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낙화유수'의 후계자 조병용

전국 주먹 보스들, 한자리에 모인 사연 "큰 형님 뜻 받들겠다"

이강혁 기자 | 기사입력 2006/12/26 [19:57]

▲'동대문사단' 명맥을 잇는 조병용 대표는 낙화유수 고 김태련 옹의 후계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브레이크뉴스

주먹계 원로들과 아우들 2백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12월20일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인근의 한 묘지에서다. 무엇 때문일까. 이날 모임은 지난 11월2일 작고한 마지막 협객 '낙화유수' 김태련의 49제 추모 행사 성격이다.

모임을 주관한 것은 '동대문사단' 명맥을 잇는 대한연합상사(주) 조병용 대표. 조 대표는 낙화유수 김태련의 후계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날 동대문사단 계보를 잇는 핵심인물들과 전국 원로 및 현역 주먹들이 대거 참석해 고인의 유지(遺旨)를 이어받는 결의를 다졌다. 결의가 궁금해지는 대목. 조 대표를 만났다.

낙화유수 후계자 조병용 "사회 보탬되는 삶 살겠다"

"49제를 올리는 날이다. 큰형님(김태련)을 존경하고 의지하던 후배들이 참석해서 같이 애도하자는 취지로 모였다. 평소 큰형님은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등 봉사활동을 하면서 생을 마감했다. 때문에 앞으로 후배들도 큰형님 뜻을 받들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겠다."

주먹들의 '훈훈한 나눔' 현장

이날 모임에는 김태련의 미망인 이부자 여사와 조 대표를 비롯해 대한연합상사 고문이자 자유당 주먹왕 이정재 비서실장 출신 이수학, 김용찬, 신용민, 고창기, 홍승문 등 동대문사단 핵심이 모두 참석했다.

또 동대문사단 마지막 계보를 잇는 김정재, 강승일, 이정석, 이재훈, 주규열, 김성진, 임종수, 백금용 등도 모습을 나타냈다.

특히 전국에서 명성이 자자한 주먹계 원로 및 현역들도 대거 참석했다. 김두한 후계자 조일환을 비롯, 옛 신상사파 신상현의 계보 중심 인물들도 눈에 띄었다.
경기도 이천 김상철, 의정부 박영길, 강원도 김명덕, 경기도 평택 신동선, 충남 천안 박경래, 윤호현, 당진 김인수 등 2백여 명 주먹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에 애도의 뜻을 전했다.

예전 같으면 이들의 이름만으로도 주먹계 전체가 술렁일 수 있는 전국적인 모임인 셈. 하지만 이날 모임은 주먹들의 '사랑 나눔 실천'으로 모아졌다.

김태련의 묘소 인근에는 광명보육원이 자리하고 있다. 고양과 의정부를 잇는 39번 국도 변에서도 오솔길을 따라 10여분 이상 더 들어가야 눈에 띄는 외진 곳이다. 때문에 그 동안 광명보육원을 찾는 사랑의 발길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은 모처럼 보육원 전체에 활기가 돌았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주먹들이 김태련의 묘소에 올라가기 앞서 보육원을 찾았기 때문. 이들은 보육원에 1백만원의 장학금과 1백70여 만원에 상당하는 생필품 20여 상자를 전달했다.

보육원 김영자 원장은 "아이들의 쓸쓸한 겨울을 훈훈하게 해준 조병용 대표 등에게 감사하다"면서 "사실 (주먹 쓰는) 유명한 분들이라고 해서 조금 겁도 났지만 막상 만나보니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분들 같다"고 말했다.

낙화유수 49제에 전국 주먹계 원로 2백여명 대거 참석
봉사하는 삶 살다간 고인 뜻 받들어 '사랑 나눔 실천'

조 대표 측은 앞으로도 매월 보육원을 방문해 선물 등을 전달할 계획이다. 후원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이곳이 생전에 불우한 이웃을 도우며 생을 마감한 김태련의 유지를 받드는 의미 있는 곳이라는 것. 김태련의 생전부터 현재까지 조 대표 등 동대문사단은 경기도 의정부, 광주 등 외진 곳에 위치한 보육원과 양로원 등에 사랑의 손길을 전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큰형님 묘지 인근에 보육원이 있다. 큰형님이 보육원에 사랑의 손길을 전달하라는 뜻이 아니겠느냐. 대단한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매달 보육원을 방문해 아이들이 훌륭하게 커나갈 수 있도록 사랑을 나룰 계획이다."

김태련은 생전인 2004년 서울 마포구 상수동 자택을 비롯해 전 재산을 사회복지센터 건립기금으로 내놓고 자신은 셋방살이를 할만큼 주먹들 사이에선 협객의 표본이 되고 있다.

김두한 후계자 조일환 회장은 "그분은(김태련) 주먹세계에 있었던 탓에 나쁜 측면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의리를 지키고 협객으로의 도리를 다한 1세기에 한번 나오기 힘든 분"이라면서 "누구보다 애국심도 강했고, 남을 돕는 일도 숨어서 할만큼 자신의 공적을 알리기보다는 묵묵히 좋은 일을 하며 살아 왔다"고 김태련과의 40년 인연을 추억했다.

'학원폭력근절 열매 맺겠다'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조 대표. 봉사하는 삶을 살다간 낙화유수 김태련의 생전 유지를 이어 받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브레이크뉴스

"오랜 시간 동안 큰형님을 그림자처럼 곁에서 봐왔다. 큰형님이 협객의 길을 걷게 된 것은 건국 초기에 이승만 박사가 이끌던 자유당을 수호하는 것이 반공에 앞장서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봉사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유당 시절 이정재 회장을 모시고 자유당 정권 수호에 앞장서다보니까 본의 아니게 장춘단 사건 등 굵직한 사건에 연루돼 정치깡패로 낙인찍힌 것이다. 야인으로 돌아간 이후에는 그릇된 후배들을 바로 잡고, 고아원, 양로원, 형무소 등을 찾아다니면서 봉사의 삶을 살다 갔다."

조 대표는 김태련에 대해 할말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러나 에피소드도 많고 비화도 많지만 이제 그것들을 일일이 말하게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말을 아꼈다. 단지 낙화유수 후계자로의 남은 생을 봉사에 헌신하면서 살다간 고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려고 한다고 말을 이었다.

"큰형님의 유지를 받들어 모든 것을 물려받겠다. 아우들과 함께 열심히 따라가도록 노력하겠다. 큰형님이 생전 마지막까지 노력을 기울였던 학원폭력 근절 운동은 그 씨앗을 거두고 열매를 맺을 때까지 꾸준하게 활동할 생각이다. 아우들을 비롯한 주먹계 모두가 큰형님 뜻을 받들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겠다."
hyok2450@dreamwiz.com

1950년대 주먹계를 쥐락펴락 했던 옛 동대문사단 낙화유수 김태련은 지난 11월2일 뇌출혈로 별세했다. 사진은 장례식장 모습.    ©브레이크뉴스

한방이면 어지간한 주먹들 '추풍낙엽'
- 마지막 협객 '낙화유수' 김태련은 누구?

▲낙화유수 빈소  

고인이 된 '낙화유수' 김태련은 반일 주먹의 대부인 종로파 김두한을 주인공으로 한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동대문파' 이정재의 부하로 등장했던 실존인물로 유명하다. 생전 그는 "나는 절대 깡패가 아니다.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을 향해서만 주먹을 날렸다"고 협객을 자처했다.

김태련은 1950년대 최고의 협객이던 이정재의 사돈이자 후계자인 유지광 계보의 좌장. 175㎝의 1950년대 당시로는 훤칠한 신장에 서울대 상대(52학번)를 나온 학구파 주먹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낙화유수란 별칭은 서울대 상대 시절 유유낙락하게 산다고 해서 여학생들이 붙여준 것으로 전해진다. 낙화유수라는 별칭 이외도 '동대문사단 돌격대장'으로도 불렸다. 주먹에 있어서 '원펀치'로 통할만큼 싸움실력도 대단했다. 한때 체중 1백kg의 거구였던 그의 주먹 한방에 어지간한 주먹들은 모두 쓰러졌다는 후문이다.
그의 후계자인 조병용 대한연합상사 대표에 따르면 그는 50대 후반의 나이에도 발을 손처럼 사용할 정도로 날렵했다. 6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 건장한 체격의 청년 3명을 일순간에 제압하고 훈계한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여전히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김태련은 1951년 주먹계에 뛰어들어 1962년 이정재가 군사혁명 정권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후계자인 유지광 마저 정치깡패 혐의로 주먹계를 떠나면서 '동대문사단'을 이끈 실질적 보스가 됐다. 이후 주먹계에서 은퇴해 생을 마감할 때까지 대한연합상사 회장 등 사업체를 운영하며 선행을 베풀어 주변의 신망이 높았다.

김태련은 생전 학원폭력근절 자그마치 16년 동안 헌신해 왔고,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등 불우한 이웃을 돕는데 앞장섰다. 법보다는 주먹이 앞섰던 시대적 배경으로 주먹계에 이름을 올렸지만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주먹을 쓴 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게 주먹계 후배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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