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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논리, 우리 역사의 역동성을 재조명해야

남북분단 사상적 원인은 남북이 민족생리에 맞는 건국이념-사회체제 세우지 못한 데 있어

황흥룡 통일교육진흥연구원 원장 | 기사입력 2018/07/19 [07:52]

▲ 황흥룡  통일교육진흥연구원 원장.  ©브레이크뉴스

근대 이전이나 근대 이후나 경제 질서는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의 원리와 통제경제의 두 원리를 축으로 하여 양자가 때로는 혼합되기도 하고, 때로는 두 축의 어느 한쪽이 비대해지기도 하면서 성장과 균형을 이루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왕안석(王安石)과 사마광(司馬光)의 대립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고려말 전제개혁파(田制改革派)와 반대파의 갈등은 기본적으로 경제구조개혁을 둘러싼 좌파와 우파의 노선 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북한을 이해하는 태도 중요

 

시장경제의 원리를 고도로 발전시킨 것이 자본주의요, 통제경제의 원리를 현대화시킨 것이 사회주의라 할 수 있지만 근대 이전에 있어서도 그와 유사한 이념과 제도의 실험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아마 인류사회의 미래의 역사도 위 두 가지 원리를 축으로 하여 끊임없이 왕복하고 절충하면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면 그것은 생산 활동 및 유통에 있어서 과학적·기술적 측면일 것이고, 그 점은 근대 이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고 믿는다.

 

우리는 현대의 사회주의나 자본주의를 경제 질서의 마지막 형태로 규정하고, 그에 연역해서 근대 이전의 경제 질서를 봉건적 질서로 선험적으로 규정하는 데만 급급하기 때문에 봉건 질서 안에서도 자유냐 통제냐, 성장이냐 균형이냐의 역동적 갈등과 구호가 있어 왔다는 사실을 충분히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통일지향 역사학은 현대사회의 과제를 탄력성과 역동성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하며, 동시에 과거의 역사도 그러한 시각에서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북한 역사학의 동향을 살펴 보건데, 여기에서 지적된 문제점은 상당 부분이 남한 역사학계의 일부에도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것이다. 통일지향 역사학은 북한의 변화와 동시에 남한의 변화를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학문에 있어서나 실천에 있어서 커다란 자세의 전환이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북한을 이해하는 태도이다. 북한을 바라보면서 전무(全無)냐 전유(全有)냐의 시각을 갖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것은 통일에 역행되는 몸가짐이다. 북한을 표준으로 하여 남쪽을 바라보는 것도 옳지 않고, 남쪽을 표준으로 하여 북한을 바라보는 것도 온당치 못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과 북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표준으로 하여 남과 북을 등거리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남한의 역사학계를 돌아보면, 대체로 기성세대는 ‘무책(無策)이 상책(上策)’이라는 식의 도피 성향이 많다. 통일문제를 비롯한 현대사의 긴급한 과제들을 외면해 버린다면 역사학은 그야말로 골동품으로 떨어져 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점에서 기성세대의 자성이 요구된다.

 

통일논리는 문화전통과 접맥

 

한편, 우리의 젊은 세대는 현실 문제에 민감하고 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들은 민중이라는 새로운 지표를 설정하고 북한 역사학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는 데서 출발하여 한국사 체계를 새롭게 구성하려는 의욕에 넘쳐 있다. 이러한 젊은 세대의 움직임은 역사 인구의 저변 확대라는 측면과 아울러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기성학계에 주는 충격의 효과도 적지 않으며, 또한 역사의 대중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역사학은 새롭다는 그 한가지로 충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역사학은 작게는 남한 내부의 자정(自淨)과 아울러 북한의 변화를 동시에 수반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할 때, 이에 상응하는 이론의 깊이와 무게, 그리고 책임을 생각해야 한다. 또한 우리의 기성학계가 이론 면에서 취약점이 있고 현실에 예민하지 않다고 해서 해방 후 반세기 동안 축적해 놓은 실증적 업적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것들은 민족통일에 직접 기여하지는 못한다하더라도 이를 어떻게 새로운 역사체계에 흡수하느냐에 따라 우리 역사는 한층 다채롭고 역동적인 역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분단의 사상적 원인은 남과 북이 다 같이 우리의 민족적 생리에 맞는 건국이념과 사회체제를 세우지 못한 데 있다. 구 소련식 사회체제나 미국식 사회체제나 모두 우리 생리에 맞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현대 국가의 표준으로 설정한 데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므로 분단을 통일로 이끌어가는 논리는 당연히 우리 문화전통과 접맥될 수 있는 현대적 통일철학이어야 할 것이다.

 

오늘의 현실은 기본구도에 있어서 해방 전후 시기의 그것과 다름이 없다. 따라서 그 시기의 고민은 미해결 과제로 남겨진 채 우리에게 다시 떠넘겨진 셈이다. 강물은 두 번 다시 흐르지 않지만, 강물이 흐르는 방향은 항상 같다. 통일지향 역사학은 선배들이 흘러간 같은 방향을 향해 흐르면서 더 한층 깊고 넓고 깨끗한 강줄기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heungyong57@hanmail.net


*필자/황흥룡, 통일교육진흥연구원 원장.  통일부 일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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