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과서 한자 표기 세력을 비판한다!

대한민국의 한글전용 문자정책을 파괴하는 학자들-(1)한자병기 주장 학자

박용규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 | 기사입력 2017/01/07 [17:26]
▲ 박용규     ©브레이크뉴스

독립국가는 제 나라말을 제 나라글자로 표기한다. 우리나라의 글자는 한글이다. 중국글자는 한자이다. 한자가 중국글자라는 서술은 현재의 초등 사회교과서에 나와 있다.


그런데 유독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와 국어국문학과를 나온 일부 인사들이 교과서 표기와 문자생활을 국한혼용 또는 한자병기로 해야 한다고 강변해왔다. 많은 인사 가운데 대표적인 인사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재직하고 있는 민현식 교수다.


2015년 8월 24일 교원대에서 열린 교육부 주최의 초등학교 한자교육(초등교과서 한자병기 포함) 관련 공청회는 파행을 빚었다. 교육부가 한글전용교과서를 파괴하는 짓을 앞장섰기 때문에 파행은 불가피하였다.


그런데 유독 민현식은 문화일보 2015년 8월 27일자에 게재된 「한자 문맹 방치하는 국어교육」라는 글을 통해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한다면 교과서에서 본문에 괄호 병기하는 방안이 아니더라도, 각주나 좌우 여백 날개 또는 본문 뒤 익힘 활동란에 한자 음훈을 달아 하는 등 다른 대안도 있다.”라고 하여, 초등교과서에 한자 음훈을 표기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이 주장을 이어 받아 2015년 9월 22일에 교육부 김재춘 차관은 “교과서 날개나 본문 하단, 또는 단원 말미에 한자를 노출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적정 한자 수로 300자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발언하여, 한자 표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황당한 발언이었다.


작년에 교육부는 ‘초등교과서 한자 표기와 적정 한자 수 제시’를 관철하고자 정책 연구를 강행하여, 한글전용의 문자정책을 파괴하는데 앞장섰다.


교육부 차관의 발언을 금과옥조로 여긴 교육부 관료들은 2016년 4월 15일에 자신들의 의도대로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표기 방안 연구」로 정책연구 과제명을 제시하여 공모하였다.


정책 연구를 공모하면서, 교육부는 “초등 5·6학년 수준에 적합한 200~300자 내의 한자 선정”과 “교과서 밑단 또는 옆단 등에 효과적인 한자어 풀이 방안 연구”를 할 것을 제시하여, 200~300자 내의 한자 제시와 초등교과서에 한자 표기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었다. 이러한 정책 연구는 한자파의 요구를 교육부가 그대로 수용하고 있음을 방증한 것이다.


이후 연구진이 선정되어 작년에 정책 연구가 진행되었다. 정책 연구 담당 공무원은 연구진이 주관하여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표기 방안 연구> 토론회를 2016년 11월 30일에 연다고 하면서, 토론자로 참여할 분을 필자에게 추천해달라고 하였다.


필자는 이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가하였다. 토론회 발제문을 작년 11월 24일에 받았다. 그런데 이 정책 연구에 참여한 전체 연구진의 이름이 나와 있지 않았다. 다만 토론회 안내문에 연구책임자 김동일(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공동연구원인 신명선(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과 강남욱(경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이 연구 내용을 발표한다고 소개하고 있었다. 세 분의 참여 연구자 이외의 나머지 연구자를 알리지 않고 있었다.


누가 정책 연구에 참여하는 지는 매우 중요하다. 연구자의 행적과 성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일은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이다. 박사학위논문으로 「학습장애아동의 읽기발달추세에 대한 4년간 종단 연구」(Univ. of Minnesota, 1993)가 있다. 연구 분야는 특수교육이고, 학습 및 정서장애 교육/상담/평가가 세부전공이다. 지금까지 한자와 관련한 연구는 없었다. 한자와 관련된 연구는 이 정책 연구가 처음이다.


필자는 연구진의 명단에 신명선과 강남욱이 있는 것을 보고, 이 연구는 서울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있는 민현식의 영향 아래서 수행되었음을 직감하였다. 신명선과 강남욱은 민현식의 직계 제자이다. 민현식의 직계 제자들이 교육부가 제시한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표기 방안 연구>라는 정책 연구에 참여하였던 것이다.


민현식 교수는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진태하 회장)의 지도위원으로 활동하였으며,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인 <한글한자문화>에 너무도 많은 글을 기고하여 초등학교 한자교육과 초등교과서 한자병기를 주장하였다.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는 모든 교과서에 국한혼용을 할 것을 주장하고 한자급수시험을 후원해온 한자단체이다.  


다음은 <한글한자문화>에 민현식이 게재한 글이다. 
「21 세기 어문정책론 (語文政策論) (1)-(4)」, 1999-2000.
「初等學校 敎科書 漢字語 및 漢字 分析 硏究」(민현식 외, 국립국어연구원 연구보고서, 2004, 7)의 내용을 요약하여 4회에 걸쳐 게재함.
「初等學校 敎科書 漢字語 및 漢字 分析 硏究(1)-(4), 2005-2006.
「국민(國民) 절대다수(絶對多數)가 원하는 한자교육(漢字敎育)」, 2009.
「국어(國語) 정책(政策)과 한자(漢字) 문제(問題)의 해결(解決) 방안(方案)」, 2011.


아울러 민현식 교수는 (사)한국어문회가 발행하고 있는 학술지인 <어문연구>에 기고하여 초등학교 한자교육과 초등교과서 한자병기를 계속 주장하여온 이론가이다. (사)한국어문회는 1992년부터 지금까지 전국한자능력검정시험을 주관해 오고 있는 한자단체이다. 그는 1999년 12월에서 2011년 11월까지 한국어문교육연구회(약칭 한국어문회) 편집위원을 맡았다. 한국어문교육연구회는 1969년에 창립하여 지금까지 국한혼용 운동을 전개하여 왔다.


다음은 <어문연구>에 게재된 민현식의 글이다.
「21세기 語文政策과 漢字問題에 대하여」, <어문연구>100(제26권 4호), 1998.
「國語敎育 政策 改善을 통한 漢字語 敎育 强化 方案」, <語文硏究>144(제37권 4호), 2009.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와 (사)한국어문회는 한자연합단체인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를 만들어 헌법재판소에 국어기본법 위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16년 11월 24일 헌법재판소는 모두 기각하고 각하하였다.


민현식은 초등교과서에 한자가 병기되어야 하고,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할 것을 20여 년 동안 일관되게 계속 주장해 왔다. 이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표기 방안 연구>라는 정책 연구에는 고스란히 민현식의 주장이 담겨 있다. 문제의 심각성이 매우 크다.


2016년 11월 30일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표기 방안 연구> 토론회가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렸다. 

 

필자는 정책연구의 간사인 강남욱 교수와 담당공무원인 이지은 연구사에게 전체 연구진 이름을 알려달라고 하였으나, 끝내 알려주지 않았다. 전체 연구진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짓이고, 뭔가를 숨기고자 하는 의도에서 빚어졌다.


필자는 국민세금으로 연구하는데, 이름도 토론회 때에 공개하지 않는다면 언론사에 취재하라고 연락하겠다고 교육부 관료에게 말하였다.


토론회 당일에 필자는 토론자로 의견을 제시하면서, 전체 연구진 이름을 공개하라고 연구책임자인 김동일 교수에게 다시 말하였다. 필자가 토론회 휴식 시간에 김동일 교수에게 이를 다시 말하자, 그때서야 김 교수는 전체 연구진 이름이 적힌 명단을 보여주었다.

 

▲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표기 방안 연구’ 연구진 명단   ©브레이크뉴스

  여기에는 필자의 눈을 놀라게 하는 이름이 등장하였다. 공동 연구원 박진호(서울대)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날 박진호 교수도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박진호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과 출신이고, 현재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있다. 민현식이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는데, 그 뒤에 박진호도 같은 대학 국어국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말하자면 박진호는 민현식의 같은 과 직속 후배이다.


민현식과 박진호는 이전에 공동연구를 두 차례나 함께 수행하였다.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어 및 한자 분석 연구」(국립국어연구원, 2004)와 「중학교 교과서 한자어 및 한자 분석 연구」(국립국어원, 2004)에 각각 연구책임자 민현식, 연구원 박진호가 참여하였다.


토론회 당일에 일어난 또 하나의 놀라운 일이 있다. 토론회에서 필자가 토론자로서 의견을 발표하면서, 먼발치에 있는 민현식 교수를 보았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이 토론회에 민현식 교수가 왜 와서 듣고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의문은 곧 풀렸다. 토론회 쉬는 시간에 토론장 밖에서 필자가 민현식 교수를 만났다. 필자가 민 교수에게 “교수님, 어쩐 일이 십니까?”라고 물었다. 민 교수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려고 왔습니다.”라고 말하였다.


필자가 돌이켜 생각해 보니, 민현식 교수에게는 11월 30일에 이루어진 토론회가 참으로 중요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민현식 교수 자신이 20여년 주장해온 초등학교 한자교육과 초등교과서 한자 표기 주장을 직계 후배와 제자인 박진호와 신명선과 강남욱이 잘 이어받아 설명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현장이기 때문이었다.


연구진의 핵심은 박진호(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장호성(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이었다. 장호성은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사로, 김진숙과 함께 「초등학교의 바람직한 한자교육 방안 연구」(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보고 CRI 2009-4.(2009)를 하였고, 「‘初等學校 敎育用 基礎 漢字’ 制定 및 敎科書 漢字 倂記 方案 硏究」(<한문학논집> 40, 근역한문학회, 2015)라는 논문을 발표하여 초등학교용 한자 제시와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방안을 지지하였다. 윤지훈(교육과정평가원)은 성균관대학교 문과대학 한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번 정책연구는 박진호의 주장을 민현식의 직계 제자인 신명선(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과 강남욱(경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이 적극 수행하였다.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표기 방안 연구>는 초등교과서에 한자, 또는 한자의 음과 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이루어졌다. 초등학교 5-6학년 국어, 도덕, 사회, 수학, 과학 교과서 5개 과목에서 한자 370개, 한자어 362개를 추출하였다. 다음으로 교과서 표기 한자 370자의 순서를 정하였다. 아울러 교과서 한자 표기 방식으로 교과서의 날개 또는 바닥(하단)에 학습 어휘에 대해 한자와 함께 음과 훈을 표기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교과서의 날개(옆단)나 하단(밑단)에 한글로 기술된 학습어휘에 나란히 한자와 함께 한자의 음과 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주장은 정책 연구자들이 모두 한자병기를 찬성한 학자들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 추출된 한자 300자에는 중학교용 한자 251자와 고등학교용 한자 49자가 선정되어 있다. 정책 연구 보고서에는 어려운 중학교용 한자와 고등학교용 한자가 너무도 많이 들어가 있다. 예로 들면 중학교용 한자 251자 중에 假, 勤, 執, 戰, 散, 數, 消, 球, 端, 競, 經, 舊, 舞, 解, 關, 題, 體, 領자와 고등학교용 한자 49자로 介, 倍, 像, 制, 劇, 吸, 周, 器, 域, 境, 壓, 妥, 媒, 導, 張 微, 息, 態, 慾, 據, 斷, 構, 機, 演, 濕, 濟, 率, 疏, 稱, 管, 緯, 背, 胞, 脈, 菌, 蒸, 衡, 規, 討, 費, 貿, 較, 轉, 邊, 鏡, 項, 類, 驗, 點자가 들어가 있다.


2015년 초등교과서에는 27개 한자어 어휘에 한자가 병기되어 있었다. 2016년의 초등교과서에는 한자 병기가 대폭 줄어들었다. 13개 한자어 어휘(도덕 3학년 교과서 : 효(孝), 늙을로(老), 아들자(子). 도덕 5학년 교과서 : 미(美), 양(羊), 크다(大), 참을 인(忍), 마음(心), 칼날(刃), 법(法), 선생(先生), 선(先), 생(生))에만 괄호 안에 한자가 병기되어 있다. 한자 병기가 필요 없기 때문에 줄어든 것이었다.


그런데 2016년 12월 30일 교육부는 이 정책 연구에 의거해서 2019년 5~6학년부터 교과서 집필진과 심의회가 용어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국어 외 교과서에 300자 내에서 한자와 음․뜻을 표기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 정책 연구에 참여한 학자들이 초등학교용 한자 표기 목록 300자를 선정한 당사자들이 될 것이다. 아울러 이 학자들이 선정한 300자 한자를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초등학생들이 배우게 될 것이다. 학생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1970년부터 지금까지 47년 동안 초등교과서는 한글전용교과서였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 정책 연구에 의거해서 초등학교의 한글전용 교과서가 훼손된다면, 이 정책 연구에 참여한 학자들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임을 밝혀둔다.

 

*필자/박용규.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를 후원하고 싶습니다.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후원금은 인터넷 신문사 '브레이크뉴스' 발전에 쓰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