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혼을 위하여 (245) – 詩. 오월의 울음꽃

이일영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9/05/14 [12:10]

5.18민주화운동이 39주년을 맞는다. 지난 2011년 5월 유네스코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은 군부독재의 총칼에 맞서 항거한 위대한 시민운동 5.18민주화운동을 인류의 소중한 역사로 인식하여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에 서명하여 등재되었다. 그러나 지난 2월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이와 같은 신성한 시민운동을 북한이 개입한 폭동이라며 유공자를 괴물집단이라고 주장하는 망언을 연이어 쏟아내었다. 한마디로 가슴에 불이 붙는다.

 

▲ 1980년 5․18 광주 민주항쟁 당시 참혹한 장면     © 브레이크뉴스

 


39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천인공노할 헬기 사격에서부터 무고한 시민의 사살 명령과 발포 명령 그리고 수많은 실종자에 대한 명확한 진상 규명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외려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폄훼와 망언이 쏟아지는 현실을 지켜보며 너무나 젊은 나이에 잠시나마 충격적인 현장에 있었던 필자는 분노의 가슴을 진정키 어렵다,

 

울음꽃 아프게 피어나는 오월이 오면 참으로 보고 싶은 이가 있다. 목포에서 태어난 박태율이다. 그는 서강대 경영학과 재학 중에 긴급조치 9호로 구속되었다. 1977년 신촌 로터리에서 시위하던 연대생 1백여 명이 전경에 쫓겨 서강대로 피하여 당시 교련 검열 중이던 서강대 3학년생 대열에 합류하였다, 당시 교내에 진입한 전경이 이들을 무차별 체포하면서 이에 분노한 서강대 학생들의 극렬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였다. 이른바 서강대 교련 시위 사건이다. 당시 그는 시위 주동자로 구속되어 징역 1년 6월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 연속된 옥중 시위를 주도하여 추가 형량을 받아 복역 중에 특사로 석방되었다, 이후 그는 고향 목포에 내려가 야학 활동 중에 광주민주화항쟁이 일어나면서 목포 시민 항쟁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되어 가혹한 고문을 받고 다시 수감되었다.

 

그는 당시 군부독재의 조처로 멕시코로 추방되어 멕시코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고 들었다. 굴절된 역사의 모진 바람을 비켜서지 않고 청춘을 바쳐 저항하던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도 이제는 이순을 넘긴 나이가 되었다. 젊은 날 청춘을 바쳐 그릇된 역사의 총칼 앞에 맨주먹으로 항거한 그가 먼 이국에서 바라보는 오늘의 조국의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지난 39년 전 목포역 광장 시민 투쟁대회에서 무고한 민중을 무참하게 학살하고 짓밟은 5.18 광주의 참상을 고발하며 군부독재를 향하여 분노에 떨던 가냘픈 체구에서 외쳐대던 울분의 외침이 아직도 귓전에 생생하다,   

 

 

▲ 홍성담 作 - 대동 세상     ©브레이크뉴스

 

 


오월의 울음꽃  - 이일영       

  

열불 나는 세상 아등바등 모둠발을 세워
죽어버린 꽃씨의 유언 같은 숨결을 물고
광야의 가슴팍에 못내 울어버린 오월의 풀꽃

 

피 울음 헝클어진 진혼의 굿 소리에
새 울음도 빼닮은 남녘땅 들판에는
미쳐버린 어미처럼 하얗게 센 삐비꽃
지천에 헛웃음을 말갛게 흔들고 있다.

 

이유도 까닭도 없는 남녘에 살아온 죄
풀꽃처럼 짓밟히고 쓰러져간 사람들
촘촘한 풀꽃만 부질없이 쥐 뜯다가
울음에 씨앗을 심던 젊은 날의 기억

 

영혼처럼 세어버린 삐비꽃 들판에서
흐느끼는 울음꽃을 몰래 찾고 있었다.

 

 

 

▲ 남도의 삐비꽃 들판     © 브레이크뉴스

 


*필자: 이일영, 시인. 한국미술센터 관장, 칼럼니스트, artww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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