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은 열사병 환자 천지"..의사가 전한 폭염의 위험성

노보림 기자 | 기사입력 2018/08/09 [16:23]

▲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씨가 작성한 페이스북 글 캡쳐본.     © 브레이크뉴스

 

브레이크뉴스 노보림 기자= "현재 응급실은 열사병 환자 천지입니다. 모두 의식 없는 중환자라서 중환 구역이 터져나갑니다. 열기가 가장 피크에 달하는 시간이면 동시에 다수의 열사병 환자가 실려서 들어옵니다. 도대체 몇 명인지 셀 수조차 없습니다. 사망자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남궁인씨가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환자가 급증했다며 응급실의 상황을 전해 눈길이 쏠리고 있다.

 

남궁인씨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응급실에 실려오는 열사병으로 실려오는 환자들의 사례를 전달하며 외부활동 자제를 적극 권고했다.

 

그는 "이렇게 많은 열사병 환자는 의사 생활 이후 처음"이라며 "주변 응급실 의사들은 올해 압도적으로 열사병 환자가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더워서) 짜증만 나지 많이 위험하지 않다. 본인이 너무 무리하지만 않으면 적어도 기절하진 않는다"면서 "하지만 노약자에게 실외는 무작위로 학살하는 공간이다. 애초부터 인간의 늙은 육체는 이 정도 날씨를 견디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폭염 속에서) 픽픽 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씨는 또 "낮에 쓰러져 누가 발견이라도 하면 다행인데, 발견도 못하는 곳이면 바로 사망으로 직결된다. (기절한 채)발견돼도 사망률 50~90%는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만약 내원 당시 의식이 전혀 없는 열사병이라면 이미 뇌가 열손상을 입은 상태"라고 위험성을 전했다. 

 

특히 남 씨는 "열사병은 사회경제적 취약계층들이 직면한 질병"이라며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군을 보면 '지적장애, 폐지, 80~90대, 선풍기 1대, 노숙자, 외국인 노동자, 반지하' 등의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분명한건 매년 우리나라의 폭염은 이와 비슷하게 계속되거나 더해질 것이다. 이 환자군도 똑같이 매년 응급실을 찾을 것이다. 부디 더이상 사람을 해하는 폭염이 내리쬐지 않기를, 또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고통에서 먼 사람들이 대신 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음은 남궁인씨가 응급실에 내원한 열사병 환자들을 일반화한 사례다.

 

(1) 폐지를 줍던 80대 여성입니다. 리어카 앞에서 기절해 있다가 발견되어 실려왔습니다. 다행히 의식이 점차 회복되었습니다. 폐지는 조금 선선해지면 주우시라는 말을 듣고 퇴원하셨습니다.


(2) 시장에 누워있던 60대 남성입니다. 대로에 누워있길래 사람들이 대낮부터 술에 취해 누웠구나 하고 지나쳤다고 합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육체노동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시장에서 쓰러졌다고 합니다. 의식 불명으로 실려와 세 시간 만에 자극에 반응할 정도로 회복되었고, 여섯 시간 만에 자기 의지대로 말을 할 정도로 회복되었습니다. 여섯 시간 만에 그의 말을 들어보니 중국말이었습니다.


(3) 지적장애가 있던 50대 여성입니다. 아침 산책을 나간다고 외출했다가 20분 만에 돌아왔는데 의식 상태가 혼미해져서 신고되었습니다. 다행히 회복되었습니다.


(4) 말기 암 투병 중인 80대 여성이었습니다. 에어컨은 없었고 보양식으로 꿀물만 먹었다고 합니다. 집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되었고 더불어 병의 경과도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좋지 않은 결과로 끝나고야 말았습니다.


(5) 반지하방에서 발견된 90대 노인이었습니다. 발견 당시 체온 42도였고, 이미 사망 상태였습니다.


(6) 폐지를 줍던 다른 80대 여성입니다. 폐지를 차곡차곡 개 놓고 기절해 있는 것이 발견되어 실려왔습니다. 다행히 의식이 점차 회복되었습니다. 폐지는 조금 선선해지면 주우시라는 말을 듣고 퇴원하셨습니다.


(7) 노숙자로 추정되는 분입니다. 나이는 60대로 추정됩니다. 땡볕이 내리쬐는 곳에서 늦게 발견되었습니다. 발견 당시 경기하고 있었습니다. 내원해서도 한 시간은 경기가 멈추지 않았고 의식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보호자도 없고 연고지도 없고 가진 돈도 없어 다른 병원으로 전원 처리되었습니다.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확실히 사망이 예견됩니다. 혹은 지금 죽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8) 교회를 간다며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던 80대 여성입니다. 가족이 교회 가는 길을 부랴부랴 뒤져 길가에 쓰러진 할머니를 찾았습니다. 처음 의식은 혼미했으나, 다행히 회복되었습니다.


(9) 옥상 텃밭에서 고추를 따러 올라갔다가 기절한 80대 할머니입니다. 옥상에서 내려오지 않아 가족들이 올라가 찾았습니다. 의식은 혼미하였으나, 다행히 회복되었습니다.


(10) 육체노동이 업인 30대 중국인입니다. 에어컨 없는 반지하방에서 동료들과 단체생활합니다. 새벽에 냉장고 앞에서 물을 마시려고 했던 흔적이 있으나 기절한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끔찍한 방에서 살았을 것으로 생각되었고, 장장 12시간에 걸쳐 회복되었습니다. 의식 회복된 후에는 자신의 물품을 달리며 소리를 지르다가 다리를 절며 퇴원했습니다.


(11) 지적장애가 있던 50대 남성입니다. 외출 후 실종되었다가 후미진 등산로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시간이 오래 지난 것으로 추정합니다. 며칠 동안 경과가 악화 일변도였고, 결국 사망했습니다.


(12) 폐지를 줍던 또 다른 80대 여성입니다. 처음에는 (1) 번 환자가 다시 온 줄 알았으나 매우 비슷한 모습의 다른 환자였습니다. 너무 비슷한 환자가 많이 오자 저는 검색해서 폐지 가격이 Kg당 50원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또한 200Kg의 폐지를 모으면 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한 사회학자가 우리나라에 폐지 줍는 노인이 175만 명이라고 주장한 것도 보았습니다. 오늘 병원비는 폐지 몇 톤을 모은 돈일까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살인광선 아래에서 다른 여가 활동이 아니라 경제적 지탱을 위해 하루 200킬로의 폐지를 주워야 하는 사람들과, 그 대가가 고작 만 원인 것과, 그럼에도 여기 실려올 정도로 일해야 했던 사람들을 직시해 보았습니다. 선선해지면 폐지를 주우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13) 길에서 쓰러져 발견된 80대 후반 노인입니다. 혈압, 당뇨, 치매, 파킨슨 등이 있었습니다. 횡문근용해증과 다발성장기부전으로 진행했습니다. 호전될 가망이 없어 사망이 확정적인 상태로 퇴원했습니다.


(14) 길에서 쓰러져 발견된 70대 할머니입니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늦게 발견되었습니다. 천식이 있었다고 하고, 폐렴이 동반되어 있었습니다. 선후관계는 모르나 폭염이 합병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됩니다. 중환자실에서 생사의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15) 선풍기만 있는 습기 찬 집에서 기절해서 발견된 80대 남성입니다. 의식은 명료한 편이었고, 치료 후 회복되었습니다. 비슷한 케이스가 너무 많아 하나만 언급합니다.


(16) 선풍기도 고장난 습기 찬 집에서 기절해서 발견된 80대 여성입니다. 의식은 명료한 편이었고, 치료 후 회복되었습니다. 선풍기도 고장난 경우는 드물어 일부러 언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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