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판매만 했다던 애경, 관여 정황 속출에 ‘당혹’

김다이 기자 | 기사입력 2019/04/12 [16:29]

▲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회원들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 촉구 (출처=뉴시스)

 

브레이크뉴스 김다이 기자= 옥시 이후 가장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애경산업의 가습기 살균제. 애경산업은 SK케미칼에서 제조한 ‘가습기 메이트’를 ‘인체에 무해하다’, ‘아이가 사용해도 좋은 안전한 제품’ 등으로 홍보하며 판매해 왔다. 이 제품은 1994년부터 2011년 8월까지 무려 200만개 가량이 판매됐다.

 

그러나 가습기 메이트에는 호흡기에 노출될 경우 폐가 굳어지는 독성 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포함 돼 있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더욱 늘어났다.

 

실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으로 가습기 피해자는 6360명에 이른다. 그 중 폐질환 판정 5291명, 사망자는 1397명에 달했다. 전체 피해자 중 애경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는 1370명이다.  

 

하지만, 2016년 검찰수사 당시에는 애경과 SK케미칼의 가습기 메이트 주 원료인 CMIT·MIT의 유해성이 입증되기 전이기 때문에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등을 사용한 옥시만 처벌을 받았다.

 

최근까지도 애경은 제품 제조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으며, 제품을 판매하기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애경산업이 제조에도 관여한 정황이 포착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노컷뉴스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가습기 메이트 제조업체인 필러물산의 시방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방서는 제품의 레시피로 볼 수 있다.

 

필러물산은 SK케미칼이 가습기 메이트 제조를 맡긴 업체다. 하지만, 필러물산을 제조업체로 선정하기 전, 애경산업이 필러물산을 SK케미칼에 소개하고, 양사가 협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필러물산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애경산업은 필러물산을 방문해 구체적인 성분이나 향 배합, 문구 등 결정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애경산업이 그동안 판매만 했다는 주장을 뒤 엎는 증거자료가 될 수 있다.

 

또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0일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 양모 전 전무, 이모 전 팀장 등 전·현직 간부들이 2016년 2월 경 검찰 수사 개시 직후 업무용 PC와 노트북에서 가습기 살균제 관련 파일을 삭제하고, 하드디스크와 노트북 교체 등 대대적인 증거인멸 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에 따르면 고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를 애경산업 및 산하 연구소 직원들의 업무용 PC와 이메일 등에서 검색해 삭제했다. 또한, 외부 하드디스크에 구멍을 뚫어 물리적으로 파괴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고 전 대표는 ‘국정조사 TF’ 팀을 꾸려 회사 인근에 비밀 사무실을 마련하도록 지시했고, 2016년 6~9월 사이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된 모든 파일을 점검해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제출할 자료 범위를 결정했다.


그 해 10월 팀원들이 가지고 있던 자료는 폐기하고 나머지는 회사 외부 은밀한 곳에 보관했다. 검찰조사 결과 가습기메이트의 흡입독성에 대한 시험보고서와 이에 대한 ‘가습기 살균제 흡입독성’ 자료, ‘파란하늘 맑은 가습기’ 관련 자료, ‘가습기메이트 출시경위’ 등 4개의 핵심자료를 한 직원의 처갓집 다락 창고에 몰래 숨긴 정황도 밝혀졌다.


이들은 2016년 1월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이 구성돼 2월부터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자 이에 대비하고자 애경에 불리한 자료를 인멸·은닉하는 등 대응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애경산업이 물건을 납품받아 판매만 하고 유해성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조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속속 밝혀지면서,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애경산업 관계자는 “자사는 가습기 메이트 제조에 관여하지 않았다. SK케미칼에서 상표권을 가지고 있고, 이전에 다른 회사에서 판매 했었다”며 “검찰에서 정황이 발견됐다는 내용은 수사중인 상황이라 검찰에서 조사 후 명확하게 밝혀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습기 메이트 소비자 민원의 경우 제품 제조사가 아니라 답할 수 없는 부분이라 받는 즉시 전부 SK케미칼 측으로 확인 및 조치를 위해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12일 오전 1995년부터 2017년까지 애경산업 대표이사를 지낸 안용찬 전 대표를 재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피의자 심문에서 애경은 SK케미칼로부터 완제품을 공급받았을 뿐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당시 안 전 대표의 구속영상은 기각됐으며, 현재 검찰은 필러물산 2명과 애경산업 3명, SK케미칼 1명을 기소하고 이 중 4명을 구속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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