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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제갈무후의 후예로다, 어쩌면 저토록 남의 일까지 예지할 수 있을까?

<역사소설 대륙풍운(大陸風雲)-114> 조부 제갈량에 못지않은 제갈수지의 유세

이순복 소설가 | 기사입력 2018/06/30 [01:01]

▲ 이순복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성도왕 사마영이 이끈 정한연합군을 상대로 대전을 벌릴 유총은 군사 장빈의 증거에 충실한 설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착잡했다. 그래서 유총은 애써 한 가지 계책을 내어 말하였다.
 “이곳은 장하를 등지고 있으니 적의 대병을 맞아 싸우는데 크게 불리하지 않겠소? 차라리 위군으로 물러가서 굳게 영채를 묻고 적을 맞는 것이 어떻겠소?”
 유총이 걱정하여 말하자 군사 장빈이 유총의 말에 단호히 대꾸하기를
 “불가합니다. 우리가 이곳을 버리고 물러난다면 저들은 자기들을 두려워해서 물러난 줄 알게 됩니다. 그리되면 우리 군은 전의가 떨어지고 백성들의 마음도 흔들리게 됩니다. 그러니 속히 평양에서 군사와 양초가 속히 오도록 구원을 청하여 군사를 두 갈래로 나누어 대적토록 하면 성공할 것입니다.”
 유총은 장빈의 의견을 좇아 곧 평양으로 사자를 보냈다. 사자가 평양에 이르자 한주 유연은 진원달과 서광을 불러 숙의하자 두 사람이 입을 모아 아뢰기를
 “이 일은 이미 예상했던 것입니다. 이번 싸움은 진조가 국운을 걸고 달려들 결전이 될 것이니 우리도 총력을 다 해서 싸워야 할 것입니다. 속히 우승상 제갈선우를 부르셔서 그의 계책을 듣도록 하십시오.”

 이에 한주 유연은 거록에 있는 제갈승상을 급히 불러 물으니 그가 침착하게 대답하기를
 “진조가 친왕연합군으로 아군과 결전하려 하나 친왕과 제후들의 마음이 패배감에 젖어서 결속되지 못할 것입니다. 다만 염려되는 것은 요동과 평성 그리고 진주입니다. 지금 요동에는 차츰 강성해지는 선비의 모용외와 평성의 척발의로 진주지방의 포홍과 요의중 등의 향배를 좌시할 수 없습니다. 만약 그들이 진조를 좇아 우리의 뒤를 위협한다면 우리는 사면으로 적을 맞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신의 요량으로는 변설에 능한 세객을 그들에게 보내어 이해로써 설득시켜 중위에 서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되면 우리는 무난히 진병을 격파하고 고토를 다 회복하게 될 것입니다.”
 “우승상, 그런 중임을 능히 감당할 세객을 어디서 찾는단 말이오?”
 한주가 근심하며 묻자 좌승상 진원달이 아뢰기를
 “이는 국운을 건 중대사로 예사로이 해결될 성질이 아닙니다. 옛날 전국시대의 소진장의와 같은 변설이 아니고는 4로의 만웅(蠻雄)들을 설득시킬 수가 없을 것입니다. 신이 헤아리건대 우리나라에서는 오로지 제갈승상 한 사람 밖에 이 일을 성사시킬 인물이 없는 줄 아옵니다.”
 

진원달의 심도 깊은 진언을 마치자 서광도 한주에게 조심성 있게 말하기를
 “신도 좌승상과 같이 제갈승상 뿐이라고 하신 말씀에 찬동합니다.”
 “좌승상과 간의대부가 함께 우승상을 천거하는데 과연 경의 뜻은 어떠하오?”
 한주가 묻자 제갈선우가 조용하게 아뢰기를
 “신이 비록 재주 없사오나 명을 받자와 분골쇄신하여 폐하의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이리하여 제갈선우는 곧 행리를 갖추어 수십 인의 종자와 함께 몇 채의 수레에 금은보옥의 예물을 싣고 평양을 떠나 세객의 여로에 올랐다. 이날 한주는 만조백관을 거느리고 성 밖 20 리 지점까지 나가 제갈선우를 전송하였다.
 

한편 제왕 경은 여러 친왕과 8로의 제후들의 군마를 모아 정한군을 발진키로 했다. 그리고 또 변방 추장들에게 격문을 띄워 호응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진조의 사자는 제왕 경의 명으로 먼저 요동의 모용외를 찾아가 조서를 전달하였다.
 모용외는 모용호의 아들이다. 모용호는 후한 말엽에 스스로 요동에 웅거하여 요동후에 평주목을 자처한 공손탁 휘하에서 우부장을 지냈다. 그는 지략이 비범한 영걸로 공손연이 사마의의 공격을 받고 죽자 요동일대의 영웅호걸들을 설득하여 그의 위치를 굳건히 했다. 그리고 10만 대병을 모군하여 거느리고 군림하게 되었다. 공손연은 연왕을 칭하며 자립하였다가 위조의 괘씸죄에 걸려 사마의에게 정벌 당했다. 사마의는 공손연의 수급을 거두어 낙양으로 가져가서 효수하였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모용외의 세력이 강성해지자 진혜제는 그를 제어하기 어려움을 알고 회유책으로 모용호를 요동자사로 봉하였다. 모용호가 죽자 모용외는 아버지의 벼슬을 이어받아 요동자사가 되어 나라를 더욱 더 튼튼하게 만들었다.
 

AD304년 유연의 아들 유총이 동작대를 점거한 후 모용외는 진조와 한실간의 큰 전쟁이 일어나자마자 진혜제로 부터 조서를 받게 되었다. 그는 조서를 놓고 곧 수하 막료를 모아 자국의 이해득실을 검토하자 궐자가 말하기를
 “이때야 말로 중도를 지키어 보국안민하는 것이 요동의 안전을 위해 상책이라 봅니다.”
 “아니오. 정한대열에 참여하여 공을 세워 봉작을 받는 것이 우리의 안전을 보장하는 길입니다.”
 “그것은 위험한 일로 진은 지는 달이요, 한은 뜨는 말이니 유연을 돕는 것이 장구지계라 봅니다.”
 이와 같이 의견이 분분한데 갑자기 한주의 사자로 제갈선우가 찾아왔다는 기별이 날아들었다. 모용외는 일단 회의를 보류하고 수하막료들을 물리고 나서 제갈선우를 인견하였다. 서로 인사를 마치고 나자 묘용외가 먼저 묻기를
 “신분이 일국의 승상이신 몸으로 어찌하여 변방까지 행차하셨습니까?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지요?”
 “먼저 한 말씀 묻겠습니다. 필시 제왕의 사자가 조서를 가지고 왔으리라 사료됩니다. 그런 사실이 있으신지요?”
 모용외는 잠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금방 평상심을 찾아서 대답하기를
 “예, 지금 진조의 사신이 이곳에 와 있습니다.”
 “그러면 공은 진조의 사신에게 무엇이라 회답하셨습니까? 아니 앞으로 뭐라고 회답을 하실 작정이십니까? 필경 공의 결단이 정해지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모용외는 속으로 경탄했다. 독심술사가 아닐까 의심하며 생각하기를
 ‘과연 제갈무후의 후예로다. 어쩌면 저토록 남의 일까지 예지할 수 있을까?’
 모용외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거짓을 말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정하고 말하기를
 “사실을 말씀드리면 그 일에 대하여 조금 전까지 수하들과 토의하던 중이었으나 의견이 분분하여 결정치 못했습니다.”
 모용외의 소탈한 말을 듣고 제갈선우는 침착하게 도도한 웅변을 털어놓기를
 “지금 진조가 부도덕함은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황후를 시(弑)하고 태자를 해(害)하고 아재비와 형제를 살육(殺戮)하는 불륜의 골육상잔이 하루도 그칠 날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나라의 기강은 해이되고 충신은 빈척(擯斥)되어 군사와 백성들은 사녕(邪佞)의 제물이 되어 빈사(瀕死)의 지경에 처해 있습니다. 이는 이미 천운이 진조를 떠난 것으로서 천하가 타성으로 대체할 것을 예시하는 것입니다. 이에 한주께서는 순천응시(順天凝視)하여 민심의 향배를 아시고 결연히 일어나 다시금 한의 사직을 계승하여 만천하 백성을 구휼하고자 의병을 일으키셨습니다. 그런지 어언 수년이 되니 이미 한주는 동 서 북의 광활한 땅을 거두시고 휘하에 60만 웅병과 수백의 용장이 구름같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이제 한주가 중원을 수복할 날은 그리 멀지 않은가 하옵니다. 천하의 형세가 이러함은 이미 공도 숙지하신 줄 아옵는데 공은 어찌하여 걸(桀)을 도와 학(虐)을 키우시려하십니까. 마땅히 밝게 살피시기 바랍니다.”
 

이에 모용외가 한마디 하기를
 “우리 부자가 이미 진조로부터 작위와 녹봉을 받았는데 황제의 조서를 받고도 불응한다면 이는 신하의 도리가 아니며 신의를 잃어버린 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제갈선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하기를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천하가 크게 어지러운데 오로지 이곳 요동만은 평온합니다. 병법에 말하기를 나라를 세우는 것은 상이고 나라를 유지하는 것은 그 다음이라 하였습니다. 지금 공은 병이 강하고 양초가 풍요함으로서 중원에서 두려워하는 지역에 웅거하고 계십니다. 어찌 원모로써 때에 순응하여 기틀을 세워 조종을 후세에 빛나게 할 것을 생각하지 않으시고 구구하게 남의 매나 개가 되려 하십니까. 또한 만약 공이 멀리 가신다면 단씨는 뒤를 엿볼 것이며 왕준은 앞을 노릴 것입니다. 그 밖에 유곤과 척발의로 또한 어찌 세력을 키우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이는 옛날 전국시대에 조양자가 위씨 한씨를 교묘하게 설득하여 거꾸로 지백을 멸망시킨 것과 흡사합니다. 공을 위하여 이 점을 우려하는 바이오니 현철한 결단을 내리시기바랍니다.”
 

모용외는 제갈선우의 사리가 분명한 현하지변(懸河之辨)에 매혹되기도 하고 또 달리 생각해 보기도 하였다. 그는 우선 제갈선우를 객사로 모시게 하고 수하막료를 다시 불러 모아 말하기를
 “내가 제갈공의 말을 들으니 사리가 분명하고 우리에게 이로운 것이 많은 것  같았는데 그대들의 의견은 어떠한지 알고자 하오.”
 이에 모사 배의가 말하기를
 “제갈공의 말은 이치가 때에 부합한 말입니다. 지금 요원의 불길처럼 군웅이 각처에서 일어나 진조에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차제에 보국안민을 다짐하고 조용히 힘을 비축하였다가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상책이옵니다.”
 

이에 장사 유수도 한마디 하기를
 “현명한 사람은 때를 알아서 순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진조를 도와 군사를 낸다 해도 반드시 이기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또 그 틈을 타서 간웅이 우리 지경을 침범한다면 우리는 안식처를 잃고 맙니다. 그런고로 진조에는 거짓 회답을 하되 쉬이 군사를 내겠다고 해 놓고 적당히 구실을 달아 시일을 천연시킨다면 한과 진에 대하여 공히 실신하지 않고 우리 땅을 온전하게 보지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유수의 말이 끝나자 모두 찬성하여 모용외도 마침내 결정짓기를
 “진을 돕다가 이웃 나라 한과 원수를 산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임에 틀림없소. 장사 유수의 의견을 좇도록 합시다.”
 

이리하여 모용외는 제왕 경의 사자에게 준비가 갖추어지는 대로 출병하겠다고 거짓 회답을 전하고 제갈선우에게는 결코 진을 도와 군사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니 안심하라는 회답을 주기로 하였다.
 모용외는 진조의 사자가 떠나자 특별히 성대한 잔치를 베풀어 제갈선우를 환대하였다. 제갈선우는 가지고 온 금주보옥과 채단을 모용외에게 예물로 바치고 그 막료들에게도 상당한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계속>wwqq1020@naver.com

 

*필자/이순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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