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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가 준 '월계수' 나무…베어내야하나 살려야하나?

<현장 취재>손기정 마라톤 선수 제11회 베를린 올림픽대회 우승 ‘히틀러가 상으로 준 월계수나무’

문일석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6/17 [14:05]

 

서울 중구 만리동 손기정 공원안에 심어져 있는, 히틀러가 선물한 월계수 나무. 83년째 자라고 있다. ©브레이크뉴스

사회학이란 학문에 상황논리라는 게 있습니다. 가령, 이 지구상에 아버지와 딸만 남아 있고, 모든 인류가 다 사망했을 때를 가정해 봅니다. 이때 아버지와 딸은 지구 위의 인간이란 종족의 번식을 위해 섹스를 해야 하는지?” 이런 문제에 봉착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독일대통령-총리였던 히틀러라는 독재자가 였습니다. 히틀러는 1934년에 독일의 대통령-총리가 됐습니다. 2차대전 당시 히틀러는 부하인 아돌프 아이히만 SS중령을 통해 유태인 600만명을 학살토록 했습니다. 유태인 학살의 주체적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유태인 학살자 두목인 히틀러가 선물한 월계수라는 나무 한 그루가 서울 시내에서 잘 자라고 있습니다. 193689. 손기정 마라톤 선수는 제11회 베를린(독일) 올림픽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당시 독일 대통령-총리였던 히틀러는 상으로 월계수나무를 선물했다고 합니다. 이 나무는 손기정 선수가 히틀러로부터 마라톤 1등 상으로 받은 상수(賞樹). 그 나무가 서울시 중구 만리동 26번지 1'손기정 공원'에 심겨져 있으며, 지금도 무(사진)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필자는 손기정 공원에 있는 크게 자란 월계수 나무 근처를 갈 때마다 히틀러를 연상하곤 합니다. 독재자-살인마인 히틀러가 선물해 준 월계수 나무가 서울시 기념물 제5호로 지정되어 잘 보호되고 있습니다. 이 나무는 1936년에 한국으로 이사 왔으니, 83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뭔가 개운찮습니다?

 

▲ 히틀러. 히틀러는 유태인 600만명을 학살한 주범이자 우두머리이다. ©브레이크뉴스

 

사회학에서 말하는 상황논리를 이 나무에 대입하면 어려가지 상상이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히틀러 같은 천하의 악질 독재자가 준 나무를 잘 가꾸고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런 나무는 베어버려야 한다, 아니다 히틀러는 히틀러이고 손기정 선수가 제11회 베를린 올림픽대회에서 마라톤 우승을 한 대가로 받은 것이니 그 나무를 잘 가꾸어야 한다, 서울시는 히틀러가 준 월계수 나무인줄 알고도 서울시 기념물 제5호로 지정했나? 철회해야 한다... 등등의 가설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손기정 선수의 동상. ©브레이크뉴스

히틀러는 유태인 600만명을 학살한 주범이자 우두머리입니다. 그런 악질이 준 나무는 당장 베어버려야한다고 주장할 분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 나무 앞에 서 있기만 해도, 학살된 600만명의 유태인 영혼들이 불쌍해서 치가 떨리고 피가 거꾸로 흐르는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그러하니 당장 그 나무를 베어버려야 한다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필자는 마음 속에서 히틀러를 제거하고 히틀러가 준 나무는 살려두자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마라톤 인내와 끈기의 스포츠입니다. 공원의 월계수 나무를 바라볼 때마다 히틀러가 아닌 손기정 선수만 추념해오고 있습니다.


손기정 공원에 이 나무를 세수가 다하도록 살려두고 이 나무를 보면서 히틀러의 악행이 얼마나 나빴는가를 교육하는 교육재료로 활용하면 어떨까요? 이렇게 생각하는 필자의 속은 진정 좁디좁은 것일까요?

 

서울 중구 만리동 손기정 공원안에 심어져 있는, 히틀러가 선물한 월계수 나무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지구 위에서 인류라는 존재가 망하지 않으려면? 아버지와 딸만 남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월계수 기념 비석. ©브레이크뉴스

 

이런 상황논리처럼 히틀러가 선물한 월계수 나무가 오늘날 한국인의 심간(心肝)을 여러가지로 고통스럽게 합니다. 인류애(人類愛)에 호소합니다. 히틀러가 한국민들에게 안긴 상황논리...답답합니다. 고견을 기다립니다. moonilsuk@naver.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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