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동성애와 군사주의 혹은 군대

최정민 (평화인권연대 | 기사입력 2002/02/09 [17:29]
'군사주의'라는 개념으로 한국사회를 다시 읽는 작업은 그리 오래된 얘기는 아니다. 그 이전 'militarism'이라는 영어 표현은 '군국주의' 혹은 '군대문화' 등으로 읽히며 '민족' 혹은 '군대'라는 집단과 맞물려 생각되는 '전쟁'과 '군대'를 전후한 혹은 그 속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모순으로 파악되었다. 물론 군사주의를 조장하고 유포하는 가장 커다란 거대집단 혹은 사건인 '전쟁'과 '군대'는 그 자체로 분석하는 것이 매우 유의미하겠으나 최근의 논의는 그것에서 좀 더 나아가 '군사주의'를 일상적인 문화로서 사회 전체 혹은 개인, 조직, 심지어는 운동사회 내의 성별분업이나 가부장성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image1_left}이렇게 새롭게 개념화된 '군사주의'는 우리에게 보다 근본적이고 폭넓은 시각을 갖게 해 주는데 예를 들면 군대 내의 폭력적 남성성의 형성 과정을 분석하고 그것이 군대 이후의 사회에서 발현되는 과정을 살피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여성들이 어떻게 군사주의와 거리가 있는 존재로 스스로 규정하게 되며 이것이 군대가 아닌 일반 사회에서 여성성과 남성성의 역할구분을 공고히 하게 되는지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또 '전쟁'이나 '군대'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나 공간이 아닌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북한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형성해 내고 어떻게 집단적 패거리 문화를 조장하며 어떻게 패거리에 속하지 않은 소수자들을 억압하는지에 대한 분석 꺼리도 제공해 준다.

'군사주의'를 이렇게 어떤 하나의 특정 시기나 특정 집단의 태도나 실천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는 하나의 내면화된 가치체계라고 할 때 '군사주의'는 반공주의자나 주한미군 존치론자, 평화를 지키기 위해 힘을 길러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닌 바로 우리들 모두에게 알게 모르게 각인 되어진 이념일 수 있다. 특히나 남북의 분단 현실에서 전통적 국가안보관에 기초한 반공교육과 군부독재, 징병제의 오랜 기간을 거쳤던 한국 사회에서야 더욱 말할 것도 없다.

우리 사회는 동성애를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가. 홍석천씨의 아우팅 이후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뽀뽀뽀에서 출연을 정지시킨 것에서도 분명히 드러나지만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들은 에이즈를 퍼뜨리는 사람 혹은 변태, 아니면 정신병자쯤으로 취급하여 왔다. 물론 동성애의 역사를 밝혀 내거나 과학적으로 에이즈와 동성애의 관계를 설명하고자 하는 기간의 노력들로 터무니없는 사회적 편견이 많이 제거된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의 커밍아웃이 그리 빈번한 일이 아닌 것처럼 동성애는 아직도 정상이 아닌 것으로 읽혀지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이성애든 동성애든 성애는 생물학적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결정되는 문제이며, 그 정의는 역사가 흐르는 동안 크게 변화해 왔다. 그것은 자본주의의 등장과 산업화와 맥을 같이 하는데 그 이전 성애의 하나의 형태로써 동성애가 보편화된 것이었다면 자본주의 등장 이후 동성애는 '가족'이라는 자본주의 근간을 이루는 노동력의 제공단위의 등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연구('어떻게 하면 이 비정상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방향으로)되고 탄압 받기 시작한다. 왜나면 동성애 행위는 일부일처제 가족이 유일한 생활방식이라는 생각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며 또한 성관계가 오로지 재생산을 위한 것이라는 자본주의 노동력공급의 기본적 메커니즘에도 차질을 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심화되어 갈수록 안정적인 초과이윤 창출을 위한 이러한 '가족'의 본연의 임무가 불안해지자 '가족'에 대한 장미빛 환상을 만연하게 되었다. 낭만적 사랑, 이것의 '정상적 결과로서' 결혼, 화목한 가정 등의 이데올로기가 광범위하게 퍼졌고 공동체적 관계가 사라진 개인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불안정한 사회적 지위로 인해 결혼을 신분상승의 도구나 안정적 삶의 위한 도피처로 삼게 되면서 더욱 공고해졌다. 성에 대한 억압은 여성의 성에 대한 통제, 무보수 가사노동, 여성 노동력에 대한 평가절하 등에 기반 하는 가부장적 가족제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군사주의'를 특정한 여성성/남성성의 형성과 성별분업화된 역할을 공고히 하는 내재화된 가치체계, 기존의 가부장제 개념을 더욱 폭력적이고 남성중심적으로 확대하는 이념과 실천이라고 봤을 때 동성애에 대한 탄압과 폭력, 비정상적인 행위로의 취급은 전 사회적인 '군사주의' 혹은 '군사화'와 무관하지 않다. '군사주의'는 성차별적인 이념인 동시에 그 과정이 의도적으로 여성 혹은 동성애자들을 비롯한 소수자들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가치체계인 것이다.

{image2_right}사회적으로 민주화가 더디고 일상적으로 인권탄압이 자행되는 국가들은 대부분 '군사주의' 혹은 '군대'가 강한 나라들이다. 사람들 사이의 다양성이나 차이들이 인정되지 않고 그야말로 군대식의 획일성이 강한 나라... 이들 나라들에서의 동성애 탄압은 상상을 초월한다. 사형을 당하기도 하고 잔인한 고문을 당하기도 한다. 또한 같은 조건일 경우에 일반 사회보다 군대나 교도소 등 군사주의의 핵심인 공간에서의 인권탄압을 더욱 심하다. 한국의 경우도 일반사회의 동성애는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주로 윤리적 손가락질의 대상이지만 군대나 교도소에서의 동성애는 처벌을 받는다. 군형법 제92조는 "계간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교도소 내 수용자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수용자 규율 및 징벌에 관한 규칙" 제3조 제16호는 추행 기타 음란한 행위를 했을 때는 징벌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군대나 교도소에서의 동성애는 비록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현상이 아니라 아예 있어서는 안 되는 현상이므로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간주해 처벌을 받거나 정신병원에 수감되어지는 치료의 대상이 된다. 정확한 통계자료는 나와 있지 않으나 군대 내에서 동성애자임이 밝혀져 겪었던 인권침해 사례들은 이렇게 강제적으로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것뿐만 아니라 에이즈 환자로 취급당해 강제 채혈을 당하거나 강간과 성폭력, 심지어 본인의 동의 없이 부모님들께 이 사실을 알려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게 하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례들이 존재한다.

동성애인권운동에서 군대에 대한 반대나 군대내 인권신장을 위한 운동은 존재해 왔지만 그 흐름은 미약했다.

사실 동성애 인권의 현실이 매우 열악하다보니 투쟁의 꺼리들이 굉장히 많고 특히나 동성애인권운동의 역사가 짧은 한국에서 이것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군대에 대한 생각은 동성애자 개개인별로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누구는 군대는 필요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래서 군대에 가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 누구는 군대는 여성 및 동성애자들에 대한 차별을 양산하는 쓸데없는 곳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생각들이 한국의 현실에서 동성애인권운동이 안고 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고 동성애자가 군대에 들어오면 군기가 빠지고 군전투력에 큰 손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군대의 썩어빠진 생각에 대한 도전을 통해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사람도 당당히 군대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또 군대 자체의 메커니즘과 군대문화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등을 통해 군대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던질 수 있다.

기존까지 '군대' 혹은 '군사주의'는 남성들만의 전유물이라 생각되었다. 군대는 여성들에게는 상상의 대상일 뿐이었고 여군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여군들은 남성들의 군대에 일조하는 일정한 성별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확장되고 구조화된 가치체계로 '군사주의'를 고찰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남성중심의 담론에서 벗어나서 보다 폭넓은 시선으로 '군사주의'가 가부장성과 남성중심주의 그리고 소수자 차별을 양산해 내는 방식을 볼 수 있게 된다. (항상 전쟁 피해자로 존재했던 한국이 베트남전에서의 한국군들의 만행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는 것, 일본군성노예 문제를 거론할 때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 조선여성에 대한 침탈이라는 논리에 대해 여성주의적인 접근을 시도한 것, 기지촌 여성들과 일본군성노예 할머니들의 문제를 분리시켜 생각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 그 오랜 세월동안 북한에 대한 끊임없는 불신을 양산하며 북한을 바로 알지 못했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던 문제, 최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대해 정의를 위한 불가피한 싸움이라는 애국주의, '군사주의'가 결코 군대나 전쟁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 후 혹은 군 제대 후에도 그 효력을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 여성이나 동성애자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광범위한 폭력 등.)

군대를 포함한 현재의 남성중심적 '군사주의'는 그 자체로써 우리에게 반평화적이며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

* 이 글은 제 1회 겨울 동성애자 인권캠프 발제문이고, 평화인권연대에서 발간하는 [평화인권소식] 2월호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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