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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오만에 경북대 화났다

비정규직 교수 중심 총장 제청 임명 요구 거세져

이성현 기자 | 기사입력 2016/05/13 [23:36]

【브레이크뉴스 대구】이성현 기자 = 지난 12일 부산대학교의 총장이 임명됐다. 9개월 간 총장 없이 지낸 부산대였다. 지난 해 총장을 선출하고도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총장 임명 결재안을 올리지 않아 생긴 일이었다. 부산 지역 교육계와 시민들은 다소 늦긴 했어도 12일 총장 임명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시간을 지난 2014년으로 돌이켜보자. 대구를 대표하는 국립대인 경북대학교가 총장 선거를 두 번이나 실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게다가 그해 12월 교육부는 경북대에 ‘총장 임명후보자 재추천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구성원들이 선출한 총장 후보자들에 대한 총장 임명을 아무런 이유 없이 거부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총장 선거는 교육부가 권고한 총장 직선제를 간선제로까지 바꾸면서 실시했던 선거였다.
 
1년 반이 지나고 있는 지금 경북대 구성원들은 성이 나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절박한 분노도 표출되고 있다. 경북대 출신 입김이 아직 유효하다는 듯, 지난 총선에서는 불만을 표로 심판하는 데 경북대의 상황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총선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이들이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13일 이 대학 비정규직 교수들은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라는 교육부의 지침을 충실히 따랐고, 간선제 도입 후에도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총장을 선출하기 위해 두 번의 선거를 거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그런데도 교육부가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지도 않은 채 대학이 선출한 총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제청을 거부한 것은 경북대 구성원의 총의를 무시하고 대학의 자치·자율권을 짓밟는 비민주적 행정폭력”이라며 교육부를 맹비난했다.
 
공공성 잃어가는 국립대
 
경북대는 개교 70주년을 맞이하는 제법 긴 역사를 지니고 있고, 재학생이 4만 명에 달하는 메머드급 지역거점국립대학이다. 그러나 한 조직을 책임지고 이끌어 갈 리더가 부재하다 보니 지금의 경북대는 학교장기발전계획은 고사하고 중요 의사결정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옛 명성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경북대는 지금 3번째 총장직무대행체제를 맞고 있다. 전임교원 확보율은 거점대학 9곳 중 8위로 추락했다. 취업률은 3년 연속 떨어지고 있다. 한 마디로 경북대는 지금 총장 없는 속빈 강정 상태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가 경북대 한 곳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국 41개 국립대 중 경북대와 부산대를 비롯해 공주대와 방통대 등을 포함해 약 10여 곳이 얼마전까지 총장 없이 학교가 운영되는 기이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들어 가장 염려시되는 공교육 현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특히, 지난 2월 이 대학들은 총장 없이 졸업식을 치르는 황망한 일도 경험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총장 이름대신 노란 풍선이 등장해 보는 이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교육계와 정계, 그리고 해당 대학을 소재하고 있는 지역의 주민들은 교육부의 무책임한 행동과 청와대의 개념 없는 교육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공공 교육을 이끌고 책임지며 나아가야 할 국립대 총장에 대한 인준을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며 민주적 선거를 통해 선출된 총장 후보자들을 외면하는 등 스스로 민주주의 정신을 위배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어느 분야보다 떳떳하고 자유로워야 할 교권을 정치 수하쯤으로 전락시키려 한다는 국민적 원성으로 박근혜정부의 교육 정책은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그 평가 뒤에는 교육 공공성을 책임져야 할 교육부와 청와대의 직무유기가 큰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경북대 교수노조는 13일 성명을 내고 이러한 교육부와 청와대의 행태를 규탄하며 ①4.13총선을 통한 지역민들의 불만을 겸허히 받아들일 것과 ②그와 함께 경북대 총장에 대한 임명을 즉각 시행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들은 “국립대가 선출한 총장 후보자를 아무런 이유 없이 연이어 총장 임명 제청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절차적 위법성이 있는 것이며, 이는 그 위법성을 감수하면서까지라도 대학을 길들이겠다는 저의가 있는 것”이라며 “결국 교육부가 일선 국립대를 협박하면서까지 총장 직선제 폐지를 강요한 것은 그들이 내세운 논리인 ‘잡음과 비용 발생 예방’ 때문이 아니라, ‘국립대를 교육부의 하수인으로 만들기 위한 것’ 이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낙선과 청와대의 독선과 불통에 따른 총선 참패를 그 선례로 들면서 “이런 교육부의 논리와 청와대의 오판은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잘못이라는 것이 명백하게 증명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성명에서 교수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강력했고 강렬했다. 그동안 총장 제청을 거부한 교육부와 청와대에 목소리를 내긴 했어도 이번처럼 간절하고 강력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청와대를 향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뼈를 깎는 각오로 반성하라”는 충고를 보내면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경북대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대학”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청와대에 참패를 안긴 단어가 민주공화국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경북대 교수들의 이날 발언은 정부와 청와대에 상당한 불만과 압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들은 “민주공화국에서 모든 권한이란 국민의 뜻을 반영하여 행사하라는 것이지, 독선적 결정에 따르라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는 “불통과 오만, 그리고 독선은 반민주적 독재로 가는 길이다. 해결의 열쇠는 대통령이 갖고 있고, 정부가 국민의 참여와 의견을 반영해야만 국민은 지지와 신뢰를 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소통을 강조한 것은 대통령 자신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라”면서 경북대 구성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라“고 주장했다. 
 
교수들, 이번만큼은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
 
어느 때보다 강경한 이들 교수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실제, 경북대 교수들은 최근 부산대 총장이 임명된 배경에는 재직 교수였던 故 고현철 교수의 투신을 의미 있게 분석하고 있다.
 
고 교수는 부산대에서 국문과를 맡아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지난 해 8월 17일 오후 3시경, 이 대학 본관 4층에서 투신했다. 사회적 명예와 안정, 그리고 가족을 포기하고 스스로 삶을 끝낼 만큼 그가 지키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주제는 당시 국내 대학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줬다. 그는 유서에서 ”헌법에 보장된 대학의 자율성은 전혀 없고 대학에서 총장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부터 오직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다. 이는 민주주의 심각한 훼손이 아닐 수 없다“며 총장직선제 유지를 주장했다.
 
이들 경북대 비정규직교수협의회는 총장 임명제청 거부에 단호한 저항과 더불어 총장 직선제를 위해 강력한 투쟁을 권유하고 있다. 경북대 구성원들이 다시금 목소리를 내는 것도 고 교수가 지키려 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4월 총선에서 대한민국 국민과 대구시민들이 원칙을 저버리고 교육을 자신들의 하수인쯤으로 전락시키려는 현 정부를 강력하게 심판한데 이어 정규직 교수는 물론, 비정규직과 교직원, 그리고 학생들까지 포괄적 운동으로 펼쳐 나갈 것을 주문하고 있어 지역에서는 경북대 총장 공석 사태가 이번 선거 결과와 함께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편, 대구지역을 대표 해 온 경북대에 대한 교육부와 청와대의 행동에 대구시민단체와 주민들도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김사열 총장 후보의 선출 과정이 투명했으며, 지역 사회에서는그가  총장감으로도 손색 없는 상황에서 교육부와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것에 대해 오만과 불손, 지역 주민들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총장 공석 사태가 길어짐에 따라 대학 경쟁력이 저하되는 현상이 눈에 띄면서 "현 박근혜 정부가 실제 지방에 관심은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 총선 패배의 심장은 대구였다. 대구시민들이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심판을 왜 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있지만, 지금 대구시민들이 지니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배신감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 지속되거나 더 나아가 지금의 새누리당과 청와대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관점에서 지역민들에게 잃었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소통하고 마음을 열어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경북대 총장 임명은  참으로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라고 꼬집었다.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대구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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