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의 개념정립조차 안된 사람들이 꽤 많아 보인다. 개념정립도 안되어 있으면서 “나는 보수다”,“나는 진보다”라고 표명하는 것을 흔히 보게된다. 보수와 진보의 개념이 참으로 오랫동안 잘못 쓰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흔히 진보를 좌파라고 하고 보수를 우파라고 하는데, 이 말이 프랑스 대혁명 때 열렸던 국민의회에서 유래한다는 것은 기초상식이다. 이 회의에서 급진적인 변화를 주장하는 ‘자코뱅 당’이 왼쪽에 앉았고, 점진적인 변화를 꾀하는 ‘지롱드 당’이 오른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기 때문에 탄생한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현재의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점진적인 개혁을 통하여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켜가고자 하는게 ‘보수’다. 따라서 보수는 국가와 안보를 개인보다 우위에 두는 경향이 강하고 전통을 중시하고 권위(권위주의가 아님)를 지켜가려고 하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원리를 강조하고 경제성장을 우선적으로 추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른바 파이가 키워져야 분배를 통한 평등이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통 보수’다.
반면에, 노동자와 농민 및 각종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대변하고 급진적인 변혁을 통하여 사회를 급격하게 변화시켜서 평등과 분배의 정의를 이루고자하는게 ‘진보’다. 따라서 ‘진보’는 평등과 보편적 복지를 강조할 수 밖에 없고 국가와 안보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며 탈권위와 발빠른 사회변화에 맞춰가려는 경향이 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입장이 이렇다보니 주거, 교통, 의료, 교육 등의 수혜에 최우선적인 방점이 찍힐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통 진보’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지극히 폐쇄적이며 특정인을 우상화하고 국민을 굶겨죽이는 황당한 전체주의 사회의 모습은 오히려 ‘진보의 개념’과는 상극인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같은 사회의 모습은 정확히 말하자면 ‘진보의 적’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정권을 추종하는 자들이 자기들 스스로는 ‘진보주의자’임을 표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심각히 생각해봐야할 문제는 이것이다. 이마에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시위하러가면 진보이고, 넥타이 매고 회사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보수인가. 노동자,농민,도시빈민이면 진보이고 기업의 대표자면 보수인가. 반미(反美)입장에 서있으면 진보이고 친미(親美)입장에 서있으면 보수인가. 그런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결국 보수와 진보라는 개념은 사회를 바라보는 입장과 그것의 기반이 된 철학과 실천의 문제이다. 한 개인 안에서조차 보수와 진보는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즉, 포퓰리즘은 철저히 배격하되 주거.교통.의료 및 교육 등에 있어서 원천적인 기회의 공정성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사람을 두고 그를 보수주의자라고 불러야 할까. 진보주의자라고 불러야 할까. 또한, 국가의 안보를 철저히 중시하되 그것을 빌미로 개인의 자유가 침탈되는 꼴은 죽어도 못보겠다는 사람이 있을 경우, 이런 사람을 보수주의자로 봐야할까, 진보주의자로 봐야할까.
이처럼 일개인에게 있어서도 ‘보수’와 ‘진보’는 칼로 베어내듯이 할 수 없는게 현실이고 그만큼 보수와 진보는 사실상 ‘공존하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한다. 얘기를 좀더 진전시켜보자. 보수정권이 탄생시킨 대통령이라고하여 정치 경제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정도의 실정(失政)을 거듭했어도 그런 대통령에게 무조건적 맹종을 하는게 ‘보수주의자들의 본연의 자세’일까. 회사야 망하건말건 내 밥그릇만 가득 채워지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회사가 쓰러질 정도의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허구헌날 이마에 빨간 띠를 두르고 시위하고 파업하는게 ‘진보주의자들의 본연의 자세’일까.
미국 대사가 컷터칼로 테러를 당했다하여 그 사건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 거리에다가 멍석을 깔고 이른바 ‘석고대죄’를 하는 것은 ‘보수’가 아니라 그냥 ‘친미주의자’이자 ‘사대주의자’일 뿐이다. 그리고 누가 나서라고 등떠민 것도 아닌데 솨파이프,밧줄,철제 사다리,새총 등으로 무장한 채 도심을 마비시키는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진보주의자인 것도 결코 아니다. 그들은 그냥 난동꾼일 뿐이다. 그 어떤 세력이 대부분의 국민들로부터 경원시되고 사회적 지탄을 받는 이유는 그들이 보수거나 진보이기 때문이 아니다. ‘상식’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부패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를 거의 파탄 지경으로까지 내몰고도 반성과 자숙은커녕 오히려 핏대를 세우며 돌아다니면서 후안무치한 행동을 하고있는 어떤 정치인과 공무원을 자기 개인 비서들처럼 활용하면서 SNS를 통해 허구헌날 욕설,명예훼손,모욕을 하면서도 포퓰리즘에 매달려서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 지자체장에 대해서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각각 보수도 진보도 아닌 그저 척결되어야만 할 부패세력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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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훈 칼럼니스트] - 前. 명품코리아 논설위원, - 現. '정의 미디어 포럼' 수석 운영위원, - 한국 농어촌공사 SNS 강사 역임. - 2016년 SNS산업대상 특별상 수상.