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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이제 고를 돕지 않는 구나!

<역사소설 대륙풍운(大陸風雲)-199> 진조는 장안성을 잃으면 다 잃게 돼

이순복 소설가 | 기사입력 2019/01/17 [01:01]

▲ 이순복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유요의 집요한 공격은 60일을 넘기고도 계속되었다. 그러나 큰 싸움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장안성이 워낙 견고한데다 진조는 수성에만 힘을 쏟은 작전을 시도하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장안성 싸움이 소강상태로 지내기를 2개월이 지났다. 이에 성중의 곤핍함은 극에 달하여 아사자는 길가에 즐비하고 시체 위에 다시 시체가 덮이게 되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너나 할 것 없이 기아를 못 이겨 도둑질이 보편화 되고 도둑질할 물건이 사라지자 시체의 살점을 훔쳐 먹으니 백골이 사방에 버려졌다. 2개월을 넘긴 혈전으로 한군도 죽은 자가 셋 중 하나이자 항장 왕인이 보다

 

못해 시안왕에게 아뢰기를

장안성은 너무나도 견고하여 생각과 같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포위한지도 벌써 60여 일이 지났습니다. 백성은 절반이나 아사하고 아군도 103은 손실을 입었습니다. 더욱이 미황은 노련하며 지모가 심원하고 북궁순은 용맹하고 진안은 다지(多智)하여 잘 싸웁니다. 장춘도 모략이 있고 아직도 마음을 합하여 수비할 여력이 충분합니다. 일시에 공략이 어려운데 대왕께서 이 성 아래 무작정 계시다가 만약 구원병이 온다면 어려움이 가중될 것입니다. 하여서 신은 벌을 받을지라도 화의를 도모해 보겠습니다. 신이 대왕께 청하는 바는 남양왕에게 장안성을 내어 놓고 항복하도록 권하는 것입니다. 이는 성중 백성의 성명을 보전시키고자 함인데 대왕의 의견은 어떠하십니까?”

유요는 왕인의 말에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기를

나도 그것을 진심으로 원하는 바요. 다만 남양왕이 우리 뜻을 받아 줄 런지 그것이 의문이 구려.”

일의 성패는 부딪쳐 봐야 압니다. 다만 신은 인신의 도리를 다하고자 합니다.”

이에 유요가 청을 받아드려 왕인이 성 아래 이르러 크게 외치자 진안이 묻기를

내가 너를 요관을 수비토록 천거하였거늘 어찌하여 중직을 버리고 원수와 내통하여 요애를 실함시키고 겁 없이 여기를 찾아온 까닭이 무엇인가?”

장군과 더불어 남양왕께 가서 고할 중대사가 있습니다.”

 

이에 진안이 수월하게 응하여 왕인이 진안과 함께 왕부로 가서 남양왕을 뵈니 왕이 왕인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요관을 실함하고 지금 까지 어디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소신이 맡겨 준바 책임을 다하지 못하여 한장 관산 관심이 인적 없는 소로를 넘어와 요관이 실함되었습니다. 그러나 소신은 분전하였으나 그들에게 병기와 장졸을 잃고 사로잡히는 몸이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옛 주인 강비가 소신을 알아보아 죽음을 면해 주고 수하에 거두어 주었습니다. 소신은 지금 성중의 백성이 아사지경이고 3군이 곤핍함이 극에 달했음을 알고 대왕을 찾아와 뵈옵는 것입니다.”

그대는 고에게 무슨 일을 부탁하러 왔는가?”

대왕을 권하여 한장과 만나 강화를 통하여 전쟁을 매듭을 짓고 성중의 군관민의 성명을 구하고자 왔습니다. 소신이 망량 같은 말을 한다고 꾸짖더라도 모두 대왕의 음덕을 믿고 찾아왔으니 해량해 주십시오. 만약 세월을 더 천연하여 한에 장안성이 무너지면 옥석이 구분되어 모두 불타고 무너져 남아날 것이 없게 될 것입니다.”

고가 조서를 사방에 띄웠으니 머지않아 구원병이 올 것이다. 그대는 고의 옛 친구이다. 어찌 고로 하여금 오랑캐에게 무릎을 꿇으라 하느냐.”

대왕께서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조서를 받든 사자는 성을 떠나 얼마 못가서 모조리 한군에게 사로잡혔습니다. 그러할 진데 구원병이 무슨 연고로 오겠습니까.”

허허. 그런 작란이 있었구나. 하늘이 이제 고를 돕지 않는 구나!”

남양왕은 왕인을 내어 보내고 문신들을 모아 숙의하자 여러 사람이 입을 모아 말하기를

왕인의 말이 한실을 위한 말이라 해도 사리에 맞습니다. 지금 성중의 곤핍함이 극에 달하여 백성들은 살을 저며 먹고 뼈를 갉아 먹으며 연명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어찌 내부의 변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하겠습니까. 일단 문을 열어 원수를 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이 자리에 왕인의 친구 비서승 장경이 급하게 돌아가는 시세를 알아보고 남양왕에게 아뢰기를

지난 날 아군이 촉천을 정복코자 대군을 이끌고 갔을 때 후주는 초주가 권하는 말을 좇아 등애에게 큰 조건 없이 항복하여 백성을 보존해 줄 것을 원했습니다. 그런 연고로 오늘날에 이르러 그의 자손이 한실을 중흥하여 대업을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대왕께서도 그의 본을 받아 훗날 회복할 수 있는 길을 꾀해 두십시오. 그리하여 주액의 변을 발생시키지 마십시오.”

고가 생각할 때 왕인의 말은 지극히 사리에 지당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막상 이 일을 실행하고 보면 이 몸이 중죄를 선제께 짓게 되는 구나.”

일에 경권(經權)이 있고 세에 상변(常變)이 있습니다. 오늘날 진의 명수는 양구(陽九)에 있는데 대왕께서 홀로 지탱할 수 없습니다. 군민의 성명을 불쌍히 여기시고 혜택을 베풀어 훗날 은혜가 되게 좋은 인연을 만들어 두십시오.”

 

남양왕은 뜻을 정하지 못하고 진안을 불러들여 숙의하기를

왕인을 참하여 마음을 다잡고 싶으나 군민의 마음이 이미 크게 변하여 성을 지키지 못하고 헛되이 포로가 될 것을 두려워하오. 더 버티다가 성이 무너진다면 대국의 위명이 더욱 꺾이고 종묘사직을 욕되게 하여 비웃음을 후세에 크게 남길까 두렵소.”

이에 진안이 한발 앞으로 나와 아뢰기를

소신이 중신들의 마음을 살피건대 한적을 크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서로 마음을 합하여 수비한다 해도 참으로 어려운 실정입니다. 하오니 장계취계로 우선 왕인을 보내어 성중의 백성이 기아선상에서 허덕이어 부득이 항복한다 하십시오. 그리고 살육을 금하고 포위망을 뚫고 영채에 들어가서 다소 수습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하십시오. 그래서 유요가 이를 용납하면 병마 창고를 정비하시고 항서를 보내시어 유요의 마음을 안심시키십시오. 그리하고 나서 소신과 염정 호승 미황이 제가(帝駕)를 보호하고 대왕의 가권과 거장은 장춘 양종 왕비가 보호하여 밤을 도와 상규로 도망하는 것이 상책일 것입니다. 그리고 조명을 내리시어 가필 색침에게 병마를 정비케 하여 다시 장안을 취한다면 이것 또한 상책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주액의 변이 생길 것이니 어서 장경을 보내시어 기회를 잃지 마십시오.”

고가 생각할 때 그대의 계교가 참으로 절묘하오. 그러나 도적이 의심하여 군사를 시켜 우리를 추격한다면 모든 것을 다 잃게 될 것이니 이것이 두렵소. 고의 생각은 장경과 함께 적진으로 들어가고 경들은 충의를 다하여 어가를 보호하여 안전하게 나간 후에 기회를 타서 회복을 도모하는 것이 좋을 듯하오. 그리하면 적은 추격하지 않을 것이오.”

대왕은 일국의 주인이십니다. 주인이 가시면 소신들은 어떻게 처신합니까.”

고는 연로하여 무능하오. 세자가권을 경과 장춘 호승 왕비에게 부탁하니 장안을 회복하여 종묘를 다시 편안케 하도록 하오. 고는 구원(九原)에 죽어 눈을 감을 지라도 그대들을 생각할 것이오.”

 

남양왕은 말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가 여러 비빈과 아녀자들을 눈물로 이별하였다. 그리고 몸가짐을 바르게 하여 민제를 배알하고 나서 써온 글월을 색침과 가필에게 주어 뒤 일을 부탁했다. 그리고 장경과 함께 수하들을 대동하고 항서와 도책(圖冊)을 가지고 성을 나와 시안왕에게 가서 투항하였다. 왕인의 보고를 받자 유요는 크게 기뻐하며 친히 장막 아래로 내려와 남양왕을 상빈의 예로써 접대하고 크게 주연을 베풀어 맞아주었다.

이날 밤 진안 호승 장춘은 남양왕의 아들 사마보와 가권을 보호하고 보재주옥을 가지고 앞서 갔다. 그리고 염정 양종 왕비 북궁순은 민제를 보호하여 초조하게 성문을 열고 상규를 향하여 달아났다. 갈 사람은 다 떠나게 하고 노장 미황은 성을 사수할 마음으로 사태를 예의 주시하였다.

이때 한장 호연승은 5천군을 이끌고 이들을 추격하며 꾸짖기를

이놈들아, 너희들이 어디로 도망치려 하느냐?”

우리는 서량에서 온 구원병이오. 지금 남양왕과 황제가 그대 나라에 투항하려 가버렸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본진으로 돌아가는 길이오.”

진병의 말에 호연승이 그 군사의 위아래를 훑어보고 묻기를

허면 무슨 까닭에 밤중에 달아나는가?”

그때 북궁순이 후미를 차단당하자 도끼를 휘두르며 우악스럽게 나와 외치기를

어가를 보호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밤에 가는 거다. 자 잘 보아라.”

함께 따라가던 장수들도 따라서 싸움을 돋우었다. 그러나 호연승은 남양왕이 이미 대채에 투항한 것을 알고 안이하게 말하기를

그대들에게 다른 뜻이 없다면 본진에 돌아가는 자를 괴롭히지 않겠다. 소란을 피우지 말고 조용히 떠나가라.”

호연승이 좋은 말로 이르고 군사를 되돌렸다.

한편 진안과 염정은 뜻밖에 한적이 추격해 온다는 말에 도적이 제발 저리 듯 놀라라하며 힘껏 달아나 버렸다. 진안과 호연승 사마보가 상규에 와서 보니 염정과 양종은 황제를 호위하고 옹주로 가버린 뒤였다. 북궁순은 군사를 이끌고 뒤에 쳐졌다가 두 갈래로 갈라져 달아났음을 알고 서량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유요에게 고해바치는 자가 있어 성중의 백성과 병사가 민제를 겁탈하여 도망쳤다고 하였다. 이 말에 유요는

 

남양왕을 불러 힐문하기를

그대는 이미 투항하기로 하였거늘 어찌하여 민제를 달아나게 하였는가?”

나는 이미 항복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입니다. 내가 항복하므로 해서 수백만 성명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 나의 본심입니다. 우리 주군은 유충하여 장군의 해를 입을까 두려워하며 나를 버리고 피했을 것입니다. 더 이상 해가 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장군이 장안을 얻기를 희망하신다면 장안의 주인인 이 몸일 것입니다. 보다시피 이 몸은 여기 장군 앞에 있는데 무엇을 더 원하시렵니까.”

유요는 이 말을 믿고 성으로 들어가 백성들을 안무하고 남양왕에게 옛 녹봉을 그대로 받게 하고 왕부에서 살게 하였다. 그러나 성중을 점고해 보니 백성 대다수가 달아나 버리고 창고는 텅텅 비어 쥐새끼도 살지 않았다. 유요는 이런 보고를 받고 생각하기를

요것들이 철저하게 나를 속이고 달아날 계책을 미리 세웠었구나.’

유요는 그리 중얼거리며 남양왕의 횡포를 저주하였다<계속>wwqq1020@naver.com

 

*필자/이순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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