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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해직기자 이태호씨 '세상에 호소하다―구룡마을의 명암' 출간

한국언론진흥재단 출판기금 지원받아 '빈곤의 미―구룡마을을 중심으로'도 동시에 내놓아

박정대 기자 | 기사입력 2018/10/17 [09:58]

▲ 이태호     ©브레이크뉴스

지난 1970년대 유신체제 하에서 자유언론의 깃발을 들고 활발한 보도활동을 하다가 중앙정보부의 압력에 의해 집단 해고된 전 동아일보사 기자출신 이태호(사진)씨가 지난 5년 동안 대표적 빈민촌인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한국 최 빈민촌)을 글과 사진으로 취재해 '세상에 호소하다―구룡마을의 명암'과 '빈곤의 미―구룡마을을 중심으로' 등 동시에 두 권의 책을 지난 10월5일 세상에 내놓았다. 눈빛 출판사 간.
 
'세상에 호소하다―구룡마을의 명암'은 구룡마을의 참혹한 집들과 열악한 생활환경을 저자가 샅샅이 누비면서 사진 찌고 30여 년에 걸친 마을의 역사를 집중 조명한 후 대표성을 띤 주민 10명의 생애를 심층취재한 것.


이 책은 구룡마을 주민 남봉주(여.98) 씨의 삶을 특종으로 조명하고 있다. 강화도 옆 석모도 출신인 남봉주 씨는 남편 운송운 씨가 6.25전쟁 중 학살당한 후 갖은 고생을 하면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가슴에 안고 살아왔다. 저자는 석모도 현장을 다섯 번이나 찾아가 6.25전쟁 중 우익인 대한청년단원들이 석모도 양민 83명(57명이란 설도 있음)을 석모도의 개흙부리라는 뻘밭으로 끌고가 M1총으로 학살한 후 수장한 사실을 역사상 처음으로 공개하고 있다.
 
대한청년단원 중 한 명은 노인과 장년, 심지어는 부녀자들과 그들이 안은 어린이들까지 뻘밭에 세워놓고 모조리 죽였다. 이 사건의 주동자 고모씨는 본래 좌익활동을 하다가 전세가 불리해지자 재빨리 우익으로 변신해 선량한 주민들을 빨갱이로 몰아 집단으로 죽인 사실이 생존자들의 증언으로 드러나고 있다.

 

▲ 이태호씨 저서 표지.     ©브레이크뉴스

▲지난 1970년대 유신체제 하에서 자유언론의 깃발을 들고 활발한 보도활동을 하다가 중앙정보부의 압력에 의해 집단 해고된 전 동아일보사 기자출신 이태호(사진)씨가 지난 5년 동안 대표적 빈민촌인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한국 최 빈민촌)을 글과 사진으로 취재해 '세상에 호소하다―구룡마을의 명암'과 '빈곤의 미―구룡마을을 중심으로' 등 동시에 두 권의 책을 지난 10월5일 세상에 내놓았다. 눈빛 출판사 간. 사진/상-하.     ©브레이크뉴스

 
이밖에 이 책은 구룡마을 주민 안창길(남. 57.가명) 씨 집안을 가득 메운 신문지 뭉치가 썩어가고 벌레들이 우글거리는 방에서 바닥에 신문지를 깔아놓고 외투를 이불로 삼아 기거하는 참상을 글과 사진으로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는 지하철에서 신문지를 수거해 팔려고 집에 쌓아 두었지만 그 시기를 미루는 통에 쓰레기집이 되고 말았다. 지식인이었던 교통사고를 당한 후유증으로 자폐증에 시달린 채 이웃들과 대화를 않은 채 지하철 역 화장실에서 옷을 빨고 종로 3가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얻어먹는 형편이다.
 
저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8년도 저술기금을 지원을 받아 출판된 이 책의 머리말에서 “구룡마을이 머지않아 개발되면 다시는 볼 수 없는 추억의 산실이기는 하지만 이곳을, 빈곤을 해소하고자 노력해온 인류의 역사에 길이 남겨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판단하고 그 주요 내용을 불멸의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취재를 거듭할수록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어려운 처지에서도 서로 돕는 주민들의 아름다운 마음과 만난을 이겨 내는 억센 힘을 접하면서 감회를 억누르기 어려웠다.”라고 실토한다.
 
저자의 <세상에 호소하다―구룡마을의 명암>이 역사적 측면에서 이 마을을 종합한 반면에 다른 한 권의 책인 '빈곤의 미―구룡마을을 중심으로'는 이 마을을 아름다움이라는 시각으로 포착한 것이다. '빈곤의 미―구룡마을을 중심으로'는 이 마을 주민 5명에 대한 심층취재의 내용을 담은 삶의 향기, 꽃동산, 동물 벗, 햇볕에 말리는 빨래, 햇볕에 말리는 빨래 외의 물체, 종교 이미지, 잡은 손 등 7가지 관점에서 아름다움에 접근한 후 그 아름다움의 특성을 생명의 미, 비장의 미, 진솔의 미, 질서의 미로 압축하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빈곤의 현장에서 무슨 아름다움이 있겠느냐는 선입관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머리말에서 “사람들이 아름다움이란 부귀한 곳에서 찬란하게 꽃치고, 좋은 집과 비싼 차와 사치스런 옷에서 그 향기를 물씬 풍기며, 권력자와 귀부인과 연예계 종사자들의 요란한 거동에서 진가를 발휘한다고 믿는 세속의 통념을 과감하게 깨뜨리고 싶다.”고 밝혔다.

 

▲ 이태호씨의 저서에 소개된 구룡마을.     ©브레이크뉴스

▲ 이태호씨의 저서에 소개된 구룡마을.     ©브레이크뉴스

 

출판사측은 책 소개에서 서울 서초구의 구룡마을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불량주택과 가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철거된 세입자들이 몰려들어 형성한 인위적 빈민촌이다. 메트로폴리탄 서울에 그것도 최상류층이 살고 있는 타워팰리스 바로 옆에 극한의 빈곤층이 모여 살고 있다. 넓이는 266천 평방미터에 이르고 한때 15백여 가구가 밀집하여 생활했으나 도시개발사업이 고시된 이후 이주한 사람들이 늘어 20188월 현재 5백여 가구가 살고 있고 설명하면서 논픽션 작가 겸 사회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태호 씨가 카메라와 펜을 들고 구룡마을을 드나들며 5년 동안 취재해 2권의 책을 출간했다. 전문사진가는 아니지만 마을의 원경과 전경, 움막 같은 집의 내부와 살림살이를 사진 찍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을 만나 그들의 인생역정을 듣고 메모했다. <세상에 호소하다>는 구룡마을이 형성된 역사적 사회적 배경과 이 마을의 현상황을 객관적으로 정리 기록하고 있다. 또 하나의 저작인 <빈곤의 미>는 작가의 주관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으로서, 이 마을은 극빈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지만 그들은 인간다움과 생에 대한 강한 애착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작가가 말하는 구룡마을 빈곤의 미의 본질은 '상대적 빈곤 속에서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난 삶의 궤적'을  말한다고  알렸다.

 

이어 상대적 빈곤의 설움을 이겨낸 우리 사회의 희생양인 구룡마을 사람들을 작가는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의 사회사 및 민중사의 요체요, 치열한 삶의 주체로서 만난다. 석모도 양민학살사건의 피해자 남봉주 씨, 토굴과 같은 집에서 혼자 사는 대인기피증의 안창길 씨, 일찍 병사한 남편 대신 두 아들을 키우며 살아온 김분홍 씨 등 이곳 주민들은 사회와 가정으로부터 소외와 극심한 가난으로 이곳까지 흘러들어 온 이들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생의 끈을 놓고 게으름을 부리거나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빌딩 청소부로서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첫 버스를 타고 나가 일하고 매월 48만 원을 받아온 신인순 씨, 고층건물 소독작업에 투입해 월 20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이윤근 씨 등 그들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지만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것이 작가의 눈물겨운 보고라고 평하면서 한국 최대의 빈민촌이 되어버린 구룡마을을 심층 취재해 엮은 이 두 권의 책은 우리가 잊거나 외면해 온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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