 국회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들의 특활비는 전부 없애야 한다. 아울러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의 기준인 연공 서열제를 폐지하여 과감히 선수(選數)를 파괴하고 전문성 위주로 선출해야 한다.

 

여덟째, 국민들이 혐오하는 분열과 대결정치를 근절시키기 위해서 국회의원의 윤리 규정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범법경력 및 반사회적 경력이 있는 후보들의 출마를 제한하고, 몸싸움과 막말 및 비리 국회의원들에 대한 중징계를 즉각적으로 내릴 수 있도록 제도를 파격적으로 개선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심사 및 처벌을 담당할 윤리위원회를 국회의원이 아닌 외부 인사들로 구성한다. 또한 민생중심의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정치를 이루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신설, 강화해야 한다. 여기에 시대착오적인 이념과 진영 논리에 빠져 허우적대는 기존의 낡고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치를 대체할 능력 있고 깨끗한 인물들에 의한 실용과 통합의 정치를 추구해 나가야 한다.

 

이제 다른 곳에서 펄펄 날던 인재도 한국 정치의 본거지인 여의도에만 들어오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눈치나 보면서 무기력한 거수기 꼭두각시로 전락하는 ‘호모 여의도쿠스’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수치스런 한국 정치의 어두운 과거와 함께 영원히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그 대신 오직 국민들만 바라보고, 국민의 의사만을 대변하면서 국민들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정치로 전면 개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오로지 국익만을 말하고, 국민들 눈치만 보면서 국가를 위한 용기 있는 결정에 앞장서는 ‘호모 대한민국쿠스’가 새로운 한국 정치의 상징이자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내년 4월에 있게 될 21대 총선은 지금까지의 한국정치의 낡은 적폐, 특히 여야를 불문하고 적폐정치인들을 싹쓸어내는 대청소의 날이어야 한다. 그리고 민심의 진정한 소리를 담아내는 '혁신정치의 바다'가 되는 역사적 전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대한민국호의 새로운 역군들을 배출해내지 못하면 미ㆍ중 패권경쟁의 높은 파고 속에 대한민국호는 좌초될 위기에 처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정치의 적폐를 과감히 대혁파하는 것만이 이 모든 것에 대한 답이다.


끝으로 한국정치의 적체와 부패를 낳는 가장 큰 원인은 정치권의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낡고 썩은 적폐정치인들을 과감히 퇴출시키고 젊은 새피들로 정치권의 물갈이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 신인들을 대폭 등장시킬수 있는 신진 정치인들의 등용문을 제도화시켜야 한다. 이는 청년당원제 및 청년정치아카데미를 활성화하고, 청년정당정치 인턴제를 강화시키며, 청년정치연수원제를 통한 청년정치교육과 현장정치 수련경험을 확대시켜서 차세대정치인들을 적극 육성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자체 경험과 구, 시, 도의원 활동을 통한 젊고 유능한 실전 현장정치 경험자들을 적극적으로 국회의원선거에 도전하도록하여 정치권의 신진대사를 활성화해야 할것이다. 그리고 전국구에는 젊고 유능한 글로벌 인재들을 아예 30~40%정도를 할당시켜 이들의 등용을 의무화 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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