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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의 흑진주’ 풍경들을 한 가슴에 품다

<남미 여행기-6․ 끝>여행은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든다

손경찬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09/26 [10:39]

여행길에서 역사적인 사건, 인물과 관련된 공간이나 소설속의 명장면이 태어난 배경을 보는 것은 여행자에게는 행운이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볼거리 등을 사전에 준비하게 되지만 시간적인 제약을 받기에 때로는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목전까지 갔지만 마지막 코스에서 자연현상이나 특별사정으로 인해 관람이 허락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 멕시코를 거쳐 쿠바에 도착하고서 이번 해외출장길에서 꼭 가봐야지 생각했던 곳이 카리브만이다. 아바나에 도착한 다음 곧 바로 옂아을 풀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 일행은 서둘러 헤밍웨이 촬영지인 ‘마리나 헤밍웨이’를 찾았다. 미국의 작가 어네스트 헤밍웨이(1899~1961)가 1952년 발표한 ‘노인과 바다’ 작품의 배경이 된 곳, 쿠바 아바나 서쪽에 있는 작은 마을은 명승지로 이름난 관광 코스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서 하늘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헤밍웨이의 흉상을 보면서 주변을 빙 둘러본다. 여기 오기 전 까지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고급요트와 현대식 건물이 잘 지어진 부유한 리조트 마을로 꾸며져 있었다. 헤밍웨이 소설의 배경이 될 당시에는 아주 작은 어촌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유명세가 더해진 덕분에 쿠바의 부호들과 해외 관광객들이 몰려와 요트를 즐기는 리조트 타운으로 변했다고 한다.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작품 ‘노인과 바다’의 배경이 된 ‘마리나 헤밍웨이’에서 필자 .    ©브레이크뉴스

▲카리브해의 유명한 바라데로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필자.    ©브레이크뉴스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에서는 가수나 관람객이 모두 흥겨운 사교장이 된다.     ©브레이크뉴스

 
생각보다는 관광객들이 적어서 물어보니 과거에는 유명세를 떨쳐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곳이었지만, 쿠바 정부가 이곳에서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의학시설들이 들어서는 등 헤밍웨이의 발자취가 엷어지자 그 이후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아쉽긴 하지만 마리나 헤밍웨이를 이모저모를 살펴보면서 어떠한 난관과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았고 헤쳐가려 했던 헤밍웨이의 작가 정신을 잠시 생각해보았다.

 

마리나 헤밍웨이를 구경하고서 쿠바 최고의 휴양지인 바라데로 해변으로 갔다. 카리브해를 마주하고 있는 이 해변은 외국인 전용해변으로 지정되어 있는 풍광 좋은 곳이다. 대서양으로 뻗어있는 그 길이가 장장 20km라 하는데, 한없이 펼쳐지는 이 해변은 수심이 얕아 해수욕장으로 인기가 있는 휴양장소다. 필자는 카리브해의 유명한 해변에서 수영하고 있으니 무엇이라 표현하지 못할 감동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다. 오래도록 기억이 나고 한편의 추억이 될 정말 좋은 순간이어서 즉흥적으로 한편의 시를 읊어본다.  


쿠바의 보물,/ 카리브해의 유명한/ 바라데로 해변에 서면/ 새하얀 백사장에/ 바다 밑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고 투명한 바닷물이/ 한없이 넘실대고 있다.// 산호초들이 넘실거리며/ 현실속의/ 꿈같은 전설을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해변에서/ 나는야/ 한 마리 갈매기가 돼/ 저 멀리 수평선위를 날고 싶다./ (손경찬의 시 「바라데로 해변에서」 전문)

 

바라데로 해변에서 해수욕을 하고 또 멋있는 카리브해의 풍광을 마음에 담는 이 순간이 감동적이다. 여행의 주는 값진 선물인 것이다. 해수욕장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서 오후에는 이 부근의 유명한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공연을 관람하러 갔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은 5명의 멤버로 이루어진 쿠바의 대표적인 아프로 쿠반 재즈그룹으로 아바나에서 인기가 있는 일종의 사교클럽인데, 지금은 일반화돼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은 ‘환영받는 사교클럽’을 의미하며 쿠바음악의 황금기를 일군 대표적인 음악가들이 모두 이 클럽에서 음악을 연주하였다고 했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에서 흥에 겨운 라틴 아메리카의 음악을 듣고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아바나의 유명 관광명소 말레꼰 해변을 잠시 들렸다. 말레꼰은 ‘방파제’란 뜻으로 아바나의 상징이기도 한데, ‘아바나에 오면 말레꼰을 걸어야한다’고 소문이 날 정도로 유명하다. 주말이라 밤 바닷바람을 즐기려 모여든 많은 관광객들이 아바나의 밤을 추억의 한 장면으로 새기고 있는 그 뜨거운 열기의 현장 속에서 나는 그들과 함께 서서히 동화되고 있었다. 모처럼 여유를 갖고 마리나 헤밍웨이, 바라데로 해변과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을 관람한 행복한 날이었다.

 

 ▲ 아바나 시내에서 가까운 말레꼰 해변에서는 밤늦게까지 관광객으로 붐빈다.    ©브레이크뉴스

▲ 센트로 아바나에서 필자.  ©브레이크뉴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피살된 달라스 카운티 빌딩 앞 그 지점에서 필자     ©브레이크뉴스


다음날은 해외여행기간 중 마지막 일요일이라서 오전에는 쿠바 혁명광장으로 갔다. 원래 109m의 호세 마르티) 기념비가 있던 시민광장이었는데 1959년에 발생한 쿠바혁명 이후에 지금의 이름인 쿠바 혁명광장으로 바뀌어졌다. 쿠바 혁명과 함께 이곳은 수많은 혁명 시위, 퍼레이드 등이 열려 역사적으로 유명한 곳이 됐고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들이 찾아들고 있다.  

 

이곳에서는 체 게바라의 다양한 조각이나 그림 인물상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사실 쿠바라 하면 떠오르는 상징 인물이 체 게바라와 헤밍웨이다. 특히 쿠바 혁명을 성공시켰던 체 게바라를 기리기 위해 아바나 시내 곳곳에 세워진 체 게바라의 청동상이 관광명물이 되고 있으니 그만큼 쿠바인들의 가슴 속에서 영웅의 존재는 떠나지 않고 오래도록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 손경찬     ©브레이크뉴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센트로 아바나에서 잠시 구경하다가 그림을 구입하려 광장 그림방이 있는 산호세 마켓에 들리니 문을 닫아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비에하 광장에 오니까 소품을 파는 그림가게가 있기에 몇 점을 구입하고서는 아바타에서의 공식, 비공식 일을 모두 마쳤다. 이제는 쿠바 아바나 공항으로 가서 콜롬비아 보고타공항으로 이동한 다음에, 인천행 비행기를 탑승하면 된다. 15일간의 해외여행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일정이다. 그렇지만 2주가 눈 깜박할 사이에 흘러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마디로 재미있었고 바빴다는 표현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콜롬비아로 올 때에 미국 텍사스 달라스 공항에 중간 기착했듯이 귀국할 떼의 코스도 마찬가지다. 콜롬비아 보고타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미국 달라스 공항에 귀착해 다음 출발까지 시간이 있었다. 여행에서 이 좋은 기회를 다시 찾아올까 싶어 우리일행은 공항측의 허락을 받아 다운타운으로 이동했다. 달라스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피살된 장소로 유명한 곳이 아니던가. 나는 달라스 카운티 빌딩 앞 저격지점에 서서 한때 미국인들에게 추앙을 받던 미국 대통령의 안타까운 죽음을 잠시 생각하면서 역사의 한 장면을 그려보았다.  


다시 공항으로 되돌아와 탑승수속을 마치고 탑승을 기다리면서 15일간에 이뤄진 많은 여정의 발자취를 활동사진 필름을 되감듯 더듬어본다. 콜롬비아와 쿠바의 문화와 예술을 섭렵하고 관광명소를 들러본 여러 날의 정말 유익한 여행이었다. 이 여행에서 당초 목적이 순조롭게 마무리하는데는 안내를 맡았던 이재선 씨와 그의 부인 안정희 씨의 힘이 컸다.

 

▲콜롬비아 부에나비스타에 거주하는 이재선․안정희 부부와 두 아이 이소정과 이정호의 사진 (이재선의 저서「아싸라비아 콜롬비아」에서 사진 인용)     ©브레이크뉴스


이들 부부의 정성이 깃든 안내와 현지 설명으로 우리일행은 공식 출장을 잘 끝내고 또한 편안하게 좋은 여행도 했다. 대한민국을 떠나 이역만리에서 네 가족들이 오순도순 살아가는 오늘과 풍요로운 내일을 위해 열심히 생활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항상 건강하고 뜻하는 바대로 잘 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언제 또 다시 기회가 되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여행길에 나서서 콜롬비아와 쿠바 등 남미의 멋진 풍광들을 가슴에 품을 것이다. 그 기대 속에서 그동안 연재했던 ‘여행은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든다’ 남미 여행기 6회분을 모두 마친다. yejuson@hanmail.net 


*필자/손경찬. 칼럼니스트, 시인. 수필가. 대구예총 정책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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