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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반기문-안철수 제3지대 연합 시나리오’를 둘러싼 정치적 사투 분석
얼마 전 칼럼에서 거론한 적이 있었듯이, 근래 두 가지 미스터리가 발생하였다:
1. 이정현 새누리당 당대표가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정계개편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9/24/2016092400147.html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29일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 때까지 경천동지할 정치권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합리적 보수와 급진 진보 세력이 헤쳐 모이는 정계 개편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며 "개헌이 정계 개편의 핵 폭발을 일으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계개편은 박근혜 대통령도 전혀 모르는 내용이다. 이는 확실하다.
2. 그 후 곧 발생한 것이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는 이정현-정진석의 초강경공세이다. 이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다. 특히, 이정현 당대표는 단식투쟁을 시작하면서 끝까지 가겠다고 한다.
그러므로, 나는 위의 1, 2 항들이 던지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하여 고심을 하였고. 내가 얻은 가상의 시나리오는 그림1에 보이는 반 박근혜 쿠데타 시나리오이다. 이 시나리오가 반드시 맞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이 시나리오로서 위 1, 2항이 던지는 수수께끼가 풀린다.
이 시나리오에 의하면, 반기문과 안철수가 제3지대에서 손을 잡고 기다리면, 그림1에 보인 바와 같이, 정진석, 이정현 등이 아래와 같은 네 단계에 걸친 박근혜 대통령 이미지 파괴공작을 수행한 후 그 제3지대에 합류한다는 기획이다:
1) 단식/강경투쟁이 애초 국정감사 회피 목적이라는 의심 심기
2) 그 국감회피가 박근혜 대통령이 이정현에게 내린 오더라는 의구심을 국민들 사이에 심기
3) 박근혜 대통령에 실망한 지지층 30%를 (반기문이 있는) 제3지대로 이동시키기
4) 반기문/안철수 단일화-대선승리-공동정부 수립하기
이정현 당대표는 "합리적 보수와 급진 진보 세력이 헤쳐 모이는 정계 개편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며 "개헌이 정계 개편의 핵 폭발을 일으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는데, 나는 이 발언을 ‘안철수는 국민의당을 버리고 반기문과 연대하여 제3지대를 형성한 후, 후보 단일화를 거쳐 대선승리 후 공동정부를 수립하여 여럿이 권력을 분점하자는 시나리오’로 분석한다. 이 경우, 단순한 산수로 계산하면 지지율에서 반기문의 27%, 안철수의 13% 정도를 합쳐 40% 정도가 되며, 이는 승리를 보장할 것인바, 왜냐하면, 여러 대선후보들이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제3지대 정당의 반기문(혹은 안철수)에 맞서서, 진보정당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보수정당 새누리당의 대선후보가 반드시 나설 것이기 때문이며, 이 3자대결에서 상술한 40% 정도는 당선을 하고도 남을 수치이다.
이로써 이정현 당대표의 복안, 즉, "합리적 보수와 급진 진보 세력이 헤쳐 모이는 정계 개편이 일어나게 될 것; 개헌이 정계 개편의 핵 폭발을 일으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무게가 엄청 실리게 된다. 성공률이 90%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러한 명쾌한 전략은 제3지대 정당 후보를 청와대에 입성하게 만들고,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3대정당을 두뇌게임에서 패배한 바보정당들로 보이게 만들 것이다.
단, 상기 시나리오의 성공은, 제3지대에 나서는 반기문이 27% 정도의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만이 성립될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고정지지층 30%는 반기문을 박근혜 대통령의 후계자로 믿고 대거 밀어주고 있으므로, 만약 반기문이 새누리당 대신 이정현 복안대로 제3지대 후보로 나서는 경우, 그 27% 태반은 떨어져 나가게 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 이미지를 완전히 추락시켜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림1에 보이는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나는 분석한다:
1) 단식/강경투쟁이 애초 국정감사 회피 목적이라는 의심 심기
2) 그 국감회피가 박근혜 대통령이 이정현에게 내린 오더라는 의구심을 국민들 사이에 심기
3) 박근혜 대통령에 실망한 지지층 30%를 (반기문이 있는) 제3지대로 이동시키기
4) 반기문/안철수 단일화-대선승리-공동정부 수립하기
그러나 이정현의 기획에는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 "합리적 보수와 급진 진보 세력이 헤쳐 모이는 정계 개편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강경보수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수용 불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왜 헤쳐 모여 비 보수들 내지 중간지대 사람들과 합칠 것인가? 지난 수년 간, 특히 지난 일년 간,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강경보수 내지 초강경보수임을 드러내었고, 이는 강경보수였던 아버지를 멘토로 삼는 대통령의 면모를 드러낸 것이다. 즉, 이정현의 주장을 차분하게 분석하면,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과 다른,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신념을 배반하는 기획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과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정현은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고 충신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 의심을 간과하는 경향이 큰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근래 MBN 뉴스와이드 프로그램에서 고정패널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천기누설’이라면서 실질적으로 이정현의 주장과 비슷한 정치기획을 누설하였는데, 그는 그가 누설한 그 그 기획에 박근혜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 오물’을 삽으로 떠서 쓰레기통에 넣는 그림을 스스로 직접 그려서 보여주며 설명하였고, 양문석 패널리스트는 “그 그림 보이는 것이 삽이에요 곡괭이예요?”하고 묻자 삽이라고 답하기도 하는 등, 상당한 분량의 설명을 하였다.
차명진 전 의원은 비박계 내지 친이계 인사로 알고 있는데, 그가 그러한 이야기들을 들은 것은 그림1의 ‘반 박근혜 거사’에 애초 비박계 김성태 의원이 ‘위원장’ 직함의 주동인물로 나섰고, 김무성 의원도 나섰고, 이정현 당대표와 저녁에 산보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보도되었고, 특히 김영우 의원이 국정감사 참여 의사를 밝히자 김무성 의원을 위시한 비박계들이 몰려가서 김영우 의원을 몇 시간 감금하고 고성으로 질책한 것과 부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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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 거사가 시작된 후 며칠 되자, 그 비박들은 일제히 태도를 바꾸어 국감참석을 강하게 주장하며 당 지도부와 맞서고 있다. 이를 나는 작전상 후퇴로 보며, 그들이 초기에 참여할 때나 후퇴할 때 일사불란하게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주목한다. 즉, 개인적 소신이 아니고 집단적 기획 하에 움직이며, 이정현-정진석과 이해관계가 100%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는 특히, 우왕좌왕 아직도 이정현-정진석을 밀고 있는 일부 강경친박들로부터 자신들을 멀리함으로써 정치적으로 도덕적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이정현-정진석의 강공은 현재 사면초가 식으로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정현-정진석에게 박근혜 대통령 이미지 추락 임무를 맡긴 채 자신들은 입장을 선회하여, 비박 나름대로의 다음 단계로서, 국민여론 편에 서는 것으로 나는 분석한다. 즉 이 비박들이 이전현-정진석과 일부 친박 강경파들보다 더 현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 무지무지하게 복잡한 사안의 정체를 밝힐 수 있는 열쇠는 딱 한 가지이다. 9월 28일 오전에 열린 방송기자클럽초청 토론회에서 이정현 당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하루 몇 번이고 전화한다!”고 이야기하였다. 즉, 자신의 단식투쟁과 국정감사 기피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의논을 거친 것이며, 실제로 지시를 받은 것이라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긴 것이다. 이는 즉,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 K스포츠, 최순실 실세설 등에서 숨길 것이 있고 그래서 복심 이정현 당대표로 하여금 국점검사를 보이콧을 강하게 밀게 만든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케 만든다 (이전 칼럼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박근혜 대통령은 그 사안들과 관련이 없으며 숨길 것이 없다). 현재 언론과 국민들 중 태반이 그러한 의심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당대표 사이에 전혀 전화가 오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대통령 측으로부터 확실히 전해 들었다. 그런데 이정현 당대표는 전국적으로 거의 실시간 생중계된 그 토론회에서 대통령과 노상 하루 몇 번씩 통화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나는 이 상반되는 주장을 밝혀달라고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였다.
이런 정치적으로 미묘한 정치적 사안, 특히 대통령이 관련된 수사는 검찰이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사안들을 수사 의뢰한 적이 있는데, 검찰은 수사를 피하였다. 그러나 이번만은 검찰이 수사를 하기를 나는 바란다. 국가명운이 달린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내 추정이 맞는다면 그 기획은 너무 끔찍한 일이다.
*필자/심상근. 미 버클리대 박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