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 어디라고 도망을 쳐. 네놈은 내 손아귀를 못 빠져 나가...

<역사소설 대륙풍운(大陸風雲)-71>조흠이 초심을 잃자 강발이 떠나다

이순복 소설가 | 기사입력 2018/04/01 [01:01]

▲ 이순복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오늘도 그 원수 놈, 진순을 처치 못하냐?”

조흠의 호령은 그치지 않았다.

조그만 기다리면 잡는다 했습니다. 참고 기다려 주십시오.”

대장 두숙이 조흠을 달래어변명을 늘어놓았다.

조흠의 휘하 장졸들은 소성수장 진순 때문에 애를 먹고 있었다. 소성을 함락시키려고 부단한 노력을 기우렸으나 진순의 독특한 방어전으로 인하여 어렵사리 성을 깨뜨리지 못했다. 그러던 중 강발은 진순의 사자를 잡음으로 인하여 기계를 써서 진순을 잡을 계책을 세웠다.

오늘은 군사들을 편히 쉬게 하여 예기를 기르고 기계를 써서 진순을 잡으리라.’ 강발은 마음 속으로 그리 정하고 조흠에게 진순을 잡겠다고 약속하고 소성으로 달려가서 작전을 지휘했다. 다음날 새벽 먼동이 틀 무렵 작전을 시도했다. 동남쪽에서 기마병이 땀을 뻘뻘 흘리며 허겁지겁 소성을 향하여 달려오더니 성문 아래 이르러 소리치기를

나는 자동태수의 사자요. 속히 문을 열어 주시오.”

 

성위에서는 성문을 여는 대신 줄사다리를 내려 사자로 온 병사를 끌어 올렸다. 병사는 온몸이 피와 땀에 젖었고 얼굴과 손에 상처가 난자하였다. 병사는 기진맥진했지만 품속에서 1통의 서찰을 내놓았다. 그러나 피와 땀에 함빡 젖어 있어 서찰은 완전한 해독이 불가능했다. 다만 자동태수 신염이란 낙관만 또렷하고 그 밖의 사연은 얼룩져 바르게 읽을 수가 없었다. 띄엄띄엄 알아 볼 수 있는 글씨와 군사의 말을 종합해보니 대략 다음과 같은 사연이었다.

장군이 보낸 첫 번째 격문을 보고 곧 출병을 서둘렀으나 병장기와 군량의 준비가 부족하여 그것을 조달하고 있었소. 그런데 마침 두 번째 급보를 받고 즉시 출병하였소. 그러나 오늘 소성 지경에 들어서니 뜻밖에 늙은 도적이 보낸 복병이 앞을 막아 지금 혈투 중에 있소. 너무나도 위급하여 급히 서찰을 보냅니다. 다행히 사자가 이 서찰을 장군께 전하거든 속히 잔병을 이끌고 성을 나와 협공해 주시요. 그래서 소성은 일단 버리고 나와 함께 몸을 자동으로 피하였다가 조정의 원병이 올 때를 기다려서 함께 노적을 토멸합시다. 그리 아시고 즉각 실행에 옮겨주십시오.’

 

진순은 서찰을 몇 번인가 판독을 해보고 나서 수하 막료들과 상의하기를

늙은 도적이 벌써 구원병이 올 줄 알고 미리 도중에다 군사를 매복 시켰다니 이는 진교위 때와 같구나.”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뒤를 찔러서 신태수를 도와야만 우리도 살고 신태수도 곤경을 면할 수 있을 것이오.”

조흠이 친히 지휘하여 성을 공격하기 전에 속히 성 밖으로 돌격해 나가는 것이 상책일 것 같소.”

그렇소. 앉아서 죽는 것보다 한번 싸워 보고 죽읍시다.”

여러 사람의 의견이 성문을 열고 나가 한번 싸워보고 죽자는 쪽으로 모아졌다. 신염을 위해서라도 빨리나가 조흠의 옆구리를 쳐서 결판을 내자고 했다. 이때 다시 동쪽에서 78명의 기마병이 성 아래에 와서 큰 소리로 외치기를

신태수가 간신히 적의 매복 군사를 격파하고 여기에서 10 리 허까지 진출해 있소. 그런데 이번에는 성을 에워싼 군사가 앞을 가로 막아 다시 혈투가 벌어졌소. 속히 출동하여 뒤를 찔러주시오.”

 

마침 아침 해가 동녘 하늘에 슬그머니 떠올랐는데 성루에서 멀리 동쪽을 바라보니 티끌이 자욱한 것을 알아 볼 수 있었다. 진순은 더 이상 망설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성중 군사에게 출전 명령을 내렸다. 드디어 소성의 5천군이 수장 진순의 지휘아래 모두 동문을 열고 쏟아져 나갔다. 진순은 단숨에 10 리 허까지 진출하였다. 앞을 바라보니 멀리 언덕 너머로 티끌이 자욱하게 일고 인마의 함성과 검극이 부딪치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진순은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며 군마를 전투대형으로 형성하며 달려갔다. 그들이 막 언덕위에 올라섰을 때다. 불쑥 한 장수가 장창을 비껴 잡고 막아서더니 벽력같이 크게 호통을 치기를

네 이놈, 송사리 같은 간녕배야, 네 어디로 간단 말이야. 내가 우리 형님의 명을 받고 여기서 너를 기다린 지 오래다. 냉큼 말에서 내려 항복하지 못할까!”

그 큰 소리에 진순의 군마가 움직이지 못했다. 크게 놀란 것이다. 진순은 아차 하는 깨달음이 있었다. 급히 말머리를 돌려 남쪽을 향하여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활 한마당 거리도 못가서 앞을 가로막는 장수가 외치기를

이놈, 간녕배 진순아! 네 어디로 달아나느냐. 속히 말에서 내려 목숨을 빌어라.”

앞을 가로막는 장수는 두숙이다. 진순은 다시 말머리를 돌렸다. 그리고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는 아군 속으로 들어가 몸을 감추며 소성을 향하여 도망쳤다. 진순은 지모가 있어 수성은 잘했지만 싸움을 잘하는 용장은 아니었다. 진순이 눈치껏 달려 5리쯤 왔을 때다. 진순의 앞을 가로막는 장수가 있었다. 보면 알만한 사이의 장수 장찬으로 진순을 보자마자 큰 소리로 나무라기를

이 쓰레기 같은 놈아! 간사하기가 날다람쥐 같은 놈아! 어디라고 까불어. 아직도 항복하지 못한단 말이냐!”

 

호통을 치고 칼을 휘두르며 다가왔다. 진순은 이제 달아나는 것을 단념하고 마주하여 칼을 휘둘렀다. 싸운다기보다 방어를 힘쓰는 모양이다. 이때 마침 진순의 부장 포무가 강비에게 쫓기다가 진순이 장찬에게 밀리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얼른 말안장에 걸린 활을 들었다. 그리고 남몰래 시위를 당겼다. 살은 장찬이 아닌 말의 왼편 눈을 맞추었다. 화살을 맞은 말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껑충 껑충 뛰는 바람에 장찬은 그만 말에서 떨어져 굴렀다. 진순은 낙마한 장찬의 수급을 벨 생각은 하지 못하고 몸이 살고자 말에 채찍질을 가하여 소성을 목표로 달아나려 했다. 그런데 말이 10발도 뛰기 전에 뒤쪽에서 강비가 번개처럼 나타나 크게 나무래며 진순의 목덜미를 덥석 잡아채었다.

이놈 어디라고 도망을 쳐. 네놈은 내 손아귀를 못 빠져 나가.”

 

진순은 마치 솔개에게 채인 병아리 신세가 되어 사로잡히고 말았다. 진순이 생포되자 소성은 공격한지 10일 만에 조흠의 군사에 의해 함락되고 진순은 참수되어 그 수급이 성도 번화가에 효수되었다. 그리고 조흠은 강발의 계책을 좇아 소성의 남은 백성과 양초를 모두 성도로 옮기고 성곽은 허물고 불을 질러 초토화시켜 버렸다. 순식간에 소성이 완전히 사라졌다. 조흠은 이에 힘을 얻어 가까운 주현을 모두 다 수중에 넣었다.

이제 꺼리길 것이 없는 내 세상이야.’

자만심이 부풀은 조흠은 이번 소성과 여타 주현의 진압이 성공리에 마치자 이 싸움의 논공행상으로 강발을 광한태수로 봉하고 강비를 서이교위에 임명했다. 그리고 모든 수하 장수의 벼슬을 높여 주고 노고를 치하했다. 그러나 강발 형제는 벼슬을 받지 않았다. 강발은 조흠에게 초심의 약속을 지키라고 청했다. 초심의 약속이란 선주의 후예를 찾아 그를 서촉의 주인을 삼겠다던 처음 만났을 때의 약속인 것이다.

그렁저렁 2달이 지나갔다. 조흠은 여러 가지 핑계를 대어 초심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강발은 후회하기 시작했다. 조흠의 속마음을 그때서야 제대로 읽었기 때문이다. 강발은 초심의 약속이 거짓인 줄 깨닫고 출사한 것을 후회하면서 아우 강비와 함께 시 한수를 남기고 성도를 떠나버렸다. 강발이 남긴 시한수가 지금도 전하니 다음과 같다.

여러 해 자취를 감추어 청성산에 숨었다가/ 미끼에 끌려 갈고랑쇠를 삼키고 그만 몸을 그르쳤구나!/ 장양은 본시 한()의 원수 갚을 일로 나섰건만 어찌 간인(奸人)은 맹세를 흐리게 한단 말인가./(數年隱跡慝靑城. 被餌呑䤛致身. 張良本爲韓仇出. 何事奸人眛誓心.)

 

강유는 조흠의 곁을 떠나면서 조국 촉나라를 생각하고 그 사직의 허물어짐을 안타깝게 여기며 아버지 강유에 대한 그리운 정을 못 이겨 가만히 옛 이야기처럼 들려오는 시를 음미해 보았다.

천수땅에 영준이라 자랑한 사람/ 양주땅에서 나온 기이한 재주다./ 계보는 강태공의 후예요, 병법은 무후의 제자였다./ 담대하니 두려움이 없고 영웅의 마음 맹세코 돌리지 아니 했네./ 성도에서 몸이 죽는 날 한나라 장수들 남은 슬픔이 있었네./’

한국인으로 삼국지를 개작하여 제갈삼국지를 발표하고 나서 대륙의 풍운을 어루만지다 보니 강유에 대한 애착이 크지 않을 수 없다. 강발의 계보는 강태공의 후예라고 시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한족의 싸움판에서 동이족의 피가 진화디 진하게 면면히 흐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강감참 장군의 시호에 천수(天水)가 들어 있는 것을 보면 천수 땅에서 태어난 강유와 연관된 단어가 아닌가 하여 연구를 필요로 한다하겠다.

 

다 아는바와 같이 위장들이 종회를 죽이고 강유도 죽이고 그리고 그 가족들도 모두 다 죽였다. 그렇다면 역적을 삼족이나 구족을 멸하던 연좌형벌이 엄격하던 전쟁으로 인한 풍운이 격하던 시대에 강유의 혈통이 어떻게 보존되어 어떻게 면면히 이어 왔는지 알 길은 없다. 그러나 고려시대에 드날렸던 강감찬 장군의 시호에 천수라는 단어가 묻어 있는 것은 예사 일이 아니다.

아무튼 세월은 흐르고 역사는 기록되기를 거듭했으나 강유가 제갈 삼국지 후반부를 장식한 동이족의 따듯한 피라는 사실 만은 밝혀두는 바이다. 그리고 강감찬 장군의 시호를 적어 보면 <檢校太尉門下侍郞洞內史 門下平章事天水縣開國男 食邑三百戶>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여기에 묻어온 天水縣천수현은 무엇일까? 강유가 태어난 천수현은 아닐까? 강유의 태생지를 기념하여 강감찬 장군의 시호에 붙여 넣었다면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감히 한마디 덧붙인다면 오늘날 우리가 생각한 것 보다 동이족의 피에 대한 애착이, 그 때 그 사람들은 훨씬 더 강했던 것이 아닐까?

 

세월이 흘러 무상한 역사 속에서 혈통의 중요성이 사라진 이때에, 조상들의 글자 한자 한자에 숨어서 호흡하고 있는 정성이 가슴에 와 닿는다. 아무튼 제갈삼국지와 대륙풍운을 읽으며 강유가 강태공의 후예이고 강발 강비가 강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그의 기념비적인 활동이 그 고향땅의 이름을 고려국 강감찬의 시호위에 올려놓았음도 기억해 주기 바란다. 그래서 재차 삼국지를 대할 때는 제갈무후의 제자 강유가 아닌 강태공의 후예 강유로 보고 읽어도 좋을 것이다. 또 강감찬의 시호 속에 고향땅 천수현((天水縣))을 심어 두게 한 장본인이 강유라는 사실도 기억하며 읽어 주기바라는 것이다.

 

강유도 가고 종회도 가고 등애 마저 갔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중국천지를 뒤흔들던 인물들이 같은 날 다같이 죽었다. 이렇게 큰 인물이 셋씩이나 사라졌건만 산천에는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비가 왔다는 기록이 없다. 천문 상에도 별 다른 이상한 징후가 없었던 모양이다. 이것은 역사의 기록자들이 진나라를 미화하여 중원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일부러 절제한 모양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강태공의 피를 이어 받은 강유 강발 강비 강감찬장군이 다 같이 한줄기 한 혈통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앞으로 강발과 강비의 활약을 지켜보기로 하자. 더구나 조흠을 떠나는 강발형제의 한실에 대한 지극한 충성심은 우주를 감동시키고도 남으리라. <계속>wwqq1020@naver.com

 

*필자/이순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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