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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이야기해주는 것"

<유익한 대담> ‘태교 49개월’의 작가 윤정-화가 정채...정채 묻고 윤정 답하다!

정리/박정대 기자 | 기사입력 2018/06/19 [10:15]

윤정 작가는 심층심리분석가이며 자기소통삼담가. 자끄 라깡과 메를로 퐁티의 영향을 받아 근원적인 감정을 가지고 생명의 질서를 바라보게 하는 독보적인 정신분석 상담을 하고 있다. 윤 작가는 최근 "태교 49개월"이란 저서를 내놨다. 정채 화가는 프랑스에서 유학한 화가. 두 작가-화가는 태교와 관련, 유익한 대담을 가졌다.(편집자 주)

 

▲ 윤정 작가(왼쪽)와 정채 화가(오른쪽).   ©브레이크뉴스

 

-정채=반갑습니다. 저는 성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섹스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선생님 책을 읽고 거기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묻고 싶은 것이 많았습니다. 우선 이 책은 단순한 태교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남성이 태교에 대한 책을 쓰게 된 이유가 궁금하군요.

▲윤정=먼저 작가님이 프랑스에서 미술과 건축학을 하셨다는 말을 듣고 이곳 작업실에 있는 작품들을 보는데, 피카소의 큐비즘적인 여백에 기하학적 근원에 가까운 선들이 압축시켜 그리움을 건드리는 것 같아요. 저의 태교 책도 근원적인 성을 다루고 있거든요. 그래서 작가님하고의 인터뷰가 우연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오랫동안 상담을 하면서 임신과 육아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고, 태교 상담가라는 과정을 개설하여 조산사, 간호사, 간호학을 전공한 교수들을 가르쳐왔어요. 이분들이 태교를 생명의 질서라는 큰 관점에서 새롭게 보게 되었다고 하고, 태교가 이 정도로 중요한지 몰랐다고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는 말들을 하셔서 책을 쓰게 되었어요. 한편으로는 작가님이 근원적인 성스러운 생명을 추구하듯이 자식을 갖기 원하는 예비 부모들도 그랬으면 하는 바램이 있고, 또 나의 아이들에게 참다운 태교를 해주지 못한 것을 참회하는 마음도 있었지요.

 

▲ 윤정 작가의 저서.     ©브레이크뉴스

-정채=선생님은 성(性)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윤정=첫째, 화가님 작품에서 느껴지는 성(聖) 스럽고, 근원적인 선과 일치하는 것이 있어요. 섹스는 성스러워요. 부부는 성스러운 마음으로 생명을 초대해야 해요. 왜냐하면 진실한 것은 생명의 구조물에 그대로 재현이 되요. 섹스로 정자 난자가 만나 최적화된 배율로서 배란기와 배아기 때 재현되는 과정은 성스럽고 진실한 거예요. 그래서 생명을 초대하고 생명을 낳는 과정에서 섹스 행위가 성스럽게 공유되지 않으면 안돼요. 요즈음 성추행, 성폭력, 미투운동 등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성이 성스러움으로 회귀해야 인류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정채=선생님이 생각하는 진실하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윤정=어려운 질문입니다. 우리는 늘 진실하게 살자, 진실해야한다 라고 하죠. 인류 문명사에서 늘 요구되어 왔던 근원적 갈망이었던 거 같아요. 저는 그러면 그게 인간의 것일까 라는 고민을 많이 해왔어요. 젊었던 시절 한 때는 신이 있다며 종교적인 접근도 했고, 철학을 통해 답을 찾으려고 했는데, 결국은 물리학, 분자생물학에서 그 답을 찾았다고 할 수 있어요. 우선 단백질이라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워요. 인간이란 몸이 60조의 단백질 세포로 되어있는데, 이것들은 인간 몸이라는 바다에서 60조개의 섬으로 서로의 중력으로 끌어안고 떠 있는 셈이지요. 거기서 중추적인 생명 시스템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단백질이에요. 단백질의 생명은 언어의 어떤 의미보다 더 진실하다는 것을 분자생물학을 공부하면서 깨닫게 됐어요.  단백질 세포내의 핵을 DNA라고 하는데 이것이 진실만을 기록하는 생명시스템이에요. DNA는 세균들이 10억년에 걸쳐 싸우는 과정에서 각자가 양보하면서 만들어낸 공생의 결과물이예요. 그 과정에 조금치의 어긋남이  허용되지 않았어요. 진실은 완전한 공감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 결과로 우리는 정보를 소통할 수 있게 되어서 먹고 마시며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지요. 인간의 이성은 언어가 생기고 나서 발달된 것이지요. 언어는 표현수단이지 진실 자체가 아니기에 단백질은 인간이 이성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생명의 질서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진실하자고 하는 것은 DNA가 원하는 것이에요. 그런 단백질을 감고 있는 몸은 말이 진실한지 아닌지 그 시스템이 그냥 알아요. 그래서 진실하지 않으면 몸이 아프게 되요.

 

-정채=그럼 말을 진실하게 한다는 것은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요? 

▲윤정=그거 사실은 어려운 질문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단백질의 생명은 진실합니다. 생명이 창조되려면 먼저 감수분열을 하는데, 엄마, 아버지 46개 유전자가 반으로 쪼개져서, 좋은 것만 가지고 뒤섞여서 재배열되는 것으로 이때 유전자끼리의 치열한 경쟁을 하지요. 부모의 정서는 감수분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선 부부사이의 관계가 진실해야 해요.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의 결핍과 상처 속에 있어요. 그래서 부부는 상처와 결핍을 이야기 하면서 소통하고 끌어안으면서 공감을 해야 해요. 몸은 실제이지 상상이 아니에요. 그래서 실제의 삶속에서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지요. 상상적인 이야기는 우리가 받았던 열등의식 같은 억압을 벗어나기 위한 회피적인 성향이 강해요. 아이는 엄마 아버지에게 받은 유전자의 실제적인 구조물이에요. 이 책을 쓰면서 제게 가장 크게 고민했던 것이 우리가 아름다운 생명을 만들기 위해서 아름다운 것을 보고 듣고 상상을 하더라도 내 실제적인 경험과 거리가 멀면 부모의 상상은 아이에게 생명으로 작용하기 보다는 억압적 요소로 작용하게 되죠. 아이에게는 부모의 현실 속에 있는 것을 진실하게  전해주어야 해요. 보모의 열등의식을 채워줄 욕망을 아이를 통해 상상하게 되면 아이는 현실 속에서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결국 도피적인 환상의 상상을 가지고 인간으로 성장하게 되죠.

 

-정채=임산부가 좋은 음악을 듣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좋은 생각을 하고, 정갈한 음식을 먹으면서 정성을 들이는 태교는 어떤 도움이 될까요?

▲윤정=진실이 아닌 상상이 아이에게는 억압이 된다고 말했듯이 저는 이런 것에 대해 회의적이예요. 물론 책에서는 임신 각 시기마다의 좋은 음악이나 적당한 태담 등에 대해서도 썼고, 미생물의 다양성을 위한 식단에 대해서도 썼지요. 물론 중요합니다. 다만 그 이전에 아름다운 것들이 상상적인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그것보다는 아름답지 않더라도 상처 속에 있는 진실을 들려주라는 것이 제가 말하는 태교이지요.

 

-정채= 태교는 보통 임신 10개월을 말하는데 이 책에서 49개월이라고 하신 이유가 있나요?

▲윤정=보통 임신 사실을 아는 것이 배아기를 지난 후이기 때문에 아이를 낳기로 결정을 했다면 3개월부터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유전자 감수분열, 재배열에 부모의 정서가 영향을 미치기에 아주 중요합니다. 임신 10개월은 말할 것도 없고, 아이 탄생 후 3년까지의 양육기간도 아주 중요하지요. 우리가 3살 버릇 죽을 때가지 간다고 하지 않아요. 아이의 인성 형성에 49개월이 영향을 미치기에 49개월이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 정채 화가의 그림.    ©브레이크뉴스

▲ 정채 화가의 그림.      ©브레이크뉴스

-정채=오늘날 과학 문명 속의 현대인들은 어떻게 태교를 해야 할까요?

▲윤정=과학문명이 사실은 풍요로움과 편안함을 가져다주었지요. 과학은 논리적인 구조물이 만든 것으로, 아파트도 지하철도 다 논리적인 결과물들을 취합한 것이죠. 논리적인 것이 생명적일까요? 우리는 논리적 구조물 속에서 감성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해요. 요즈음의 태교는 이런 것이라고 가르치려고 하고 요구하고 하는데 이건 생명적이지 않아요. 과학문명은 전문가 집단을 많이 양산하죠. 전문가 집단은 논리적인 정서가 지배적이예요. 그래서 전문가 집단끼리의 만남은 정서적인  근친교배에 가까워요. 그러다 보니까 유전자의 적응성이 떨어지지요. 미국 보건성의 통계를 보면 삼사십년 전만해도 자폐아가 만명 중에 하나였다고 해요. 그런데 5년 전에는 50명에 한명 이에요. 지금은 대략 삼십명 중의 한 명 정도라고 해요. 정확한 통계가 안 나왔지만 점점 더 자폐아가 늘어나고 있는 거죠. 이것은 논리적인 정서에 배어있는 사람들끼리의 짝짓기에서 나온 결과라고 봐요. 논리적으로만 발달된 부모들이 낳은 아이들이 인류의 미래를 끌어갈 적응력이 있을까? 불안하죠.  아이들이 기계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는 것도 걱정이지요. 인터넷을 예로 들면, 인터넷이야 말로 상상적인 세계의 집약이예요. 게임 속에서는 군주가 되고, 게임의 감독도 되고,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는 정서 속에서 살다보니까 현실과의 괴리감이 강해지요. 그것이 충동성으로 연결되면서 범죄는 날로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미래는 더 충동적, 폭력적, 공격적인 요소를 가진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또 다른 문제는 시각과 청각만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 몸의 오감이 골고루 작동이 안 된다는 거예요. 오감이 발달되는 것은 우리의 정서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그래서 자연 속으로 들어가 오감을 즐기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해요. 

 

-정채= 이 책에서는 상상이 아닌 태담을 들려주라고 했는데 태담은 어떻게 들려주나요?

▲윤정=그게 태교49개월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에요. 태담은 우선 오감을 만족시키는 언어를 사용해야 해요. 쉬운 예가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모양, 향기, 촉감 등을 되도록 오감을 동원해서 전해주는 것이지요. 그리고 상상적인 말은 태교에서 위험해요. 그리고 고상하고 품위 있고, 도덕 적인 말도 단백질이 알아듣지 못해요. 기계적이고 논리적인 언어도 생명력이 없어요. 태담은 삶 속에 있는 실제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에요. 부부가 살아오면서 받은 갈등이라든지 상처라든지 이런 것을 서로가 공감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실천을 이야기 하는 것이에요. 단백질이 무서운 것은 상상한 것은 상상한 대로, 생명적인 것은 생명적인 것으로 DNA에 기록이 된다는 거예요. 대체적으로 보면 염색체에 진하게 칠해진 것은 생명적인 것이고, 연한 것은 상상적인 거예요. 연한 것을 쓰레기 유전자(인트론) 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삶 속에서 힘을 발휘하기 힘들어요. 아이가 부모의 실제적인 삶 속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을 상상으로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은 불행의 원인이 돼요. 나의 정신분석학은 생물학적인 고민을 많이 하는데, 부부가 서로 부족함을 알고 소외된 자신을 고백하는 것은 진실이기에 몸의 단백질에 생명력을 줘요. 그런 부모에게서 태어나는 아이는 생명력을 가진 건강한 자아를 갖게 되죠. 이것이 이 책을 통해 내가 말하려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태담은 부모가 겪으며 살았던 것, 부족했던 것, 소외당했던 것을 삶 속에서 복원하는 태도를 가지고 아이에게 그 이야기를 들러주는 것이에요.

 

-정채=결혼을 해서 이이를 가지려고 하는 예비 부모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정=쉽게 표현하면, 생명은 살아온 대로 태어나지, 생각한대로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 그만큼 생명은 진실하다는 것, 진실하고 생명적인 태교는 살아온 대로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거죠. 예를 들면 자기는 공부가 싫어서 하지 않았으면서 아이가 명문대를 가게 해달라고 태교를 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지요. 그 대신 자신의 삶속에서 실제로 구현되었던 것을 찾아서 좋은 쪽으로 발현되길 바라는 것이어야 하지요. 예비부부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은 살아온 대로 즉 사실, 팩트, 실재를 이야기 하라는 것이죠. 각기 다른 양육환경에서 자란 부부가 같이 살아가노라면 갈등과 다툼이 있을 수밖에 없죠. 그 차이를 고백하고, 수용하고, 공감해내는 과정을 진실하게 전달하는 것이 태교예요. 그런 아이는 세상에 나와서 다른 사람들하고의 차이를 수용하고 공감해내는 능력이 클 수밖에 없어요. 이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고, 이것이 생명의 질서이고, 다른 말로 사랑이지요.

 

-정채=이런 대화를 하게 되서 감사합니다.
▲윤정=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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