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대통령의 집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집

성벽처럼 높은 담벽은 음모와 군림과 소통부재를 상징한다

이계홍 주필 | 기사입력 2018/03/14 [12:19]

 

▲ 100억원대 뇌물죄,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20여개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9시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기 위해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오는 장면을 TV 생중계를 통해 보았다. 이와 비슷한 장면을 1년전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서 나오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보았다.

 

필자가 두 전직 대통령의 집을 나서는 장면을 보면서 충격을 받은 것은 왜 대통령의 담벼락은 저렇게 높고 견고한가 해서다. 무엇이 두려워서 육중하게 담을 쌓았을까. 그렇게 국민이 두려웠을까. 값진 보물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감추고 싶은 것이 있어서일까. 중세시절의 영주처럼 어깨에 힘주고 한번 살아보겠다는 자세일까. 그렇게 힘주고 살지 않아도 일국의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고의 권위가 있는 것이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의 집 담벼락은 한켠에 철조망까지 설치한 것을 보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담벼락은 철조망까지 치진 않았지만 대신 그보다 더 높고 육중한 붉은 벽돌담을 치고 있어서 더한 위용을 보여주고 있었다.

 

교도소 담처럼 높게 쌓은 대통령 사저의 담벼락을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그것은 방범을 위해서 필요했겠지만 권위와 위엄, 사생활 보호와 개인정보 노출을 꺼리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다. 최근에는 인터넷에서조차 보안장비 블록을 쳐서 정보노출을 차단하고 있으니 이해할 만도 하다.

 

하지만 그들의 집을 공격하거나 침투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전직 대통령은 국가 예산으로 최장 20년까지 경호를 해주지 않는가. 국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2월 전직 대통령과 부인에 대한 경호 기간을 현행 퇴임 후 10년간 청와대 경호처 경호를 제공하고, 요청이 있으면 5년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을, 5년 더 늘려 최장 20년간 경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대통령 경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이에 해당돼 지금 경호를 받고 있다.

 

가장 품질 좋은 청와대 경호팀이 최장 20년까지 대통령 경호를 해준다면 대통령 자택 인근에 쥐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못할 것이다. 설사 경호가 없다고 해도 명망있는 대통령 집을 노리는 못된 도둑이 과연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중세의 성벽처럼 육중한 벽돌담을 치고 외부세계와 단절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사실 국민이 두려워 높은 담장을 치고 사는 전직 대통령이라면, 우리는 그런 전직을 가질 필요가 없다.

 

필자는 취재 일로 이십 수년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을 찾은 적이 있다. 두 전직의 집은 똑같이 고만고만한 주변 집들과 같이 낮은 담장을 한 평범한 가옥들이었다.

 

▲ 이계홍  본지 주필.   ©브레이크뉴스

그러나 두 전직의 집은 정치인을 비롯해 정치지망생, 지지자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여들어 시장바닥처럼 복닥거렸다. 만나면 누구나 스스럼없이 악수를 건네며 동지로 불렀다. 기자도 동지였다. 성도 이름도 외지 못하고, 이 기자를 김 동지로 부르고, 박 기자를 이 동지로 불렀다. 그렇다고 그것을 기분나쁘게 여기는 기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 많은 기자들, 지지자들, 정치인과 정치지망생들 속에서 누가 기자이고 누가 지지자인지 모를 정도였으니 뻔질나게 드나드는 출입기자 외에는 이름을 제대로 외울 리가 없었다. 그래서 같은 기자라도 조반 전엔 김 기자가 되었다가 식사를 마치면 최 기자로 불리는 촌극도 벌어졌다. 그러나 그런 실수도 이해되고 양해되었다. 가치 중심으로 모이고, 사람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두 집에선 웃음소리와 농담과 때로는 야유, 분노의 소리마저 여과없이 대문밖까지 쏟아져 나왔다. 그들의 내공은 이런 상도동과 동교동 자택에서 축적되었다고 생각한다. 민주화의 도정에서 사람만이 희망이다, 라고 여기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려있는 거실에서, 마당에서, 좁은 식당에서 구국담론을 외치다가 후다닥 비벼주는 국수 한그릇 얻어먹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가운데 구두를 남이 신고 가버렸다고 소동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 이런 인간적 풍모 때문에 두 지도자에 의해 이 나라 민주화가 달성되었다고 본다. 벽도 없고 담장도 없고, 어떤 누구에게도 차별이 없었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자택을 보면서 어두운 권력의 실상을 본다. 이익을 함께 하는 지인들만 드나들도록 하고, 국민들과 벽을 치고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위엄과 권위의식. 사생활 노출을 꺼리고, 개인정보 노출을 하지 않겠다는 근엄함은 바로 소통부재와 국민과의 단절을 의미하고, 그 안에서 탈법 불법 반칙을 통한 이권 나누기, 군림과 오만의 싹이 트지 않았을까. 이런 폐쇄성과 배타성이 국민을 눈 아래로 내리깔고 보고, 정권 잡은 것을 이익의 사유화로 잘못 인식한 것은 아니었을까. 도덕이 부족한 사람이 벽을 높게 친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닌 것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검찰청 앞에서 한 발언대로 역사에서 이런 일이 마지막이길 바란다khlee0543@naver.com

 

*필자/이계홍. 소설가.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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