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록(White Rock), 그들은 왜 큰 바위에 페인트칠을 하는가?

캐나다 밴쿠버에서 차로 50분가량 떨어져있는 화이트록(White Rock) 스토리

나성재 문화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11/05 [10:43]

올해 캐나다 밴쿠버에 다녀왔다. 밴쿠버에서 차로 50분가량 떨어져있는 화이트록(White Rock)이라는 마을에 갔다. 인구 18,000명의 조그만 마을이다.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를 찾는 많은 해외 관광객이 이 마을을 찾고 있다. 이 마을의 이름은 코위찬(Cowichan) 인디언 전설에 유래한다. 코위찬족 족장 딸이 바다의 신의 아들과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신과 인간의 사랑이 허락되지 않자 이 바다의 신 아들은 분노하였고, 하얗고 거대한 바위를 내던졌다. 바위가 떨어진 곳이 그들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 바위가 떨어진 곳이 바로 이 마을이다.

 

▲화이트록. 중간에 페인트가 벗겨져 있다. ©브레이크뉴스

그러나 실제로 그 바위는 빙하의 파편으로 떨어져 나온 것이고 색깔도 하얀색이 아니다. 갈매기의 분비물이 쌓이면서 하얗게 보인 것이다. 지금은 이 마을에서 1년에 한번씩 하얀색으로 페인트 칠을 하고있다. 터무니 없는 전설을 현실세계와 이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들의 노력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나는 30년 이상을 강동구에 살고있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강동구는 베드타운이지, 상업시설도 없고, 문화시설도 없고, 그리고 내세울 만한 역사 이야기도 없다고 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사는 동네는 잠만 자고 나가는 곳이었다. 주말과 휴일 가족의 문화생활과 쇼핑 그 밖의 모든 활동은 서울 번화가나 교외로만 향하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마을에서 하는 강좌와 소소한 모임과 활동에 참여했다. 그리고 몇 명의 이웃과 마을의 역사를 조사하고 기록하고 그리고 시 낭송과 문인화로 표현해보겠다고 나섰다. 이때까지만 해도 강동구 마을 역사나 이야기들이 있을까 막연하게만 생각했다.

▲서울 동구 가장 오래된(50년) 슈퍼마켓 추탄상회의 주인 문종수옹(87)과 함께한 필자(오른쪽).

서울 강동구 강일동의 가래여울 마을을 방문했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 50년 넘게 작은 가게(추탄상회)를 하고 계시는 문종수 옹(87세)을 만났다. 사전 연락도 없이 찾아갔음에도 마을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며 반갑게 맞아주시고 옛이야기를 풀어내셨다.


가래여울 마을은 남평 문씨가 조선 광해군 때 터를 잡고 약 400년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마을 앞 한강은 준설 되기 전에 폭이 좁고 물살이 센 여울물이었다. 일제시대와 6.25전쟁 직후까지 강원도에서 목재를 실은 뗏목과 목선이 중간 기착지인 이 마을에 정박했다. 화주들은 마포 나루와 제지 공장이 있던 광나루에 사람을 보내 목재 시세를 알아보고 팔 시점을 저울질했다. 마을은 한강 상류와 하류를 오가는 배들과 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화투를 치고 시간을 보내는 일꾼들로 북적였다. 한편 강 건너 마석장과 덕소장에서는 사람들이 배에 소를 싣고 마방(馬房)이 있는 이곳에 머물렀다. 그리고 큰 장이 열리는 송파장으로 소를 끌고 긴 행렬을 이루었다. 사람들은 이 길을 장길이라고 불렀다. 


주막과 그 주위 집들은 한강 준설과 88고속도로 건설로 이주했다. 주민들에게 여름철 휴가지로 사랑받던 은빛 백사장도 사라졌다. 소를 끌고 아지랑이 피어 오르는 들판 길을 걷던 소 장수의 흔적은 이제 아파트 공사장 먼지 속에 사라졌다. 가래여울10여채 집만이 높은 아파트에 준욱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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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 한 폭의 그림 같았던 가래여울마을의 역사와 추억이 기억 저편으로 시나브로 사라져간다. 문득, 매년 페이트칠하는 화이트록 마을 사람들이 생각났다. 점점 전설이 되어가는 있는 가래여울 마을 흐릿한 추억에 흰색 페인트를 칠해줄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sjn98@naver.com

 

**필자/나성재. 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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