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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이긴 축구와 가난을 이긴 한강의 기적의 유사점

최강의 독일 축구팀을 한국 팀이 이긴 이변에 대한 이 생각 저 생각

심상근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06/30 [09:17]

▲ 심상근 박사.  ©브레이크뉴스

독일과의 축구경기를 보면서 필자는 엄청 웃었다. 몸값을 모두 합치면 1조원이 넘는다는 독일 챔피언 팀이 75% 수준의 공 점유율을 보이면서도 근 두 시간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축구팀의 수비를 뚫지 못한 것은 정말로 희한한 광경이었다. 그뿐 아니라 그 와중에 대한민국 팀이 두 골을 넣어 2대 빵으로 이겼으니, 이는 스포츠 역사에서 한 세기에 몇 번 안 되는 이변 중 이변일 것이고 구경거리 중 구경거리였다.

 

그 게임은 앞으로 수십 년, 수백 년 지구촌에서 회자될 것이다. 경기 직후 CNN으로 채널을 돌리니 정규방송은 중단되고 오직 독일이 한국에 2대 빵 (그들은 이를 ‘Two to nil’이라고 표현했다. Nil은 한국말로 ‘빵’을 의미한다)으로 패배한 이야기만 하였다. 원래 경제담당인 앵커는 경제 이야기는 중단하고 현장 여기자에게 뭔 일이 있었길래 ‘Two to nil’로 챔피언 독일이 졌느냐고 숨가쁘게 물었고, 현장 여기자는 딴에는 말이 되는 소리를 하기 위하여 진땀을 빼며 질질 매었다. 왜냐하면, 그 여기자는 한국인들의 속성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 여기자가 한국인 속성을 알고 있었다면, “한국인들의 특성인 부지런함과 끈질김을 독일이 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어야 했다.

 

실제로 그와 유사한 이변은 테니스 경기에도 일어날 수 있다. 실력이 월등한 쪽에서는 강공을 퍼붓게 되고 실력이 딸리는 쪽에서는 그 강공을 받아넘기는 데에만 집중하는 경우 역전이 가능할 수 있다. 강공은 실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고, 계속 받아넘길 수만 있다면 실력이 약한 쪽이 게임에서 이길 수가 있다. 독일 팀의 강공은 이따금 수비 면에서 뒷문이 열리는 허점을 드러내었고, 한국축구실력은 그런 허점을 이용하여 득점할 수준은 되었고 그래서 한국 팀이 이긴 것이다.   


그러나 한 게임에서 요행 이겼다고 하여 모자라던 실력이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어느 국가건, 실력을 올리지 않으면 16강 진출은 요원하게 된다.


필자는 이번에 독일을 이긴 한국 축구와 반만년 가난을 물리친 소위 한강의 기적이 상당히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축구가 독일을 한 번 이긴 것이 한국 축구의 실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닌 것처럼, 반만년 가난 속에서 지난 수십 년 잘살았다는 것이 한국 경제 실력이 세계 수준이 된 것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이를 설명하겠다.


인간공동체가 동물과 다르게 살려면 본능을 크게 바꾸어야 한다. 예수, 석가모니, 공자/맹자/순자 등이 그런 개조를 시도한 인물들이다. 특히 예수는 공정한 게임을 유도하였던 바, 혈연, 학연, 지연 등을 죄악 시 하였다. “만약 네가 친동기간과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을 차별하여 대한다면 너는 지옥에 갈 것이다!” 이는 신약의 계명을 알기 쉽게 풀이한 것이다. 서양에서는 예수의 계명을 어겼다는 죄목으로 백만 명 이상을 십자가에 매달아 불태워 죽이면서 근 2천년 간 일종의 세뇌작업을 진행하였다. 그래서 서구의 대표적 국가인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흡사 큰 캠핑장에서 지내는 사람들처럼, 친척 동창 등과 왕래를 거의 하지 않고 그때 그때 한 동네에 사는 이웃들끼리 살아가며, 고로 부정부패와 파벌이 없는 사회를 형성했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분야 별로 가장 뛰어난 사람이 위로 올라간다. 그래서 실리콘밸리가 탄생하였고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이 탄생한 것이다.


미국의 반대말은 한국이다. 한민족은 동기간, 동창, 동향, 동지 별로 마피아 식 패거리 만들어 인생을 항해한다. 누가 우수하여도 내 편이 아니면 망하게 만드는 것이 기본적 인생전략이다. 수백 년 수천 년 제로섬 게임에서, 일체 생산적 작업은 상것들이나 하는 일로 쳤고 양반들은 큰기침을 하며 앉아서 중국성현들의 글을 달달 외우는 것이 어려서부터 죽을 때까지의 일생 과업이었고, 고로, 잘살고 못사는 것은 오직 세금과 준세금과 뇌물을 어느 패거리가 더 많이 차지하느냐에 달렸고, 그와 같이 재화는 일정한 상황에서 상대 편이 망해야 우리 편이 더 잘살 수 있다는 것이 인생의 근본 원리이고 원칙이 되었다.


국민들도 신물을 내는 보수진영의 친박 친이의 10년이 넘는 싸움질이 대표적이 예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특권이 많은 국회의원 자리를 어느 쪽이 더 많이 차지하느냐, 각 지역 별로 지방선거 등에서 공천을 밀어주고 뒷돈을 챙기는 일, 지역 내 이권들, 집권하면 대형 토목사업 같은 것 벌려 떨거지들 수지 맞추는 일들, 좋은 직장에 자기 편 사람들 밀어 넣을 수 있는 권력, 이런 것들을 둘러싸고 싸우는 것이며, 조선왕조 시의 사색당파와 동일하다. 다만, 경제단위가 커졌으므로 싸움은 더욱 치열하며, 조선왕조 시에는 그나마 염치와 군자의 도가 다소나마 작동하였는데 현재에는 그마저 실종된 것 등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다.


부언하자면, 정치를 비전으로써 하는 것이 아니고 패거리의 힘, 출신지역 이런 것을 가지고 진행된다. 특히 자유한국당의 충청 출신 의원들 대부분은, 충청이 대선에서 캐스팅보드를 쥐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거의 모두 각기 언젠가 대통령이 될 꿈을 꾸고 있다고 분석되며, 친박들이 친이계에게 몰리고 당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때문인 듯하다. 즉, 친이계와 싸우기도 바쁜데 그 와중에서 각기 언젠가 대통령이 될 꿈을 가지고 각개약진을 하니 성할 리가 없다. 친이계가 단연 단결심이 강하고 일사불란하며 상명하복 정신이 투철한 반면, 친박들은 대체적으로 모두가 각기 자기 잇속 차리기에 바쁘다는 것이 본인의 분석이다. 허여간 보수진영 정치가들은 10년이 넘게 집안 싸움질로 국민들 속 어지간히 썩여왔고, 국민들은 보수에 대해서는 체념 상태다.


그러나 이는 비단 정치계, 보수진영에서뿐 아니라 방방곡곡에서 동기간, 동창, 동향, 동지 별로 수십만 개 이상의 그룹들이 조성되고, ‘안으로는 맹종, 밖으로는 맹공’이라는 인생기본전략 하에서 살아간다. 이를 필자는 신앙촌 멘털리티라고 부른다. 그래서 한민족은 항상 가난했던 것이다.


박정희는 그 점을 역이용하여 신앙촌 식 재벌들을 육성하여 세계시장에 내보내어 크게 성공하였다. 일종의 ‘칭기스칸 군대식 전략’이었다. 맹종에서 오는 맹렬함, 그리고 ‘빨리빨리’ 속성이 주는 속도, 그런 것들이 강점들이다. 그러나 이는 개헤엄으로 한 때 우승한 것과 유사하다. 미국 등 서구 국가들에서와 같이 오직 실력 본위로 우수한 자가 위로 올라가는 것이 정식이고 수영으로 치면 정식 수영이다.


그렇다고 상술한 고질적 패거리 싸움 문화 속에서, 재벌 외의 다른 중소기업들이, 맹종에서 오는 맹렬함 같은 무기도 없이, 세계시장에 나가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을 그러한 정석적인 실력을 배양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에 대한 답도 극히 회의적이다. 패거리 싸움이 워낙 치열하므로 거의 모든 사안에서 골고루 나누고 모두가 평등한 것이 엄청 강조된다. 아니면 곧장 싸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육에서도 본질적으로 공산주의 정부체제를 가진 중국보다 더욱 평등을 외친다. 예를 들어 중국의 명문 칭하공대 같은데 들어가려면 치열한 실력경쟁을 뚫어야 하고, 중국정부는 일류대학교 7개에 지원을 집중한다. 명색이 공산주의 정부체제를 가진 중국은 산업경쟁력 면에서 미국 일본 독일 한국 등보다 더욱 우파정책을 기용한다. 참으로 헷갈리는 시대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이, 한강의 기적이 태동이 되었던 당시에는 중국은 문화혁명에 골몰하고 있었다. 원래 중국인들은 돈벌이에 집중하고, 장인정신이 강하며 팀워크를 잘한다. 그러한 장점을 가진 중국인들은 결국 모택동 사망 이후 ‘사상보다는 경제가 우선!’이라는 실용주의 기치 하에 일어섰고 그 후 수십 년에 걸쳐 박정희 전략은 힘을 크게 잃어왔다. 왜냐하면 한국인들이 가진 장점, 즉, 부지런하고 끈질긴 면은 중국인들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인들과 달리, 중국인들은 장인정신과 팀워크에 극히 강하다. 학문적으로, 직업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장인정신이 강하고, 중국본토 사람들과 화교들이 협동하는 세계적 팀워크를 조성하고 있다. 상호 서로 다른 그룹에 속하면 경쟁상대로 보고 치열하게 싸우는 한국인들의 생활양태와는 정반대이다. 중국의 팀워크를 가능케 하는 가장 큰 요인은 ‘신의(信義)’ 정신이다. 중국인들의 기본행동은 이 정신에 기반하며 이에 어긋나는 사람은 사람 취급을 안 한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 면에서 중국인의 반대말은 한국인들이다. 한국인들은 당시 당시의 이익을 위해서는 누구도 배신할 수 있다. 문화적으로,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이는 불가이고 불가능이다.


여러 속성을 감안할 때, 축구에서는 독일이 최강이지만 현재 경제에서는 중국이 최강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일본과 독일은 정치체제와 관련 없이 근원적으로 군국문화 (regimented culture)를 가지고 있으므로 중국의 경제회오리를 그런대로 잘 견딜 것이다. 지구촌이 한 시장으로 통합된 상황에서 경제는 전쟁이며 고로 그 나라들의 군국문화는 큰 도움이 된다.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필자는 우려가 많다. 필자는 매일 CNN 방송을 몇 시간씩 시청하는데, 미국 정치판은 흡사 조선왕조 시의 선조 때 비슷하다. 눈만 비- 뜨면 백가쟁명 식으로 온갖 것을 가지고 입씨름이다. 상술한 바와 같이, 최첨단산업에서는 우수한 자들이 위로 올라가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을 창업하지만, 정치계 언론계는 수백 수천 이슈들을 가지고 노상 입 씨름하기에 여념이 없다. 미국은 현재 모택동 시절의 문화혁명 시와 아주 흡사하다.


최강의 독일 축구팀을 한국 팀이 이긴 이변을 보고 이 생각 저 생각 해보았다. sheem_sk@naver.com

 

*필자/심상근. 미 버클리대 박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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