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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Too 그 후, 2차 가해 시달려...진정한 사과와 처벌, 보호책 마련해야

"매뉴얼처럼 술자리에 가서 그렇다, 뭘 노린게 아니냐라는 2차 가해는 흔하디 흔한 말"

배종태 기자 | 기사입력 2018/07/02 [23:11]

 

▲ 부산성폭력센타에서 미투 피해 폭로 후, 2차 가해를 당한 피해자들이 용기있는 고백을 하고 있다(C) 배종태 기자

 

지난 3월 부산대 미투(#Me Too) 성폭력 피해 폭로 후, 2차 가해를 당한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고발이 이어진 자리가 2일 오후 동래구 부산성폭력센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1부 순서로 '미투 그 후, 백래쉬와 정면으로 싸우다'라는 주제로 5명의 피해 당사자들이 2차 가해를 당하며 싸워온 과정을 진단했다.

 

2부에서는 '지속 가능한 #Me Too를 향해 Run'이라는 제목으로, 최은순(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 대표가 문화예술계 내의 미투 운동을 하며 어려웠던 점과 성폭력에서 안전한 방안을 모색했다. 권명아(동아대) 교수는 미투운동 이 후 각종 2차 가해와 백러쉬에 대한 진단을, 이나영(중앙대 사회학) 교수가 중앙대 미투운동 사례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대안을 모색했다. 이어 참여자들의 자유 토론이 펼쳐졌다.

 

"해임이 나려면 중요부위를 만지거나 호텔로 부르는 정도가 되어야"


성폭력 피해자들은 미투 이 후,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처벌을 요구하며 싸워왔던 과정을 용기있게 고백했다. 반면 피해를 해결해야 할 인권센타와 학교당국은 모을 수 있는 증거를 최대한 다 모아서 제출했음에도, 제대로 된 증거로써 인정하지 않는 등 피해자들이 오히려 2차 가해에 시달리는 실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비상대책위원회는 성추행 가해자 L교수의 사과와 파면을 요구했지만, 징계위원회는 지난 6월 27일, L교수 성폭력 사안에 대해 해임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과거의 규정을 새롭게 바꿔나갈 생각 없이, '미래의 더 끔찍한 상황을 위해 현재의 사건에 높은 형을 제시할 수 없다'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진술서를 제출한 20명의 피해자들이 처음부터 원한 것은, 만장일치로 진정성 있는 사과와 파면이었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교내 인권센터 측은 두 달째 ‘L교수가 사과를 미루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사과는 L교수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강요할 수 없다'. 'L교수와 연락을 한 이후로, 별도로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등의 안일한 대답만 들었다"고 밝혔다.


또 "증거가 없는 성추행 사건인데 자꾸만 증거를 달라던 조사위 였고, 저희가 모을 수 있는 증거를 최대한 다 모아서 제출했음에도 이는 제대로 된 증거로써 인정되지 못했다"라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비대위는 대학본부 조사위원의 조사방식에 대해 비판을 여과없이 쏟아냈다. "조사위원들은 '중요 부위가 없으니 안된다', '원만한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경찰조사를 하면 안된다', 법률 안의 균형성을 운운하며, '이 건은 가슴을 만지거나 강간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해임 이상의 조치가 어렵다', '해임이 나려면 중요부위를 만지거나 호텔로 부르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하던 조사위원까지, 조사 기관의 기본조차 지키지 못하고 2차 가해발언을 계속해서 뱉어냈다"고 비난 했다.

 

▲ 성폭력/추행 피해자들이 #Me Too 이후 2차 가해 사실에 대해 용기있는 고백을 하고 있다(맨 우측은 이재희 부산성폭력상담소장) (C) 배종태 기자

 

"매뉴얼처럼 술자리에 가서 그렇다, 뭘 노린게 아니냐라는 2차 가해는 흔하디 흔한 말"

 

지난 4월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학원 논문 심사위원장인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한 대학원생 A 씨는, 도움을 요청했던 대학 인권센타가 정보를 가해자에게 유출하며 2차 가해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매뉴얼처럼 술자리에 가서 그렇다, 뭘 노린게 아니냐라는 2차 가해는 흔하디 흔한 말이라 이제는 감정의 동요가 없다"면서 "학교는 학생을 위한 어떤 보호조치도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조사위원회 당일, 피해자 다음 가해자조사를 바로 이어서 하는 인권센터의 조치 때문에, 가해자를 만났다"면서 "'조사위원회에서 증거가 있냐'라며 가해자 K교수의 파면을 원한다는 내 말에 자기가 법을 알아보니, 이 정도는 해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조사위원이 자기는 가해자인 교수와 가까운 사람이라며 수사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는데, 공정성까지 결여되었다"고 비난했다.


A씨는 "학교 당국은 가해자에게 그 어떤 제재를 하지 않았다"면서 "가해자는 일반인이라면 전혀 누릴 수 없는 ‘연구년’이라는 교수의 특권을 누리며 직무 정지 없이, 월급과 혜택을 모두 누리고 있다. 가해자 K 교수에게 정보를 유출한 2차 가해자 대학교 인권센터는 현재까지도 사과하지 않았고, 가해자인 상담원은 총장이 징계를 약속했으나 징계나 사과도 없이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권센터장은 '자신이 좋은 사람이고 판단이 정확한 사람인데, 내가 심신 미약자로 판단된다'며 다음 조사위원회부터는 나오지 말라고 했다"며 "피해자인 나의 동의 없이 사건관련사항을 국어국문학과 학과장에게 수차례 전달하며, 인권센터장이 인권을 지킨다는 곳에서 끝없이 2차 가해를 하였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A씨는 "끝까지 버틸 것"이라며 "배려를 가장한 무관심에도, 조건을 제시하는 도움에도, 놀랐고 가깝다고 생각한 주변인들의 외면에도, 변했다고 비난하는 말들에도, 후회도 했었다"라고 참담했던 감정을 드러냈다.


A씨는 "살기 위해 용기를 내었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앞으로 나서게 되었지만, 일상이 망가지고 힘들어지니 후회가 되기도 했다"며 "하지만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고, 반드시 일상생활을 회복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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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미투 이후의 미투는 이어질 것"이라며 "공동체에서 배재당하고, 소외당하는 ‘펜스룰’이 없어지고, 대학 내 성폭력 피해자가 이렇게 차별을 겪는 것들이 없어지고, 대학원생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일상은 올 것이며,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의를 다짐했다.

 

새로 출범하는 민선 7기 시장 및 교육감 등 자치단체장, 성폭력 방지와 피해자 보호와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편 미투운동부산대책위는 "성폭력 현장에는 여전히 피해자에 대한 편견과 여성협오적인 시선, 성평등으로 향한 변화를 거부하는 백러시로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형사고소 후 경.검찰 조사단계에서 수사관의 피해자에 대한 편견과, 2차 가해는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켜, 무고죄로 기소시키는 사례들이 존재한다. 경찰과 검사는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부정 할 수 있을 만큼의 정확한 증거자료가 없는 상황에도, 피해 사실이 완벽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쉽게 의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학생들의 미투운동을 제지하거나 공론화를 위한 시도를 덮으려하고, 피해자들은 신고 후에도 가해교수와 학교에서 마주치는 불안한 상황에 처해있다"면서 "견고한 위계로 파면되지 않는 가해교수가 언제 다시 학교로 복귀할지 몰라 불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또한 학내구성원에 의한 2차 가해를 방지하는 것과 동시에 학교가 2차 가해자가 되어 피해학생들을 고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정부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보후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 가해자는 자신에 대한 징계를 받아들이며, 자기성찰을 통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면서 "새로 출범하는 민선 7기 부산시장 및 부산시교육감, 기초자치단체장들은 적극적으로 성폭력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관련 예산과 제도를 정비, 성폭력 방지와 피해자 보호와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원본 기사 보기:부산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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