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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혁명과 6.10항쟁 그리고 촛불시위의 평행이론

좌절된 시민혁명의 역사

권오중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7/06/26 [14:33]

1960419일의 혁명은 우리 민족 최초의 시민혁명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당시 주한 독일대사관의 직원 뷩거(Bünger)가 본국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4.19 혁명“Die Revolution von der Seite" 아웃사이더의 혁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실패한 혁명이었다는 것이다. 1961523일 자 보고서에서 뷩거는 한국의 바이마르 공화국이 9개월간 지속되었었다라고 단정하면서, “4.19 혁명의 불행한 결과를 정리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4.19 혁명의 의미를 이승만 대통령을 하야시킨 성공한 혁명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뷩거는 도대체 왜 우리의 인식과는 상반된 결론을 내렸던 것일까?

 

 

▲ 권오중 박사    ©브레이크뉴스

우선 그는 당시 “4.19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민주당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민주당과 자유당의 차이는 실제로 친 이승만이냐 비 이승만이냐 하는 문제였지, 그 어떤 이념이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 이 두 당의 뿌리는 소위 친일세력 한민당이었고, 한민당이 이승만과 손을 잡으면서 자신들의 친일과거를 세탁하며 자유당으로 변신했던 것이다. 따라서 뷩거는 자유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똑같이 청산되어야 할 정체세력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뷩거는 당시의 민주당도 자유당과 마찬가지로 기득권 수구세력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4.19 혁명은 결국 이승만을 하야시키고 나서 다시 구 한민당의 한 갈래인 민주당에게 정권을 넘겨주고 말았던 것이다. 다시 말해 “4.19 혁명은 시민혁명 자체로는 성공했으나, 정권은 다시 똑같은 정치적 기득권 수구세력에게 빼앗겼다는 것이 뷩거의 분석이다.

 

뷩거는 또한 “4.19 혁명아웃사이더의 혁명이라고 규정했는데, 그 이유는 혁명의 주체가 대부분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없는 학생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정작 혁명을 성공시킨 주체가 실제로 현실정치에서 직접 참여할 수도, 투표를 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시민(학생)들이 원했던 정치교체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따라서 그는 자유당과 마찬가지로 수구적 성격의 민주당은 스스로 이루지 못한 정권교체를 시민의 힘을 빌어 성공하였고, “4.19 혁명은 수구세력의 기득권 연장이라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역사에서 두 번째 시민 혁명은 1986년의 “6.10 항쟁이었다. 이는 민정당 세력이 호헌을 통해 대통령 간선제를 유지하려는 시도에 대한 전 국민적 저항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진정한 시민 혁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6.10 항쟁을 통하여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은 관철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야권의 분열로 국민이 바라는 정권교체에는 실패하였고, 다시금 5공의 주체인 민정당이 정권을 연장하였다. 다시 말해 시민혁명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성취했을 뿐 수구집단의 정권연장은 막지 못했다. 따라서 “6.10 항쟁역시 “4.19 혁명과 마찬가지로 실패한 혁명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시민혁명은 지난 2016년 겨울의 촛불시위였다. 하지만 이 역시 혁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4.19 혁명과 유사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촛불시위의 의미는 소위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구시대적 정치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비록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이 시위의 단초가 되었지만, 시민이 바라는 변화는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나 파면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전체 정치권의 환골탈퇴였다. 하지만 “4.19”당시의 민주당처럼 지금의 더불어 민주당도 촛불민심의 포커스를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집중시키면서, ‘박근혜냐 아니냐라는 선택을 강요하며 촛불시위의 의미를 왜곡했다.

 

결국 지난 20175월의 대선의 주인공은 문재인이 아니라, 박근혜였던 것이다. 더불어 민주당은 여론을 박근혜에 대한 지지냐, 아니냐로 몰고 가면서, 박근혜에 대한 실망에 대한 반대급부로 정권획득에 성공하였다. 더불어 민주당은 이승만의 하야 당시의 민주당과 마찬가지고 박근혜의 탄핵이 곧 야당에 대한 지지라고 여론을 왜곡했던 것이다. 결국 이승만에 대한 실망이 민주당 정권을 탄생시켰듯이, 박근혜에 대한 실망이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이들 역시 수구적인 구태정치 집단이라는 것을 국민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자신에게 반대했던 59% 국민의 의사(이들이 우리국민의 일반의지라고 할 수 있다)를 무시하는 독재를 지속한다면, 이 정부 역시 전임 박근혜, 이명박 정권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면 촛불혁명은 결과적으로 적폐를 청산하지 못하고 또 다른 적폐에게 정권을 넘겨준 셈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57년 전 주한 독일대사관의 뷩거의 보고서에서 언급된 한국정치의 탈 수구화의 실패는 현재도 지속되어오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혁명은 일반의지에 종속되어야 하고, 전체에게 공평한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현대사에서 발생했던 3번의 시민혁명은 모두 소수 기득권 수구세력에게 혁명의 결과를 찬탈 당했다. 2016년 겨울의 촛불혁명은 좌-우 이념의 결과물이 아니고, -우 구분 없이 오직 박근혜 정권을 끝내기 위한 모두의 시민혁명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좌파운동으로 왜곡되어 좌파 수구세력의 집권도구로 이용된다면, 이것 역시 일반의지에 반()하는 실패한 혁명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 국민은 세 번의 혁명을 통해 권력의 집중으로 인한 국정전횡, 즉 독재에 대항했지만, 그 문제가 바로 대통령에 대한 권력집중이라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구체제의 비합리적인 정치구조를 바꾸는 것이 바로 권력분산을 전제로 하는 개헌임에도, 정작 한국 국민은 분권적 개헌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시민혁명이 미완으로 끝나게 되는 이유이다. 대통령을 제왕으로 착각하고 그에게 너무 많은 권력을 주는 우리의 헌법구조는 절대로 성공한 대통령을 배출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중앙집권적 대통령제라는 미몽(迷夢)에서 깨어나야 한다.

 

 

*필자/권오중 (diakonie3951@gmail.com).

 

독일 마부르크 대학교(Philipps- Universität Marburg) 철학박사 (현대사/정치학 전공). 서울대학교 교육종합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임. 민주평통 정치외교분과 상임위원 역임. 한국외대 등 다수 대학 출강. 현재 사단법인 외교국방연구소 연구실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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